[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2] 접속사,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자. 흐름을 중시하자.

무술년 여름에 진린의 함대 5백 척은 강화를 떠났다. 강화를 떠난 진린의 함대는 곧바로 남해안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진린의 함대는 한강을 거슬러서 동작나루까지 올라갔다. 동작나루에서 마포나루까지 명 수군의 전선 5백여 척이 도열했다. 그날 비가 내렸다. 동작나루에서 임금은 울먹이며 진린을 전송했다. 임금이 진린의 손을 잡을 때, 함대는 대포를 쏘고 폭죽을 터뜨렸다. 바람이 불어, 비에 젖은 곤룡포가 임금의 허벅지에 감겼다. 임금은 삼정승을 대동했다. 임금을 맞을 때 진린은 칼을 벗지 않았고 근위 무사들을 물리치지 않았다.’

칼의 노래’(김훈)의 한 대목이다.
열 개의 문장이 계속되는 동안 접속사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흐름에는 전혀 막힘도 없고 어색한 대목도 없다.
접속사가 많은 문장은 좋지 않다.”
글쓰기 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지침이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접속사가 있었다면 위의 대목은 어떤 글이 되었을까?

무술년 여름에 진린의 함대 5백 척은 강화를 떠났다. 그런데 진린의 함대는 곧바로 남해안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강을 거슬러서 동작나루까지 올라갔다. 동작나루에서 마포나루까지 명 수군의 전선 5백여 척이 도열했다. 마침 그날 비가 내렸다. 동작나루에서 임금은 울먹이며 진린을 전송했다. 임금이 진린의 손을 잡을 때, 함대는 대포를 쏘고 폭죽을 터뜨렸다. 그때 바람이 불어, 비에 젖은 곤룡포가 임금의 허벅지에 감겼다. 임금은 삼정승을 대동했다. 그런데 진린은 임금을 맞을 때 칼을 벗지 않았고 근위 무사들을 물리치지 않았다.’

접속사는 문장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주긴 한다.
글의 맥락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위의 두 대목을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깔끔하고 정갈한 맛은 떨어진다.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라면 접속사를 과도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글을 매끄럽게 쓰는 데 치중하는 게 우선이다.
접속사를 쓰지 않으려면 뒤에 오는 문장의 구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나는 집으로 갔다. 그런데 엄마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으러 친구 집에 갔다.’

여기서 접속사를 생략해보자.

나는 집으로 갔다. 엄마가 없었다. 나는 밥을 먹으러 친구 집에 갔다.’

첫 문장에서 둘째 문장으로 가는 과정은 부드럽지만, 둘째 문장에서 셋째 문장으로 가는 대목은 조금 어색하다. 어딘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접속사를 쓰지 않는다면 뒤의 문장을 고쳐야 한다.

나는 집으로 갔다. 엄마가 없었다. 밥은 먹어야 했기 때문에 친구 집으로 갔다.’

접속사를 빼고 뒤의 문장을 고치는 훈련을 해보자.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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