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22] 예화의 활용, 조심스럽고 적절하게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예화를 자주 들었다.
임기 중반 무렵에는 한동안 고창녕 설화를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이른바 ‘창녕 독장수’ 이야기였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이 예화를 통해 설명하려고 한 것이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방향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소용돌이에 말린 것이 아닐까? 북서풍을 바라는 사람들과 남동풍을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 말린 것이다. 창영 독장수의 독이 깨진 이유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인물로 명판결을 잘 내렸다는 고창녕에 대한 설화로, 그 대표적인 것이 독장수 이야기였다. 독장수가 독을 기대어놓고 있는데 회오리바람이 불어서 깨지자, 살길이 막연해진 독장수는 고창녕을 찾아가 독 값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이에 고창녕은 뱃사공들을 불러서 그들이 각자 뱃길에 유익한 바람(일부는 남동풍, 일부분 북서풍)이 불도록 기도한 탓에 회오리바람이 생긴 것이므로 물어주라고 판결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공들은 돛이 바람을 몰고 온 것이라 항변을 했고 고창녕이 그러면 돛을 80리 귀양보내라고 하자, 사공들은 그렇게 하느니 독 값을 물어주는 게 싼 편이라 그렇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고사성어나 명언, 예화는 글의 양념이다.
글의 맛, 말하자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없어도 좋은 것이다.
그런 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예화를 잘못 쓰면 논리가 헝클어진다.
반대파들로부터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예화 역시 글을 산만하게 만든다.
필요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모두 다 아는 고사성어나 명언의 경우.
현실의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할 때 사용한다.
누구나 다 아는 문구인 만큼
이해를 쉽게 한다는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비유라면
차라리 활용하지 않는 게 훨씬 낫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고사나 예화의 경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지식욕을 다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
이런 유형의 예화는 지식욕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글 전체의 분량에 비추어 적절해야 한다.
분량이 너무 많아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셋째, 마땅한 명언이나 예화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대체하는 게 좋다.
독자에게 실감을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예화를 활용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초반에 ‘사면구가(四面舊歌)’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고사성어를 나름대로 변형한 것이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데 모든 방면에서 낡은 세력에 포위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고사성어든, 명언이든,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재창작하여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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