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25] General specialist보다는 Special generalist가 되어보자.

봉하의 들은 어머니처럼 포근했고 봉화산은 아버지처럼 듬직했다. 찌들지 않은 맑은 공기에 그의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너른 벌판 때문에 시야는 커지고 눈은 맑아졌다. 일찍 일어난 농부가 모판을 옮겨놓는 논에서는 황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근처의 논에 다시 내려앉더니 물속에서 벌레들을 찾았다. 봉하의 논이 그들의 집인 양, 새들은 지형에도 익숙했고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서식하는 권역이 어디까지 이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멀리 낙동강 하구로부터 오는 것일 수도 있었고, 가까운 화포천의 습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었다.(‘기록’에서 인용.)

스토리텔링을 위한 글의 일부이다.
귀향한 노무현 대통령이 접하는 봉하마을의 풍광을 묘사한 글이다.
단순한 기록문보다는 서정성을 담은 글을 지향했다.
어쩌면 소설 같기도 하고 어쩌면 수필 같기도 하다.
읽는 독자의 감성적 접근을 유도하기 위한 묘사였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요청을 받게 된다.
짧은 인사말을 정리해달라는 요청도 있고
자서전을 써달라는 부탁도 있다.
“저는 그런 글은 못 씁니다.”
이렇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글을 잘 안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글’은 하나일 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글’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분야를 부러 좁힐 필요는 없다.
모든 영역의 글쓰기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수필, 논문, 칼럼, 보도자료, 여행기는 물론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적 영역에도 도전해 보자.
나아가 대통령 기자회견문이나 담화문도 써 보자.
특정 분야의 글만 쓰는 General specialist를 지향하기보다는
모든 방면의 글을 두루 쓰는 Special generalist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권하고 싶은 것이 소설 쓰기이다.
유명한 작가를 지향하지 않아도 좋다.
습작이라도 한두 편을 써보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한 가지 더 권할 것이 있다.
‘소설 읽기’이다.
“소설책은 돈 주고 사기 아까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나는 ‘글쓰기’의 많은 부분을 소설에서 배웠다.
소설이야말로 글쓰기의 훌륭한 교재다
풍부한 낱말과 비유가 있고, 세상의 이치도 담겨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글을 잘 쓰는 테크닉도 있다.
글쓰기 관련 서적 다섯 권을 읽는 것보다
잘 쓰인 소설 한 편을 꼼꼼하게 뜯어보며 읽어보는 게 좋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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