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27] 꼬리가 길면 밟힌다. 길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던 시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반 광고를 만드는 전문가를 만나 홍보물 제작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만나 저녁 내내 인터뷰를 한 끝에
메인 슬로건을 뽑아내었다.
‘정치세탁’이라는 네 글자의 카피였다.
좋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파괴력이 있다는 생각은 갖지 못했다.
며칠 후 그 전문가들은 가제본된 홍보물을 갖고 왔다.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무런 사진이나 그림도 없이 한가운데 작은 글자로
‘정치세탁’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나머지 공간은 전부 여백이었다.
네 글자가 주는 파괴력의 힘이 있었다.
글자가 크고 굵어야 카피가 힘을 갖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여백의 힘이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이야기가 많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어떤 사람이든 독자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독자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10개를 전달하려다 한 개도 전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된다.

글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중언부언이 많아진다.
했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초점이 산만해진다.
명확한 메시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모두 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라면
시기를 나누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SNS를 활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짧은 글로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충성도가 아니면 호흡이 긴 글을
끝까지 정독해줄 독자는 많지 않다.
마우스 휠을 천천히 한번 돌리는 사이에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하자.
시간이 없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자.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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