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31] 화장을 짙게 하지 말자. 수식은 짧은 게 좋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수식어가 많이 붙게 된다.
일단은 수식어가 글의 느낌을 좌우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명사의 상태나 모습을 설명하는 관형어들을 넘어서,
기다란 관형절이 명사 앞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역시 ‘국정일기’의 일부분이다.

“한번 회의를 하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리는 콘텐츠 생산 및 문안 작성 회의가 계속되었다. 대통령이 흐름을 잡고 구술해나가면, 실무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표현을 가다듬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콘텐츠 생산 및 문안 작성 회의’를 수식하고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 앞의 문장 전체가 관형절로 수식어가 되고 있다.
‘한번 회의를 하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리는…’
수식어가 이처럼 두 호흡 이상 가는 것은 좋지 않다.
수식어의 길이를 줄이든지, 아니면 문장을 끊어야 한다.

먼저 문장을 끊는 방법이다.
“회의가 계속되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걸리는 회의였다. 회의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안을 작성했다.”

수식하는 관형절을 서술어로 바꾸는 방법이다.
“콘텐츠 생산 및 문안 작성 회의는 한번 열리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렸다. 이런 회의가 계속되었다.”

수식어가 길게 늘어지면 좋지 않다.
어떤 것은 관형어로 놓아두고, 어떤 것은 서술어로 전환시켜야 한다.
다음과 같이 ‘가을’을 표현하는 관형어(절)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수식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보자.

‘여느 해보다 더 을씨년스러운’,
‘여러 가지 사건으로 심란한’,
‘벌판이 코스모스로 물든’,
‘오랜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고픈’,
‘그러나 쉽게 떠나보내기는 어려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도 가능하겠다.
“코스모스가 벌판을 물들이는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심란한 이번 가을, 오랜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잔 하고 싶어진다. 여느 해보다 더 을씨년스런 가을이지만 그래도 쉽게 떠나보내기는 어려울 듯싶다.”
당신의 선택은?

 

윤태영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