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33] 초고와 완성본은 완전히 다른 작품일 수도 있다.

의원 보좌관 시절, 많은 연설문을 작성했다.
중요한 계기의 연설들도 많이 써보았다.
그 중에는 국회대표연설이나 기자회견문도 있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후보수락연설, 후보 방송연설 등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런 종류의 연설은 마감이 분명히 있다.
마감 때까지 피 말리는 수정이 거듭된다.
말하자면 독회가 계속된다.
연설이 있기 직전까지 수정이 되곤 한다.
선거와 마찬가지다.
그 이상은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가 없다.

대통령선거전이 치러지는 동안에는 후보가 너무 분주하다.
주변 참모들 역시 득표활동에 바쁘다.
상대적으로 연설 원고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
쉽게 원고가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가 아닌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다.
당사자도 검토할 시간이 충분하고
많은 참모들도 한마디씩 조언을 하게 된다.
독회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세 번 거듭된다.
독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을 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처음의 초고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나의 경우도 그런 일이 적지 않았다.
자신이 작성한 최초의 글이 없어진다 해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할 일은 아니다.
그 글은 그 글대로 나름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독회에서 조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실 백지에 직접 쓰라고 하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고가 자신들 앞에 놓여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도 따지고 대안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초고는 그런 용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고가 없으면 완성본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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