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38]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주어와 서술어?

“그가 사는 이유는 세상에 술이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권할 만한 문장은 아니다.
‘…이유는…때문이다.’는 ‘역전앞’과 같은 중복표현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지도 않는다.
아래의 문장처럼 같은 단어의 반복도 좋지 않다.
“그 술은 그에게 사는 보람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술이다.”
한 문장에서 같은 단어가 되풀이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러한 잘못을 줄이려면 서술어를 주어 근처에 놓을 필요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면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그가 술이 떨어지자 울먹이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다.
“술이 떨어졌다. 그가 울먹였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다음 문장을 보자.
“서늘한 한기가 오랜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느껴졌다.”
이 문장보다는 다음 문장이 나을 듯싶다.
“오랜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칼의 노래’(김훈)에 나오는 문장이다.

계속해서 ‘칼의 노래’의 문장들을 보면서
주어와 서술어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는지 확인해보자.
“난전은 계속중이었다. 싸움의 뒤쪽 아득한 바다 위에서 노을에 어둠이 스미고 있었다. 적선을 태우는 불길이 바다 곳곳에서 일었다. 등판으로 배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격군들은 관음포를 향해 저어가고 있었다. 싸움터를 빠져나가 먼바다로 달아나는 적선 몇 척이 선창 너머 로 보였다. 밀물이 썰물로 바뀌는 와류 속에서 적병들의 시체가 소용돌이쳤다. 부서진 적선의 파편들이 뱃전에 부딪혔다. 나는 심한 졸음을 느꼈다.”
물론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는 개인의 취향이다.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물론 아니다.
의미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면 한번 고려해볼 만하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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