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0] 디테일은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한다. 자신만의 사실을 만들자.

“평화 시장 앞에서 줄지어 선 가로등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층의 창들 중에는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중략)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시 현재입니다.”(중략)
“을지로 3가에 있는 간판 없는 술집에는 미자라는 이름을 가진 색시가 다섯 명 있는데, 그 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큰미자, 둘째 미자, 셋째 미자, 넷째 미자, 막내 미자라고들 합니다.”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에서 ‘나’와 ‘안’의 대화 가운데, 중학생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대목이다.
구체적인 묘사는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특히 정확한 숫자는 신뢰의 원천이 된다.
“1월 1일, 일출은 7시 37분이었다. 나는 25분 전에 일어나 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이 정책으로 혜택을 받게 될 계층은 모두 전국에서 247만 5700명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자. 나(김형)와 안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겠군요. 그 술집에 들어가 본 사람은 꼭 김형 하나뿐이 아닐 테니까요.”
“아 참, 그렇군요. 난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데, 난 그 중에서 큰미자와 하루저녁 같이 잤는데 그 여자는 다음날 아침 일수로 물건을 파는 여자가 왔을 때 내게 빤쯔 하나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저금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 되들이 빈 술병에는 돈이 백십 원 들어있었습니다.”
“그건 얘기가 됩니다. 그 사실은 완전히 김형의 소유입니다.”
디테일은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한다. 자신만의 사실을 만들자.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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