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그녀, 페퍼,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인간. – 영화 가 가져다준 사유

her

“뭐야, 컴퓨터랑 연애한다는 거야?”
최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영화가 있으니, ‘그녀(her)’다. 위의 대사는 ‘그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께 한 마디로 영화를 설명하기 적합할 듯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테어도르는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가진 운영체제(아래 OS)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실체 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테어도르의 상황은 관객을 설득하는 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스토리는 영화 그 후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만약…”으로 시작되어 물음표로 끝나는 이야기다.

 

1. 테어도르의 직업: 편지작가
영화는 완벽한 인공지능 OS가 막 등장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테어도르는 ‘아름다운 손편지 닷컴’에서 일하는 편지작가다. 정말 손으로 쓴 것 같은 ‘비주얼’을 만드는 것은 기계의 일이고, 내용을 생각해내는 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에게 남은 것은 지능과 감성이었다.
19세기 방적기의 등장으로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자 노동자들은 ‘기계파괴운동’을 일으켰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필사적 저항이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개인들이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렇다면 사만다가 생산된 이 때, 사만다가 테어도르를 대체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인간은 어디까지 대체될 것인가?
2. 사만다의 존재방식: 목소리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있던 테어도르는 밤늦게 외로워져 익명의 상대와 에로틱한 통화를 한다. 상대는 테어도르와 교감 없이 홀로 흥분해버리고 테어도르는 통화 뒤 더 허무함을 느낀다.
이 장면은 후에 등장한 사만다와 테어도르의 교감 가득한 대화를 돋보이게 만든다.
사람다운 대화를 나누는 OS와의 관계가 인간적일까, 기계 같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가 인간적일까?
3. 페퍼: 공유하는 뇌
최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25년간 꿈꿔왔던’ 감성로봇 ‘페퍼’를 내놨다. 인간의 표정을 읽고 상황을 판단하며 그에 맞게 행동한다. 페퍼는 이백만 원 정도에 팔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구입할 가정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페퍼는 클라우드 형의 OS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각 가정 및 기관에서 활동할 수많은 페퍼들이 학습하고 경험한 지식과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퍼는 진화한다. 무서운 속도로 진화할 것이다.
페퍼가 조금 더 예쁜 몸을 가지게 된다면, 페퍼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4. The Most Human Human: 가장 인간적인 인간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이며 철학자이자 시인인 브라이언 크리스천은 <The Most Human Human(가장 인간적인 인간)>에서 “미래 인공지능의 진화방향은 궁극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라고 말했다.
최근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슈퍼컴퓨터 ‘유진’이 등장했다. 물론 아직 완벽히 인간으로 착각할 만큼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과 컴퓨터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평할 수 있겠다.
컴퓨터가 인간 같아지는 순간은 인간이 컴퓨터 같아지는 순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5. 인간이 선택할 길, 유일성: 인공지능과의 차별화.
결국 인간은 어떻게든 인공지능과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인간과 로봇, 인간과 컴퓨터, 인간과 OS를 구분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인공지능의 기본은 축적된 자료에 있다. 데이터를 집적해놓고 그것을 분석하여 가장 인간다운 반응을 내놓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이것이 극대화 되면 인공지능은 ‘평균적’ 인간과 똑같아질 것이다.
평균은 개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 점에 방점을 찍게 될 것이다. 나와 똑같은 다른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찾게 될 것이다.
페퍼는 클라우드 OS를 통해 똑같아진다. 나의 페퍼는 남의 페퍼와 같을 것이다. 그 점이 인간과 페퍼의 사랑을 막을 것이다.
<그녀>에서 사만다 광고에 등장하는 카피는 이렇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이 점이 페퍼와 사만다의 다른 점이었다. 유일한 나만의 OS라는 점이 테어도르와 사만다의 교감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사랑 역시 그렇다. 사랑은 ‘유일성’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은 어렸을 때 받았던 그 많은 관심과 사랑이 사라진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유일한 존재로서 인식되게 하는 단 한 사람과 교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상대가 ‘사랑’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사만다는 초반에 말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경험이야. 그래서 나는 매순간 진화해.”
테어도르와 사만다와의 사랑이 끝난 것은 그 ‘유일성’의 믿음이 배신당했기 때문이었다.
김정현

One Response to [미디어 리뷰] 그녀, 페퍼,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인간. – 영화 가 가져다준 사유

  1. Greg says:

    Way cool! Some extremely valid points! I appreciate you writing thiks post and the rest of the site is also very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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