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경주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실과 꿈이 헷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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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무덤과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묘한 곳이에요.”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죠.”

장률 감독의 이 세 마디에 <경주>가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 찾아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하는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경주>의 스토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덧붙이자면, <경주>는 여백이 많은 영화다. 관객 개개인마다 다른 <경주>를 보았을 것이다.

1. 사람: 최현의 삶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1

최현(박해일 분)은 교수다. 사람들은 현의 직업을 들으면 감탄한다. 현도 교수가 되기 전까지 교수라는 직업을 동경했을 것이다. 현은 그냥 교수인 것도 아니다. 동북아 정치학을 연구하는 베이징대 교수다. ‘이 분야의 석학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선택한 직업의 궁극을 맛본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은 극에서 고백한다.
제가 하는 학문이 사실똥 같습니다.”

동경했을 직업이 막상 되고나니 달랐던 것이다. 현 상황이 괴로운데, 이미 가장 좋은 상황이라 더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1-2 사람

최현은 북경에서 중국인 아내와 산다. 그런데 현이 한국에 와 윤희(신민아 분)와 여정(윤진서 분)을 만나는 내내 연락하지 않는다. 윤희 옆에서 현을 경계하는 영민이나 여정에게 계속해서 연락하는 남편과 대비된다. 극 마지막에 나오는 것처럼 현은 아내와 다툰 상황이었다.
친했던 형은 죽었다. 장례식에서 마주한 형의 영정사진은 7년 전 경주에서 현이 찍어준 사진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의 중심에 일과 사람이 있다. 일에서 만족을 얻지 못 할 때 살아가게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일 것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일과 사람에서 좌절을 맛보았을 때가 아닐까. 현은 이 둘이 결여된 상태에서 경주로 향했다.

2. 경주: 그림 두 점

2-1 춘화

현이 잊지 못해 경주까지 오게 했던 춘화는 과 연관이 있다. 갈대밭에서 두 남녀의 섹스는 삶을 의미한다. (아마 죽고 싶었던 것 같은 현이 경주를 찾은 이유도 궁극적으로 다시 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춘화는 벽지로 가려져 있었고, 영화 마지막 즈음 실제 갈대밭을 찾고서야 현은 경주에서 얻고자 했던 것을 찾았을 것이다.

2-2 봉작의 그림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윤희의 남편이 죽기 직전 걸어둔 시화의 구절이다.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춘화와 대척점에 있는 그림이다. 봉분을 앞마당에 두고 살고, ‘나는 죽으면 여기(봉분에) 들어가고 싶다고 주정을 하는 윤희의 집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남편은 경주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윤희도 (본인의) 죽음 뒤에도 물처럼 맑은 안정감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3. 꿈과 현실

경주에서 최현이 겪은 하루는 어디부터가 꿈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인지 모르게 진행된다. 어제 분명 만났던 점집 할아버지는 3년 전 죽었다고 하고 7년 전에 분명히 보았던 돌다리는 없다고 한다.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기억은 있으나 그 기억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증거는 없다.

3-1 사진 찍기

현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은 경주에서 만난 두 명의 여자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다가오는 여정의 모습을 굳이 찍는 식이다. 그런데 경주에서 만났던 두 명의 여인 모두 현의 카메라에 없다. 여정은 헤어지는 순간에 사진을 지워버렸고, 윤희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며 현이 사진을 찍으려 할 때 현의 뒤에 섰기 때문이다.

3-2 황차와 열반

고승들은 열반하는 날짜를 스스로 결정한대요. 그 때 정신적인 연을 속세와 끊어버린대요. 최 선생님은 이해하시죠? 최 선생님은 이해해주실거죠?”

현이 윤희의 찻집에 혼자 앉아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죽은 형의 젊은 아내가 나타나 말한다. 현은 공교롭게도 스님들이 좋아한다는, 게다가 스님이 만들어준 황차를 주문한 차였다.
젊은 형수의 말은 죽고 싶었던 혹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현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밖에도 <경주>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많은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사람 사는 동네의 상징이었던 폭주족들은 사고를 당하고, 여정의 노란색 원피스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고 있던 8살 꼬마 아이도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이 모든 게 꿈일지도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분위기는 침울하다거나 슬프지 않다.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은그 느낌을 전달받았다면 그것으로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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