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스트래티지 풍경]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공감, 즉 리스닝이다

*주: 지난주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가 발제자로 참여한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주최 안전보건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에이케이스와 더랩에이치는 올 봄부터 위기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관련 프로젝트들을 ‘퍼블릭 스트래티지’ 라는 이름으로 따로, 또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김호 대표의 발제를 비롯해 세미나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주요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1.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가 ‘사업장에서 재난 발생시 심리사회학적 접근의 ABC’라는 주제로 2014 안전보건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7월1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 관리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사내 직원 복지 담당자와 정신보건 관계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2. 첫 발제를 맡은 계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주언 교수는 ‘재난/트라우마 후 초기평가 및 개입의 원칙’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재난 직후 피해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심리치료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며 심리지원의 4T원칙을 소개했다. Talk(말걸기), Touch(곁에서 손잡아주기), Tears(같이 눈물 흘리기), Time(같이 시간 보내기)라는 네 가지 원칙 중에서 박 교수는 타임(Time), 즉 충분히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강조했다. 재난 초기 피해자들은 분노와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는 데, 기본적으로 곁에서 끝까지 들어주고 경우에 따라 다독이거나 같이 울어주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특히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인식하고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고 설명했다.

3. 두 번째 발제자였던 한양대 김대호 교수는 ‘재난/트라우마 후 후유증 예방의 심리사회학적 기법’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해 검증된 치료법은 없지만 기본 원칙과 방향은 있다”며 초기 개입의 5가지 기본 요소로 1) 안전감 Sense of Safety 2) 안정 Calming 3) 자기 및 지역사회의 효능감 Self-and collective efficiency 4) 연결성 connectedness 5) 희망 Hope 등을 소개했다.

4. 구리병원에서 트라우마 스트레스 센터를 운영중인 김 교수는 열차선로 자살로 인한 기관사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아무리 심리치료를 해도 수년간 증상이 심해지던 기관사들이 오히려 직장 복귀 후에 더 좋아진 경우가 있었다”며 “첫 번째 이유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해외에서 도입된 ‘직장 내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운행을 할 때 선배 기관사가 옆에 앉아서 계속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대화를 나눴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발생한 트라우마의 경우 전문적인 치료기관 보다 오히려 유대감과 동료의식을 활용한 직장 내 프로그램이 피해자들의 효능감과 연결성을 높여 치료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5.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재난/트라우마 후 내부 직원들을 위한 위기관리 서비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직장 내 ‘나쁜뉴스(Bad News)’와 같은 일종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표와 구성원들의 뇌는 편도체의 영향을 받아 반사적인(Reflexive) 반응을 한다”며 “그럴 때 의사결정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주변의 어떤 조언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뇌를 사색할 수 있는(Reflective) 상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Hoh Kim_KSOStress

그는 미국 보스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심리상담가이자 ‘Listening with Purpose’의 공저자인 패트리샤 지아노티(Patricia Gianotti) 박사의 말을 인용해 “뇌의 특성상 잘 들어주기만 해도 침착해진다”며 “듣기를 통해 안전하다고 느끼게끔 해줘야 한다. 안전하다고 느껴야 변화에 대한 생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6. 김 대표는 특히 회사나 사업장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듣기 위한 기법으로 1) 익스프레션 카드Expression Cards 2)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Lego Serious Play 3) 플레이백 씨어터 Playback Theatre 4) 어항 토론 Fishbowl Discussion 5) 물러서는 시간TOOT(Times Out Of Time) 6)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 Open Space Technology 등 여섯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7. 토론 세션에서 한림대 조정진 교수는 “재난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충동적인 감성을 이성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경청과 보상, 욕구 해소 등이 함께 지원이 되야 한다”며 “증오와 불신, 자괴감에 빠져있는 피해자들에게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도움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 부산광역시 재난심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인제대 배정이 교수로부터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배 교수는 “지역의 대형 사업장들에서 조차 직원에 대한 심리지원 활동에 대해 ‘그게 뭐가 필요하냐? 무슨 돈이 그렇게 드냐?’며 경제적 지원을 잘 안 해주려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결정권자인 CEO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트라우마나 심리적 불안감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좀 특이하다’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심지어 재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에 대한 심리지원 활동을 나갔을 때 조차도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괜찮다.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의 경우 제도적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72시간 이내에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게 되어있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문제가 있는 사람만 와서 받으라는 식이 아니라 신체검사에 심리상담 항목을 넣는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은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