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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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중에 알려질 만큼 이목을 끄는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항상 대중에 어필하는 연구 주제가 있습니다. ‘노력이 중요한가? 재능이 중요한가?’가 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라면 더 큰 관심을 받게 되겠죠.
지난 주 이슈가 된 기사 중 ‘노력보다 타고난 게 중요하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는 5년 전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던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연구는 언론의 구미도 당겼고 ‘노력하면 된다? … ’1만 시간의 법칙‘ 틀렸다’(기사 보기: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7/17/14859291.html?cloc=olink|article|default)라는 헤드라인을 내세운 기사가 작성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제 생각엔 많이 과장된 것 같습니다.

1. 1만 시간의 법칙

“재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회와 노력과 행운이 모두 필요하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물론 이 수치는 ‘왜 어떤 사람들은 연습을 통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못 한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1만 시간의 법칙은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재능이 있다는 전제 하에, 최고 중 최고를 만드는 것이 1만 시간에 달하는 노력이라는 점을 말했던 것이죠. 기사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의 뜻은 노력이 재능보다 중요하다 정도의 의미로만 쓰여 있습니다.

2. 이해하기 난감한 번역

기사에서는 음악, 체육 분야에서보다 ‘교육’ 분야에서 노력이 특히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음악, 스포츠 분야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인데 반해 교육 분야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교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집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학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혹은 학술 및 연구 분야라고 해석될 여지도, 혹은 어떤 청소년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중고등학교 학과공부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로 해석된다면 학생들의 박탈감은 치솟을 것입니다.

궁금해서 해당논문의 자료가 된 오픈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교육(education)’이 뜻하는 것은 체육 및 음악을 제외한 것들의 통칭이었습니다. 심리학, 경영학, 컴퓨터과학, 통계, 경제학 등이 모두 ‘교육’으로 분류된 것이죠.

‘교육’ 분야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체육 및 음악은 ‘교육’ 분야에 비해 지식의 축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김연아와 아마추어 피겨선수는 모두 피겨에 대한 동일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둘 간의 피겨는 다릅니다. 이 분야는 배워야 할 지식이 많지 않고 그 지식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교육 분야의 경우는 다릅니다. 기초경제학을 배워야 심화경제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단계별로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초반에 뒤떨어진 사람이 초반부터 탄탄히 기반을 닦은 사람을 능가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기사에는 이와 같은 설명이 없기 때문에 자라나는 꿈나무들은 (불필요하고 근거 없는!) 좌절감을 맛보게 될 수 있습니다.

3.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 논문을 발표한 학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노력은 단언컨대 중요합니다. 전문가가 되는 데 있어서 노력은 없어서는 안 될 필요요소입니다. 다만 그 중요성이 지금껏 과장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한 학자의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의 첫 단락은 ‘1만 시간의 법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성공한 1%의 사람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노력에 1만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4. 조사 방법의 불확실성

“당연히 그런 모든 케이스를 한 데 묶어서 통계를 뽑아낸다면 노력의 효용이 약화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에릭슨은 뉴욕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조사에는 ‘진짜로 전문가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와 ‘그냥 재미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섞여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프로축구선수의 케이스와 조기축구회의 케이스가 한꺼번에 파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축구선수의 노력 100시간과 조기축구회원의 연습 100시간은 단언컨대 똑같이 파악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은, 그리고 기사에서 말하는 뉘앙스는 프로축구선수의 ‘노력’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 노력과 재능이 전부는 아닙니다.

해당 논문은 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요소 중 재능과 노력 중 어느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 중 하나는 나이입니다. 언제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는지, 야구공을 던지기 시작했는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집안에서 두 개 언어를 사용하면, 언어적으로 뇌가 발달하기 시작할 때 두 가지 언어를 접하기 때문에 언어를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논문의 결과를 곧이곧대로 이해해서 노력의 효용이 20%에 불과하다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재능의 효용이 80%라는 뜻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김정현

참고: http://msutoday.msu.edu/news/2013/practice-makes-perfect-not-so-much/
http://www.salon.com/2014/07/15/is_malcolm_gladwell_wrong_scientists_debate_the_10000_hour_rule/
http://www.nytimes.com/2014/07/15/science/which-matters-more-talent-or-practice.html?_r=0
http://www.psychologicalscience.org/index.php/news/releases/becoming-an-expert-takes-more-than-practice.html
https://osf.io/vrqt4/
http://pss.sagepub.com/content/early/2014/06/30/0956797614535810.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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