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3] ‘눈물’이란 표현이 독자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을 만큼 슬픈데,
정작 주인공은 울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통곡해야 마땅한 상황임에도 울지 않는 모습이 더 슬픈 법이다.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슬프다.’, ‘울고 싶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이런 표현을 동원해야만 독자를 울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분위기를 차분하게 묘사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 기뻐하는 장면도 다르지 않다.
단순히 ‘그는 기뻐했다.’라고 하지 말고
분위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묘사해보자.
이런 서술은 어떨까?
“그는 평소와 달랐다. 눈에 생기가 돌았다. 공연히 히죽히죽 웃기도 했고, 옆의 친구를 그냥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주변 분위기만 잘 그려내도
주인공의 슬픔을 어느 정도 묘사할 수 있다.
다음의 글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직전, 사저의 분위기를 묘사한 것이다.

“4월 중순, 대통령의 사저는 생기를 잃어가면서 때로는 적막감마저 휘감고 돌았다. 그 안에 선 대통령은 유난히 머리가 희여 보였다. 사저를 둘러싸고 형형색색들의 꽃들이 피어나 울적한 대통령을 위로하려 했지만, 대통령의 시야에 드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대통령의 외로웠던 봄>, 2009년 5월)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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