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4] 하나의 장면을 한 꼭지의 글로 만드는 연습을 하자.

2005년 5월 중순,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순방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스탈린 시절에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살아온 힘겨운 세월과 고통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영빈관의 응접실에서 그는 고려인들을 맞이했다. 통역이 필요했다. 대부분 2세와 3세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주 고려인 1세에 해당하는 고령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그들 1세가 낯선 땅에서 겪어야 했던 고초와 고난의 시간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그가 갑자기 손에 든 말씀자료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해야 할 무슨 말을 찾으려는 듯이 보였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메모카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대통령. 그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메모카드를 적시었다. 눈치를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벌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인간 노무현의 눈물이었다.(<기록>에서 인용)

중앙아시아 이주 고려인들에 대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미안함의 감정이 충분히 그려졌다.
하나의 장면을 하나의 글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뒤의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취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짧은 시간이 갖는 의미를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말이나 동작이 아닌 분위기도 세밀하게 묘사하면 더 좋다.
그래야 주인공의 짧은 언행이 부각되고
독자의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
다음의 사례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대통령에게 자연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바로 그 속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휴가중인 대통령의 모습과 마주치자 각양각색의 표현으로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일정이 예정된 곳이나, 갑작스레 모습을 보인 길거리에서나 반가움의 반응들은 한결같았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를 높이 드는 사람, 대통령의 출현 소식을 친구에게 전하러 뛰어가는 사람, 사인받을 종이와 펜을 찾으러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 어떤 작은 마을에서는 주민 전부가 나와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무더운 뙤약볕의 강릉 선교장에서도, 굵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내리는 영월의 청령포에서도, 사람들은 퇴임한 대통령의 친구 같은 출현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스럼없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의 소탈한 당당함, 그리고 이제는 전직 대통령을 거리낌 없이 이웃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빚어낸 아름다운 장면들입니다.(봉하일기, <대통령의 여름휴가(2008. 8.4)>에서 인용)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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