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 ‘언노운노운’리뷰上]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몰랐던 것, ’언노운노운’이 초래할 비극의 크기

20140919

 

“우리가 아는 것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Known knowns)
둘째,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Known unknowns)
셋째,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Unknown unknowns)
그리고 또 하나, 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있죠. (Unknown knowns)
다시 말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몰랐던 것입니다.“

 

럼스펠드(전 미국 국방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극우파의 수장 격이었다. 그가 기록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최근 EIDF(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IS를 향한 전쟁이 일어나려고 하는 이 때, ‘언노운노운’이 초래한 비극의 크기를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1. 미국의 전쟁은 곧 세계의 전쟁이 된다.

미국의 전쟁은 곧 세계의 전쟁이 된다. 미국이 각국에 지원군을 요청할 것이고,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상당수는 그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바로 그 세계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전쟁을 그렇게 끝내고 싶어 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IS가 미국인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배포하면서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 됐다.

비슷한 일이 지난 2001년에도 있었다. 9.11테러 당시 미국은 격분했고 세계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알카에다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결정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전쟁은 이라크로 번졌다.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럼스펠드였다.

2. 럼스펠드, 모든 것을 기록한 사람

그는 다큐에서 말한다.

“나만큼 많은 메모를 쓰는 공인이 앞으로도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난 중요한 것을 기록하는 게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일기나 일지가 아니라 거의 다 공식적인 문서였어요. 국방부에 있던 마지막 6년 동안 2만 장을 썼다고 하니, 전부 수백만 장은 되겠죠.”

럼스펠드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당시 느낀 것을 그 당시의 생각과 심정으로 썼다. 적어도 그 당시에 그 기록에 적힌 생각들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아니, 진실이라고 진심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은 시간이 지나며 빛이 바랬다. 럼스펠드조차 왜곡된 기억을 갖게 됐다.

3. 이라크에 대해 그가 기억하는 것: 현재시점

다큐에서 그는 말한다.

“내가 이라크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것은 4성장군에게 이런 말을 들을까봐였죠.
‘장관님, 큰일 났습니다. 현재 매일 이라크의 북부와 남부지역으로 보내는 영국군과 저의군의 정찰기가 격추당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든 다음 달이든 내년이든, 언제든지 우리 비행기가 추격당해 조종자가 군인들이 죽거나 포로가 될지 모릅니다.
고민이 되죠. 우리는 대체 무엇 때문에 전투기를 보내나? 그 정도로 잃어도 될 만큼 우리나라가 얻는 게 뭔가?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대통령의 관심을 촉구해봐야겠군. 우리 정찰기가 총격을 받고 있고 지금까지 이라크에 관한 다른 정책이 없으니, 다른 길도 생각해보라고 권유해봐야겠어.”

그는 후세인이 있는 이라크와 전쟁하는 것에 대해 방어적으로 생각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대답도 한다.

다큐감독: 빈 라덴이 도주하며 혼란이 일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911사태에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죠.

럼스펠드: 아니에요(I don’t think so).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9.11사태를 계획한 것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간의 알카에다였어요. 미국 국민들은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큐감독: 2003,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접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9%나 됩니다.

럼스펠드: 내 기억으로는 부시 행정부에서 그런 말이 나온 적은 없었고 아무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4.  기억은 틀렸다.

럼스펠트가 이라크와의 전쟁을 결정할 당시 했던 발언은 그의 현재 생각과 달랐다. 그는 10년 전(2003.02)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자: 장관님 오늘 사담 후세인이 방송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는데요, “진실은 하나다. 이라크에는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가 없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우리는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힌다.”

럼스펠드: 링컨이 난쟁이었다고는 안 하던가요?

기자: 사담 후세인의 오늘 발언에 대해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럼스펠드: (썩은 미소 두 번 짓는다) 제가, 그런 말에 뭐라고 하겠습니까? 늘 반복되는 일인데요. 유명한 거짓말쟁이가 또 입을 열었는데 그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잊은 게 있죠. 그건 바로, 그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5. 럼스펠드는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다큐가 제작된 2013년과, 이라크와 전쟁을 결정하려 하던 2003년에 모두 진실을 말했다. 아니, 진실이라고 생각한 것을 말했다.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닌 것이다. 단지 그가 아는 진실이 ‘언노운노운’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고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여전히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다른 전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전쟁에 한국 역시 협조할 것이다.

물론 이라크의 9.11테러 관련성과 IS의 미국인참수 관련성을 비교할 수는 없다. 이라크의 관련성은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반면 IS의 참수는 명확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노운노운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이 아닐까.

김정현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