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 ‘언노운노운’리뷰下] 언노운-언노운(Unknown unknowns)에 대해 –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

RUMSFELD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명제가 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대우도 참일 것이다.
그러니까, ‘모르면, 안 보인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 즉, 보이지 않으면 내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기 십상이다(언노운-언노운). 대형참사는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대표적 사례로, 9.11 참사가 있다. 그들은 9.11 테러를 예방하지 못 한 원인으로 다음을 들었다.

‘상상력의 부재’
그런데 내가 모르는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일까? 대체 어디까지 상상해야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번 글은 ‘언노운노운’에서 럼스펠트가 언급한 ‘언노운-언노운’에 대한 이야기다.

1. 우리가 안다는 것.

“우리가 아는 것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Known knowns)
둘째,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Known unknowns)
셋째,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Unknown unknowns)
그리고 또 하나, 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있죠. (Unknown knowns)
다시 말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몰랐던 것입니다.“

럼스펠드가 즐겨 쓰던 말이다.
그는 9.11 테러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다.

2.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

<언노운노운>에서 럼스펠드는 말했다.

“국방부 장관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무엇이 가장 걱정되십니까?’

난 이렇게 대답했어요. ‘정보입니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해 놀라서 허둥거리게 되면 위험하니까요.“

세계최고의 정보기관을 가진 나라의 국방부장관이 매일 밤 ‘정보’에 대해 걱정했다. 정보는 ‘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Known knowns)’의 영역에 있다.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아직 모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Unknown unknowns). 그는 모르는 것이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했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상상하려 했다.

3. 진주만 공습, 그리고 상상에 실패한다는 것.

그는 진주만 공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략)… 세 번째로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 건 상상하는 것 말고는 달리 어쩔 방법이 없어요.

진주만 공습이 바로 상상에 실패한 결과죠. 그들이 그런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겁니다.
암호해독전문가들도 있었고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그 일요일 아침, 항공모함이 하와이 근처까지 와서 폭격기를 띄우고 우리 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죠.”

그렇다면 상상에 실패한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럼스펠드는 이렇게 말했다.

“훨씬 더 확실해 보이는 다른 가능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엉뚱한 토끼를 쫓아다닌 거죠.
다른 데 치중하느라 그 단 한 가지의 가능성을 상상조차 못 했던 겁니다.”

럼스펠드의 말이 정확하다면, 상상력의 부재에 대해 질타할 수 있을까?
한정되어 있는 자원 하에서, 훨씬 더 확실해 보이는 다른 가능성들을 예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는 않을까? 아니, 모든 상황을 상상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4.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

럼스펠드는 2001년 7월 23일, 이런 기록을 남겼다.

<제목: 진주만 사후분석>
곧 청문회에서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이 유감이란 말을 하게 될 겁니다.
현대판 진주만 사후 분석 같은 그 자리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따지게 되겠죠. 그런 고통을 다시 겪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마치 9.11테러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한 기록이다.
9.11테러가 있기 불과 한 달여 전에 썼다. 그는 충분히 언노운-언노운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이 문서는) 9.11사건이 있기 한 달 정도 전에 쓴 거에요. 물론 그런 얘기는 아닙니다.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선견지명이 있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우려가 되는 과거의 역사를 충분히 돌이켜봤다는 겁니다.”

진주만 공습의 원인으로 ‘상상력의 부재’가 거론됐었다.
9.11 테러의 원인으로도 ‘상상력의 부재’가 거론됐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벌어질 테러는 막을 수 있을까?

5. 놀라운 사건의 연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노운노운> 감독은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911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돌아기켜보면 정말 놀라운 사건이잖습니까?”

럼스펠드는 대답한다.
“돌이켜봤을 때 놀랍지 않은 일이 있나요?”

그의 말이 맞다.
돌이켜봤을 때 놀랍지 않은 없다.
‘그러면 우리 어차피 놀라운 사건의 연속인 세상이니, 그냥 준비하지 말자.’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상상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징조는 있게 마련이다.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에도 여러 번의 징조가 있었다. ‘착륙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비행기조종 훈련생이 목격됐다. 정보기관끼리는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았다.

언노운-언노운을 노운-언노운으로, 더 나아가서는 노운-노운으로 바꿔내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을까.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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