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고객을 王대접 말라… 이케아의 깊은 뜻

“사전(辭典)을 만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묻는 CEO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마침 사무실 벽에 그 기업의 가치를 멋지게 표현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장님, 신뢰라는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라고 묻는다. “그거야 서로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죠….”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신뢰가 잘 드러난 최근 경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뢰 증진을 위해 사내에서 실제로 노력하고 계신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묻게 되면 CEO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께서도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직원들은 벽에 붙은 구호를 보면서 회사가 말하는 신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직원은 ‘회사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좋아하나 보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말에 비로소 CEO는 고개를 끄덕인다.

CEO는 한 기업을 ‘정의’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구두쇠 영감’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케아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단순한 구두쇠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비용 절감이라는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경영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최고의 디자인은 소용이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최고 디자이너의 정의를 “1000달러짜리 책상이 아니라 50달러짜리 품질 좋은 책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바꾸어 놓는다.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도 그는 남다른 정의를 내린다.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결국 그 비용은 고객도 공동 부담하게 된다며 고객을 왕으로 떠받들지 않을 것이고,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1973년에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장’이라는 책과 1996년 ‘작은 이케아 사전(A Little IKEA Dictionary)’을 발표한다.

캄프라드는 사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IKEA는 많은 단어나 문구에 고유한 의미를 붙여왔다. 외부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들이다. 이렇게 하면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공유하는 가치에 관련한 위험 발생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외부인과 새로운 직원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가치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작은 사전이 그러한 오해를 막아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이케아 매장.
▲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이케아 매장. 이케아는 ‘이케아 사전’을 만들어 경영 철학과 비전에 대한 정의를 명료하게 사내에 전파해오고 있다. / 이케아 제공

이케아 사전에는 18개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다르게 일하는 것’의 정의를 살펴보자.

“(…)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때는,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효율성을 증진시키거나 비용을 절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냥 다르게 생각하는 것 자체로 끝나버리고 만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자신 스스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왜?’ ‘왜 안 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다르게 일하는 것은 이케아의 성공 뒤에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들 뒤에 숨어 있는 생각들이다. 몇 가지 예를 보자. 다른 가구 유통업자들이 제조업자들의 디자인을 팔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가구 유통업자들이 시내 중심에 매장을 열 때 우리는 시내 밖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 다른 이들이 완성된 가구를 팔 때 우리는 고객들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도록 했다. (…) 우리에겐 이런 말이 있다. 오로지 잠자는 사람만이 실수하지 않는다….”

이케아 사전을 보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관료주의’에 대한 정의는 이렇게 돼 있다.

“15명 이상의 직원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가? 읽지도 않는 일일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는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화할 시간이 없었던 날들이 있는가? 이 질문 중 한 가지라도 ‘예스’라면 당신은 관료제 문제의 일부가 된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가장 선행해야 하는 것은 ‘정의하기’ 작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문서화돼야 한다. 현대카드는 2012년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이라는 부제가 붙은 경험 사전 ‘PRIDE’를 내놓았다. 혁신적 기업 문화를 모호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문이 풍부한 사전이 단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듯,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구체적 사례를 기반으로 한 사전이 필요하다. 기업의 비전과 가치가 액자 속에 머물지 않고, 업무 현장에서 실현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김호,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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