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6] 가정과 전제를 남발하지 말자, 주장이 불투명해진다.

강력한 주장을 제기하는 글은 맺고 끊음이 분명할 필요가 있다.
“…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하다.”
이렇게 자락을 깔아놓으면 주장의 힘이 떨어진다.
당연히 설득력도 줄어든다.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이것이 백번 옳다.”
“…의 도움이 전제가 될 때,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인 글을 위해서는 가정과 전제가 필요하다.
반론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자락을 깔아놓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주 남발되면 주장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전제나 단서들을 과감히 쳐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반론이 제기되면 그때 설명해도 늦지 않다.

다큐멘터리나 리포트 형식의 글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형식의 글에서도 물론 전제나 가정은 필요 없다.
다만 강력한 주장보다는 여지를 남겨놓는 게 필요하다.
다음은 노대통령 재임 중 국정일기인
<옳은 길이라면 주저 없이 간다>의 마무리 대목이다.

외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 대통령은 세련된 외교보다는 솔직한 외교를 추구했다. 아쉬운 것은 아쉽다고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달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의 한·미 정상회담이 보여주듯, 필요하다면 3시간의 회담을 위해 30시간에 달하는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제무대에서 선 대통령은 그 솔직함에 깊은 인상을 받은 외국의 지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그것은 ‘세련된 매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직은 언제나 최선의 정책’이었다.
2002년 여름 대통령선거전이 뜨거워지던 어느 날, 이회창 후보에게 뜻밖의 악재가 생겼다. ‘특권층의 대변자’로 공격받던 이 후보에게 누군가가 ‘옥탑방’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 후보가 그 뜻을 모르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 당연히 노무현 후보 진영은 이 뜻밖의 호재를 활용할 공세를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더욱 뜻밖의 일이 벌어진 것은 그 다음 날. 이번에는 노무현 후보 자신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언급을 했던 것.
“저도 사실 옥탑방이란 말은 몰랐습니다.”

글의 끝을 대통령선거 당시 노 후보의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다시 후보의 언급을 부연해서 설명하는 글을 덧붙이면
결국은 주장하는 글이 된다.
그러면 글 전체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흔들린다.
그냥 이 말로 그냥 마무리를 지은 다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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