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다음카카오의 위기대응이 꼬인 이유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erything).”

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면서 제시한 비전이다.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와 연결될 뿐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한국 정치와 여론, 정책에 어떻게 연결해야할지 몰라 곤경을 겪고 있다. 주변에서 계속 ‘사용자 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위험을 환기시켰지만 준비하지도 않았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응전략도 서툴렀다.

기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중대 위기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상세하게 하라”고 권고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에볼라에 대한 최고 치료제는 긴급한 대응이다. 지금보다 스무배의 자원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다음카카오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것일까.

미흡한 준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07년 11월 복귀를 결심한다. 몇 주 동안 준비 작업 후 “모든 사람에게 내 복귀를 확실하게 전달할 방법이 필요해요”라고 당부한다.

슐츠는 복귀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이 시작하도록 설계도를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치밀한 소통 계획을 세웠다. 스타벅스 경영진과 이사회, 파트너, 주주, 애널리스트, 언론, 직원, 고객 등을 총망라한 계획이었다. 2008년 1월 7일 월요일 아침 9시 5분 스타벅스 최고 관리자들이 극비 회의에 모여 향후 48시간 동안 역할 분담을 담은 문서를 받고 복귀 대작전에 들어갔다. 12시 45분 회사 간부 대상 연설, 오후 1시 30분 협력회사 질의·응답 모임, 오후 2시 30분 금융 분석가들과 전화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적으로 활용, 슐츠는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복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달 넘게 준비한 슐츠와 달리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기본적 준비도 없이 이슈에 끌려다니고 있다. 9월 18일 검찰이 “인터넷 허위 사실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카카오톡 사찰 논란은 별 이슈가 아니었다. 대책과 입장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2주 뒤인 10월 1일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매체에서 “카카오톡이 검찰에 이용자 대화 내용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고, 회견장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석우 대표는 ‘정보통신망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법률과 원론 속에서 모호하게 대답했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만 했을 뿐 어떤 설명이나 대책도 없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하는 첫날(DAY 1)의 의미를 슐츠는 알았고, 다음카카오는 몰랐다.

전략 부재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협조를 해야 한다”(이석우 대표). “대화 내용 자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법률에서 정하는 개인 정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다음카카오).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 집행 방해를 하라는 건지?” (전 다음카카오 법률대리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난해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변호사 출신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와 회사 법률대리인 발언은 법적으로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잘못됐다. 법률의 논리로 여론에 대응하는 것은 위기관리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흔한 실수다. 사용자들은 다음카카오가 법률을 어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적 대화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고 법적인 잣대로 반응할 때, 여론은 우려에서 적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악화된다.

게다가 다음카카오는 정부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자신들을 전략적으로 분리시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10월 13일에는 갑자기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며 실정법 위반이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지금까지와는 정반대 발언을 꺼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 설명도 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켰다.

미숙한 자세와 태도

다음카카오는 “오해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들의 소통은 일방향 통보이며, 고객을 가르치려 한다. ‘외양간 고치기 프로젝트’라는 사후 대책 이름 자체가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럽다. 위기상황에서 고객과 공감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평판 관리의 네 가지 요소를 다음카카오 사례에 적용해보면 ‘공감(empathy)’은 “법률을 따르라”가 돼버렸고, 검열을 우려하는 고객의 공포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투명성(transparency)’은 “먼저 말하지 않는다”로 바뀌고,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기 바빴다. ‘전문성(expertise)’에서는 “서버 암호화는 잘 모르겠다”로 치환되면서 기술 기반 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지경이 됐다. ‘책임감(commitment)’의 가치는 “김범수 의장과 상의하고 있다”로 대체하는 데다 이 최종 책임자는 결국 등장하지도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비전처럼 모든 것은 연결된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연결’과 ‘안전한 연결’을 동시에 원하고 있다.

김호,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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