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커뮤니케이션] 스웨덴님이 리트윗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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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웨덴 큐레이터는 누구에게든 열려있습니다.

2011년 12월 10일부터 스웨덴 정부에서는 ‘스웨덴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에게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스웨덴 큐레이터에 추천된 시민은 일주일 간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일상은 어떤지 등 매우 소소한 것들을 트윗한다. 정부라는 공적이고 관료제적 조직체에서 이토록 사적이고 말랑한, 또는 통제 불가능한 트윗 계정을 조직 밖의 시민에게 개방한 것은 일견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말한다. “스웨덴은 큐레이터를 통해 전통 미디어를 통해 얻어진 스웨덴 이미지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2.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냉장고다?

정부가 말하는 ‘큐레이터를 통해 얻게 되는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2주 전, 큐레이터가 스톡홀름 점심시간이라는 트윗과 함께 스웨덴 음식재료가 가득한 냉장고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자 전세계적으로 바바리맨마냥 사람들이 자신의 냉장고를 홀랑 열어 ‘재끼는’ 사진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한 유쾌한 큐레이터를 통해 전세계인이 남의 냉장고 안을 관음하고 자신도 무엇을 먹고 사는지 노출하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맥주와 메이플 시럽이 있는 냉장고가 열렸다. 간장 통이 있는 일본 냉장고도 공개됐고, 생수랑 맥주 밖에 없는 안타까운 영국인의 냉장고 역시 열렸다. 술이 없는 냉장고는 아직까지 못 봤다.

3. ‘나’가 말하는 스웨덴

이는 단순한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시민의 목소리가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을 시민에게 넘겨준 스웨덴 정부의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국가’ 혹은 ‘애국심’과 같은 추상적인 담론들보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생활과 그들의 가치관들이 스웨덴을 각인시키는 데에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곧 스웨덴은 1인칭 ‘나’다. 정부의 미디어는 나의 냉장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스웨덴의 삶이 그 안에 있다. 공식 내용을 딱딱하게 전달하거나 커피쿠폰 따먹기 이벤트만 하는 우리 정부의 소셜미디어가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4. 새로운 스웨덴의 윤곽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마치 회화에서 점묘법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색깔을 팔레트에서 모두 섞어 하나의 선으로 전체를 표현했던 미술 사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점들의 모임으로 전체를 표현하려는 신인상주의자들의 고집을 보는 듯하다. 스웨덴은 선진적인 복지 시스템과 훌륭한 조합주의 전통의 나라라는 하나의 커다란 선 보다도 오늘 직장에 새 고객이 와서 신난다는 트윗을 날리고 점심시간 자신의 냉장고를 보여주는 점 같은 시민들의 합을 통해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윤곽선을 그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웨덴 안으로는 국가와 시민 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밖으로는 그들이 말했듯이 새로운 스웨덴의 이미지를 창조해 줄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다. 참고해 볼 만한 방식이다.

임서연(피크15커뮤니케이션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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