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후쿠오카 워크샵을 다녀와서

*주: 피크15와 에이케이스는 봄 워크샵으로 2박 3일간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습니다. 이 후기는 에이케이스의 신입사원인 제가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쓴 것입니다. 회사에서 후쿠오카로 2박 3일 워크샵을 다녀왔다. 입사 후 처음 가는 워크샵이라 긴장할 법도 한데 대표님이 그냥 놀러 갔다 오는 거라고 하셔서 몸과 구글맵과 와이브로에그만 가지고 일본으로 떠났다. 모두 함께 하는 일정은 첫 날에만 있었는데,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와 츠타야 서점, 그리고 애플스토어를 갔다. 미츠코시 백화점에 간 이유는 대표님이 가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대표님은 업무 일정 때문에 둘 째날 합류하셨다). 신세계 백화점이 미츠코시를 벤치마킹 했다고 들었다. 신세계 지하에 온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음식과 디저트를 파는 매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앉아서 먹을 곳이 없었다.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있었지만, 열 명이 앉아서 먹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나왔다. 그리고 근처 빌딩 지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난생처음 국물이 있는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대충 왜 일본 백화점 지하에 푸드코트가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일본인들은 굉장히 밥을 천천히 먹는다. 내 함박스테이크가 훨씬 늦게 나왔는데, 옆 테이블에 새우튀김을 시킨 사람보다 훨씬 빨리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옆 사람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힐끗 봤는데, 새우튀김을 한입 씹어 삼키고, 샐러드를 조금 먹고, 장아찌를 먹고, 된장국을 마셨다. 커다란 튀김 서너 개를 먹는 데에 삼십 분은 족히 넘게 걸릴 것 같았다. 그 사람만 그렇게 일련의 정돈된 과정을 거쳐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단계적으로 밥을 먹었다. 밥그릇 안의 밥이 새하얀 이유는 한 입 먹은 반찬을 제자리에 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회전율이 빨라야 하는 푸드코트는 무리였다. 아무튼, 미츠코시를 뒤로 하고 먹은 함박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야 후쿠오카의 함박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다. IMG_6156 배를 채우고 간 곳은 츠타야 서점이었다. 츠타야는 교보문고 같은 일본의 체인 서점인데, 스타벅스와 함께 운영되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한국에서도 한창 새로운 형태의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는 와중에 일본의 서점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문제는 믿고 믿었던 구글맵이 우리를 엉뚱한 츠타야로 안내했다. 그래서 교보문고와 아무 차이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뭔가 많이 샀다. 일본에서는 무민이 유행하고 있어서 무민 관련 상품이 많았다. 무민(무민은 핀란드의 트롤을 원형으로 하는 캐릭터이다) 문진을 사서 매우 흡족했지만, 스타벅스가 없어서 의아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 들어가 휴식을 취하다, 우리가 가려던 츠타야가 여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 찾고 있던 츠타야로 갔다. IMG_6158 과연 서점 1층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방금 커피를 실컷 마셨지만, 입구부터 커피향이 나서 첫인상이 아주 좋았다. 한쪽에 쌓여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잡지를 보고 더 기분이 좋아졌다. 2,3층에 책과 문구류가 있고 4,5층에는 시디, 만화책, 디비디 등을 빌려주는 렌탈샵이 있었다. 책이 있는 층에는 북카페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책상이 있어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보통 한국의 대형서점은 카페가 서점과 분리되어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는 의자만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게 대부분이라 신기한 풍경이었다. 학교도서관에도 흘릴 수 있는 음료는(모든 음료는 흘릴 수 있지만, 용기에 따라 반입여부가 달라진다. 밀폐뚜껑이 없는 건 당연히 아웃이다) 못 가지고 들어가는데, 판매용 책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남의 서점 걱정이 잠시 들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만큼 읽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끌시끌한 광화문 교보와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다. 도서관과 다른 점이 뭔지 생각해봤는데, 시내 중심가에 있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물론 책을 살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른 일정 사이에서 좀더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 공짜로든, 책을 사든. 시디나 디비디를 빌릴 수도 있으니, 퇴근 후 잠깐 들렸다 가기에 적당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본어를 못하니까 책은 안 읽고 또 문구를 잔뜩 샀다(여기서 동생 필통을 샀는데, 귀국하고 싸워서 내가 가졌다). 1510637_10152887567464397_3860570241765758884_n11117262_10152887567734397_3838180419240115987_n 맞은편 애플스토어에 갔다. 한국에는 정식 애플스토어가 없어서 한 번 가본 건데, 들어가자마자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 스무 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직원들이 고객을 한 명씩 마크하고 있었다. 사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어를 못하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런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냐면, 백발 할아버지에게 맥북을 들고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맥을 쓰는 것도 신기했고, 직접 컴퓨터를 보면서 교육해주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맥이 우리나라보다 약 10%는 저렴했다. 하지만 난 돈이 없으니까 용기를 내서 아이워치가 있는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재은선배를 통해 물어봤다. 또 다른 파란색 직원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자신도 구경을 못했다고 내가 하나 사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설명해주었다. 22605_10152887562084397_6339984634581488033_n 두 번째 날부터는 개인 일정이 대부분이어서 아쉽게도 내가 보고 온 해달에 대해 자랑할 수가 없다. 대표님은 거듭 놀러 가는 거라고 하셨지만, 글을 쓰라고 한 데에는 의미를 어떻게든 찾으라는 암시가 있었기에 워크샵에 대한 총평을 해야 한다. 해달 이제 일본에 가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은(대표님이 연재하시는 글의 코너 이름이다), 그들의 신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방식이다. 현재 일본은 장기불황 속에 있으며, 한국보다 한 발 앞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둥근고딕과 각진고딕으로 이루어진 건조한 간판들은 불황을 보여주는 듯 했고(이것은 디자이너님의 발견) 버스를 타고 내리는 백발의 노인들을 자주 마주쳤다.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을 보고, 만화책을 빌리고, 커피를 마셨고, 버스는 신호에 걸릴 때마다 시동을 껐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중년을 훨씬 넘긴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맥을 쓰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불황과 고령화는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문제에 멈추거나,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을 안고 여전히 그럭저럭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유로운 ‘단계적 식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내가 한 새로운 발견이다. 다음에 후쿠오카에 가면 그때 먹은 함박스테이크를 꼭 다시 먹을 거다.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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