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포인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체적인 소스로 전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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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든 미담(美談)에 감동하지 않는다. 기관의 대표들이 악수하는 사회공헌 협약식, 관계자들이 병풍처럼 일렬로 서있는 후원금 전달식은 좋은 일이지만 감동적이지 않다. 우리는 아름다운(?) 정보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작지만 구체적인 이야기 하나다. 요근래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경찰의 미담들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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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경찰수첩 사용법>으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담긴 경찰수첩 사진이 첨부되었다. 경찰로고가 새겨진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는 교통사고가 났던 청각장애인과 어느 경찰관의 필담(筆談)이 담겨 있다. (수첩에 적힌 전문을 옮긴다.)
(1) 보험 접수 제가 해드께요. 놀랬죠. (2) 사고처리는 안하고 보험처리만 하면 됩니다. (3) 알았어요. (4) 아픈데 있으면 치료하고 차량은 수리하세요. (5) 보험접수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온데요. (6) 보험 접수했으니까. 보험회사에 차량은 수리해줄겁니다. (7) 보험회사 직원오면 제가 설명드릴께요. (8) (개인정보라 지워져있음) (9) 보험처리 해준데요. (10) 보험처리 불만족있으면 파출소 연락주세요. 사고처리 해드릴께요. (11) 예 알았어요.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1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2

 

오타가 눈에 들어온다. 리얼하다. 글로 대화하는 현장의 모습도 그려진다. 청각장애인의 상황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경찰관의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응한다. 1,1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로 “당신이 진정 민중의 지팡이다.” “나도 청각장애인입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등 격려와 감동을 표현하다. 언론에 <‘교통사고’ 청각장애인, 경찰관의 ‘수첩 대화’에 눈물 글썽/한겨레4.28> 기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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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부산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에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편지”를 찍은 사진을 실었다. 순찰 돌던 어느 경찰관이 발견하고 올린 것인데, 노란색 바탕의 도화지에 꾹꾹 눌러쓴 검은색 글씨의 편지글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느 할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SNS상에서 화제가 되어 언론에서 기사화했으며 주인공인 할머니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문맹이었던 할머니가 글자를 배워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쓴 첫 편지라는 아름다운 스토리는 노란색 도화지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미담이 되었다.

어느 할머니의 "먼저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

어느 할머니의 “먼저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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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경찰청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쓴 여학생 앞에 어느 여경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따돌림으로 힘겨워 하던 어느 여학생이 자살을 결심하고 마포대교를 찾았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경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위로하는 장면이다. “무슨 일이 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짧은 쿼터는 마치 그 옆에서 있는 것처럼 느낌을 갖게 한다. 여학생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사전에 당사자 허락을 받지 않고 올려 학생 부모님 요청으로 사진이 내려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수백마디의 글보다 사진 한 장의 뭉클한 감동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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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수첩, 할머니의 편지, 여경과 여학생 사진 한 장에는 작지만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노란색 도화지와 수첩 그리고 사진 한장에서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전파한다.

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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