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Big Data가 난무하는 미국선거를 꿈꾼다고? Campaign Plan부터 쓰세요. – American University의 Campaign Management Institute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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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American University에서 운영하는 Campaign Management Institute(이하 CMI)에 지원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몇몇 선거 캠프에서 일해 봤지만 선거 캠페인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 기관도 교육 서비스도 접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미국의 선거와 캠페인에 대해 배울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CMI는 지난 30년간 캠페인 매니저를 지망하는 미국의 대학(원)생들에게 집약적이고 실무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2주간의 코스로 진행되는 수업은 일반인 수강생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선거 관련 업무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입문과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2.

American University가 위치한 곳은 정치의 도시 워싱턴 D.C. 이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내려서 부터의 첫 인상은 워싱턴이라는 도시가 주는 집중력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IT 벤처의 요람이고, 뉴욕이 세계 금융의 메카인 것처럼, 워싱턴은 정치에 관한 고도로 밀집되고 집중된 특징이 강렬했다. 멀리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의회 건물과 웅장한 행정부 빌딩들, 도로 양편으로 늘어선 수많은 각국의 대사관들과 펄럭이는 국기들은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2년마다 실시하는 하원 선거와 1/3씩 분할하여 실시하는 상원 선거, 4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 그 밖의 지자체 선거와 수많은 선출직 공무원 선거가 있어 캠페이너들에게는 선거업무가 끊이지 않는 꿈의 도시 워싱턴이다. 주요 선거 컨설팅 회사와 관련 서비스 회사 또한 대부분 워싱턴에 주소를 두고 있다. 워싱턴에 위치한 American University가 정치 캠페인 매니저 전문 양성과정을 운영중이라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3.

숨가쁘게 진행된 CMI의 수업들은 철저히 실무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학부생들을 위한 여름학기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교재를 지정하거나, 이론을 설명하는 강의는 들을 수 없었다. 매일 3~4개의 강의로 이루어진 수업구성은 매 강의마다 캠페인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가 자신이 속한 산업의 흐름과 자신의 일에 대한 소개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CMI의 강점이라면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강사 선택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초빙능력이었다. 워싱턴에 정치 컨설턴트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Cook Political Report의 Charlie Cook이나, 전 클린턴 보좌관 출신인 Guy Cecil와 같은 선거 컨설팅 업계의 워너비 뿐 아니라 선거 메일 발송 전문가,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 심지어는 선거 광고의 더빙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살아있는 미국 캠페인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4.

여기서 오바마 선거 이후 심화된 나의 판타지를 고백하자면 SNS와 네트워킹 전략, 빅데이터 활용과 같이 하이 테크놀로지에 매료돼 차원이 다른(?) 미국 선거를 동경하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빅데이터 전략이나 아무도 모르는 SNS 테크닉 같은 비법을 전수받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수업 첫 시간에 나에게 떨어진 것은 마지막 수업까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캠페인 플랜을 짜서 제출하라는 팀워크 과제였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캠페인 플랜이라니, 나로서는 아연실색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 계획안은 지역 유권자 현황과 전체 선거 전략 뿐 아니라 캠프 스탭 구성과 급료 책정, 월별 캠페인 비용 지출 계획, 지역별/매체별 광고 편성 계획, 후원금 모집 계획 등 빅데이터나 SNS와 상관없는 지극히 실무적인 계획으로만 채워져야 했다. 어찌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내용이었지만 캠페인 매니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연결과 협조를 이끌어 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판단력을 바탕으로 전체 캠페인 플랜을 온전히 쓸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어야 전문 컨설턴트들과 함께 빅데이터 전략을 논하고 SNS 트렌드에 관해 디지털 디렉터와의 협의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내일 당장 일각고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제임스 메시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캠페인의 기본적인 구조를 충실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적 힘을 이끌어 낼 줄 아는 것이었다.

5.

내년이면 한국도 총선이다. 전국 246개의 지역구마다 최소 2명 이상의 후보자가 나와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면 수백, 수천명의 후보들과 수 만명의 팀장, 스탭 혹은 자원봉사자이 캠페인활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의 캠페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함부로 그렇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산업의 규모를 고려해봤을 때 이제는 캠페인이 좀 더 전문적인 인력들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특히,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예비 출마자와 전문 스탭이라면 수억원의 선거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수십명의 동료들과 협업해야 하는 선거 캠페인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한 계획안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이번 American University의 CMI 참가는 본사의 해외교육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2014년 하버드 케네드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Leadership in crisis를 시작으로 노스웨스턴대 캘로그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crsis management에 이어 3번째입니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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