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는 사람, 책읽는 사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1)

*주: 에이케이스가 <책쓰는 사람, 책읽는 사람> 인터뷰 연재를 시작합니다. 에이케이스와 함께하는 협업 파트너와 친구들을 찾아가 내 인생의 책, 요즘 읽고있는 책들, 즐겨가는 서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려고 합니다. ‘책과 콘텐츠, 서점’은 올해 에이케이스가 연구하는 여론과 커뮤니케이션 관련 테마 중 하나입니다. 가장 먼저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인터뷰는 1. ‘책은 <손바닥>이다’ 2. ‘서점은 <럭셔리>다’ 두 편에 걸쳐 소개할 예정입니다.

201602221. 책은 <손바닥>이다

“대학 때 형이 ‘너는 애독가 보다는 애서가에 가까운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책 사는걸 좋아해요. 중고교시절부터 가장 많이 가던 곳 중 하나가 교보문고와 종로서적이었어요.”
자칭타칭 ‘애서가’답게 교보빌딩에 자리잡은 더랩에이치 사무실은 들어가는 문과 마주본 책상 쪽을 뺀 좌우 벽면 가득 책들이 메우고 있었다. 그는 “사실 여기있는 책들도 다 읽지 못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 코칭 등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되는 분야의 책들을 주로 읽어왔다. 한 권의 책에서 한 가지 레슨만 얻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는 방식도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는 편이었다. 실용적 목적의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든 이후 언제부터인가 경영서나 실용서 위주의 독서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인 들었다. 최근에는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고, 고전 중심의 독서로 나아가고 있다.

고전을 읽는 힘이 결국은 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고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훨씬 깊이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전공이 철학이었는데 그 때 제대로 읽지 못했던 철학책이나 고전들을 다시 찾아서 읽고 있다. 대학 때 철학 입문 시간에 과제물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죄와 벌> 같은 책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호흡이 긴 책들을 읽어나가는 힘을 기르고 싶다.

– 40대 이후 부터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 고전을 읽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오신 만큼 이미 잘 아실 것 같은데.

물론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직접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의 부류는 사실 제한적이었다. 일상에서의 만남은 실질적인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겉도는 대화도 많고, 좋은 점만 보여주려고 하는 제한점들이 있다. 그런데 책에서는 간접적이나마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깊있는 통찰이나 깊이있는 내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는 빙산의 수면 아래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올해 읽어보고 싶은 책의 테마가 있다면?

올해 읽어보고 싶은 책 주제는 ‘폭력’에 대한 것이다. <루시퍼 이펙트>와 한나 아렌트의 책들,  푸코의 <감시와 처벌>, 필립로스의 <에브리맨> 등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소설과 책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인간이 행복하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한 이유는?

올해 폭력을 테마로 책을 읽기로 한 계기는 <권위에의 복종>이었다. 요즘 ‘거절’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데, 거절의 반대편에 있는 게 복종이란 생각이 들어서 책을 쓰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책이 저에게 준 메시지는 “너, 깨어있어라.”였다. 그동안 다른 사람, 가족이나 동료나 친구들에게 내가 무의식 중에 폭력을 행사해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폭력에 길들여져 왔구나.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 직장 상사 등 소위 권력을 가진 쪽의 폭력에 둔감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원래 그래’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었고, 저도 그 안에 있었던 거다. 그런 것에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폭력에도 물론 맞서 싸워야겠지만 일상생활에서의 폭력을 당연시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정치적인 폭력이 없어질 수 있을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소름 끼치게 좋은 책이었다. ‘이게 바로 책의 힘이구나’하며 몇 번 무릎을 쳤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 책이란<손바닥>이다. 손바닥이 되어서 내 뺨을 한 번씩 쳐준다. 나를 깨어있게 만드는 힘이다.”

-내 인생의 책이 있다면.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사회심리학 책 <설득의 심리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제대로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호감을 베풀수 있어야 한다는 책의 내용은 내 삶을 크게 바꿔주는 것이었다.

– 대표님은 원래 먼저 베푸시는 스타일 같은데.

원래 그런 성향이 있긴 했는데, ‘어떻게 주는 것이 더 좋은건지’ 조금 더 명확하게 해준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 정말 좋으면 그 저자를 만나려고 하는데, 운좋게도 저자인 치알디니를 한국과 미국에서 3번 만났었다. 치알디니가 매경지식포럼 참석으로 내한했을 당시에는 일부러 같은 호텔에서 2박3일간 묵으면서 가이드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에서는 <설득의 심리학> 공식 트레이너 교육을 받는 일주일 동안 7명의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쩌면 책으로만 접하지 않고 직접 저자와 소통했던 게 제 인생에 더 두껍게 다가왔을 수 있다. 최근에는 <권위에의 복종>이 그 못지 않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도 출간 계획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설 연휴까지 작업한 책이 곧 나올 예정이다. <거절>에 대한 책이다. 올해 <쿨하게 사과하라>의 개정판도 나올 예정이고, 아내와 함께 공저로 메시지에 대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 (김호 대표의 아내는 월간 <럭셔리>매거진 김은령 편집장이다.)

-거절에 대한 책을 쓰게된 계기는?

거절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는 출판사가 먼저 제안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내가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결국 쓰기로 했는데 그 이유 이렇다. 내가 2006년 부터 10년간 개인 코칭을 받아오며 가장 큰 아젠다가 싫은 소리를 하는 것, 거절을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한 것이었다. 원래 거절을 잘 못했지만 꾸준히 코칭을 받으면서 10년 전, 5년 전에 비해 스스로 만족스럽다. 어쩌면 이미 거절을 잘하는 사람은 거절을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거절을 잘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거절을 할 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는 것도 제대로된 거절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거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일들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거절하지 못하면 한정된 자원으로 자기개발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거절을 다양한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책으로 내게 되었다.

*2편으로 계속됩니다.

김재은

–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위기관리 및 조직/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코치 겸 컨설턴트다. 글로벌 PR회사인 에델만코리아 사장을 지내고 2007년에 더랩에이치를 설립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와 함께 첫 책인 <쿨하게 사과하라>를 출간했다. ‘쿨한 사과’의 힘과 사과의 언어가 갖춰야 할 형식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14년에는 일과 삶에서 모두 위태로운 35~45세 직장인들의 위기관리를 다룬 <쿨하게 생존하라>를 출간했다.

2015년에는 땅콩회항 사태 이후 새로운 기업 경영을 제시한 <평판사회>를 에이케이스 유민영 대표, 피크15 김봉수 대표, 법무법인 원 김윤재 변호사, 한국경제 김용준 기자와 함께 공저했다. 2013년 말 부터 SBS라디오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에서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라는 코너를 통해 격 주에 한 번씩 경제 경영서를 비롯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 오고 있다. 에이케이스와는 기업 위기관리와 조직문화 관련 교육, 컨설팅 프로젝트들을 통해 협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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