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Big Data가 난무하는 미국선거를 꿈꾼다고? Campaign Plan부터 쓰세요. – American University의 Campaign Management Institute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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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American University에서 운영하는 Campaign Management Institute(이하 CMI)에 지원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몇몇 선거 캠프에서 일해 봤지만 선거 캠페인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 기관도 교육 서비스도 접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미국의 선거와 캠페인에 대해 배울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CMI는 지난 30년간 캠페인 매니저를 지망하는 미국의 대학(원)생들에게 집약적이고 실무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2주간의 코스로 진행되는 수업은 일반인 수강생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선거 관련 업무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입문과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2.

American University가 위치한 곳은 정치의 도시 워싱턴 D.C. 이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내려서 부터의 첫 인상은 워싱턴이라는 도시가 주는 집중력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IT 벤처의 요람이고, 뉴욕이 세계 금융의 메카인 것처럼, 워싱턴은 정치에 관한 고도로 밀집되고 집중된 특징이 강렬했다. 멀리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의회 건물과 웅장한 행정부 빌딩들, 도로 양편으로 늘어선 수많은 각국의 대사관들과 펄럭이는 국기들은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2년마다 실시하는 하원 선거와 1/3씩 분할하여 실시하는 상원 선거, 4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 그 밖의 지자체 선거와 수많은 선출직 공무원 선거가 있어 캠페이너들에게는 선거업무가 끊이지 않는 꿈의 도시 워싱턴이다. 주요 선거 컨설팅 회사와 관련 서비스 회사 또한 대부분 워싱턴에 주소를 두고 있다. 워싱턴에 위치한 American University가 정치 캠페인 매니저 전문 양성과정을 운영중이라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3.

숨가쁘게 진행된 CMI의 수업들은 철저히 실무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학부생들을 위한 여름학기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교재를 지정하거나, 이론을 설명하는 강의는 들을 수 없었다. 매일 3~4개의 강의로 이루어진 수업구성은 매 강의마다 캠페인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가 자신이 속한 산업의 흐름과 자신의 일에 대한 소개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CMI의 강점이라면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강사 선택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초빙능력이었다. 워싱턴에 정치 컨설턴트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Cook Political Report의 Charlie Cook이나, 전 클린턴 보좌관 출신인 Guy Cecil와 같은 선거 컨설팅 업계의 워너비 뿐 아니라 선거 메일 발송 전문가,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 심지어는 선거 광고의 더빙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살아있는 미국 캠페인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4.

여기서 오바마 선거 이후 심화된 나의 판타지를 고백하자면 SNS와 네트워킹 전략, 빅데이터 활용과 같이 하이 테크놀로지에 매료돼 차원이 다른(?) 미국 선거를 동경하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빅데이터 전략이나 아무도 모르는 SNS 테크닉 같은 비법을 전수받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수업 첫 시간에 나에게 떨어진 것은 마지막 수업까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캠페인 플랜을 짜서 제출하라는 팀워크 과제였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캠페인 플랜이라니, 나로서는 아연실색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 계획안은 지역 유권자 현황과 전체 선거 전략 뿐 아니라 캠프 스탭 구성과 급료 책정, 월별 캠페인 비용 지출 계획, 지역별/매체별 광고 편성 계획, 후원금 모집 계획 등 빅데이터나 SNS와 상관없는 지극히 실무적인 계획으로만 채워져야 했다. 어찌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내용이었지만 캠페인 매니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연결과 협조를 이끌어 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판단력을 바탕으로 전체 캠페인 플랜을 온전히 쓸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어야 전문 컨설턴트들과 함께 빅데이터 전략을 논하고 SNS 트렌드에 관해 디지털 디렉터와의 협의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내일 당장 일각고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제임스 메시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캠페인의 기본적인 구조를 충실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적 힘을 이끌어 낼 줄 아는 것이었다.

5.

내년이면 한국도 총선이다. 전국 246개의 지역구마다 최소 2명 이상의 후보자가 나와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면 수백, 수천명의 후보들과 수 만명의 팀장, 스탭 혹은 자원봉사자이 캠페인활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의 캠페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함부로 그렇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산업의 규모를 고려해봤을 때 이제는 캠페인이 좀 더 전문적인 인력들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특히,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예비 출마자와 전문 스탭이라면 수억원의 선거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수십명의 동료들과 협업해야 하는 선거 캠페인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한 계획안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이번 American University의 CMI 참가는 본사의 해외교육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2014년 하버드 케네드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Leadership in crisis를 시작으로 노스웨스턴대 캘로그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crsis management에 이어 3번째입니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캠페인 100장면] 카이사르의 Imperator 캠페인

<캠페인 100장면>을 시작하며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대중/집단을 상대로 벌이는 설득과 선전, 동원 등의 전략 및 활동 일체를 가리키는 ‘캠페인(campaign)’은 오랜 역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캠페이너들에 의해 전개되어 왔습니다.

피크15는 캠페인의 황제 카이사르부터 미국을 뜨겁게 달구는 힐러리의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캠페인 사례를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류 역사에서 창조적 리더십과 대중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Gaius Julius Caesar

Gaius Julius Caesar, BC 100. ~ BC 44. 고대 로마 정치가

1.

앞선 병사들은 흥에 취한 듯 외쳤다.

“시민들이여, 마누라를 숨기시오. 대머리 난봉꾼이 지나간다오.  그대 마누라들이 카이사르에게 바친 돈은 전부 갈리아 창부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오.”

 병사들의 조롱소리가 울려퍼지자 4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탄 붉은 망토의 사나이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군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뒤이은 수레에는 전쟁터에서 획득한 진귀한 보석들이 실려 있었고 그 뒤를 전쟁 노예들이 따르고 있었다. 이날 로마 시민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 포로로 잡은 갈리아의 장수 베르킨게토릭스였다. 카이사르는 개선식에 베르킨게토릭스를 전시하기 위해 3년이나 그를 살려두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환호했고 카이사르는 만족스러웠다. 갈리아 정복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로마의 내전을 진압한 후 이제 마침내 카이사르는 벼르던 개선 행진을 시작했다. 최고급 의상과 우아한 마차, 사열하는 군인들과 화려한 볼거리 등이 어우러져 시민들을 마치 ‘살아있는 신’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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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붉은 도포를 입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민족의 지도자 베르킨게토릭스의 항복을 받는 모습. 베르킨게토릭스는 개선행진 때 로마시민에게 포로로 공개된 후 처형되었다

(화려한 붉은 도포를 입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민족의 지도자 베르킨게토릭스의 항복을 받는 모습. 베르킨게토릭스는 개선행진 때 로마시민에게 포로로 공개된 후 처형되었다)

2.

카이사르의 개선행진은 Imperator 카이사르의 정점이었다. 영어 ‘emperor’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Imperator(임페라토르)’는 황제라는 의미 이전에 명예로운고급 군인,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 장군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임페라토르가 되어 개선행진을 한다는 것은 카이사르뿐 아니라 고대 로마의 위대한 장군들이라면 일생의 영예로운 자리였다. 이는 또한 로마 시민들에게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였는데  ‘대머리 난봉꾼’이라는 부하 병사들의 놀림도 퍼레이드에 필수적인 유머 요소였다.

3.

카이사르에게 개선행진이 중요했던 이유는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를 최종적으로 확인받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쿠테타를 일으켜 권력을 얻은 카이사르에게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정받는 대중 행사가 마지막 관문이었다. 카이사르는 유서깊은 귀족 출신이었으나 그의 집안은 지배 권력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원로원의 배타성과 폐쇄성은 강력했고 특히 세력을 확장하는 카이사를 견제했다. 카이사르는 타고난 신분으로 불가능했던 영역을 군사력과 대중의 지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철저히 충성하는 군대를 키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의 명성을 얻고자 노력했다.

4.

대중에게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카이사르는 대단히 훌륭한 캠페이너였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언어 감각을 가졌기 때문에 연설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능수능란했다. 미남은 아니었지만 치장을 통한 이미지의 중요성도 잘 알았기 때문에 옷과 장식으로 자신을 꾸미는 데 있어 젊어서부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화려한 개선식과 로마 시민에 대한 보너스 지급, 화려한 연회 등을 아낌없이 베풀어 로마시민들의 인기를 얻었다. 카이사르는 동전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어 널리 자신을 알린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중요성, 대중 설득 커뮤니케이션, 파퓰리즘, 전쟁 영웅 서사, 감정적 선동 등 그가 보여준 완벽한 모습은 후대에 계속적으로 변형되면서 현대적 대중 정치 캠페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카이사르는 ‘캠페인의 황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미지 캠페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imperator의 행진은 이후 수많은 로마 황제들과 정치 지도자의 전승 세리모니로 이어졌다. 히틀러도 로마 시대의 개선행진을 모티브로 삼아 1934년 나치당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치른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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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얼굴이 새겨진 로마 동전. 로마에서 최초로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홍보했다.)

김성은 (캠페인 컨설턴트)

[초대] 퍼블릭스트래티지가 첫 번째 컨퍼런스 ‘여론’을 개최합니다.

에이케이스, 더랩에이치, 피크15커뮤니케이션은 프로젝트 그룹 ‘퍼블릭스트래티지’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10여회의 내부 강연은 값진 지식과 경험의 여행이었습니다.
이제 내부 강연을 외부로 연결합니다.
새로운 네트워크의 확장과 전문가 학교의 실험을 시작합니다.
저희들의 15자 지침은 “새로운 언어,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입니다.
컨퍼런스 ‘여론’ 첫 회와 더불어 저희는 무크지 ‘여론’ 1호 (보스턴 테러 대응의 교훈, 4월 중 발간), 콘텐츠 협업 시스템 ‘테이블01’ 첫 책(위기와 여론관리, 4월 중 발간)을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생각의 도구 작품들도 파일홀더, 북커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컨퍼런스 ‘여론’에 초대합니다.
미디어-학교-컨설팅으로 이어진 새로운 플랫폼에서 첫 차를 타세요.
고맙습니다.

컨퍼런스 여론 첫 회
주제 : “MWC에서 만난 새로운 디지털전략”
강사 : 한운희 연합뉴스 미디어랩 연구원
일시 : 4월15일 저녁 7시30분 ~9시30분
회비 : 1만5천원(맥주와 안주 제공.)
장소 : IT MUSIC(방배동 카페골목, 서초공영주차장 옆 2층)
주차 : 이수 공영주차장(자비)

※ 행사 전후 데이터 등록을 해 주시면 저희들의 프로젝트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김봉수, 김호, 유민영 드림

여론컨퍼런스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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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메일(between@peak15.co.kr)로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10분을 초대합니다.(회비 있습니다)

[이달의 책]좋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랑하게 만들어라 : 디맨드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Adrian J. Slywotzky) <디맨드>(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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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15와 에이케이스에서는 매달 이달의 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있습니다. 이달의 책으로 선정된 <디맨드>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이자 비지니스 구루로 존경받는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역작으로, 부제인 ‘세상의 수요를 미리 알아챈 사람들’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기 전에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창조하는 수요 창조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경제학에서 ‘수요’는 가격에 따라 줄어드는 단순한 모양의 곡선이다.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는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는 법칙으로 설명된다.
2.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흥미로운 저서 <디맨드>에서 수요는 좀 더 특별하다. 수요는 판촉행사나 쿠폰배부, 세일과 같은 방식으로 증가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수요는 ‘특이한 형태의 에너지’이다.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무언가가 내면에서 깊이 울려 퍼지면서, 왜 그런지 확실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열정적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게 되는’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에 동요하는 에너지이다. 수요는 정말 매력적인 제품을 만났을 때 증가하고, 지속적으로 충성을 보인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수요이다. 진정한 수요는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이나 좋은 품질이 아니라 매력적인 제품에 반응하고, 창조된다.
3. 자동차 공유 서비스 <집카>, 동영상 컨텐츠 서비스 <넷플릭스>, 가정용 커피머신 <네스프레소>가 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요 창조자이다. 이들은 그 제품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매혹되고 열광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집카 서비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스터’라고 부른다. 이들은 88%가 집카 서비스를 주변 친구나 친척에게 권한적이 있고, 80%가 ‘나는 이 제품을 사랑한다’라고 응답한다. 이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며, 더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4.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고 모두 좋은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전자책 하면 다들 킨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2003년 소니에서 이미 리브리라는 제품을 먼저 선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다. 리브리는 우아한 디자인과 깔끔한 화면 등 킨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제품에만 신경 쓰느라 소니가 전자책에 들어간 서적 콘텐츠 확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전자책의 출현을 두려워한 일본 출판 업계는 담합을 통해 오직 1000권의 책에 대한 접근권한을 허용했다. 1000권의 책에 대해 소니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정도의 전자책이 아니었다. 아마존은 소니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킨들이 출시되는 날 8만8000권의 이북이 다운로드 가능했고, 이 중에는 뉴욕 타임즈의 최신 베스트셀러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킨들은 살아남았고, 리브리는 사라졌다.
5. 이런 매력적인 제품들이 등장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아니었다. 집카의 경우 자동차에 대한 끔찍한 애착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기 차가 아닌 공유된 차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느라 몇 년의 시간을 수익을 내지 못하고 보냈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비용 대비 효과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집카는 내 차를 사용하는 것만큼 편리하게 만들어야 했다. 보험료, 기름값에 대해 추가적인 비용을 내지 않도록 했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 거는 시간보다 더 많이 걸리지 않도록 인터넷으로 실시간 집 근처 집차를 확인해서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도시 어디서나 5~10분 이내에 집카를 탈 수 있도록 차량을 밀도 있게 배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집카에 대한 수요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6. 이 책의 미덕이라면 수요창조와 실패에 관한 각국의 수많은 사례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였다는 점이다. 킨들, 집카와 같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례뿐 아니라 고급 식료품 가게 <웨그먼스>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인 <케어모어>, 새로운 형태의 샌드위치 가게인 <프레타망제>, 혁신적인 교사 프로그램인 <티치 포 아메리카>와 같은 낯선 외국 사례들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또한 한 제품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겪게 되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실패의 과정들을 관계자들 인터뷰와 관련 스토리로 풀어내기에 두꺼운 분량의 책을 소설책 읽듯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2011년 첫 출간된 책이라 최신사례가 부족하고, 노키아와 같이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려운 과거 사례들이 종종 눈의 띄는 것은 아쉬움이다.
7.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제품이 있었다. 아이폰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이렇게 단언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애플사 직원들이 월급받는 이유이다.

사람이나 제품이나 사랑하기는 쉽지만 사랑하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법이다.
참고1)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의 6가지 단계

  1.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다(Magnetic)
  2. 고객의 ‘고충지도’를 바로 잡는다(Hassle Map)
  3. 완벽한 배경스토리를 창조한다(Backstory)
  4. 결정적인 방아쇠를 찾는다(Trigger)
  5. 가파른 ‘궤도’를 구축한다(Trajectory)
  6. 평균화하지 않는다(Variation)

참고2) 인상적인 문구들

  • 수요 창조자들은 수요가 깨지지 쉬운 유리와 같다는 점을 잘 안다. 중요한 변수 하나가 존재하지 않거나 어떤 결정적인 세부사항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수천, 수만 시간의 노동, 연구, 인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은 늘 실험에 몰두하고 자신의 제품과 조직에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는 약점을 찾아내 그것을 고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P. 73)
  • “우리의 제품에는 매뉴얼이 없습니다.”란 슬로건은 불룸버그가 자랑할 만한 것이다.(P. 131)
  • 상류에서 발생한 근본원인이 하류에 이를 때면 때때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번진다는 점을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1단계에서는 1달러를 들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10단계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30달러가 든다(P.144)
  • 아주 어려운 문제에 처할 때마다, 글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란 무한 반복의 늪에 빠져 결정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것을 간단명료한 문제로 바꾸려고 노력한답니다.’음 고객에게 더 좋은 게 뭘까?’하고 말이죠.”(P.176)
  • 위를 쳐다보지 마라. 거울을 들여다 보라(P.519)

김성은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오바마의 연두교서 전략2 – 연설이 끝난 후에도 연설을 계속하라.

1. 미국시간 20일 저녁 6:30분, 오바마의 신년 의회 연설을 2시간 반 앞두고 백악관은 온라인을 통해 오바마의 연설문을 전격 공개했다. 관례적으로 엠바고 조건으로 연설 직전에 언론에 배포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국민들에게 먼저 직접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전공개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연설문을 게재한 이유는 하나다. 연설문을 미리 (혹은 실시간으로 함께) 보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주변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퍼나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2. 미리 준비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백악관에서 준비한 연설 중계 영상은 반분할 화면으로 편집되어 연설 내용과 함께 화면 오른쪽에는 중요 키워드, 인포그래픽, 도표 등 다양한 자료 화면이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타난다. 유튜브에 올려 공유하기에 손색이 없다.

3.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 만만했다. 현 상황에 대해 ‘위기의 그늘은 지나갔다’고 정의했고, 앞으로 미국 중산층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부자증세를 예고하며 금융 재벌 등 사회 기득권에 대해 선전포고를 보냈다.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개혁안 싸움에서 공화당을 불리한 위치로 내려 앉히려는 것이다.

4. 결과는 백악관이 기대한 대로다. 국정연설이 끝난 직후 CN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1%가 2015년 연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국정연설 중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관련글 260만건이 올라왔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계정에 반응을 보내는 글도 4만4000건에 달했다고 한다.

5. ‘우린 아직 안끝났어요(We’re Not Finished Yet)’
오바마의 신년 의회 연설이 끝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멘트이다. 이 멘트 밑으로는 SNS 공유를 기다리는 연설 주요 메시지들이 감각적인 이미지로 디자인되어 정렬되어 있다. 2015년 백악관은 미 헌법이 규정한 ‘State of the Union’의 의무를 ‪#‎SOTU라는‬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오바마의 연두교서 전략 –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연설을 시작하라.

1. 미 백악관 유튜브 계정에 3일만에 조회수 64만을 넘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Big Block of Cheese Day Is Back’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드라마 ‘웨스트윙’을 패러디한 등장인물들의 전화 대화가 나온다.(마틴 쉰을 비롯해 실제 웨스트윙 출연 배우도 몇 명 나온다) ‘Big Block of Cheese Day’란 백악관 보좌진들의 은어로 대통령이 연초에 의회에 나가 연설하는 Sate of the Union Adress 날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년 국정 연설에 해당하는 연례행사다. 이 동영상은 2015년 Sate of the Union Adress를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의 하나다.

2. State of the Union Adress 홍보를 위해 백악관은 지난 몇주간 집중적인 온라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백악관이 보유한 채널인 홈페이지(whitehouse.gov), 트위터(@whitehouse), 페이스북(facebook.com/WhiteHouse), 인스타그램(instagram.com/whitehouse), 텀블러(whitehouse.tumblr.com/), 유튜브(youtube.com/user/whitehouse)를 총 동원해 아젠다를 미리 소개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3. 백악관이 이토록 공들여 홍보를 하는 이유는 이 행사가 연초에 전국에 생중계되는 황금시간대(저녁 9시~11) 연설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국민적 관심 속에서 대통령이 현 상황을 자신의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고, 향후 아젠다에 대해서도 선점할 수 있다. 의회의 발목잡기로 세제개혁, 이민법 개정 등 개혁안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국민을 지지를 얻고 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4. 이 연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백악관은 ‪#‎SOTU‬ 라는 공통 해시태그를 사용해 다양한 채널과 다양한 스피커를 활용해 연설 의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미국 관리예산처 부국장인 Brian Deese이 등장해 백악관 회의와 연설문 작성 등 연설 준비과정을 소개한다. 한동영상에서는 ‘연두교서 스포일러 주의(State of the Union spoiler alert)’라는 제목으로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길 자청하며 예상 의제 3가지(소비자 신원 도용 방지, 자유로운 신용도 점수 확인, 자녀들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제시한기도 한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상 교육 제안은 이미 논란이 뜨겁다. 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슈에 불을 붙여 연설에 폭발적 힘을 더하는 것이다.

5. 지난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질의 응답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소통을 강조하는 반원형 구조로 좌석배치를 하였다. 그러나 지지율을 기자회견 후 오히려 더 떨어졌고 불통 이미지만 강조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가 의아한 청와대 관계자라면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신년 연설 과정을 참고하길 바란다. 1월 20일 바로 오늘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1일 낮 11시부터 http://www.whitehouse.gov/sotu 에서 생중계로 볼수 있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정치커뮤니케이션] Clinton이라는 이름의 정치 브랜드, 어떻게 변화해 왔나?

주) 23년 세월의 클린턴 브랜드
지난 10월 3일은 빌 클린턴이 대통령 출마선언을 한지 23년째 되는 날이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저널인 폴리티코(Politico)에서는 클린턴이라는 정치 브랜드가 23년의 시간을 거쳐 라이벌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며, 정치인으로써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주요 요소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비교하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을 번역했다.

캡처

1. 클린턴 브랜드의 변화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클린턴 브랜드에는 3가지 중요 요소인 1)새로운 아이디어, 2)대중적 연결, 3)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졌다. 참신한 등장과 동시에 남은 시간은 점차 진부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모든 정치인은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을 두고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클린턴 브랜드의 힘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new ideas): 92년도의 클린턴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상징이었다.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중도적 입장에서 개혁적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난 클린턴 캠페인에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제안이 넘쳤다. 그러나 8년의 상원의원과 4년간의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백악관 이후 2권의 책을 집필한 관록 있는 정치인 힐러리에게서 신선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정책 제안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중들과의 연결'(an authentic populist connection): 92년도 클린턴은 편안함으로 대중적 어필에 성공했다. 선거기간 동안 불거진 스캔들과 병역기피 의혹은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한 유권자들의 사도로서의 그의 신임을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힐러리도 미국 백인 중산층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권력 속에서 보낸 수십 년 세월 속에서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특권계층의 삶은 클린턴 브랜드와 대중적 연계를 약화시켰다. 또한 클린턴 가문의 샛별인 외동딸 첼시 클린턴은 단지 클린턴가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여느 유명인사 못지 않은 주목을 받으며 미국식 신 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대 교체론'(the idea of generational change): 세대교체 이슈는 클린턴 브랜드에서 가장 큰 변화이다. 새로운 변화의 강력한 상징이었던 빌 클리턴은 45세에 출마하여 46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물론 70세가 넘어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한 로널드 레이건 처럼 고령의 정치인도 극적 변화의 상징이 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미 2008년 더 젊은 세대를 선택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을 경험한 60대의 힐러리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2. 오래되었지만 ‘더욱’ 훌륭한

폴리티코의 지적만 보자면 클린턴 브랜드는 92년도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 듯 하다. 하지만 오늘날 클린턴이 갖는 위상은 더욱 강력해졌다. 왜냐하면 시간이 주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첫째, 힐러리에게는 신선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다. 오랜 정치 경험으로 견고해진 국제적 감각과 정치력, 판단력을 비롯해 일관되게 지지하는 여성, 소수권자에 대한 권익보호는 오래되었지만 훌륭한 식견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켰다.

둘째, 더 이상 서민적이지 않은 클린턴 가문은 미국 사회의 이상적인 로열 패밀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클린턴 재단’을 통해 국제 사회의 여성, 아동, 빈곤의 문제에 적극 참여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자수성가로 부과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에 걸맞는 고상한 헌신이 뒤따르는 클린턴 브랜드에 대해 대중은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는 첼시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는 반응을 보인다.

셋째, 힐러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강력한 요소가 있다. 유리 천정을 뚫고 권력의 정점에 서는 최초의 여성이 된다는 것은 어떤 세대교체론보다 개혁적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힐러리는 부드럽고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언제나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자신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것이 클린턴 브랜드가 참신함을 잃고 23년을 견뎌오면서도 대중성과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한다. 폴리티코도 경험많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경제 이슈만큼이나 비중있는 여성 이슈, 여전히 유효한 중산층 출신배경 등을 꼽으며 클린턴 브랜드의 밝은 미래를 전망한다.

*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나도 클린턴 브랜드에서 변치 않고 유지되는 요소가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권력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다.

관련기사: <Politico>, 2014/10/02, “Clinton Brand: Centrist populism to celebrity”, By John F. Harris and Maggie Haberman, http://www.politico.com/story/2014/10/hillary-clinton-bill-clinton-elections-1115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