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사회적 자산, 커뮤니티의 힘 – 일본 오사카 견문록

* 커뮤니티디자인을 만든 야마자키 료의 사무실과 프로젝트 현장인 일본 오사카를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일정이었지만, 일정을 기획한 협동조합 ‘살림’과 지원해준 ‘STUDIO-L’ 덕분에, 짧지만 알차게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일본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서 커뮤니티디자인’이 지닌 진지한 고민과 어프로치는 우리에게도 몇 가지 시사점을 전해줍니다. 간략히 견문(見聞)하고 느낀 바를 정리합니다.

** 일본 오사카 커뮤니티디자인 프로그램은 해외교육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해외연수프로그램은 2014년 하버드 케네드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Leadership in crisis를 시작으로 노스웨스턴대 캘로그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crsis management, 2015년 아메리칸 대학 ampaign Management Institute 과정에 이어 4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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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커뮤니티디자인, 행정의 공백을 잇다.

도시화는 무연고사회를 낳았다. 2005년이래 일본 인구 감소로 세수가 줄었다. 도시화는 도시뿐 아니라 시골마을들도 급속히 교류가 사라지게 했다. 연간 3만명이 고독사로 사망한다. 개인들의 불안과 생존의 그늘은 깊어가고 행정의 공백은 커간다. 개별적인 복지체계로서 정부의 한계는 명백해 보인다. 그것 가지고는 어렵다.

커뮤니티디자인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개인들의 합보다 큰 커뮤니티의 파워로 개인의 불안과 개별 복지체계의 한계를 완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커뮤니티디자인 지역이 지닌 문제를 주민, 기업, NPO, 행정이 참여케 하여 1명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시작해 1,000명, 10,000명이 할 수 있는 일로 확장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참여는 관계를 만들고 관계의 커뮤니티는 행정의 공백을 메워주기 시작한다.

02 모두를 위한, 모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힘

“모두를 위해 무언가를 제공해 줄 힘을 도시가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 도시가 창조되고 창조 될 때 만이다.”(Cities have the capability of providing something for everybody, only because, and only when, they are created by everybody.” ― Jane Jacobs,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미국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가 도시계획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Engagement)을 강조했던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용하는 사람이 스스로 만든다’는 이즈미사노 구릉녹지 공원을 방문했다. 일반적인 관 주도와는 달리, 공원을 ‘이용하는 방식’과 ‘만드는 방식’ 모두를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를 위해 ‘파크레인지’라는 커뮤니티를 새롭게 만들어 양성과정을 두었다. 운영규약을 스스로 만들고 숲의 자원을 탐색하고 배운다. 음악회를 개최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한 공간을 직접 완성해 간다. 곤충 관찰 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생물의 다양성이 높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나무를 심고 솎아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베어낸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대나무숯 제작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텃밭을 일구어 모종을 심고 가을걷이때 파크레인저들이 모여 나누어 먹는다.

2007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이다. 관주도의 보여주기 사업과는 달리 더디다. 그러나 만들어 놓기만 하고 비효율적인 운영비용이 계속들어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공의 공간사업이 얼마나 많은가? 더디지만 하나하나 시민들이 참여하고 커뮤니티의 힘으로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주민-행정 협력모델로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03 기록의 힘, 공유하고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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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STUDIO-L’ 사무실은 하나의 도서관이었다. 올해로 10년차 커뮤니티디자인 회사다웠다. 그간의 연구와 실행의 히스토리가 리플렛, 프로그램북, 책들의 유형의 것으로 차곡차곡 쌓여져 보여주었다. 힘이 느꼈졌다. 하나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책으로 제작하여 공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한다. 일반적인 프로젝트는 그간 진행과정을 결과보고서로 제본하여 발주기관에 보고하는 것으로 갈음하지만, 프로젝트는 책자 형태로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서 축적하여 자산화하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사회적 아젠다가 지역과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으로 높아졌을 때, 아먀자키료와 ‘STUDIO-L’은 1년여남짓 기간동안 폭발적으로 6권이 넘는 책을 발간했다고 한다. 그간의 프로젝트의 케이스와 히스토리의 힘이었기에 가능했다. ‘STUDIO-L’은 커뮤니티디자인 분야의 선두주자로 일본내 평판이 높아졌다.

04 생각의 도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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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디자인 기획자는 컨설턴트보다 퍼실리테이터에 가깝다. 단기간에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들더라도 커뮤니티 내부의 자생력과 힘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춘다. 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STUDIO-L’은 5년 기간 보장을 내세워 관철시킨다. 프로젝트 기간 5년은 커뮤니티가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간의 경험이다. 첫해는 운영 계획과 원칙을 확립한다.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 과제를 발견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오래된 빵집과 상점 주인들과 접촉하고 작은 서점에서 지역의 이슈를 발굴한다. 과제를 발견하고 워크숍 참가자들을 모집한다.

주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모으고 과제해결의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포스트잇과 카드를 이용한다. ‘STUDIO-L’ 사무실에서 직접 제작한 카드는 인상적인 생각의 도구였다. ‘IDEA’, ‘KEYWORD’, ‘THINK’, ‘CHECK’ 등 카드는 구체적인 그림과 간단한 텍스트로 워크숍 목적에 따라 참가자들의 생각을 이끌어낸다. 효과적인 커뮤니티디자인 ‘STUDIO-L’의 고민의 산물이었고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지적 자산이었다.

05 후손을 생각하는 즐거운 마음

“즐겁게 일을 합니다. ” 야마자키 료의 말이다.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묻자 심플하게 말했다. 해답은 현장에 있으며 실행은 주민과 커뮤니티가 한다. 과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건 스스로 커뮤니티가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멀리 함께 가려면 지치지 않아야 한다. 의무와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길게 함께 가는 것, 이것이 커뮤니티디자인의 본질이고 힘이 아닐까?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퇴직한 70대 할아버지는 왜 이 일을 하시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손녀딸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다 한다. 후손들에게 무언가를 물려줄 수 있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 야마자키 료, STUDIO-L 스탭, 자원봉사자들을 현장에서 만나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과 작은 일이지만 무언가 일조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소박한 이웃들의 하는 마음을 모아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그들 자신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사회적 연결을 넘어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커뮤니티 파워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정재홍

참조 : [이달의 책] “커뮤니티 디자인” –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https://acase.co.kr/2014/07/25/mbook201307/

[에이케이스 풍경] 이달의 영화 – 스틸 앨리스 “기억은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앨리스입니다”

* 피크15와 에이케이스는 이달의 영화로 “스틸 앨리스(Still Alice) “를 보았습니다. 주인공 앨리스는 퇴행성 뇌질환인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겪습니다. 점점 뒤로 갈 뿐 회복되지 않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영화는 상실의 과정을 보여주고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till Alice Book Cover

1. “i”

영화는 리사 제노바의 ‘STiLL AliCE”를 원작으로, 하버드 대학 신경학 박사과정이던 리사 제노바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서 책을 썼다고 합니다. 환자 본인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인 이 책의 표지 커버에 눈이 갑니다. 윤곽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한 ‘나비’는 알츠하이머병을 겪고 있는 자신을 은유합니다. 타이틀에 “I”는 소문자 “i”로 표기되어 상실되어가는 자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억의 상실은 정체성을 무너뜨립니다. 사회적 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영화는 상실의 고통보다는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힘겹지만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2. “Language”
“대부분의 아이들은 4세 이전에 그들의 모국어를 깨우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대단한 능력을 얻는 것일까요?….. 저는 여러분들께 이 아이들의… 이 아이들의…(잊어버림) … 아이들이 주어진 언어의 단어들을 습득하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의사소통에 필수적인 기억과 계산의 관계에 대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영화의 첫장면. 언어학 교수인 앨리스는 언어 전문가로서 학생들 앞에서 아이들의 언어습득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기억의 중요성을 강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앨리스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맥락을 잃습니다.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단어를 기억하고 언어를 배우지만 영화는 기억을 상실해가는 앨리스를 통해 언어의 상실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우리 삶에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증합니다. 우리 곁의 사람들과 나누는 하나하나의 말과 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입니다.

3. “Still”

“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기억 못하는 제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인생에 행복한 날들과 즐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가 고통 받고 있다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not suffering), 힘겹지만 애쓰고 있는 중(struggling)입니다. 그러한 것들에 부분이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습니다.”

앨리스는 알츠하이머 치료협회에서 연설을 합니다. 여기서 앨리스는 인식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병이 깊어졌을 때,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런 모습은 환자들을 우스꽝스럽고 무능하게 보이게 합니다. 그녀는 그런 모습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일 뿐이지, 그들 자신의 본질이라 아니라 합니다. 그와 같은 이상한 모습 안에는 그들은 아직도 투쟁하고 있으며, 여전히 살아있으며, 계속해서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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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ment”
“그래서, 순간을 살아라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순간에 살아라.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상실의 기술을 완벽하게 통달하는 것에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자. ”

앨리스는 순간을 말합니다. 과거와 미래가 전제된 현재(the present)라 하지 않고 순간(Moment)을 강조합니다. 점점 그녀에게는 순간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쌓아온 기존의 관계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새로운 관계로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선생님으로서 기존의 설정된 사회적 관계는 그녀 자신은 물론 그녀 곁의 가족들도 달려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과거의 관계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일에 채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함께 하는 순간’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5. “Love”
마지막 장면, 딸은 읽고 앨리스는 듣습니다. 우주비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딸은 앨리스에게 묻습니다. “엄마, 이 이야기는 어떤 것에 관한 거에요?” “… 사랑” “맞아요. 엄마… 사랑에 관한 거에요” 영화는 딸과 앨리스가 교감하는 장면을 클로즈업 합니다. 딸은 앨리스 얼굴 가까이 다가갑니다. 앨리스는 딸의 얼굴을 찬찬히 살핍니다. 영화는 예전에 어린 딸과 앨리스가 해변가를 걷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순간을 함께하는 것, 필름처럼 한 장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막내 딸은 엄마와 함께한 그 순간을 간직할 것입니다.

정재홍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체적인 소스로 전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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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든 미담(美談)에 감동하지 않는다. 기관의 대표들이 악수하는 사회공헌 협약식, 관계자들이 병풍처럼 일렬로 서있는 후원금 전달식은 좋은 일이지만 감동적이지 않다. 우리는 아름다운(?) 정보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작지만 구체적인 이야기 하나다. 요근래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경찰의 미담들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2
28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경찰수첩 사용법>으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담긴 경찰수첩 사진이 첨부되었다. 경찰로고가 새겨진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는 교통사고가 났던 청각장애인과 어느 경찰관의 필담(筆談)이 담겨 있다. (수첩에 적힌 전문을 옮긴다.)
(1) 보험 접수 제가 해드께요. 놀랬죠. (2) 사고처리는 안하고 보험처리만 하면 됩니다. (3) 알았어요. (4) 아픈데 있으면 치료하고 차량은 수리하세요. (5) 보험접수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온데요. (6) 보험 접수했으니까. 보험회사에 차량은 수리해줄겁니다. (7) 보험회사 직원오면 제가 설명드릴께요. (8) (개인정보라 지워져있음) (9) 보험처리 해준데요. (10) 보험처리 불만족있으면 파출소 연락주세요. 사고처리 해드릴께요. (11) 예 알았어요.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1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

경찰관과 청각장애인과의 필담-2

 

오타가 눈에 들어온다. 리얼하다. 글로 대화하는 현장의 모습도 그려진다. 청각장애인의 상황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경찰관의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응한다. 1,1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로 “당신이 진정 민중의 지팡이다.” “나도 청각장애인입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등 격려와 감동을 표현하다. 언론에 <‘교통사고’ 청각장애인, 경찰관의 ‘수첩 대화’에 눈물 글썽/한겨레4.28> 기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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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부산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에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편지”를 찍은 사진을 실었다. 순찰 돌던 어느 경찰관이 발견하고 올린 것인데, 노란색 바탕의 도화지에 꾹꾹 눌러쓴 검은색 글씨의 편지글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느 할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SNS상에서 화제가 되어 언론에서 기사화했으며 주인공인 할머니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문맹이었던 할머니가 글자를 배워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쓴 첫 편지라는 아름다운 스토리는 노란색 도화지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미담이 되었다.

어느 할머니의 "먼저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

어느 할머니의 “먼저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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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경찰청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쓴 여학생 앞에 어느 여경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따돌림으로 힘겨워 하던 어느 여학생이 자살을 결심하고 마포대교를 찾았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경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위로하는 장면이다. “무슨 일이 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짧은 쿼터는 마치 그 옆에서 있는 것처럼 느낌을 갖게 한다. 여학생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사전에 당사자 허락을 받지 않고 올려 학생 부모님 요청으로 사진이 내려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수백마디의 글보다 사진 한 장의 뭉클한 감동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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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수첩, 할머니의 편지, 여경과 여학생 사진 한 장에는 작지만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노란색 도화지와 수첩 그리고 사진 한장에서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전파한다.

정재홍

[이달의 책] Listen : 5분 경청의 힘 – 나쁜 청자(聽者)이십니까?

*주 : 피크15와 에이케이스는 매달 ‘이달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함께 모여 소감을 나누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피터 힌센이 쓴 ‘뉴 노멀’이었고 3월의 책은 바로 ‘리슨’이었습니다. 오늘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감은 다양했고 고민은 비슷했습니다. 책의 효과일까요?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 “비즈니스의 오진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입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보를 찾아낼 줄 몰라서, 혹은 눈 앞에 있는 정보를 보지 못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곤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형편없는 청자이기 때문이다”

 

2. 버나드 페라리가 쓴 <Listen: 5분 경청의 힘>은 CEO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듣는 일의 중요성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경청의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존스홉킨스 경영대학 학장인 저자는 외과의사, 변호사 출신으로 맥킨지앤컴퍼니에서 20년간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고 기업의 조직전략 컨설팅 회사 CEO라고 합니다. 그가 살아온 이력답게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조직의 리더들이고 책은 고위직 경영자들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Listen : 5분 경청의 힘

Listen : 5분 경청의 힘

 

 

3. 의사 출신답게 먼저 진단 도구로서 6가지 나쁜 청자의 유형을 소개하는데요. 조직 경영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살펴볼 수 있고 주위의 사람들에 대입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4. ‘들어 봐’로 말을 시작하고 ‘맞지?’로 끝내는 <고집쟁이형>, ‘터무니없는 소리하고 있군. 당신은 바보야’ 속으로 상대방의 생각이 틀렸다고 확신하는 <심술쟁이형>, 장황한 서론과 삐딱한 질문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의도한 대로 바라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일방적 커뮤니케이터인 <긴 서론형>, 상대방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말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대화에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나 자신의 생각에 집착하고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돌림노래형>, 문제가 무엇인지 합의도 되기 전에 자신이 제일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욕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문제가 생긴 즉시, 질문을 받는 즉시 해답 내놓으려는 헛똑똑이 <정답맨형>, 회의 시간에 정중한 태도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나 뛰어난 연기일 뿐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고 회의 때 오고간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가식형>.

 

5.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인 ‘귀를 기울여라’는 경청의 기본적인 태도와 방해요소에 대한 툴을 제시하고 두 번째 ‘생각을 정리하라’는 경청을 통해 얻는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중요한 정보를 분류해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질문의 노하우를 전합니다. 마지막 ‘마음을 움직여라’는 경청이 현명한 판단을 이르게 하는 길임을 다시 강조하고 경청의 문화를 조직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6. 경청이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과 훈련을 요하는 어려운 일(hard work)라 합니다. 그냥 듣는 행위는 쉽지만 잘 듣는 건 지난한 일입니다. 경험상 동상이몽 회의 사례는 일상적이죠.

 

7. 동전의 양면처럼 듣기 위해선 말하는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제대로 듣기 위해선 질문의 노하우가 필수이며 이를 통해 상대가 알고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일, 그것이 경청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