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3] “대중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의 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 ‘투명성’이란 정부가 시민에게 주는 일방의 시혜가 아니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위험시기에 이 의료기관을 방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프레시안에 이어 6월5일 조선일보는 평택성심병원을 실명으로 심층보도했고, 보건복지부도 오늘 B병원의 이름을 밝히고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함흥차사에 이은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바른 결정을 했다.
‘공감’, ‘투명성’, ‘전문성’, ‘책임감’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치다. 그 중 특히 왜 투명성일까?

소셜미디어로 인한 정보의 과잉 노출과 연결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위기관리 원칙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 정부의 미디어와 대변인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문형표 장관은 정부의 강박을 대변할 뿐이고, 해당 대변인은 마침 교체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트위터를 비공개로 닫고 있다. 정부 채널과 대변인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원칙 ‘미디어를 배려하라’를 실천하고 있지 않다.
더불어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부족이 크다.
다음 글을 보자.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가져다주는 충격은 비극일 수 있다.
(1) 정보공유 : 대중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올바른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생명을 잃게 된다.
(2) 명확한 가이드라인 : 대중에게 명확한 지시(clear direction)가 없다면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된다
(3) 대중의 신뢰 : 대중이 응급구조기관(emergency responders) 함께하지 않거나 정부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재난의 통제를 잃게 된다.“
– ‘회복력 커뮤니케이션 : 국토안보를 위한 새로운 위기커뮤니케이션 전략’, 샤론 왓슨(Sharon L. Watson), 미 해군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명료하다.
메르스와 같은 광범위하게 확산된 대처의 위기, 심리의 위기 사안의 경우, 정부가 시혜적으로 정보를 닫았다 열었다 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메르스 대응 초기 단계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위험군에 대한 ‘소개(疏開)’ 조치에 준하는 ‘극단적 통제와 격리 조치’는 필수적 과정이었음은 물론이다.
재난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었고, 대중은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비교적 사건의 시작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었다. 그러나 정부 대처의 위기는 주체할 수 없는 범위로 확장되어 있다. 투명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한 몫을 했다.

– 퍼블릭스트래티지(에이케이스, 더랩에이치, 피크15 커뮤니케이션)

[메르스 대응 2] “확인 절차를 거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라”

– 희망적 사고를 버려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라(‘평판사회’ 중 ‘위기관리의 개념들’)

“국민 여러분, 금번 메르스는 정부의 철저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감염 환자가 확산되었습니다. 우리 병원과 의료인들은 메르스 확산방지와 감염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정부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고 최선을 다하여 진료에 전념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난무하는 유언비어에 동요하지 말고 정부 시책과 병원계 대책에 적극 협조해 주십시오.”

5월30일 병원협회의 메르스 대응 발표문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우선되어야 할 ‘전문성’의 가치를 어떻게 훼손해 혼선을 증폭시키고 신뢰를 상실하는 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전문성이 객관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은 처사다. “정부의 철저한 조치에도 불구하고”는 사실이 아니다. 제3자 검증과 자발적 협력의 역할을 의미를 잃었다.
국민이 정부 대응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협회와 의사는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제3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하나의 팀, 하나의 목소리(one team, one voice)’의 전초를 마련해야 했다. 무조건 한 팀이 아니다.

냉정한 위치를 잃은 감정적 사고는 덧붙여진다.
“두려움이 가장 큰 적입니다.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극복한다면 이번 사태를 가장 신속하게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를 믿어주십시오.”
여기서 미국 대공황 시기에 비상전권을 요구하는 대통령 루즈벨트의 말이 왜 인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상책은 스스로가 신뢰가 되는 것이다. 중책은 믿게 만드는 것이다. 하책은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정부의 희망적 사고를 병원협회가 이어받을 이유는 없었다. 과학자의 시선과 전문가의 메스로 차분하게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병원협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혼란과 오해를 극복한다면 신속하게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호언한다. 전문가의 태도가 아니며 위기관리자의 자세가 아니다.

“‘위기관리의 전략가들은 초기 단계에서 의사결정 책임자와 담당자가 지양해야 할 대표적인 생각의 위험을 ‘희망적 사고’ 라고 규정한다. …… 그래서 위기전략을 짜는 사람들은’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라’는 원칙을 위기관리팀에 주문하고 그에 기초해 전략을 짠다.”(‘평판사회’)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위기리더십을 연구하는 아놀드 호윗 교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네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알고 있는 (확인 절차를 거친) 사실을 말하라 (Say What You Know)
2. 취하고 있는 조치를 말하라 (Say What You’re Doing)
3.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라 (Say What Others Should Do)
4. 위기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라 (Offer Perspective)

– 퍼블릭스트래티지(에이케이스, 더랩에이지, 피크15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의 미래74] 당신의 자녀가 부자가 되길 바라십니까? 옆 동네로 이사 가세요.

[저널리즘의 미래] 당신의 자녀가 부자가 되길 바라십니까? 옆 동네로 이사 가세요.

*주: 에이케이스는 최근 1 주년을 맞은 뉴욕타임즈의 데이터 기반 인터 렉티브 기사 코너인 ‘업샷’을 소개했다.(*5월5일자 기사 참조:업샷의 일주년을 기념하며)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저널리즘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하면 업샷의 기사들을 보면 된다. 지난 5월 4일 업샷에는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곳과 나쁜 곳(The Best and Worst Places to Grow Up)’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런데 이 기사는 사실상 하나의 기사가 아니었다. 같은 제목을 클릭한 미국 전 지역의 독자들은 사는 곳에 따라 각각 다른 기사를 읽었다. 업샷의 이러한 시도는 모바일로 연결된 독자와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개인화된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다.

1. 당신 자녀의 소득 예측하기

기사는 하버드 경제학자 라즈 체티(Raj Chetty)와 나타니엘 헨드렌(Nathaniel Hendren)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같은 부모의 자녀라도 아이가 성장하는 지역에 따라 성인이 된 후에 벌 수 있는 임금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기사는 읽는 독자들의 IP주소를 활용해서 그들이 사는 지역을 추적하고 그 지역이 자녀의 임금이 높아질 수 있을지 여부를 제시한다.

upshot-geolocation-map-700x438

2. 그들이 택한 방식은 빈칸 채우기

구체적으로 업샷은 모든 독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긴 문장을 제시하고 그 안의 단어를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헤너핀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기사는 “헤너핀(Hennepin) 지역은 저소득층 자녀의 소득이동률이 평균인 곳입니다”라고 제시하고 미들섹스(Middlesex)지역 주민에게는 “미들섹스 지역은 저소득층 자녀의 소득이동률이 꽤 높은 곳입니다”라는 식으로 기사내용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 바꾸기로는 기사의 내용이 다소 밋밋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관련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더 제공한다.

36061

3. 포디즘에서 벗어나자

이 기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새로운 기사 생산방식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과거에는 수백 만명의 독자가 하나의 기사를 ‘소비’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하나의 상품을 대량생산하는 포디즘적 기사 방식은 니즈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현대사회에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여기에서 파생되고 있기도 하다. 업샷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 독자의 맥락을 ‘빅데이터’라는 기술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공급자가 독자 하나하나에게 ‘맞춤형 기사’상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그래픽 편집자 아이쉬(Aisch)는 말한다. “우리는 단지 독자와 정보 간에 불필요한 장애물들을 없애고 싶었을 뿐입니다.”

임서연

출처: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5/05/03/upshot/the-best-and-worst-places-to-grow-up-how-your-area-compares.html?_r=0&abt=0002&abg=0

[첫문장 끝문장]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주: 세상에 좋은 답은 정해져있지 않다. 누군가에게 좋은 답이 다른 누군가에겐 좋은 답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소우주이기 때문이다. 10년 간 칼럼과 방송를 통해 인생 상담을 해온 임경선 작가는 인생사에 대한 정형화된 ‘답’이 아닌 각자가 자신만의 답에 도달할 수 있는 ‘태도’를 추천한다. 그리고 ‘좋은 태도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감히 논해본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태도들을 강요하는 말투는 아니다.
그녀는 말한다. ‘살아가는 태도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가 나 자신과 기쁘게 맺는 약속들이다.’

첫문장: 흔히들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지 알려면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라고 한다. 나의 육체는 항상 나와 함께하기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스스로를 소외시키며 내 안에 담긴 생각은 화석처럼 굳어 있다.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거나 마주하는 일은 어색하고 쑥스럽다. 그래서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를 옮겨 써보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 위해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한다. 조금 더 투자한다면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 몰랐던 나의 진심을 낯선 환경에서는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끝문장: 친구 관계뿐만이 아니라 연애에 있어서도 거절을 잘할 줄 아는 것이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다. 내 마음을 줄 수 없을 때 상대에게 희망고문을 하지 않는 것, 나에게 마음을 주는 것에 기분이 우쭐해져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여지를 주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에는 단칼에 잘라버린 그 상대의 잔인함에 치를 떨어도 속마음을 파악할 수 없는 태도로 오락가락 애매하게 구는 그 사람이 훨씬 더 고약한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서로 확실히 NO를 말하고 오로지 내가 기꺼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YES를 하는 것. 어른으로서 꼭 갖추고 싶은 습성이다

임서연

.KakaoTalk_20150512_003750600

[저널리즘의 미래 71] 업샷의 일주년을 기념하며

*주: 당신이 기자와 마주보고 앉아서 뉴스에 대해서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중에서 어떤 부분이 제대로 돌아가고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나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집을 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월세로 있는 게 나을까요?’이러한 질문들에 1년 동안 성실하게 근거까지 대가면서 답해주던 코너가 있었다. 바로 The upshot(이하 업샷)이다.

1.업샷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업샷은 네이트 실버(데이터 기반 정치 블로거로 2012년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춤)의 538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뉴욕타임즈의 새로운 코너로 2014년 4월 22일에 시작됐다. 당시 네이트 실버의 명성이 대단했기 때문에 업샷이 그의 공백을 다 채워줄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1500여건에 달하는 데이터 기반 기사를 내보내면서 업샷은 현재 순항하고 있다.

2.데이터는 거들 뿐

업샷의 특이한 점은 그들의 기반은 데이터 저널리즘이지만, 데이터에 너무 묵직한 짐을 지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데이터를 풀어가는 방법은 매력있고 유쾌하다. 이들은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글에 재미를 더하는 양념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2014년 7월 28일 자 기사에서 업샷은 “애플은 정말로 새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모델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릴까?”라는 인터넷에 떠돌법한 음모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3.아이폰의 진실 혹은 거짓

iphone

업샷은 빅데이터로 ‘iphone slow‘라는 검색어 횟수를 측정했는데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그 빈도수가 증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이에 반해 삼성 갤럭시 느려짐 검색어 빈도수는 출시와 상관없이 높아지는 것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은근슬쩍 말한다. ‘음모론이 아닌 보다 차분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이 악의적으로 기존 모델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에 최적화된 운영 체계를 업데이트하다보면 기존 모델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4.때로는 진지한 그들

americans
하지만 이들의 분석이 언제나 ‘재미삼아’ 검색어를 돌려보는 것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유의미한 통찰을 내놓기도 한다. “왜 미국인들은 부자들에게 부담 지우려고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온라인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재분배에 관한 미국인들의 관점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젊은 층이었다가 미국의 발전으로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나이가 든 미국인들은 재분배 논의에 대해 불편해한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 고령층 미국인들을 겨냥한 보수적 언론과 정치인들은 건강보험 개혁으로 인해 고령층 미국인들이 기존에 받고 있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메시징을 함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5.위기이자 기회의 시대

업샷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장난스러운 면과 진지한 면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업샷의 편집장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말한다. “데이터는 우리 작업에서 핵심을 차지하겠지만 너무 많은 숫자를 나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이터는 그것이 현실을 더 명확히 표현하는데 쓸 수 있는 한에서 강력하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덧붙인다. “오늘날 언론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저널리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업샷이 그 한 부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돌쟁이 업샷의 성장기가 기대되는 바이다.

임서연

출처: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5/04/22/upshot/happy-birthday-upshot.html?_r=0

[공공커뮤니케이션] 스웨덴님이 리트윗하셨습니다

theatlantic_com_20150313_163731

1. 스웨덴 큐레이터는 누구에게든 열려있습니다.

2011년 12월 10일부터 스웨덴 정부에서는 ‘스웨덴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에게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스웨덴 큐레이터에 추천된 시민은 일주일 간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일상은 어떤지 등 매우 소소한 것들을 트윗한다. 정부라는 공적이고 관료제적 조직체에서 이토록 사적이고 말랑한, 또는 통제 불가능한 트윗 계정을 조직 밖의 시민에게 개방한 것은 일견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말한다. “스웨덴은 큐레이터를 통해 전통 미디어를 통해 얻어진 스웨덴 이미지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2.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냉장고다?

정부가 말하는 ‘큐레이터를 통해 얻게 되는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2주 전, 큐레이터가 스톡홀름 점심시간이라는 트윗과 함께 스웨덴 음식재료가 가득한 냉장고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자 전세계적으로 바바리맨마냥 사람들이 자신의 냉장고를 홀랑 열어 ‘재끼는’ 사진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한 유쾌한 큐레이터를 통해 전세계인이 남의 냉장고 안을 관음하고 자신도 무엇을 먹고 사는지 노출하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맥주와 메이플 시럽이 있는 냉장고가 열렸다. 간장 통이 있는 일본 냉장고도 공개됐고, 생수랑 맥주 밖에 없는 안타까운 영국인의 냉장고 역시 열렸다. 술이 없는 냉장고는 아직까지 못 봤다.

3. ‘나’가 말하는 스웨덴

이는 단순한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시민의 목소리가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을 시민에게 넘겨준 스웨덴 정부의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국가’ 혹은 ‘애국심’과 같은 추상적인 담론들보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생활과 그들의 가치관들이 스웨덴을 각인시키는 데에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곧 스웨덴은 1인칭 ‘나’다. 정부의 미디어는 나의 냉장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스웨덴의 삶이 그 안에 있다. 공식 내용을 딱딱하게 전달하거나 커피쿠폰 따먹기 이벤트만 하는 우리 정부의 소셜미디어가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4. 새로운 스웨덴의 윤곽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마치 회화에서 점묘법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색깔을 팔레트에서 모두 섞어 하나의 선으로 전체를 표현했던 미술 사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점들의 모임으로 전체를 표현하려는 신인상주의자들의 고집을 보는 듯하다. 스웨덴은 선진적인 복지 시스템과 훌륭한 조합주의 전통의 나라라는 하나의 커다란 선 보다도 오늘 직장에 새 고객이 와서 신난다는 트윗을 날리고 점심시간 자신의 냉장고를 보여주는 점 같은 시민들의 합을 통해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윤곽선을 그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웨덴 안으로는 국가와 시민 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밖으로는 그들이 말했듯이 새로운 스웨덴의 이미지를 창조해 줄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다. 참고해 볼 만한 방식이다.

임서연(피크15커뮤니케이션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