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역사상 최고의 위기 대응… 보스턴 테러 처리 4가지 비결

2013년 4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시(市) 중심가 코플리 광장. 이날은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다. 결승선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선수들을 격려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보스턴 테러 이미지

‘쾅’. 오후 2시 49분 시민들이 밀집해 있는 보도에서 첫 폭발음이 울렸고, 12초 후엔 170m 떨어진 지점에서 또 다른 폭탄이 터졌다.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과 벌이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는 체첸계 미국인 형제가 놔두고 간 급조 폭발물(IED)이 터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테러로 3명이 사망했고, 26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규모가 큰 테러 사건이었다. ‘외로운 늑대(lone wolf)’라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란 점에서 미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이 있었다. 폭발로 목숨을 잃은 3명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다. 하지만 다리가 절단되는 등 중상자들이 많았는데도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은 부상자 중에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부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응급구조요원들이 부상자들을 후송하고 있다.
▲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부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응급구조요원들이 부상자들을 후송하고 있다. / 블룸버그

보스턴 테러 대응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첫째, 부상자는 모두 22분 안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탄 테러 현장으로 몰려드는 경찰차가 구급차 통행을 막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던 경찰관들이 구급차 위주의 차량 통제를 재빠르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마라톤 대회를 위해 이미 현장에 나와 있던 의료진은 선수뿐 아니라 구경 나온 일반 시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까지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일사병, 탈수 또는 근육통뿐 아니라 화상이나 절단과 같은 여러 유형의 참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된 인력이었다.

셋째, 사고 현장과 병원에 있는 의료진은 모두 대량 사상자 발생 시 참사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수년에 걸친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혀왔다. 응급처치법을 알고 있었던 경찰관과 일반 시민들도 추가 폭발 위험성이 남아있던 사고 현장을 떠나지 않고 부상자 응급처치에 힘을 보탰다.

보스턴 테러 사건은 이후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위기 대응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위기관리를 연구하는 허먼 레너드(Leonard) 교수와 아널드 호윗 (Howitt)교수 등이 1년 동안 연구한 끝에 내놓은 ‘보스턴 스트롱은 어떻게 가능했나(Why was Boston Strong)’라는 보고서의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들은 케네디 스쿨과 협조해 보고서의 한국어판을 발간하게 됐으며, 주요 내용을 위클리비즈에 요약해 소개한다.

‘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이란 문구를 적은 시내버스가 테러 이후 보스턴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 ‘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이란 문구를 적은 시내버스가 테러 이후 보스턴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 플리커

보스턴 시민들의 불굴 정신 나타낸 슬로건 ‘보스턴 스트롱’

하버드 보고서가 제목에 쓴 ‘보스턴 스트롱’이란 용어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후 시민들이 트위터에서 ‘보스턴 스트롱’이란 해시태그(SNS에서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관련 글을 모아볼 수 있게 한 것)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이후 보스턴 테러 피해자를 돕고자 판 티셔츠와 각종 기념물에 널리 쓰이면서 ‘위기에 굴하지 않는 강력한 보스턴 정신’을 나타내는 슬로건이 됐다.

하버드 보고서는 신속한 응급 의료 체계 외에도 통합적 지휘 체계, 시민사회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보스턴 스트롱의 비결로 제시했다.

통합적이고 자치적인 지휘 체계

테러와 재난의 특성은 복잡성으로 요약된다. 관리해야 할 사안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한 조직이나 전문가가 홀로 관리하기 어렵다. 보스턴 테러 발생 후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전략적 차원에선 통합적 의사 결정을 했지만, 각 현장에서는 위의 지시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치적으로(decentralized) 대응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은 2001년 9월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미국 국방부 등에 대한 비행기 납치 자살 테러 당시의 교훈에서 비롯됐다. 이 9·11 동시다발 테러 사건 이후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평소 함께 일하지 않는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이 위기 상황에서 일관성 있게 대응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국가 사고 관리 시스템(NIMS)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를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레너드 교수는 미 하원 국토안전위원회 청문회에서 “국가 사고 관리 시스템이 보스턴 테러 대처에서 확실한 효과를 거뒀다”고 증언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통합 지휘권(unified command)이다. 통합 지휘권이 중요한 이유는 사건 관련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이 공동 목표 수립과 계획 마련은 물론 대응에서도 서로 전문성을 나누는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합 지휘권이 있었기에 경찰과 의료진, 보스턴 시 등이 협력하여 환자를 보스턴 시내 1급 외상 치료 전문 센터 8곳으로 빠르게 분산 수용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통합 지휘권이 있었기에 용의자 확인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 FBI와 매사추세츠주와 보스턴시 경찰 등이 협력하여 사고 현장 근처의 공공 및 사설 CCTV, 현장에서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등을 빠르게 분석해서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었다.

통합 지휘권을 잘 보여준 것이 테러 직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보스턴 경찰, FBI 등이 참여한 공동 브리핑이었다. 이들은 여러 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리해 완성된 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당시까지 밝혀진 내용과 사고 현장 통제 상황, FBI의 수사 총괄 사항 및 취해진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역 주민의 협조와 도움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민들은 각 분야의 책임자와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위기를 통제하고 있는 모습에 안심할 수 있었고, 일관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제도만 갖춰진다고 위기 대응이 저절로 이뤄지진 않는다. 실제 보스턴시는 9·11 이후 프로 스포츠 게임, 신년맞이 행사, 독립기념일 콘서트 및 월드 시리즈, 수퍼볼, 민주당 전당대회 등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위기관리 대응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 서로 다른 부서에 있는 담당 공무원들이나 전문가들이 만약의 상황에 어떻게 협업할 수 있으며, 국가 사고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습과 훈련을 거듭해왔던 것이다.

시민사회와 커뮤니케이션

보스턴 테러 3일 후인 4월 18일 밤 용의자 체포를 알린 것은 지역 유력지인 보스턴 글로브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확인된 최신 정보를 보유한 보스턴 경찰서의 트위터 계정이 전 세계에 이를 알렸다. 에드 데이비스 보스턴 경찰서장은 2006년부터 경찰과 시민이 쌍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해 지역의 범죄율을 낮추는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데이비스 서장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영입, 6명으로 구성된 소셜미디어팀에 전권을 주고 시민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보스턴 테러 직후 비공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경찰과 시민이 의사소통하는 채널은 열려 있었다. 평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과 밀접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경찰을 신뢰할 수 있었고, 이는 테러 직후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 보스턴 테러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 가정 출신 차르나예프 형제가 2013년 4월 15일 보스턴마라톤 대회 당일 결승선 부근에서 압력솥 안에 쇠구슬 등을 넣어 만든 급조폭발물(IED)을 폭발시켜 2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범인 검거 과정에서 형 타메르란은 총격전 중 사망했으며 동생 조하르는 중상을 입고 체포됐다.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당신이 올바르게 행동? 사람들은 직관에 의해 판단…’기업 외교’가 필요한 이유

우리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과 사회적 평판은 비례하지 않는다. 여론과 사회적 관계 관리에 서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가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등에는 기업 외교 과목이 개설돼 있다.

최근 ‘기업 외교’란 책을 펴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위톨드 헤니츠 교수는 기존 ‘결정(decide)-발표(announce)-변호(defend)’ 방식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기업의 좋은 면과 사실을 보여주면 대중이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이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감정, 즉 직관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기업 외교를 소홀히 한 기업들은 낭패를 겪는다. 최근 우버의 한국 진입 전략 실패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각광받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도 관철하려 했으며, 한국 정부의 정책과 택시 운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뜨면 ‘꽃분이네’를 방문하고, 미 국무부 부장관과는 삼계탕을 먹고, 장모와는 치맥을 먹는다. 한국에서 출산한 아이에게는 사주를 본 다음 ‘세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한국어로 트위터를 한다. 피습 하루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부나 비즈니스의 관계 못지않게 우선시하는 일 중 하나로 보통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꼽았다. 공공 외교는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해 외국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여 서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것으로 정의된다. 기업 외교에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헤니츠 교수가 제시한 ‘기업 운영의 사회 허가(Social License to Operate·SLO)’는 기업이 사회로부터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도를 뜻한다. 다음은 기업 외교를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개념이다.

첫째, 기업 외교는 공공 관계다. 미국 기업 뉴몬트는 아프리카 가나의 아하포 금광 지역에서 나오는 수익 1%를 지역사회 단체들과 공동 설립한 재단(NADef)에 기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익을 준다는 ‘경제적 정당성’, 대중과 한 약속을 지키는 ‘상호 작용을 통한 신뢰’, 문화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정치사회적 정당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 외교는 개방적 태도다. 사실만큼 중요한 게 인식이다. 셋째, 기업 외교는 행동 변화다. IBM은 자사의 제품, 서비스와 관계없이 개발도상국에 국가적 의제를 조언하는 팀(global enablement teams)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외교의 등장은 최고경영진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전통적 관계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적 명분을 만들어라.”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다음카카오의 위기대응이 꼬인 이유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erything).”

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면서 제시한 비전이다.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와 연결될 뿐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한국 정치와 여론, 정책에 어떻게 연결해야할지 몰라 곤경을 겪고 있다. 주변에서 계속 ‘사용자 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위험을 환기시켰지만 준비하지도 않았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응전략도 서툴렀다.

기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중대 위기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상세하게 하라”고 권고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에볼라에 대한 최고 치료제는 긴급한 대응이다. 지금보다 스무배의 자원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다음카카오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것일까.

미흡한 준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07년 11월 복귀를 결심한다. 몇 주 동안 준비 작업 후 “모든 사람에게 내 복귀를 확실하게 전달할 방법이 필요해요”라고 당부한다.

슐츠는 복귀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이 시작하도록 설계도를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치밀한 소통 계획을 세웠다. 스타벅스 경영진과 이사회, 파트너, 주주, 애널리스트, 언론, 직원, 고객 등을 총망라한 계획이었다. 2008년 1월 7일 월요일 아침 9시 5분 스타벅스 최고 관리자들이 극비 회의에 모여 향후 48시간 동안 역할 분담을 담은 문서를 받고 복귀 대작전에 들어갔다. 12시 45분 회사 간부 대상 연설, 오후 1시 30분 협력회사 질의·응답 모임, 오후 2시 30분 금융 분석가들과 전화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적으로 활용, 슐츠는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복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달 넘게 준비한 슐츠와 달리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기본적 준비도 없이 이슈에 끌려다니고 있다. 9월 18일 검찰이 “인터넷 허위 사실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카카오톡 사찰 논란은 별 이슈가 아니었다. 대책과 입장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2주 뒤인 10월 1일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매체에서 “카카오톡이 검찰에 이용자 대화 내용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고, 회견장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석우 대표는 ‘정보통신망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법률과 원론 속에서 모호하게 대답했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만 했을 뿐 어떤 설명이나 대책도 없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하는 첫날(DAY 1)의 의미를 슐츠는 알았고, 다음카카오는 몰랐다.

전략 부재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협조를 해야 한다”(이석우 대표). “대화 내용 자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법률에서 정하는 개인 정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다음카카오).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 집행 방해를 하라는 건지?” (전 다음카카오 법률대리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난해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변호사 출신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와 회사 법률대리인 발언은 법적으로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잘못됐다. 법률의 논리로 여론에 대응하는 것은 위기관리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흔한 실수다. 사용자들은 다음카카오가 법률을 어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적 대화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고 법적인 잣대로 반응할 때, 여론은 우려에서 적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악화된다.

게다가 다음카카오는 정부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자신들을 전략적으로 분리시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10월 13일에는 갑자기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며 실정법 위반이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지금까지와는 정반대 발언을 꺼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 설명도 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켰다.

미숙한 자세와 태도

다음카카오는 “오해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들의 소통은 일방향 통보이며, 고객을 가르치려 한다. ‘외양간 고치기 프로젝트’라는 사후 대책 이름 자체가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럽다. 위기상황에서 고객과 공감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평판 관리의 네 가지 요소를 다음카카오 사례에 적용해보면 ‘공감(empathy)’은 “법률을 따르라”가 돼버렸고, 검열을 우려하는 고객의 공포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투명성(transparency)’은 “먼저 말하지 않는다”로 바뀌고,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기 바빴다. ‘전문성(expertise)’에서는 “서버 암호화는 잘 모르겠다”로 치환되면서 기술 기반 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지경이 됐다. ‘책임감(commitment)’의 가치는 “김범수 의장과 상의하고 있다”로 대체하는 데다 이 최종 책임자는 결국 등장하지도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비전처럼 모든 것은 연결된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연결’과 ‘안전한 연결’을 동시에 원하고 있다.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고객을 王대접 말라… 이케아의 깊은 뜻

“사전(辭典)을 만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묻는 CEO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마침 사무실 벽에 그 기업의 가치를 멋지게 표현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장님, 신뢰라는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라고 묻는다. “그거야 서로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죠….”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신뢰가 잘 드러난 최근 경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뢰 증진을 위해 사내에서 실제로 노력하고 계신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묻게 되면 CEO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께서도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직원들은 벽에 붙은 구호를 보면서 회사가 말하는 신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직원은 ‘회사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좋아하나 보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말에 비로소 CEO는 고개를 끄덕인다.

CEO는 한 기업을 ‘정의’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구두쇠 영감’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케아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단순한 구두쇠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비용 절감이라는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경영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최고의 디자인은 소용이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최고 디자이너의 정의를 “1000달러짜리 책상이 아니라 50달러짜리 품질 좋은 책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바꾸어 놓는다.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도 그는 남다른 정의를 내린다.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결국 그 비용은 고객도 공동 부담하게 된다며 고객을 왕으로 떠받들지 않을 것이고,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1973년에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장’이라는 책과 1996년 ‘작은 이케아 사전(A Little IKEA Dictionary)’을 발표한다.

캄프라드는 사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IKEA는 많은 단어나 문구에 고유한 의미를 붙여왔다. 외부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들이다. 이렇게 하면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공유하는 가치에 관련한 위험 발생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외부인과 새로운 직원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가치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작은 사전이 그러한 오해를 막아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이케아 매장.
▲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이케아 매장. 이케아는 ‘이케아 사전’을 만들어 경영 철학과 비전에 대한 정의를 명료하게 사내에 전파해오고 있다. / 이케아 제공

이케아 사전에는 18개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다르게 일하는 것’의 정의를 살펴보자.

“(…)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때는,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효율성을 증진시키거나 비용을 절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냥 다르게 생각하는 것 자체로 끝나버리고 만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자신 스스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왜?’ ‘왜 안 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다르게 일하는 것은 이케아의 성공 뒤에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들 뒤에 숨어 있는 생각들이다. 몇 가지 예를 보자. 다른 가구 유통업자들이 제조업자들의 디자인을 팔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가구 유통업자들이 시내 중심에 매장을 열 때 우리는 시내 밖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 다른 이들이 완성된 가구를 팔 때 우리는 고객들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도록 했다. (…) 우리에겐 이런 말이 있다. 오로지 잠자는 사람만이 실수하지 않는다….”

이케아 사전을 보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관료주의’에 대한 정의는 이렇게 돼 있다.

“15명 이상의 직원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가? 읽지도 않는 일일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는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화할 시간이 없었던 날들이 있는가? 이 질문 중 한 가지라도 ‘예스’라면 당신은 관료제 문제의 일부가 된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가장 선행해야 하는 것은 ‘정의하기’ 작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문서화돼야 한다. 현대카드는 2012년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이라는 부제가 붙은 경험 사전 ‘PRIDE’를 내놓았다. 혁신적 기업 문화를 모호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문이 풍부한 사전이 단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듯,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구체적 사례를 기반으로 한 사전이 필요하다. 기업의 비전과 가치가 액자 속에 머물지 않고, 업무 현장에서 실현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교황과 잡스, 두 탁월한 리더의 공통점

고수(高手)끼리는 통하는 법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티브 잡스와 프란치스코 교황도 말이다. 두 사람은 각각 2010년과 201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잡스는 CNBC, 교황은 ‘포천’지가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였다.

두 사람은 혁신가다. 한국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 교황에게 경영자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바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17년 넘게 스티브 잡스를 도왔던 켄 시걸의 저서 ‘미친 듯이 심플’을 보면 스티브 잡스와 교황이 일하는 방식 사이에 몇 가지 유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①뚜렷함과 상징

하수(下手) 경영자들은 “혁신해야 한다”고만 외친다. 고수(高手)들은 그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잡스에겐 ‘심플한 디자인’이고, 교황에겐 ‘가난한 교회’다. 두 사람은 모두 취임 초부터 혁신의 방향을 단순화하고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켄 시걸은 명확함이 조직을 변화하고 전진시킨다고 말한다. 뚜렷하게 보여주는 방법의 하나는 상징을 활용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한 애플의 광고 캠페인은 스티브 잡스가 상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교황 역시 2013년 선출 당시 청빈의 삶을 상징하는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정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 어젠다가 무엇이며 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했다. 이건희 회장이 불량 제품을 쌓아놓고 화형식을 펼친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품질에 대한 그의 의지를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주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티브 잡스와 프란치스코 교황

②반복과 일관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중 입국 순간부터 매일 세월호 유족을 만났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복식을 위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유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약자와 희생자 편에 선다는 걸 반복해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한다.

반복이 중요한 이유는 혁신에 일관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잡스는 제품 디자인에서만 단순함을 추구한 게 아니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회의 방식, 웹사이트 디자인과 광고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단순함의 철학을 반복했고, 일관되게 나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사제 시절에서부터 교황이 된 이후에도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영자들은 각종 행사나 인터뷰, 연설을 통해 많은 약속을 한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반복해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리더는 소수다.

③’과감’과 ‘진심’

교황은 방한 기간 중 78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행군을 계속했다. 앉아있기보다 서 있었고, 장애인들과 약자들을 만날 때면 진심으로 어루만져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떤 일정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청은 조정을 거치지 않고 과감하게 수용했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에게 그가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신뢰를 만들어낸다.

기업에서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과감하게’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켄 시걸은 많은 기업이 애플처럼 단순화 혁신을 하지 못하는 건 조직 내 특정 영역에서만 시도하는 정도로 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혁신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스티브 잡스에게 ‘거의 했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가 정한 혁신의 기준은 타협 불가능했다. 과감하게 진심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혁신하는 것이 아니다.

④다르게 생각하기

애플의 유명한 광고 슬로건인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정신 그 자체였다. 그는 전화와 음반 시장, 컴퓨터를 새롭게 해석해 아이폰·아이튠스·아이패드를 히트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교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는 방한을 앞두고 한 잡지 인터뷰에서 “다른 이의 믿음을 존중하고, 개종시키려 들지 말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말이 아닌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사람들을 매혹하는 것이 교회의 진정한 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무신론자에 대해서도 “그 사람만이 가진 인간성을 심판할 권한이 나에게는 없다”면서 예수를 안 믿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지옥에 간다는 의견들과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⑤인간적으로 소통하기

독설가인 잡스가 인간적으로 소통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파워포인트에 글자만 빽빽하게 담거나, 뻔한 이야기로 회의나 행사에서 연설하는 경영자들과, 글씨는 거의 쓰지 않고 주로 그림을 통해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스티브 잡스 중 누가 더 인간적인 소통을 했는지.

일반 소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제품 스펙을 나열하는 것보다 1세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더 인간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언어”를 가장 인간적인 단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교황은 2013년 한 연설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뭔가 좋은 것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해미 순교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단에게는 “공감하는 능력이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 위기전략] 위기관리는 제도와 문화, 세월과의 오래된 싸움이다.

 

‘난타’ 세계 공연의 사연을 기자가 묻자 송승환 피엠씨프러덕션 회장이 답한다.

“불이 문제였다. 프라이팬에 불이 확 붙어 타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가스를 이용한 진짜 불이다. 소방법이 엄격한 뉴욕에서는 공연을 할 때도 화제 전문가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주로 전직 소방수인 그들이 하는 일은 공연 후 가스부스터에서 가스통 4개를 꺼내 그걸 캐니빗에 넣고, 다음 날 아침 캐비닛에서 가스통을 꺼내 다시 부스터에 넣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주급이 1000달러가 넘었다. 예상치 못한 비용에 난감했지만 안전 규정은 무조건 따라야 했다. 이탈이라나 프랑스에서는 공연 전날 그 동에 소방대장을 불러 불 장면을 시연했다. 그가 오케이 해야만 막이 올라갔다. 공연 당일 무대 양쪽에 소방관을 한 명씩 배치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그 나라에는 세월호 사건 같은 게 없나 싶기도 하다.”
– 송승환, 조선일보 6월21일 WHY 인터뷰 중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위기관리의 훌륭한 경험이며 지적이고 성찰이다. 하나씩 분석을 해 보자.

1. 위기를 예방하려면 법과 제도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법이 엄격해야 하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달 16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에는 원래 발표된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재난현장에서 소방서장이 경찰과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전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세월호 현장과 재난 현장에서는 현장 지휘부가 전문성 중심으로 구성되지 않고 계급 중심으로 구성되며, 협력 보다는 개별 플레이가 우선하게 된다.

2. 위기를 예방하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지루한 작업이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을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안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전한 사회는 제도를 고지식하게 지키는 문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결과중심과 편의주의는 항상 거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3.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가진 위기관리들은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평소에 대우받아야 하고 권위가 존중받아야 위기 때 직업윤리를 갖고 행동하게 된다. 가치를 지향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지난 봄 미국 보스톤서 만난 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 “평소에 과도하게 소방관에게 권위가 부여되는 것 같다.” 세월호를 겪고 알았다. 위기관리자에 대한 평소의 존중이 위기 때 그들을 도망자로 몰지 않고 헌신하는 영웅으로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주급 1,000달러가 필요한 것이다.

4. 매뉴얼 보관이 아니라 전문가가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리허설이다.
실제 상황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자체 판단이 아니라 외부 위기관리 담당관이 그것을 보며 판단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난 현장에는 스스로 눈가리고 검증한 허술한 검증 과정이 낙인처럼 남아있다. 현장을 관할하는 공공의 위기관리자가 행사에 개입해 문제를 발견하고, 허점을 지적하고, 대응을 예비한다. 그리고 행사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갖고 행동한다. 그러니 위험이 미리 멈추어진다. 지면상의 훈련과 매뉴얼 보관은 재난 발생시 유명무실한 화석이라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에서 충분히 발견했다.

5. 현장에 전문 인력이 배치되거나 골든타임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란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위기만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난타 행사장에 위기관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위험을 미리 진단했다는 것이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타임은 현장 안의 전문가 혹은 현장에 즉각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송승환의 경험은 굉장히 많은 교훈을 준다. 철저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 만이 세월호를 다시 만들지 않는 길이다.

김호, 유민영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리더는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와야… 허드슨 강의 機長처럼

하버드대케네디스쿨의 ‘위기 리더십(Leadership in crises)’ 프로그램은 2001년 개설, 그동안 50개국 700여명 리더가 참여한 글로벌 국가 위기관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1주일 동안 참여하면서 얻은 교훈 10가지를 세월호 참사와 연결해 소개한다.

2009년 1월 뉴욕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 1549편 승객들이 날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설렌버거 기장의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구했다.

▲ 2009년 1월 뉴욕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 1549편 승객들이 날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설렌버거 기장의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구했다./AP

리더십

1. 지휘관 모자를 함부로 받지 말라

미국은 위기 상황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거나, 가장 전문성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현장 지휘관이 결정된다. 9·11 사태 당시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이 공격을 받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알링턴 소방서의 ‘넘버2’였던 제임스 슈월츠였다. 현장 지휘관은 펜타곤에 머물던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슈월츠로 정해졌다. 뒤늦게 도착한 슈월츠의 상사도 “현장에 대해서는 자네가 나보다 더 많이 파악하고 있으니 지휘를 자네가 맡게”라고 말하고 다른 업무를 도왔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우리 정부는 현장도 모르고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직급에 따라 지휘관을 맡았다가 혼란만 자초했다.

2. 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온다(First In, Last Out)

2009년 1월 뉴욕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 난 비행기를 과감하게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키면서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모두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 그는 마지막까지 비행기 안에 남아있는 사람이 더 없는지 두 번이나 둘러보고 탈출했다. 2005년 뉴욕 소방관인 존 살카는 뉴욕소방서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에 대한 책을 쓰면서 책 제목을 ‘가장 먼저 들어가, 마지막에 나와라(First In, Last Out)’로 달았다.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모습, 그것이 리더다.

판단력

3. ‘순간 탄력성’을 발휘하라

설렌버거 기장은 엔진 고장이 발견되자 조종간을 잡고 창밖 뉴욕 시내를 보면서 재빨리 3차원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관제탑에서는 주변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그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뉴욕 상공을 낮게 날다가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직감하고, 허드슨강에 과감하게 불시착을 감행했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순간 탄력성’이라 부르는데, 경험과 훈련의 산물이다. 설렌버거는 1만9500시간 비행 경험과 함께 정기적으로 위기 대응 훈련 교육을 받았다. 비록 교실 수업이긴 했지만 물 위에 착륙하는 연습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CEO와 임원을 위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화학·제약·식음료 등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큰 산업군에서 더 적극적이다.

4. ‘헤드 퍼스트(Head First)’ 대응에서 벗어나라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때 카드 회사들은 무방비 상태였다. 위기 대응력을 훈련한 적도 없고, 대응 전략도 세우지 못했으며, 준비된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당국 브리핑이나 뉴스 보도가 나오면 코를 박고 수세적으로 해명하거나, 변명하고 부정하는 답변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 이를 ‘헤드 퍼스트(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방식이라 한다. 위기일수록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전략을 세워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위기에 닥치면 반드시 상황실(War Room)을 만들라. 그사이 두드려 맞더라도 반드시 사건을 정의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세운 뒤 목표를 정해서 대응하라.

시스템·관리

5. 기대치를 관리하라(Expectation Management)

세월호 사고 첫날 정부는 구조자 수를 368명으로 발표했다가 164명→174명→175명→176명으로 번복한 뒤 결국 179명으로 발표했다. ‘대다수 구조’에서 ‘대다수 실종’으로 돌아선 발표는 위기관리에서 최악의 실수로 꼽힐 것이다. 사람 심리에는 대비 효과가 있어 기대를 올려놓았다가 급격히 낮추면 희망적 기대치와 참담한 현실 사이 엄청난 간극이 생겨 더 큰 불행과 분노를 낳는다. 영국 정부가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당시 통계 자료를 확실히 확인할 때까지 언론 발표를 계속 미루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프로세스 첫 단계는 예외 없이 사실 수집과 확인이다.

6. ‘레드팀(Red Team)’을 두라

미국 드라마 ‘뉴스룸’을 보면 어느 대형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보도 책임자가 주인공인 메인 앵커에게 ‘레드팀’을 맡아달라고 한다. 레드팀은 쉽게 말해 딴죽을 거는 역할을 한다. ‘화이트팀’의 보도가 정확하고 근거가 있는지를 검증해 달라는 것. 믿고 싶은 대로 사실을 편집하려는 유혹에 대한 견제 조치다. 글로벌 기업들은 위기에 대비해 ‘테러리스트 게임’을 한다. CEO와 임원에게 소비자,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 여러 이해관계자 역할을 맡기고, 그들 입장에서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7. ‘위기관리의 위기’를 만들지 말라

보통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두 개의 위기가 동시에 발전한다. 하나는 위험 그 자체, 또 하나는 그 위험에 대한 대처로 인한 위기다. 올 초 여수와 부산에서 두 개의 유조선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사실 부산 앞바다 사건이 유출량도 많고 더 위험했다. 그런데 여수 사건은 해경의 초기 대응 미숙으로 인해 대형 해양 사고라는 기억으로 남았지만, 부산 사건은 발 빠른 초기 대응으로 후폭풍이 미미했다. 기름 범벅이 된 채로 배에 매달려 헌신하는 두 해경 경위에 대한 미담만 퍼졌을 뿐이다. 위기라는 소나기는 위기관리 과정을 거치면서 태풍이 될 수도 있고 소멸할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관계

8. 위기에 닥쳐서 명함을 나누면 안 된다(First Name Relationship)

미 연방재난관리청 고위 관료였던 리처드 세리노가 한 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다양한 정부 부처, 군, 경찰, 기업이 협조해야 하는데, 위기가 난 뒤에야 처음 만나 인사 나눈다면 제대로 팀워크가 작동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전후 대응 과정을 연구한 하버드대 박소령씨는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관계(First Name Relationship)’에 주목했다. 당시 위기관리에 뛰어들었던 구성원들은 이미 9·11 테러 이후 매사추세츠 재난관리청 주관하에 지속적인 재난 대비 훈련을 해온 친한 사이였고, 이 관계가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9. 빠르게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아널드 호윗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4가지로 정리한다.

①알고 있는 사실만 말해야 한다: 확인된 사실만 소통해야 하는데 이번에 우리 정부는 여기부터 실수를 저질렀다.

②취하고 있는 조치를 말해야 한다: 조치를 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빨리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중요하다.

③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야 한다: 현장 인력, 피해자 가족, 정부, 정치인, 시민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10여개 대책본부와 선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별도 브리핑을 한 건 치명적인 잘못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때처럼 합동 브리핑을 해야 했다.

④위기에 대한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중대한 국가재난이 발생하면 리더는 국민이 위기로 인한 혼돈과 트라우마로부터 극복할 수 있도록 해석을 내려야 한다. 9·11 사태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강한 미국’이란 메시지를 전했고, 테러 6일 뒤에 ‘일상 복귀’를 선언했다. 세월호 사건에서 비난과 징벌 메시지는 난무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이를 극복할 것’이란 의지의 표현은 부족하다.

10.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Internal Listener)’이 필요하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 분야는 ‘피해자 관리’다. 신속한 구조 대책과 함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그 대책 중에는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Internal Listener)’ 역할이 포함돼야 한다. 피해자 가족의 심리적 공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응급 의료 지원과 심리적 상황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나 병원 핵심 관계자가 환자 옆에 앉아 환자 가족 이야기를 듣도록 하고 있다. 환자와 같은 쪽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호, 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