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DOSC, 메시지는 말한다 3] 서건창, MVP가 해야 할 말을 알다. – 프로의 자격과 정의

서건창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가 2014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MVP)로 18일 선정되었다. 그는 훈련된 커뮤니케이터로서 준비된 소감을 밝혔다.

“2년 전에 이 자리에 섰을 때 굉장히 떨렸다. 오늘은 좀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떨린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이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시간까지 오게 했다.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다. 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모교 코치님들과 이장석 대표님, 코칭스태프, 선수들, 각 언론사 기자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
올 시즌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시작했다. 작은 것 하나부터 깨달음을 얻고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다. 제 플레이를 보고 저보다 더 좋아해주신 팬 분들을 보면 지금도 흥분이 된다. 내년 시즌도 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팬을 흥분시키는 게임메이커가 되겠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계단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제 뒤에서 든든하게 후원자 역할 해주시는 가족들 감사하고 야구팬 분들, 히어로즈 팬 분들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0. 득도한 고수는 필요의 언어만을 사용한다.
말이 짧다. 짦고 정확한 말은 최고의 수상 소감을 만든다.

1. 정통파 우완투수처럼 소감을 구성하다.
첫 단락은 회고와 감사다. 두 번째 단락은 목표 관리와 다짐이다. 마지막 단락은 새로운 정의와 감사의 반복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인터벌도 없고 구질은 깔끔하다.

2. 기자처럼 핵심 요소를 던져놓다.
‘떨림’과 ‘흥분’이라는 스케치 위에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잠시 웃음이 터진 ‘백척간두 진일보’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낸다.

3. 마케터처럼 자신을 자신의 말로 정의하다.
‘어려운 시기’에 타격 폼까지 고쳐가며 달려온 시간을 언급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로 목표를 관리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은 선수”로 자신의 의지를 정의한다. 그러면서 1번 타자의 포지션, ‘게임메이커’를 놓치지 않는다. 누구도 공감하는 서건창을 서건창은 알고 있고 말할 수 있다.

4. 카피라이터처럼 버릴 것을 버린다.
그의 말에는 ‘1등’과 ‘최고’, ‘정상’ 같은 우월적 지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최선’과 같은 추상의 언어가 하나도 없다. 별로 없다. 자신의 고난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흥분’이라는 단어도 사람의 박동을 느끼는 훌륭한 선택이다. 스스로 말하지 않고 누구나 말하는 것을

5.어디서 권력이 나오는 가를 아는 샐러브리에이터처럼 행동하다.
능력과 경험을 믿지만, 팬심과 여론을 먹고 사는 것이 현대야구의 요체다. 팬들을 향해 두 번 감사하고 그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히어로즈 팬 앞에 야구팬이 먼저 붙은 것도 효과적이다.

신고 선수에서 MVP까지 오른 그는 2014년 실력으로 영웅을 입증했다.
서건창은 평소 말이 없고 기자들에게도 정확히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서건창이 코리안시리즈 패배 후 “혹시 잠실구장에 짐을 놓고 온 것은 없느냐”는 프런트의 말에 “우승 트로피를 놓고 왔다”고 말했다. 촌철살인-유머-의지가 겸비된 말이다. MVP 수상 다음 날에는 TV 생방송 뉴스에만 세 번 출연을 해서 실수 없이 또박또박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다. 거침없이 그 위치의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할 말을 알고 해야 할 때를 알고 있는 것이다. 서건창은 야구의 수준과 함께 그것을 표현할 말의 자격과 품위를 구현하고 있다.

유민영

[메시지는 말한다 2]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 –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의 권리

“스코틀랜드는 독립국가여야 하는가”
투표는 딱 이것만 묻는다.
찬성과 반대.
스코틀랜드의 새로운 내일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시작되었다.
이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어제와 다른 내일을 살게 될 것이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찬성 여론이 높아지자 개입했다.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다급해진 캐머런 총리와 야당인 노동당도 스코틀랜드로 날아갔고, 다수의 유명인들이 가세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독립을 주도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확고하고 일관된 캠페인을 유지한다.
SNP의 리더이고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알렉스 샐먼드는 자신들의 전략을 반복한다.

잘 만들어진 독립 찬성파의 광고는 모든 것을 말한다.
“9월18일,
우리에게는
평생에 단 한 번 뿐인 기회가 있습니다.“

1.
광고가 시작되면 스코틀랜드의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어.”
시작은 확고하고 명확하다.
미래는 아이로 상징되고 메시지는 ‘스스로 할 수 있다.’로 정의된다.
2.
캠페인의 주제어는 더 명확하다.
“YES” 캠페인.
더 붙여서 설명할 수가 없는 사안이다.

반대파들의 메시지
“No, Thanks”는 예스 캠페인에 종속된다.

3.
광고에는 과격한 구호와 깃발이 나부끼지 않는다.
독립의 비전은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생활 장면을 통해 등장한다.
그들은 장밋빛 그림을 차분하게 그린다.

할아버지, 대학생, 꽃집주인, 직장 여성, 조깅하는 남성, 아이를 안고 있는 직장 여성이 차례로 등장해 독립부국의 꿈을 일상처럼 자연스레 얘기한다.

그들은 말한다.
이미 우리는 잘 사는 나라라고.
그리고 덧붙인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일을 선택할 것이라고.

“찬성표는 스코틀랜드의 미래에 대한 결정이
스코틀랜드를 위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내려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4.
스코틀랜드로 날아간 캐머런 총리는 다급하다.
“독립은 한번 해보는 별거가 아니라 고통스런 이혼이 될 것이며, 되돌릴 수가 없다”

네거티브다.
반대 캠페인의 스텐스는 때리고 부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협박과 공포다.

샐먼드는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다.
딱 한 번 주어진, 단 한 번의 선택을 강조하고 반복한다.
전략과 캠페인은 메시지는 포지티브다. 태도와 자세는 간절하지만 담백하다.

2014년 올해는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의 상징인 배넉번 전투로부터 700년이 되는 해이다.

5.
광고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라 할 북해 유전을 활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해양에너지 자원을 언급하며 북해유전과 가스라는 보너스로 규정한다.
그저 보너스이고, 이미 스코틀랜드는 그 이전부터 자원부국이고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스코틀랜드 주민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전의 스코틀랜드와 보너스를 합치면 영국을 앞서는 세계 20위권 안의 부국이 될 것이라고.

스코틀랜드는 독립 이전에도 이미,
이후에는 더,
희망의 근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6.
자치권을 확대해 주겠지만, 반대의 물결은 긍정의 포지션이 없다.
반대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그들은 새로운 미래를 포티지브하게 그리는 것은 하지 않는다. 불가피하다.

이제 여론조사는 반대표가 앞선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학과 중세사를 전공한 샐맨드가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그가 최초의 스코틀랜드 총리가 될 사람이라고.

결과는 알 수 없다.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세계는 2014년 9월18일 스코틀랜드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라는 정체성은 오늘 독립한다.

광고의 제목은 “YES Means …”다.
그들은 ‘찬성의 자격’을 내놓았다.

영국을 반대해서 스코틀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의 캠페인이다.

박지윤, 유민영

출처: 2014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 찬성을 위한 공식 캠페인, Yes Scotland 공식 유튜브 채널, http://www.youtube.com/watch?v=bbWnBX6BY5A

[메시지는 말한다 1] 김성근 감독이 한국사회에 던진 한 마디

선수들에게 바꾸라고 요구하면 못 따라온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소중한 배움이었다.
–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SBS 인터뷰 중에서

그는 야구를 운명이라 했다.

2014년 9월11일,
우리 야구사의 새로운 행성이었던 고양 원더스 해체가 전격 발표되었다.

김 감독만큼 적과 팬이 극적으로 갈리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가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정신으로 야구 하나만의 인생을 살아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
삶이 곧 야구인 그의 말이 한국 사회 리더십을 상기하게 하는 묵직한 이유다.

2.
그의 말하기는 일본 말의 꼬투리가 묻어 있다.
일흔 두 해의 흔적으로 인해 집중해서 들어야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3.
화법은 거친 직구다.
관계와 정치를 위해 우회하지 않는다.
정확성은 거기서 발현된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드물게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야구 전략을 짠다.
그가 지난 해 스포츠 채널에 나와 각 구단의 상황을 신랄하게 설명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직구의 화법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4.
메시지는 송곳이다.
다변에도 불구하고 위험하지 않다.

데이터와 더불어 그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집중이다.
투호를 하는 제갈공명이 매번 화살을 항아리에 집어넣는 것은 순간집중의 결과다.
김 감독의 집중은 평생 하나만 생각하고 실천해 온 결과다.
숙소에서 홀로 밥을 먹을 때도 비디오를 틀어놓고 야구 하나만 생각한 결과다.

데이터에 기반한 그의 집중력은 그래서 다변(多辯)이라는 위험천만한 실체를 넘어선다.
정확한 다변, 그것을 우리는 쉽게 오를 수 없는 특별한 경지라 부른다.

5
그는 스스로 전략이 된다.
메신저와 전략이 한 몸인 것이다.
그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이 되지 않은 것은 그의 전략과 NC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1cm를 벗어나지 않는다.
야신(野神)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꼭 필요한 일을 한다.
야전사령관이며 전략가다.

데이터 분석가, 의사결정자, 위기관리자, 의사소통자라는 네 가지의 지휘를 그대로 이해한 전략 사령관이 그가 얻어야 할 호칭이다.

6.
그의 말은 냉정한 전략과 가족의 언어를 동시에 포용한다.
전략을 운용할 때는 지극히 차갑고 정확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사람을 향할 때는 ‘아이’가 뛰쳐나온다.
그는 전략을 위해 데이터를 읽지만, 사람도 안는다.
아홉 명이 서로의 포지션을 넘지 않는 것이 야구다.
데이터란 결국 사람의 상태가 아닌가.
사람데이터가 야구다.

그의 궁극은 결국 야구를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 그 가장 천진한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7.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2013년 출간한 그의 책 제목이다.
제자들이 쓴 본문 앞에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써 있다.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그는 고양 원더스를 떠나는 시점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말장난 같은 야릇한 경계를 그는 넘어선다.
야구 리더서로만 40여년을 살았다고 했다.
감독이라는 위치를 다른 요소에 의해 조정하거나 거래하지 않았다.

연줄 없는 한국이라는 체제 안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한국 나이 일흔 셋의 그가 다시 광야에 섰다.
구체제 안의 새로운 체제였던 그가 ‘영원한 현역’이기를 바란다.

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