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를 마치며

2014년9월15일부터 시작된 ‘기록’의 저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글쓰기 노트 두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Acase를 통해 지난 6월23일까지 46회에 걸쳐 연재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두번째 시즌이었던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역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른 꼭지의 글을 완성해서 함께 보내주신 윤태영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Acase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깊은 우정을 전합니다.

 

더불어 그간 연재되었던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를 모아보았습니다.

찬찬히 목록을 보시면서 마음이 가는 꼭지부터 다시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1. 감성이 담긴 글을 쓰자.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자.

https://acase.co.kr/2014/09/15/deepwriting01/

 

2. 시작이 중요하다. 첫 문장으로 독자를 긴장시키자.

https://acase.co.kr/2014/09/16/deepwriting02/

 

3. ‘눈물’이란 표현이 독자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https://acase.co.kr/2014/09/17/deepwriting03/

 

4. 하나의 장면을 한 꼭지의 글로 만드는 연습을 하자.

https://acase.co.kr/2014/09/18/deepwriting04/

 

5. 캐릭터를 당당하게 드러내자. 단점도 강점으로 승화된다.

https://acase.co.kr/2014/09/19/deepwriting05/

 

6. 하찮은 것까지도 기록하자. 입체적인 글을 만들 수 있다.

https://acase.co.kr/2014/09/22/deepwriting06/

 

7. 기승전결,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구성으로 커버하자.

https://acase.co.kr/2014/09/23/deepwriting07/

 

8. 시간순 서술은 대체로 진부한 느낌을 준다. 구성에 변화를 주자.

https://acase.co.kr/2014/09/24/deepwriting08/

 

9. 핵심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자. 의미 없는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자.

https://acase.co.kr/2014/09/25/deepwriting09/

 

10. 만담이 아닌 대화를 살리자. 핵심 메시지를 담아보자

https://acase.co.kr/2014/09/26/deepwriting10/.

 

11. 솔직하게 쓴다. 의도적 과장은 역효과를 낸다.

https://acase.co.kr/2014/09/29/deepwriting11/

 

12.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자.

https://acase.co.kr/2014/09/30/deepwriting12/

 

13. 까다로운 마무리, 여운을 남기는 방법도 좋다.

https://acase.co.kr/2014/10/01/deepwriting13/

 

14. 모든 것을 설명하지 말자. 욕심이 글을 지루하게 만든다.

https://acase.co.kr/2014/10/02/deepwriting14/

 

15.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마디를 생각하자. 키워드를 만들자.

https://acase.co.kr/2014/10/06/deepwriting15/

 

16. 메시지를 강요하지 말자. 담담한 묘사로도 전달이 가능하다.

https://acase.co.kr/2014/10/07/deepwriting16/

 

17. 쉽게 쓰자. 글은 생각을 다수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https://acase.co.kr/2014/10/08/deepwriting17/

 

18. 명문에 집착하지 말라. 쓰다보면 명문이 나온다.

https://acase.co.kr/2014/10/10/deepwriting18/

 

19. 한 편의 글에서는 한 가지 메시지만을 전달하자. 욕심내지 말자.

https://acase.co.kr/2014/10/13/deepwriting19/

 

20. 인물의 생생한 워딩은 최대한 살리자. 현실감이 풍부해진다.

https://acase.co.kr/2014/10/14/deepwriting20/

 

21. 사물의 양면성을 잘 관찰하자. 글 쓸 재료가 풍부해진다.

https://acase.co.kr/2014/10/15/deepwriting21/

 

22.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대충 쓰지 말자. 최대한 정확한 팩트를 찾자.

https://acase.co.kr/2014/10/16/deepwriting22/

 

23.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https://acase.co.kr/2014/10/17/deepwriting23/

 

24. 반문(反問)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독자를 깨어있게 하자.

https://acase.co.kr/2014/10/20/deepwriting24/

 

25. Fade-in & Fade-out, 새로운 단락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자.

https://acase.co.kr/2014/10/21/deepwriting25/

 

26. 가정과 전제를 남발하지 말자, 주장이 불투명해진다.

https://acase.co.kr/2014/10/22/deepwriting26/

 

27. 글에도 양념이 필요하다.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라.

https://acase.co.kr/2014/10/23/deepwriting27/

 

28. 주장글에서는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 인물에 관한 글은 예외다.

https://acase.co.kr/2014/10/24/deepwriting28/

 

29. 얼마나 과감히 삭제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질이 결정된다.

https://acase.co.kr/2014/10/27/deepwriting29/

 

30. 타깃을 분명히 하자.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자.

https://acase.co.kr/2014/10/28/deepwriting30/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30] 타깃을 분명히 하자.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자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글 쓰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읽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글이 두루뭉수리가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역시 여기서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가급적이면 타깃 독자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변인을 하던 시절의 경험이 있다.
저녁 아홉시 TV 뉴스에 등장하는 일이 많았다.
서울 시내 사무실 밀집 지역을 걸어가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 신촌 등 대학가에 가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전무할 정도였다.
뉴스를 보는 계층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딱딱하고 건조한 정치·시사 관련 글을 쓰면서
‘젊은 학생들에게 고함’이란 제목을 붙이면 어떨까?
과연 젊은 학생들이 얼마나 그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자신의 글을 읽어줄 확실한 독자층을 겨냥하고 써야 한다.
30대 청년층도 좋고, 4·50대 화이트칼라도 좋다.
그 그룹에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면
그 다음 타깃 독자층을 확대하면 된다.
일차 그룹이 든든한 진지 역할을 해줄 것이다.
타깃을 분명히 하고 글을 쓰자.
그들이 바로 당신 앞에 앉아있다는 생각으로 쓰자.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9] 얼마나 과감히 삭제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질이 결정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안을 맴돌며 생각한 끝에
고작 몇 줄을 쓰기도 한다.
써놓은 글도 몇 차례 걸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몇 개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열과 성, 그리고 혼이 담겨있는 글이다.
누구라도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글이다.
그 글이 전체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때로는 그렇게 애써 써놓은 글이
결과적으로 튀는 문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놓고 보면 군더더기가 되는 것이다.
흐름을 방해하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수정을 해보려 하지만,
몇 개의 문장들은 이미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보기에도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다.
이번에 써먹지 않으면 다른 기회에 쓸 일도 없을 듯싶다.
심혈을 기울인 문장을 살리기 위해서
앞과 뒤의 다른 글들을 다시 고쳐본다.
그러다가 전체의 흐름마저 망가진다.
수십 년 글을 써오면서 숱하게 겪었던 경험이다.
이 경험이 주는 교훈은 단 하나뿐이다.
피와 살 같은 문장이라도 흐름에 방해가 되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작품을 부숴버리는 도공(陶工)의 심정이 되어야 한다.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8] 주장글에서는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 인물에 관한 글은 예외다.

학술 논문을 재미있는 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딱딱한 이야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논리성을 추구하는 주장글도 마찬가지다.
너무 길어지면 흥미도 없어지고 긴장도 떨어진다.
부드러운 이야기들을 중간에 다양하게 결합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예화이다.
예화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고사도 있고, 최근의 유사한 사례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예화는 글 전체 분량의 3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그 이상으로 예화의 분량이 많아지면
주객이 전도되는 셈이다.

인물의 언행을 묘사하는 글은 다르다.
자서전 또는 자기소개서도 이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람의 일화가 예화로 등장하는 것은
그다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인물에 대한 글의 경우는
주인공에게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굳이 예화를 동원해야 한다면
주인공의 다른 경험을 소개하는 게 훨씬 낫다.
다음은 봉하일기 <낮은 사람 노무현의 다시 찾은 봄날>의 일부이다.
중간에 3년 전 이야기를 예화로 소개하고 있다.

뜨겁게 달구어진 솥 안에서 찻잎을 덖는 전문가의 숙달된 솜씨를 지켜본 후 대통령이 따라해 봅니다. 비비면서 말리는 과정을 거쳐 다시 건조. 하나하나 따라해 보는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술렁댑니다.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높이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웃집 아저씨를 대하듯 스스럼없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는 아주머니. 모두 다 임기 중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편안한 광경들입니다. 그런 대통령 앞으로 누군가가 지나가자, 설명을 하던 교수님이 어딜 앞으로 지나가냐고 야단을 칩니다. 순간, 멋쩍어지는 건 오히려 대통령입니다. 그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말합니다.
“괘안습니다.”

3년 전인 2005년 5월 21일, 대통령은 농산촌 관광마을 체험의 하나로 충북 단양의 한드미 마을을 찾았습니다.
“어릴 때 농토는 없고 자식은 공부시켜야 해서 고구마 순을 팔아서 학비를 댔습니다. 그래서 고구마 순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귀농 포부의 일단을 밝혔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이 좋습니다. 욕심에는 대통령 마치고 내 아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데 가서 살면 어떨까 궁리중입니다.”
그 소박한 대통령의 꿈이 이 봄날에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었습니다.

제다과정 체험이 끝나고 장군차밭의 주인이 대통령 일행을 위해 베푼 오찬. 정성껏 준비한 장군차 비빔밥 한 그릇이 대통령을 위해 먼저 나왔습니다. 또 다시 대통령이 어색해합니다.
“제가 아직 어디 가서 어른 노릇을 못합니다. 밥그릇이 제게 먼저 오면 어색해하죠. 대통령 5년 하는 동안 그래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7] 글에도 양념이 필요하다.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라.

노대통령 재임 중에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글이다.
제목이 <꿈은 벽을 넘지 못하고>였는데, 시작 대목을 인용했다.

두 달 전쯤의 일. 관저의 서재에서 보고를 받고 있던 대통령을 여사님이 거실에서 급히 찾았다.
“여보, 빨리 나오세요. 정연이 전화 연결되었답니다.”
미국에 나가 있는 딸과 통화를 할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나오려는 순간, 수화기를 든 여사님 옆으로 다가선 대통령의 느닷없는 한마디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자, 시작할까요?”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안부전화가 아니라는 예감이 퍼뜩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를 앞에 들고 나란히 선 내외는 대통령의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합창을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딸의 생일날,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은, 평범한 아버지의 따뜻한 부정이 대통령의 거실에 은은히 감돌았다.

대통령의 일상에서 접했던 재미있는 장면으로 글을 시작했다.
글 전체의 주제는 임기 중반을 넘긴 대통령의 고뇌와 힘겨움이었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가볍고 재밌는 일화로 글을 시작했다.
한 꼭지의 글을 쓰는 경우에도
재미있는 일화를 양념처럼 넣어주면 좋다.
특이한 경험만이 재미있는 일화는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경험들을 글로 써놓으면
재미있는 일화가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특별한 경험을 전해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일상을
영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6] 가정과 전제를 남발하지 말자, 주장이 불투명해진다.

강력한 주장을 제기하는 글은 맺고 끊음이 분명할 필요가 있다.
“…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하다.”
이렇게 자락을 깔아놓으면 주장의 힘이 떨어진다.
당연히 설득력도 줄어든다.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이것이 백번 옳다.”
“…의 도움이 전제가 될 때,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인 글을 위해서는 가정과 전제가 필요하다.
반론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자락을 깔아놓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주 남발되면 주장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전제나 단서들을 과감히 쳐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반론이 제기되면 그때 설명해도 늦지 않다.

다큐멘터리나 리포트 형식의 글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형식의 글에서도 물론 전제나 가정은 필요 없다.
다만 강력한 주장보다는 여지를 남겨놓는 게 필요하다.
다음은 노대통령 재임 중 국정일기인
<옳은 길이라면 주저 없이 간다>의 마무리 대목이다.

외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 대통령은 세련된 외교보다는 솔직한 외교를 추구했다. 아쉬운 것은 아쉽다고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달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의 한·미 정상회담이 보여주듯, 필요하다면 3시간의 회담을 위해 30시간에 달하는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제무대에서 선 대통령은 그 솔직함에 깊은 인상을 받은 외국의 지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그것은 ‘세련된 매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직은 언제나 최선의 정책’이었다.
2002년 여름 대통령선거전이 뜨거워지던 어느 날, 이회창 후보에게 뜻밖의 악재가 생겼다. ‘특권층의 대변자’로 공격받던 이 후보에게 누군가가 ‘옥탑방’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 후보가 그 뜻을 모르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 당연히 노무현 후보 진영은 이 뜻밖의 호재를 활용할 공세를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더욱 뜻밖의 일이 벌어진 것은 그 다음 날. 이번에는 노무현 후보 자신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언급을 했던 것.
“저도 사실 옥탑방이란 말은 몰랐습니다.”

글의 끝을 대통령선거 당시 노 후보의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다시 후보의 언급을 부연해서 설명하는 글을 덧붙이면
결국은 주장하는 글이 된다.
그러면 글 전체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흔들린다.
그냥 이 말로 그냥 마무리를 지은 다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5] Fade-in & Fade-out, 새로운 단락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자.

예문으로 시작하자.
노무현 대통령 5주기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이다.

지난 반년 동안 집필 팀은 말과 글에 관한 한 그의 수족 역할을 해왔었다. 마지막으로 남긴 글의 한 대목에서 나는 내가 감당해야 할 죄책감의 근거를 확인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꽉 막힌 심장에서 피가 역류했다. 깊은 후회의 감정이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눈물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눈시울의 뜨거움도 없었다. 차는 부산대 양산 병원을 향해 달렸다. 이십 년 전 처음 대면했던 초선의원 노무현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떠올랐다.

1989년 초 여의도의 국회의원회관. KBS 소유의 아파트를 빌려 의원회관으로 사용하던 시절. 큰 방 하나를 둘로 나눈 작은 공간들이 비교적 젊은 초선의원들에게 배당되었다. 그의 사무실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88년 5공청문회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의원회관에 근무하는 젊은 야당 보좌진들에게 인기 최고의 우상이었다. 참모진과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노 의원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오마이뉴스 기고문, <이제 당신을 내려놓습니다.(2014.5.)>에서 인용)

중간에 단락이 바뀌는 지점이 있다.
굳이 따진다면 기(起)에서 승(承)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그런데 시점이 문제다.
2009년 5월 23일의 시점에서,
20년 전인 1989년의 어느 날로 돌아가고 있다.
갑자기 20년 전을 서술하기에는 시간의 간격이 크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호흡의 단절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매끄러운 연결을 시도했다.
영화로 치면 Fade-in & Fade-out기법인 셈이다.
이런 기법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 꼭지의 글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 글의 서두를 시사하는 언급을 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연결도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