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메모 30] 모든 것의 준비를 마친 후, 점을 하나 찍는 다는 것. – 화룡점정의 한 수

피아노

화려한 일본 긴자의 거리는 토요일 12시를 기해 차 없는 거리가 된다.
그러나 특별한 행사가 없다면 그냥 길이 열리는 것 뿐이다.

주말이 되면 덕수궁 돌담길과 연대 앞 차 없는 거리에는 피아노가 놓여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피아노 연주자가 될 수 있다.
운 좋은 날에는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운 아이가 등장하기도 하고 또 팔꿈치를 이용해 연주를 하는 능력자를 만나기도 한다.
연대 앞에서 신촌 역까지 가는 차 없는 거리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피아노를 통해 목표가 분명해진 것이다.
단순히 차를 없앤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서로를 교감하도록 한다는 것.
피아노는 그것이 일회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삶의 표정이 담길 수 있다.
일상 파괴의 상징이다.
고단한 일상을 쉬어가자는 주말이 있는 삶이다.

1. 사람의 길을 만든 이유를 알려준다는 것
2. 어린아이도 능력자도 누구나 칠 수 있다는 것
3. 그 물건이 문화와 휴식과 여유를 표현하는 피아노라는 것
4. 그리고 피아노 연주가 새로운 소통과 관계를 만든다는 것

피아노는 그런 점에서 화룡점정이다.
우리는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더 혼란한 행사를 조직하거나,
매우 격렬한 장사치와 표정 없는 사람들만이 우글거리는 또 하나의 거리를 만들고 만다.

CEO들은 가끔씩 착각을 한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놨는데 왜 사용을 안 하는 지 모르겠다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라.

1. 사용자 혹은 관객의 관점에 섰나?
2. 행동 유발자가 되었는가?
3. 스스로 움직이게 했는가?

공을 들여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실행을 시작하게 된다면, 마지막에 그 길을 이용할 사람을 생각하라.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소통하게 하라.
그것이 관객을 주인으로 초대하는 변화다.
정책에 마지막 점을 찍어라.
그러면 그 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줄 것이다.

유민영

[CEO를 위한 메모 29] 손님을 위한 뺄셈의 재량권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 서비스의 핵심에 투자하라

노량진 수산시장 근처의 순천식당은 남도의 갯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라 겨울에 자주 가는 곳이다.

마루 공간과 홀 공간이 다 이고 방도 없는 곳에 항상 손님이 붐빈다.
물론 내놓는 음식 맛이 우선으로 좋다.

며칠 전, 여름이라 하모(갯벌 장어) 샤브샤브를 시켰다.
그래도 아쉬워서 제 철은 아니지만 꼬막 한 접시를 추가 주문했다.

매번 느꼈던 것을 다시 경험했다.
낯익은 아주머니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한다.
“너무 많아요. 반 접시만.”
긴 얘기가 필요하지 않았고 더 덜거나 붙일 것도 없다.
그 순간,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끝났다.

항상 그랬다.
과욕을 부려 넘칠 것 같으면 주문을 권하는 아주머니들이 반대를 하고 막아섰다.
정확하고 능숙하게 끊어준다.
음식 팔기 위해 장난치지 않고,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오래 다니지만 대체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변하지 않는다.
맡은 자리를 나눠서 관리하고 온전히 자신이 서비스를 한다.
얼마 전부터는 주인 할머니 혹은 젊은 아들이 하던 것을 계산까지 그 분들이 한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주문을 권하는 할당을 강박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을 위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자기 책임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CEO의 역할은 그것이다.
서비스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람이 자신의 재량, 책임, 역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맛에 더한, 순천식당의 서비스는 아주머니들을 통해 나온다.
그것이 순천식당 서비스의 핵심 요체다.

순천식당에서 매번 만나는 장면이다.

유민영

[CEO를 위한 메모 28] 어떤 보고서를 받고 싶은가? – 집중, 심플, 구체

여럿이 만난 자리에서 글쓰기와 보고서 얘기가 나왔다.
그 중 어느 대기업 계열사 CEO의 얘기가 의미 있어 옮긴다.
1년 평가를 할 때의 과정과 기준이라고 했다.

1.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보고서 내용과 형식을 직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2. 형식은 자신이 1년간 한 일을 순서대로 적고, 앞으로 할 일을 적으라고 했다.
3. 무슨 일을 했는지 있는 그대로의 말을 사용해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4.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를 정해주었다. ‘확립’, ‘추구’와 같은 추상적인 말은 결코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5. 양은 한 페이지면 족하고 필요하면 두 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했다. 반 페이지로 된 훌륭한 보고서가 많았다고 한다.
6. 이러한 보고서로 자신의 업무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7. 보고서를 다 읽었고 정확한 평가로 피드백을 주었다.

 

때때로 예상치 못한 훌륭한 보고서를 받기도 한다.
필자는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전파를 하는 편이다.
또 이렇게 기준을 명백하게 정해주는 것도 좋다.
자신이 자신의 평가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 지도.

 

보고서를 쓰는 이유에 집중하게 하고,
심플하게 설계해 소통하고,
살아있는 언어로 된 답을 받아라.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보고서를 받는 방법이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헛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유민영

[CEO를 위한 메모 27] 선물의 완성 – 선물은 주는 것이기도 하고 받는 것이기도 하다.

그릇

여러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에게 지난 주 작은 감사의 선물을 했다.
폴란드 수제 그릇 세트다.

저녁에 문자가 왔다.
접시에 소담하게 딸기를 담아놓은 사진과 함께.
아내도 감사해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물에 대한 피드백에 지금껏 스스로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은 주는 것인 동시에 받는 것이기도 하다.
선물은 주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받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선물의 완성이다.

유민영

[CEO를 위한 메모 26] 약속에 늦지 마라 – 10분 전 도착하기 위한 매우 간단한 방법

 

고객과의 약속에 늦는다는 것은 균형을 깨는 일이다. 심각한 약자의 지점에 서는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회의는 변명으로 일이 시작되어 첫 인상을 구기고, 그 감정은 회의 내내 서로의 감정을 지배하고, 회의동안 나쁜 포지션에서 고객의 눈을 바라보게 되는 중대한 문제다. 분위기 역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 배 이상의 감정노동을 요구한다. 만회를 위해 오버하다 보면 계속 어긋난다. 무엇보다 고객은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회의에 임한다.
그래서 모든 CEO들은 늦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도 왜 자꾸 늦는 것일까?
잘못된 계획과 습관 때문이다.

올해 초 나는 고객과의 약속에 최소한 10분 전에 도착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몇 번을 늦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30분 이상 먼저 도착하는 계획을 세워야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습관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늦고 있었다.

그러다 김 대표와 협력해 일을 하게 되었다. 김 대표는 고객과의 약속 30분 전에 근처 장소에서 사전 미팅을 요구했다. 그렇게 해도 몇 번을 늦었다. 그런데 고객과의 약속은 늦지 않게 되었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앞서 주어졌던 것이다.
또 김 대표는 30분 전에 우리가 만나 논의할 일을 미리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패턴에 맞추다 보니 약속에 가서 할 일을 미리 생각하는 습관이 들었고, 일찍 도착해서 사전 리허설을 하는 시간의 귀중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전 미팅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커피를 한잔 하면서 지난 회의를 복기하고 새로운 미팅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진행되는 고객과의 회의 질은 달라진다. 아주 적은 시간이라도 지난 일을 점검하고 새로운 일을 검토해 보는 것은 항상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김 대표로 인해 요즘 나는 약속에 늦지 않는다. 또 차분한 준비를 하고 회의에 들어가 계획된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기초해 새로운 합의를 이루어낸다.

10분 전에 도착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회의를 시작할 때 마음의 불편함 없이 시작한다는 것, 준비를 하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고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회의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위치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브리핑을 받는 위치에 선다 해도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의 불편함을 갖고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서비스는 사실 좋은 고객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약속에 늦지 말자. 약속에 늦으면 위치가 추락한다. 습관을 바꿔라. 먼저 도착해서 준비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좋은 습관이 대등한 관계를 만들고 특별한 성과를 만든다.

유민영

[CEO를 위한 메모 25] 혜원의 테마 – 한 사람에게 정직하게 몰입하라.

20140319_밀회

드라마 ‘밀회’에는 혜원(김희애)과 선재(유아인)가 등장한다.
2회를 넘긴 지금 그들의 사이는 아득하다.
피아노, 연기, 그리고 두 사람.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운 선재가 예술재단 기획실장인 혜원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선재가 눈빛을 보내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칭찬을 기억하고 달리기를 하는 동안 혜원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두 사람의 묘한 눈물이 교차한다.

자신의 연주가 괜찮았는지 선재가 묻는다. 혜원은 “너는 널 모르나보다.……“라고 답한다.

무엇보다 혜원의 목소리.
혜원의 낮고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는 고요한 태풍 같다.

다음은 혜원의 대사다.

“(볼을 꼬집은 후)이건, 특급 칭찬이야.”

“왜 페달을 안 밟아.”

“취향이 아니라, 해석을 묻는 거다.”

“그게 해석이지.”

“아니.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소년의 이상은 한없이 부풀어 오른다.
선재는 이제 그 분을 만났다.

그것이 사랑이든, 종교이든.
혜원의 목소리는 선재를 새로운 구원으로 이끈다.

잠시 출근길에 혜원에게 취했다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보니 즉시 현실이 된다.
그래도 여운은 남았다.

CEO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당신은 ‘선재’를 만난 적이 있는가?
그리고 선재를 발견했을 때 선재를 향해 혜원과 같은 말을 건네 본 적이 있는가.

1. 스스럼없이 다가가 포옹한 적이 있는가? (볼을 꼬집은 후)
2. 감동해서 노골적으로 칭찬한 적이 있는가? “이건, 특급 칭찬이야.”
3. 상대의 뜻을 정확하게 물은 적이 있는가? “왜 페달을 안 밟아.”
4. 내 뜻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다시 물어준 적이 있는가? “취향이 아니라, 해석을 묻는 거다.”
5. 정확한 답변에 제대로 호응해 준 적이 있는가? “그게 해석이지.”
6. 놀란 상태로 그대로 승복한 적이 있는가? “아니.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10년을 같이 일한, 지금은 돌아가신 김근태 아저씨에게 나는 6가지 이야기를 대체로 들었던 것 같다.
어느 날.
“Brilliant, 이 말이 네게 어울리는 말 같다.”
그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해 주었고 나는 수많은 의심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말이 맴돌 때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다 돌려주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날 먼저 떠났다.

CEO, 당신이 당신의 주변을 결정한다. 당신을 결정한다.
당신의 사람을 사랑하라. 그리고 표현하라.
누구나 당신보다 위대한 면을 가지고 있다.

유민영

사진출처: 스포츠서울닷컴

[CEO를 위한 메모 24] 자서전을 수정해 가면서 사는 것이 인생 – 변화에 조응하며 자신과 회사를 수정해가는 것이 경영

김광석이 다시 부른 ‘이등병의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정상이다.
새로운 아침이 항상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게 부단히 부응해 가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경영 아닐까.

근래 네이버가 우리 시대의 학자를 모시고 진행하는 <열린 연단 : 문화의 안과 밖>에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께서 <오늘의 사회와 문화 – 작은 일과 큰일 사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항상 좋은 글과 생각을 전해주시는 선배께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다.
“자서전을 수정해가면서 산다는 것 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서전의 수정, 뒷지혜의 수용에서 오래 머물렀다.

“세대마다 역사를 다시 쓸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상상과 기억 속의 자서전을 수정해 가면서 사는 것이 의식 있는 사람의 일생이다. 수정한다는 것은 없었던 일을 날조해 낸다든지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여 생략의 허위를 집행한다는 뜻이 아니다. 행운이라 생각했던 것이 실은 불행의 씨앗이었다든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착시 현상이었다든가 하는 해석의 수정을 말한다. 혹은 크게 보였던 사안이 사소해 보이는 것 같은 뒷지혜의 수용을 말한다. 가치관과 평가의 수정은 깨어 있는 사람의 삶에 따라붙게 마련이요 그런 과정이 곧 성숙 과정이기도 하다. 한 시기의 편향된 열정에 주박(呪縛)되어 세계의 변화를 외면하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구시대 미망인의 외통수 수절(守節)을 답습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오늘날 그러한 미망인을 정절이나 절개란 미덕으로 옹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

흐르는 것을 배척없이 받아들인다는 것,
일신우일신 한다는 것,
틀린 것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뒤늦게라도 고쳐서 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가는 것이다.
CEO로 살면서 가져야 하는 기본 덕목이겠다.

유민영

자료 출처 :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48436&rid=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