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커뮤니케이션] 김연아, 새로운 시간을 정의하다 – 그녀는 경기장 밖의 전략, 메시지, 태도를 실전처럼 경기해낸다.

김연아소치

한국 시간 20일 오전 0시,
김연아의 시간이다.

출국 때 인터뷰를 다시 보았다.
그녀의 새로운 역경-경험을 대하는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모든 것이 훌륭하다.

1. 마지막 시간을 정의하다.

마지막 순간을 ‘시합에 나간다.’는 차분한 일상의 언어로 치환했다.
어려운 첫 질문에 시합에 임하는 ‘태도의 전략’을 드러낸다.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집중이 안 될까 봐 걱정되기는 한다. 마지막 시합이라는 생각보다는 ‘시합에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항상 그랬듯 경기에 집중할 것이다. 끝나면 홀가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2. 메달에 대한 외부의 집착을 자신의 연습과 경기에 대한 결과로 설명하다.

2연패를 묻는 질문에 과정의 결과로 설명한다. 천박한 관심에 현자의 답변이다.

“다른 분들은 저의 2연패에 관심이 가겠지만 저는 그냥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마음이다.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직 시합이 시작되지 않았고 공식 연습도 안 했는데 그런 얘기 나오는 것이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이고, 결과는 거기에 따라오는 것이다. 제가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3. ‘홈 텃새’와 ‘리프니츠카야’에 대해 자신의 문제가 아님을 명백히 하다.

예상된 질문에 자신이 할 수 없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상대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집어넣어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

“다른 종목과 달리 피겨스케이팅은 기록으로 성적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가 매번 잘할 수도 없고 매번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일단 제가 만족스럽게 경기를 하면 거기에 따른 결과는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 그 선수는 올림픽에 데뷔하는 것이지만 저는 마지막이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다른 선수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신경 쓰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될 리 없다. 제가 준비한 만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불필요한 합체를 가볍게 분리하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 대해 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웃고 지나간다. 누구도 공감하는 내용을 어렵게 돌려서 설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면 많이 부담이 될 것 같다. 스트레스가 꽤 있을 것 같고, 저는 솔직히 단체전 안 나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합 하루 치르는 것만 해도 굉장한 스트레스다. 제가 일본이나 미국 선수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웃음).”

5.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기대치를 높이지 않는다.

함께 나간 후배 선수들을 무리해서 격려하지 않고 항상 감성의 포로가 되어 들떠있는 앵커처럼 얘기하지 않는다. 살짝 감싸안고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 그리고 인생을 목표로 언급한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평창을 바라보고 예행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출전에 의의를 뒀으면 좋겠다. 물론 잘하면 더 좋겠다. 다만 못하더라도 선수 인생에서 올림픽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중요한 대회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6. 완벽한 합체가 말한다.

기자가 현지 적응을 묻자, 그녀는 모스크바 도착 후 연습 중간에 하루를 쉴 거라고 답했다.
그녀는 하루를 쉬었다.
‘시나리오 플래닝’과 실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은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커뮤니케이션은 실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7. 질문을 거스르지 않지만, 준비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인터뷰 내내 그랬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 질문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훌륭하게 얘기한다.

***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하산할 때가 되었다.
정말 잘할 때가 되면 끝날 때가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의 커뮤니케이션은 넘침, 부족함이 없다.

그녀가 등장했을 때 나는 그녀의 연기에서 ‘백제의 미소’를 본다고 했다가 과장이라며 기자들로부터 엄청난 타박을 받았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유민영

인터뷰 내용 출처 :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commu06…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꼴찌팀 초보감독 김세진의 커뮤니케이션 – 기대치를 높이지 마라, 선수의 눈높이에서 진심을 다하라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는 김세진 감독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는 김세진 감독

0. 당신은 처음 감독이 된 초보다. 갓 창단한 신생팀을 맡았다. 선수 대부분은 대학을 막 졸업한 신인들이고 그조차도 확보가 쉽지 않았다. 선수 5명과 감독, 코치가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단 전체가 모여 훈련할 수 있었던 날은 고작 14일. 선수들끼리도 아직 서먹서먹하다. 전력의 80%라는 외국인 선수는 몸이 안 만들어져 좀만 뛰어도 피로를 호소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팀을 지도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이는 러시앤캐시 배구팀 초대감독이 된 김세진 감독 얘기다.

전무후무한 30대 감독(그렇다 그는 39세다)과 자타공인 최약체 러시앤캐시는 12월 5일 감격의 첫승을 맛봤다. 1승 이전 8연패가 있었지만 ‘전진이 있는 연패’였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약체팀 수장이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1. 전권을 요구하고, 받아들다.

프로배구에서 감독이 팀의 전권을 행사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구단주와 프런트의 개입이 당연시된다. 그의 팀은 말 그대로 ‘백지’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플랜을 밝히며 ‘팀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감독에게 달라’고 요구했고 배구광 최윤 구단주는 이를 약속했다. 팀을 자기색깔로 만들 전권을 얻고, 구단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정해졌다. 여기에 ‘월드스타 출신’이란 그의 브랜드가 얹어졌다. 선수들은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그의 언어는 ‘금과옥조’가 되었다.

2.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 대내외에 공표하다.

Q. 신생팀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 초대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텐데.
A. (거침없이)없다. 올해 목표는 2승이다. 2승은 현실을 감안해 세운 목표다. 용병 선발도 늦었고 신생팀이라 선수들 모으는데 오래 걸려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교 3학년 이상 ′젊은 피′로 구성돼 있지만 달리 보면 아직 프로가 뭔지도 모르는 ′대학생 팀′이다. 선수들에게 ‘실력부족’이란 말보단 ‘경험부족’이란 말을 한다. 아직까지는 테스트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Q. 구단주가 ′2승 달성′이라는 목표를 받아들이던가?
A. 구단주야 올해부터 우승하고 싶어하신다.(웃음) 그런데 우리팀의 현실을 솔직히 이야기하니 흔쾌히 인정하시더라.

김세진 감독은 ‘빠르고 끈적끈적한 팀이 목표’라고 말한다. 올 시즌은 이를 위한 경험 축적의 장으로 생각하며 ‘step by step’을 강조한다. 스타 출신 감독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에 대한 과신과 선수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그는 예외다. ‘2승’이란 현실적인 목표 승수와 ‘첫 승의 시점은 3라운드’를 내외부에 공표했다. 조급함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다. 첫 승은 2라운드에 얻었다. 진정한 기적은 부담 없는, 잃을 것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패배에도 행복했던 팬들에게 승리는 덤이다.

3. 실수는 쿨하게 인정하다.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했다. 나 때문에 졌다. 분위기를 빼앗겼을 때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조금 부족했다. 안 됐을 때 어떻게 풀어갈지를 조금 배운 것 같다.”
“사실 이겨야 할 경기였다. 나의 작전 미스다.”
“선수들의 의욕만 믿고 부상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내 마음만 앞섰다. 여유 있게 다 빼고 했어야 했는데…”
“4세트에서 4점 앞서가다 잡힌 것을 보면 다른 작전이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다. 비디오를 돌려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선수들이랑 대화도 많이 해 보겠다”

무게를 잡지 않고, 실수를 인정한다. 감독이라기 보단 형에 가깝다. 그도 패배에서 배워가는 초보 감독이다. ‘감독이라고 무게 잡아봐야 요즘 선수들한테 먹히지도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이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한다. 거듭된 패배에도 의욕을 잃지 않았던 팀의 원동력이 그의 ‘자책 인터뷰’란 우스개 소리도 있다.

4. 꼼꼼하고도 정확히 지적하다.

“잔 발로 조금씩 움직여야지. 큰 발로 들어왔다가 공 밀리면 들어올린다고. 잔 발로 계속 움직여서, 거기에 타이밍을 맞추는 거지 공 흔들리며 온다고 확 들어가면 퍼올릴 수 밖에 없다고.” – 삼성화재戰 작전타임 –

러시앤캐시의 작전타임엔 특별한 것이 있다. 다른 감독들은 큰 그림을 그려주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때 명장 신치용 감독의 작전 지시는 “야 그냥 가빈한테 올려!”였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의 지시는 ‘원포인트 레슨’과 유사하다. 조근조근 꼼꼼하게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어떻게 해야 블로킹을 피할 수 있는지, 어떤 코스로 서브를 넣었어야 하는지, 리시브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설명한다. 갓 프로에 입문해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에 대한 맞춤식 교육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의 플레이가 어떤 부분이 잘 되었고, 개선이 필요한지 세밀하게 지적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 선수들은 본인이 부족한 점이 무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확실히 이해한다.

5. 혼낼 때조차도 격려하며 끝낸다.

“(이날 경기가)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되어야 하는데, 아쉬움으로만 남을 것 같다. 이겨봐야 경험으로 남을 텐데. 경기 결과는 세트스코어 3-0일 뿐이지 않나. 그래도 잘했다. 선수들이 포기 안 해줘서 고마웠다”
“간절함은 누구에게 기대거나 요행을 바랄 수 있다. 절실함은 다르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한 목표만 바라본다. 아직 우리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부족한 것 같다. 다행히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그의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꾸중을 하면서도 끝은 칭찬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지적을 하면서도 “너희는 할 수 있다. 나아지고 있다”란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패 탈출을 위해 그가 제안한 번지점프 워크샵에서도 이런 그의 커뮤니케이션은 계속된다.

“연패 중인데, 지금 머리 삭발하고 화내고 이런거 해봐야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 쇄신도 할겸 긴장하자는 의미로 번지점프를 택했다. 경기때나 이런 모습들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선수들 너무 고맙다.”

이현동

사진출처: 일간스포츠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이영표 : 은퇴의 시간, 가장 적절한 인간의 말을 남기다

웃음과 함께 한 마무리, 이영표

웃음과 함께 한 마무리, 이영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나를 잊는 것은 당연하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런 상황에 미리 적응을 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많이들 기억해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혼자 느끼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축구를 공유한 선수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영표가 축구를 즐겼는데 모두와 함께 즐겼다고 생각해준다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기억이 될 거라 생각한다.”

14일 이영표 선수가 선수생활을 마치는 고별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말과 글엔 쓸모없는 것이 없고 담백하고 적절했다. 이영표 선수가 남긴 ‘감사의 글’과 ‘기자회견 일문일답을 분석해 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우리가 분석보다 아름다운 것, 그의 진심을 보았다는 것이다.

1. 반전 : 가슴에 담아온 사과를 밝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은 사과로 시작되었다. 선수생활을 하며 내내 담아온 묵직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오래 간직해 온, 언젠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지막 순간에 가장 먼저 끌어내는 것은 용기이고 진심이다. 우리도 이런 이야기를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2002년 터키와의 월드컵 4강전에서 첫실점을 만든 홍명보가 “사인이 맞지 않았다.”며 나중에 실수를 주어 담는 상황과 극적으로 비교된다.

“2000년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수비불안의 중심에 제가 있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이어 “(수비에서) 내 실수를 다른 동료가 뒤집어쓰기도 했고, 비겁한 변명을 하기도 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 웃음 : 그는 울지 않고 행복하게 떠났다.

목이 메었다는 기사도 있지만, 그의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6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은퇴를 준비해 온 그만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떠나는 이의 눈물도 아름다울 때가 많지만 너무 우는 장면만 보아온 우리는 그에게서 충분한 행복과 담백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담대한 품위라고 써야겠다.

“은퇴를 준비하는 내내 너무 많이 울었다. 혼자서 울었다. 아쉬워서 흘린 건 아니었다.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 너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만큼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에 가족 몰래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전에 울어서 이 자리에서 울지 않는다. 나는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 80점 정도? 하지만 축구와 함께 즐거웠던 것에 대해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

3. 사람 : 축구 보다 좋은 사람, 그리고 국가대표

국가대표라는 매개를 통해 나와 우리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거창한 이름만을 설명하지 않았고, ‘좋은 선수’ 보다 ‘좋은 사람’을 내세웠다. 그는 사람의 축구를 증명해 보였다. 그는 축구 머신이 하는 축구를 하지 않았고, 사람이 하는 은퇴를 했다.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축구.. 그래서 “축구는 내가 즐거운게 우선” 이라는 1인칭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는,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태극기 앞에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렸을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에서야.. 진정한 축구의 즐거움은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좋은 축구선수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된다면 좋은 선수가 되는 건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한다.”

4. 금도 : 그 어느 것도 넘어서지 않다.

전에 한 쓴 소리에 대해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양해를 구했다. 대표팀 경기 평가와 조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홍명보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자신이 말할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전략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칭찬했다.

“나보다 한국 축구에 관해서는 가장 잘 아는 분은 홍명보 감독님이다. 방향, 방법도 알고 계획도 갖고 있다. 내가 굳이 대표팀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게 적절하진 않다. 마음 속으로 아쉬움도 들고 바꿨으면 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그걸 느낀다면 감독님은 그 이상으로 느낄 거라고 본다. 여기서 그걸 언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5. 다시 반전 : 할 말은 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는 말해야 할 때 용기를 내어 말했다. 2011년 2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축구협회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조광래 감독을 예의와 명분도 없이 해치워버린 축구협회에 대해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 침묵하고 협회의 편에 선 박지성과 확연히 다른 장면이었다.

“너무 자주 대표팀 감독이 바뀌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팀이 강해지려면 여러가지 방법과 때가 있다. 위기의 순간을 딛고 벗어났을 때 성장한다. 그런데 너무 기다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해서 아쉽다. 남아공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 감독이 바뀌었다. 한국은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4년 중 1년 6개월을 잃어버렸다.”
“유소년 축구 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기술 위원회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기술위원회를 비판할 수는 없다.”

6. 사족 : 딱 하나, 협찬사와 가족의 순서는 틀렸다.

겸양의 표현이겠지만 ‘감사의 글’ 끝에 협찬사에 대한 감사가 나온다. 나쁘지 않았지만 가족 앞에 나온 것은 과한 미덕이다.

* 감사의 글

Y.P.LEE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깊은 좌절과 약간의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시간들을 지나 이제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한번은 축구팬 여러분들에게 꼭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00년대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수비불안] 이였고 저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사실 저 때문에 진 경기가 한두번이 아니였음을 고백합니다. 내 실수를 엄한 동료들이 덮어쓴 적도 있었고 정정당당히 마주해야 할 패배 앞에서 비겁한 변명과 핑계로 대신한 적도 많았습니다.

가끔 한국축구와 K리그에 일부러 싫은 소리를 한적도 있습니다.

한국축구와 K리그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축구가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가 바꿔 나가야할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한국축구를 통해 성장한 어떤 선수의 작은 책임감이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지난 27년간 치열한 그라운드를 내달리느라 그라운드 밖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던 저는.. 이제서야 27년간의 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도움만 받았을 뿐.. “누군가에게 나는 어떠한 도움이 되었나..?” 라는 스스로의 물음 앞에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나의 삶이 어떠한 삶이여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나라를 대표해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 155경기는 제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 입니다.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축구.. 그래서 “축구는 내가 즐거운게 우선” 이라는 1인칭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는,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태극기 앞에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렸을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에서야.. 진정한 축구의 즐거움은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라운드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축구의 즐거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지난 27년간 스스로에게 충분히 정직했기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를 채워주신 모든 지도자 분들과 동료들 선후배님들 그리고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과 언론 여러분들.. 마지막 인사를 할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

마지막까지 함께해준 나이키와 지센,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들.. 사랑하는 아내, 두 딸에게 고맙고 감사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민영

사진출처: OSEN

[스포츠커뮤니케이션] 박지성, 두 개의 심장은 말과 발이다

말도 안되고 발도 되지 않던 QPR에서 헤메던 박지성은 친정 같은 PSV 아인트호벤 복귀했고 2경기 만인 25일,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렸다.

주목한 것은 경기 내용보다 인터뷰 내용이었다. 그의 말은 편안해졌고 되살아났다.

1. ‘멋진 골’과 ‘중요한 골‘
기자가 멋진 골은 아니었다고 하자, 그는 바로 인정했다. 그러나 분명히 했다. 축구는 골을 넣어서 승부를 가르는 경기임을.
“멋진 골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골이었고 덕분에 승점 1을 챙길 수 있었다”

2. ‘패널티킥’과 ‘슈팅’
골이 어설프게 들어갔다. 박지성은 그것을 그래야 하는 상황으로 설명했다. 패털티킥에 대한 기대라는 순전한 사실을 들어 묘사했다.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면서, 그리고 패털티킥을 주문하면서도, 그러나 만약이 사태를 대비해 그의 발은 끈질기게 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골을 넣기 직전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주심이 반칙을 선언할지 알 수가 없어서 슈팅을 했다”

3. ‘교체 선수’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선수’
경기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된 것에 대한 유효한 설명을 했다. 주전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자신감을 갖고 표현했다.
“동료의 부상으로 생각보다 일찍 그라운드에 투입됐지만 경기에서 이기려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종종 교체로 뛰었었다. 그래서 교체로 들어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jisung park

4. ‘승리’와 ‘승점’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지만 차근차근 승점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시즌은 각각의 게임으로 이루어진 장기전이라는 얘기다. 그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승점을 거둔 날,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냈다. 그리고 겸손하게 갈무리를 한다.
“승리를 원했지만 승점을 올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아직 시즌은 길고 이번 경기를 통해 배운 것이 있었다”

5. ‘축구선수’와 ‘커뮤니케이터‘
축구선수와 커뮤니케이터틑 이제 모순되거나 배반되는 말이 아니다. 축구선수는 그라운드에서는 발로 뛰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말로 뛴다. 그것이 현대축구의 프로페셔널이다. 그는 언론과 팬들을 향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슈팅한 볼이 느려서 골대까지 들어가는 데 오래 걸렸다”
“나의 골 기록보다 힘든 경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는 게 더 중요하다”

유민영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넥센 염경엽 감독

한국 스포츠계에 새로운 유형의 리더쉽이 등장하는 것 같다. 새로운 리더쉽은 선수 시절의 화려함을 자산으로 삼지 않는다. 실패와 시행착오, 음지에서의 활동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 자산은 겸손함으로 귀결된다. ‘겸손함’은 묘하게도 ‘자신감’이라는 얼핏 반대말에 가까운 단어와 공존한다.

1. 들어나 봤나? 야구선수 염경엽
10시즌 통산타율은 0.195 (1991~2000) 마지막 다섯시즌은 100타수를 채우지 못했고 두 시즌(1996, 1997)의 타율은 0이다. 커리어 하이를 찍은 해의 타율이 0.265. 통산 홈런은 5개에 그친다. 선수 시절 빛을 보지 못했던 이가 감독이 되면서 최고로 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공한 결과를 가지고 그의 궤적을 짜맞추는 것은 그들의 인생역정을 비추어 볼 때 결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워낙에 흥미진진한 면목을 두루 갖춘 양반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넥센의 초보 감독, 염경엽 감독의 발언들을 챙겨 본다.


2. 알을 깨고 나올 때가 가장 위험하다

새로이 감독에 부임하게 되었을 때 신임 감독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전임 감독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임 김시진 감독은 넥센의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팀을 꾸려왔다는 다소 동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의 스탭이었던 염경엽 감독이 차기 감독으로 선임된다. 이 시기 염경엽 감독의 메시지는 훌륭하다.

“고맙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전임 김시진 감독을 모신 입장에서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독님 계실 때 더 잘 모셨어야 하는데’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많은 분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 밖엔 없을 것 같다.”

감독 취임을 축하하는 기자의 첫 말에 대한 답변이다. 김시진 전임 감독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우리 팀의 장단점을 물으셨고, 우리 팀의 미래가 어떠냐고 질문하셨다. 간단히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그러다 10월 6일 만났을 때 전반적인 야구관과 감독이 되면 어떤 식으로 팀을 이끌 생각이냐고 물으셨다. 최종적으로 어제(9일) 구체적인 모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후임 감독의 선임이 구단 내 파워게임, 정치의 영역인 아닌 ‘면접 시험’의 결과임을 밝혔다. 이 지점을 명확히 하며 전임 김시진 감독의 스탭 출신으로서 새 감독이 되어야 하는 딜레마를 밀끔히 해소했다. 김시진 전임 감독이 새로이 롯데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염 감독은 모든 부담을 내려놓게 된다. 최상의 조건이다. 이제 김시진 감독은 이제 전임자가 아니고 적장일 뿐이니까.

3. 데뷔 감독이 할 수 있는 차별화의 최대치 – 한국 프로야구의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제기
대개 전임 감독과의 선긋기로 비춰지는 차별화는 대내외적으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성근-이만수의 사례) 염감독의 차별화는 스마트하다. 그의 차별화는 기존의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신인 감독만 시도할 수 있는 차별화 프래임이다. 그의 차별화는 사례와 경험으로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제시된다.

– 2군은 맞춤형 선수를 만드는 곳이 돼야만 한다. 2군에서 중심타자라고 해도 1군에 올라오면 7, 8, 9번에 배치된다.
– 코치진에 내 사람 끼워넣기는 없다. 2군 코칭스태프는 구단이 구단의 장기 비전에 맞는 사람들로 배치하라.
– 왜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하나? 캠프 시작하는 날, 보직과 주전 비주전 통보를 했다.
– 주전 선수들이 시즌 개막전에 맞춰 컨디셜 조절을 한다면 백업선수들은 주전과의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 문제는 출루율이 낮은 걸 뻔히 아는데도 출루율 높이는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계속 공을 보게 하고 있어요.
– 미국 마이너리그를 보세요. 투수, 타격, 수비, 주루 등 모든 분야가 매뉴얼로 정리돼 있어요.

그의 생각들은 넥센 내부에서 자신의 컬러를 명확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의 차별화는 전체 프로야구단을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다. 기존 넥센의 야구를 포함하나 더 큰 프레임 내에서 메시지를 전개하고 있다. 차별화의 핵심은 기존 프로야구단의 고정관념과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다. 처음 감독으로 데뷔하는 진짜 신임 감독이 아니면 절대 던질 수 없는 메시지다. 염감독은 그 기회를 충분히 살렸다.

4. 염경엽 차별화의 실체 – 남다른 이력과 준비과정 그리고 겸손
3에서 언급한 차별화는 신임 감독으로서 차별화였다. 시의성이 강한 이슈였기 때문에 그의 브랜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유형의 차별화였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되고 그냥 조용해질 성격의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에서의 차별화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간다. 메시지를 더 확대, 심화한하면서 차별화의 실체를 제시한다.

“지난 2004년 현대에서 운영팀 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9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거뒀을 때도 염 감독에겐 기쁨과 서글픔이 교차했던 순간이다. 염 감독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당시 잠실구장에서 택시가 안 잡혀 잠실 롯데호텔까지 뛰어가서 우승 축하연을 준비했다”며 “프런트였기에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야구를 좀 더 잘했더라면, 선수 생활을 계속 했을 수도 아니면 코치를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 서글펐다는 것이다.”

그가 시도한 두번째 차별화는 그의 이력에서 출발한다. 스카우터, 운영팀 과장 등을 거쳐 감독이 된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감독이 되기 힘든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가 가진 독특한 이력을 십분 활용한다. 일곱권의 빽빽한 다이어리는 그의 이력이 묻어있는 비주얼 상징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리고 인생역전식의 스토리는 겸손함으로 마무리 된다.

넥센의 좋은 성적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의 겸손함에는 흔들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겸손함이 단지 겸손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그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었던 것 같다.(자신감과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허세를 부리고 무례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한국 프로야구 전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의 커리어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보지 못했던, 생각치 못했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겸손한 자신감’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획득한 새로운 타입의 리더를 목격하고 있다.

by green

참고 및 이미지 출처
박동희 칼럼, 2012/10/10, 염경엽 “코치진에 내 사람 끼워넣기는 없다.”, 박동희 기자,  링크
스포츠조선, 2013/06/06, 넥센 염경엽 감독, 쓰린 경험은 나의 힘!, 남정석 기자, 링크
동아일보, 2012/10/27, 염경엽 넥센 새 감독의 억센 인생 ‘감독석까지 달려간 대주자’, 조동주 기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