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71] 업샷의 일주년을 기념하며

*주: 당신이 기자와 마주보고 앉아서 뉴스에 대해서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중에서 어떤 부분이 제대로 돌아가고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나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집을 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월세로 있는 게 나을까요?’이러한 질문들에 1년 동안 성실하게 근거까지 대가면서 답해주던 코너가 있었다. 바로 The upshot(이하 업샷)이다.

1.업샷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업샷은 네이트 실버(데이터 기반 정치 블로거로 2012년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춤)의 538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뉴욕타임즈의 새로운 코너로 2014년 4월 22일에 시작됐다. 당시 네이트 실버의 명성이 대단했기 때문에 업샷이 그의 공백을 다 채워줄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1500여건에 달하는 데이터 기반 기사를 내보내면서 업샷은 현재 순항하고 있다.

2.데이터는 거들 뿐

업샷의 특이한 점은 그들의 기반은 데이터 저널리즘이지만, 데이터에 너무 묵직한 짐을 지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데이터를 풀어가는 방법은 매력있고 유쾌하다. 이들은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글에 재미를 더하는 양념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2014년 7월 28일 자 기사에서 업샷은 “애플은 정말로 새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모델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릴까?”라는 인터넷에 떠돌법한 음모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3.아이폰의 진실 혹은 거짓

iphone

업샷은 빅데이터로 ‘iphone slow‘라는 검색어 횟수를 측정했는데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그 빈도수가 증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이에 반해 삼성 갤럭시 느려짐 검색어 빈도수는 출시와 상관없이 높아지는 것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은근슬쩍 말한다. ‘음모론이 아닌 보다 차분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이 악의적으로 기존 모델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에 최적화된 운영 체계를 업데이트하다보면 기존 모델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4.때로는 진지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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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분석이 언제나 ‘재미삼아’ 검색어를 돌려보는 것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유의미한 통찰을 내놓기도 한다. “왜 미국인들은 부자들에게 부담 지우려고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온라인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재분배에 관한 미국인들의 관점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젊은 층이었다가 미국의 발전으로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나이가 든 미국인들은 재분배 논의에 대해 불편해한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 고령층 미국인들을 겨냥한 보수적 언론과 정치인들은 건강보험 개혁으로 인해 고령층 미국인들이 기존에 받고 있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메시징을 함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5.위기이자 기회의 시대

업샷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장난스러운 면과 진지한 면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업샷의 편집장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말한다. “데이터는 우리 작업에서 핵심을 차지하겠지만 너무 많은 숫자를 나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이터는 그것이 현실을 더 명확히 표현하는데 쓸 수 있는 한에서 강력하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덧붙인다. “오늘날 언론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저널리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업샷이 그 한 부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돌쟁이 업샷의 성장기가 기대되는 바이다.

임서연

출처: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5/04/22/upshot/happy-birthday-upshot.html?_r=0

[서채홍의 디자인커뮤니케이션 33] 소화전·소화기 안내 사인 다시 보기 – 안전을 위한 디자인적 고려가 필요하다.

1. 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는 잘 안 보인다

혹시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소화전’과 ‘소화기’ 표시를 눈여겨 본적이 있습니까?
예외 없이 은색의 스테인리스 재질 위에 ‘소화전’, ‘소화기’라는 글자가 금색의 금속재질로 돌출되어 있습니다. 일단 은색과 금색 대비가 약해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눈에 띄게 하려면 별도의 장치가 더 필요합니다. ‘소화기’함 위에 별도로 빨간색 강조 표시를 만들어 붙인 곳이 많습니다. 지하철 숙대입구역 소화전은 스테인리스 재질 위에 흰색을 덧대어 글자가 더 잘 보이도록 애쓴 흔적이 있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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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흘려 쓴 궁서체는 과연…

소화기·소화전 글자체는 ‘궁서체’인데요. 자세히 보면 초성·중성·종성이 분리되지 않도록 한 글자로 흘려 썼습니다. 제작공정에서 글자를 붙일 때 삐뚤빼뚤하지 않고 간편하게 붙이려고 흘려 쓴 것입니다.

궁서체는 조선 시대 상궁들이 붓으로 널리 쓰던 손글씨체입니다. 두꺼운 붓의 느낌 때문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역시 강합니다. 요즘엔 B급 대중문화의 ‘키치’적 감수성을 전달하려고 할 때 많이 활용합니다. 소화기·소화전과 같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장치에 쓰기엔 좀 어색한 폰트라 생각합니다.

3. 악조건에서도 잘 보이는 글자

안전이 중요한 공공장소에의 글자꼴은 악조건에서도 충분히 잘 알아볼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폰트 디자이너 고바야시 아키라는 “폰트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많이 쓰는 글자꼴 세 가지를 흐릿하게 만들어 ‘식별성’의 차이를 보여줍니다(158-159쪽). 악치덴츠 그로테스크, 헬베티카, 프루티거 세 가지 폰트입니다. 같은 고딕 계열(산세리프체)이지만, 그림에서 보듯 프루티거는 많이 흐려져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곡선의 모양과 글자 가운데 공간의 차이가 선명함의 차이를 만듭니다. 인천공항의 안내 사인 영문 글자체가 프루티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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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에 갔다가 본 소화기·소화전은 빨강 바탕에 흰색 글자(고딕 계열)이거나, 흰 바탕에 빨강 글자여서 눈에 잘 띄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안전을 고려해 소화기·소화전의 색 대비와 글자꼴 선택에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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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홍

참조: 고바야시 아키라, “폰트의 비밀”, 이후린 옮김, 예경, 2013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지음, “타이포그래피 사전”, 안그라픽스, 2012

[공공커뮤니케이션] 스웨덴님이 리트윗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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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웨덴 큐레이터는 누구에게든 열려있습니다.

2011년 12월 10일부터 스웨덴 정부에서는 ‘스웨덴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에게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스웨덴 큐레이터에 추천된 시민은 일주일 간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일상은 어떤지 등 매우 소소한 것들을 트윗한다. 정부라는 공적이고 관료제적 조직체에서 이토록 사적이고 말랑한, 또는 통제 불가능한 트윗 계정을 조직 밖의 시민에게 개방한 것은 일견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말한다. “스웨덴은 큐레이터를 통해 전통 미디어를 통해 얻어진 스웨덴 이미지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2.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냉장고다?

정부가 말하는 ‘큐레이터를 통해 얻게 되는 스웨덴의 새로운 이미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2주 전, 큐레이터가 스톡홀름 점심시간이라는 트윗과 함께 스웨덴 음식재료가 가득한 냉장고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자 전세계적으로 바바리맨마냥 사람들이 자신의 냉장고를 홀랑 열어 ‘재끼는’ 사진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한 유쾌한 큐레이터를 통해 전세계인이 남의 냉장고 안을 관음하고 자신도 무엇을 먹고 사는지 노출하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맥주와 메이플 시럽이 있는 냉장고가 열렸다. 간장 통이 있는 일본 냉장고도 공개됐고, 생수랑 맥주 밖에 없는 안타까운 영국인의 냉장고 역시 열렸다. 술이 없는 냉장고는 아직까지 못 봤다.

3. ‘나’가 말하는 스웨덴

이는 단순한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시민의 목소리가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을 시민에게 넘겨준 스웨덴 정부의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국가’ 혹은 ‘애국심’과 같은 추상적인 담론들보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생활과 그들의 가치관들이 스웨덴을 각인시키는 데에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곧 스웨덴은 1인칭 ‘나’다. 정부의 미디어는 나의 냉장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스웨덴의 삶이 그 안에 있다. 공식 내용을 딱딱하게 전달하거나 커피쿠폰 따먹기 이벤트만 하는 우리 정부의 소셜미디어가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4. 새로운 스웨덴의 윤곽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마치 회화에서 점묘법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색깔을 팔레트에서 모두 섞어 하나의 선으로 전체를 표현했던 미술 사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점들의 모임으로 전체를 표현하려는 신인상주의자들의 고집을 보는 듯하다. 스웨덴은 선진적인 복지 시스템과 훌륭한 조합주의 전통의 나라라는 하나의 커다란 선 보다도 오늘 직장에 새 고객이 와서 신난다는 트윗을 날리고 점심시간 자신의 냉장고를 보여주는 점 같은 시민들의 합을 통해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윤곽선을 그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웨덴 안으로는 국가와 시민 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밖으로는 그들이 말했듯이 새로운 스웨덴의 이미지를 창조해 줄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다. 참고해 볼 만한 방식이다.

임서연(피크15커뮤니케이션 리서처)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오바마의 연두교서 전략2 – 연설이 끝난 후에도 연설을 계속하라.

1. 미국시간 20일 저녁 6:30분, 오바마의 신년 의회 연설을 2시간 반 앞두고 백악관은 온라인을 통해 오바마의 연설문을 전격 공개했다. 관례적으로 엠바고 조건으로 연설 직전에 언론에 배포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국민들에게 먼저 직접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전공개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연설문을 게재한 이유는 하나다. 연설문을 미리 (혹은 실시간으로 함께) 보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주변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퍼나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2. 미리 준비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백악관에서 준비한 연설 중계 영상은 반분할 화면으로 편집되어 연설 내용과 함께 화면 오른쪽에는 중요 키워드, 인포그래픽, 도표 등 다양한 자료 화면이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타난다. 유튜브에 올려 공유하기에 손색이 없다.

3.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 만만했다. 현 상황에 대해 ‘위기의 그늘은 지나갔다’고 정의했고, 앞으로 미국 중산층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부자증세를 예고하며 금융 재벌 등 사회 기득권에 대해 선전포고를 보냈다.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개혁안 싸움에서 공화당을 불리한 위치로 내려 앉히려는 것이다.

4. 결과는 백악관이 기대한 대로다. 국정연설이 끝난 직후 CN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1%가 2015년 연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국정연설 중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관련글 260만건이 올라왔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계정에 반응을 보내는 글도 4만4000건에 달했다고 한다.

5. ‘우린 아직 안끝났어요(We’re Not Finished Yet)’
오바마의 신년 의회 연설이 끝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멘트이다. 이 멘트 밑으로는 SNS 공유를 기다리는 연설 주요 메시지들이 감각적인 이미지로 디자인되어 정렬되어 있다. 2015년 백악관은 미 헌법이 규정한 ‘State of the Union’의 의무를 ‪#‎SOTU라는‬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오바마의 연두교서 전략 –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연설을 시작하라.

1. 미 백악관 유튜브 계정에 3일만에 조회수 64만을 넘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Big Block of Cheese Day Is Back’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드라마 ‘웨스트윙’을 패러디한 등장인물들의 전화 대화가 나온다.(마틴 쉰을 비롯해 실제 웨스트윙 출연 배우도 몇 명 나온다) ‘Big Block of Cheese Day’란 백악관 보좌진들의 은어로 대통령이 연초에 의회에 나가 연설하는 Sate of the Union Adress 날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년 국정 연설에 해당하는 연례행사다. 이 동영상은 2015년 Sate of the Union Adress를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의 하나다.

2. State of the Union Adress 홍보를 위해 백악관은 지난 몇주간 집중적인 온라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백악관이 보유한 채널인 홈페이지(whitehouse.gov), 트위터(@whitehouse), 페이스북(facebook.com/WhiteHouse), 인스타그램(instagram.com/whitehouse), 텀블러(whitehouse.tumblr.com/), 유튜브(youtube.com/user/whitehouse)를 총 동원해 아젠다를 미리 소개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3. 백악관이 이토록 공들여 홍보를 하는 이유는 이 행사가 연초에 전국에 생중계되는 황금시간대(저녁 9시~11) 연설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국민적 관심 속에서 대통령이 현 상황을 자신의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고, 향후 아젠다에 대해서도 선점할 수 있다. 의회의 발목잡기로 세제개혁, 이민법 개정 등 개혁안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국민을 지지를 얻고 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4. 이 연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백악관은 ‪#‎SOTU‬ 라는 공통 해시태그를 사용해 다양한 채널과 다양한 스피커를 활용해 연설 의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미국 관리예산처 부국장인 Brian Deese이 등장해 백악관 회의와 연설문 작성 등 연설 준비과정을 소개한다. 한동영상에서는 ‘연두교서 스포일러 주의(State of the Union spoiler alert)’라는 제목으로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길 자청하며 예상 의제 3가지(소비자 신원 도용 방지, 자유로운 신용도 점수 확인, 자녀들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제시한기도 한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상 교육 제안은 이미 논란이 뜨겁다. 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슈에 불을 붙여 연설에 폭발적 힘을 더하는 것이다.

5. 지난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질의 응답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소통을 강조하는 반원형 구조로 좌석배치를 하였다. 그러나 지지율을 기자회견 후 오히려 더 떨어졌고 불통 이미지만 강조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가 의아한 청와대 관계자라면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신년 연설 과정을 참고하길 바란다. 1월 20일 바로 오늘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1일 낮 11시부터 http://www.whitehouse.gov/sotu 에서 생중계로 볼수 있다.

 

김성은(캠페인 컨설턴트)

[유민영의 위기전략 39] 한 탤런트를 둘러싼 위기의 진행 – 당사자들이 모른 것은 자신이 서 있는 그라운드다.


새로운 유형의 위기관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상황이 발생하고 전개된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유명 탤런트가 국회의원 어머니의 인턴사원을 매니저로 임시 채용하고 공유했다는 논란을 담은 오래된 보도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갑자기 불거졌다. 해당 탤런트의 부인인 판사는 화를 참지 못해 지인과 연결된 소셜미디어에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분노의 글을 썼다. 이를 본 후배 변호사는 분노에 동참해 글을 퍼나르며 더 격렬한 반응을 담아 공론의 장에서 여론에 불을 질렀다. 연예인의 일에 대해 대중은 사실보다 자세와 태도에 집중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이들 당사자들은 며칠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적대적 매체를 점유하고 있는 대중은 격렬하게 둘로 나뉘어 대립했다. 일부 (언론이라 불리는)콘텐츠 사업자는 상황을 신속하게 전하며 부채질만 했다.
결국 현재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당사자 탤런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사과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해 공직자 가족의 위치에서 처신에 대해 사과하고 아내의 잘못된 태도-적절하지 못한 표현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서 공직자 아내도 같은 어조로 사과했다.

1.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것이 위험이다
신상과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가진 국회의원과 아들 연예인, 그리고 아내 판사, 그리고 방송에 출연하는 후배 변호사라는 등장인물과 사건 자체가 가진 논란 요소는 대중적 관심과 화제의 구성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여기에 다중적 이해관계자와 미디어, 그리고 적대적 청중이 등장한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위험했다.

2. 현재의 이슈는 현재만을 다루지 않는다
갑자기 두 게시판에 오른 글이 의도가 있다 해도 그것은 차후의 일이 된다. 적대적 매체를 공유하는 대중과 하이에나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과거의 이슈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버린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하나의 사건은 실수와 맞물려 시간과 공간, 관계를 넘는 인터넷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익명의 대중과 만나고 적대적 매체, 그리고 일부 콘텐츠사업자를 통해 ‘전파와 분노, 공격과 대립’의 구조 안에 들어가게 된다.

3. 공중의 미디어와 사적 공간은 구분되지 않는다
사건의 전개상 나설 수밖에 없을 때 사과를 위해 나선 당사자 탤런트는 자신이 뛰는 그라운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아무 말을 만들지 않은 국회의원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겠다.
판사인 아내는 자신이 발언하는 위치와 미디어를 알지 못했거나 잠시 착각했다. 친구 공개는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뜻이 아니다. 친구 공개는 고작 10cm의 벽을 갖고 있을 뿐이다. 호환마마 보다 무서운 페친(페이스북 친구)도 많다. 이른바 방변(방송 변호사)인 후배 변호사는 빨간불을 켠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누구와 만나는지를 알지 못했다. 사적 대화를 공적 미디어에 노출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선배가 유명인의 아내인 것을 잊었으며, 청중과 대화하는 자신의 두 번째 직업인 방변을 잊었다. 재판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지 못했다.

4. 대신 말하는 제3자는 무조건 선하거나 무조건 악하지 않다
코미디언 강호동씨가 잠시 은퇴했을 때 투기 의혹에 대해 연예계 동료들이 나서서 대신 말해주었다.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가 사고를 쳤을 때 이청용 선수가 진정성을 적극 옹호해 주었다. 이 경우 미담을 대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효과가 크다.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을 방어해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아내는 가족이이고 준 당사자이지만 사건에 등장하지 않은 제3자로 구분된다. 직업이 판사인 것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뿐이었다. 여기서 후배 변호사도 제3자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방방 뜨면서 대중에게 화를 내는 것은 제3자가 개입된 최악의 상황이다.

5. 대중은 자세와 태도를 본다
“이따위로”라는 아내의 말은 부정적 위력이 컸다. 아내와 후배는 불필요한 감정을 노출했다. 언어는 품위를 잃어 노골적이고 상대를 깔봐 공격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가르친다. 그리고 적대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판사와 변호사는 아주 나쁜 장식이 된다. “ 경우 없는” 꼬리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대중의 분노가 수렴되지 않는 상황과 폭발성을 내포한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웩더독(Wag the dog)현상이 가중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후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만 집착했다. 또 일부의 조롱과 비난을 일반화해 공격했다. 결국 많은 것을 무너뜨렸다. 위기의 순간, 대중은 물론 사실관계를 따진다. 동시에 똑같은 비중으로, 아니 더 높은 비중으로 당사자들의 자세와 태도를 본다. 또 자신이 행한 감정의 일을 잊고 상대에게는 높은 수위의 엄격함을 요구한다. 아내와 후배는 잘못된 자세와 태도를 통해 불섭을 쥐고 뛰어들어 스스로 타겟이 되었다.

6. 사과의 진정성이란 대중이 생각한 것 이상의 사과를 의미한다.
여기까지 딱 잘라 말하는 사과는 사실 없다. 그것은 조건이 되고 전제가 된다. 그러면 사과의 진정성은 사라진다. 당사자인 탤런트의 사과는 훌륭했다. 타겟이 된 아내를 질책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아내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전개되는, 사건을 연장시키는 어설픈 발언으로 감싸지 않았다. 현재의 잘못된 태도를 반성하고 논쟁이 시작된 과거의 처신까지로 거슬러 올라가 사과했다. 대중적 관심을 가진 자신의 위치를 인식했고, 공직자 아들로서의 위치까지 포괄해 사과했다. ‘아내를 탓한’ 이라는 명제는 마지막 줄에서 완벽하게 해소된다.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아내의 후배는 사과하면서도 분노를 담았고 토를 달았다. 아내는 사과문에서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고 공직자로서 본연의 지위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했다. 이럴 때 ‘지위’는 좋은 표현이 아니다.

 

유민영

[유민영의 위기전략 37] 재난의 골든 타임,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현장지휘관이 된다

 

1. 2014년 5월 70대 남성이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가는 전동차 안에 준비한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다행히 서울메트로 역무원 권순중씨가 타고 있었다. 그는 신속하게 화재를 진화하는 동시에 주변 시민에게 기관실과 119에 신고해달라는 구체적 행동을 요청했다. 엄청난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었던 폐쇄된 지하철 공간의 심각한 화재는 큰 사고 없이 진압되었다.

2. 2015년 1월 11일 주말 오전에 화재가 발생한 의정부 소재 아파트에는 진옥진 소방관 이 살고 있었다. 8층에 사는 그는 화재가 발생하자 우왕좌왕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자신의 위치에서 행동 요령을 제시하고 안전한 대피를 유도했다.

1) 최초 상황을 판단했다. 아래층에서 위로 불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2) 동요하는 주민을 진정시켰다. 상황을 파악해 외치며 주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3) 바로 구체적 행동을 제시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옥상으로 올라가도록 유도했다.
4) 순간 탄력성을 발휘했다. 현장의 위기관리자는 끊임없는 판단을 요구받는다. 그는 옥상으로 가는 출구를 뚫었고 10층 옥상에 연기가 퍼지자 옆층 옥상으로 이동하는 판단을 했고 장치를 마련했다.
5) 스스로 구조의 역할을 수행했다. 10층 옥상에 연기가 퍼지자 옆 동으로 판자를 대어 주민들을 이동시켰다.

3. 두 가지 사례는 말해준다. 현장에 도착한 첫 번째 지휘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종이 매뉴얼이 아니라 몸으로 배운 매뉴얼이 현장의 매뉴얼이 된다는 것. 결국 훈련된 사람이다. 재난 상황에 대처할 실제형 훈련(시뮬레이션 리허설)이 중요한 이유다. 누구나 현장지휘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핵심이다.
진 소방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결정의 잘못될까봐 걱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백에 빠진 화재 현장에서 시간을 놓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4. 매뉴얼과 안전 관리자에 국한된 훈련은 한계가 크다. 민방위 훈련과 같은 형식적 훈련은 실효성이 적다.
좋은 준비 사례가 하나 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가 주도해 서울 전역을 포괄하는 10만 위기관리자를 양성하고 실제형 교육과 훈련을 받게 만들려는 계획은 그런 점에서 재난을 대비하는 최선의 정책이며 방책이다.

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