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말한다 1] 김성근 감독이 한국사회에 던진 한 마디

선수들에게 바꾸라고 요구하면 못 따라온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소중한 배움이었다.
–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SBS 인터뷰 중에서

그는 야구를 운명이라 했다.

2014년 9월11일,
우리 야구사의 새로운 행성이었던 고양 원더스 해체가 전격 발표되었다.

김 감독만큼 적과 팬이 극적으로 갈리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가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정신으로 야구 하나만의 인생을 살아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
삶이 곧 야구인 그의 말이 한국 사회 리더십을 상기하게 하는 묵직한 이유다.

2.
그의 말하기는 일본 말의 꼬투리가 묻어 있다.
일흔 두 해의 흔적으로 인해 집중해서 들어야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3.
화법은 거친 직구다.
관계와 정치를 위해 우회하지 않는다.
정확성은 거기서 발현된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드물게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야구 전략을 짠다.
그가 지난 해 스포츠 채널에 나와 각 구단의 상황을 신랄하게 설명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직구의 화법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4.
메시지는 송곳이다.
다변에도 불구하고 위험하지 않다.

데이터와 더불어 그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집중이다.
투호를 하는 제갈공명이 매번 화살을 항아리에 집어넣는 것은 순간집중의 결과다.
김 감독의 집중은 평생 하나만 생각하고 실천해 온 결과다.
숙소에서 홀로 밥을 먹을 때도 비디오를 틀어놓고 야구 하나만 생각한 결과다.

데이터에 기반한 그의 집중력은 그래서 다변(多辯)이라는 위험천만한 실체를 넘어선다.
정확한 다변, 그것을 우리는 쉽게 오를 수 없는 특별한 경지라 부른다.

5
그는 스스로 전략이 된다.
메신저와 전략이 한 몸인 것이다.
그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이 되지 않은 것은 그의 전략과 NC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1cm를 벗어나지 않는다.
야신(野神)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꼭 필요한 일을 한다.
야전사령관이며 전략가다.

데이터 분석가, 의사결정자, 위기관리자, 의사소통자라는 네 가지의 지휘를 그대로 이해한 전략 사령관이 그가 얻어야 할 호칭이다.

6.
그의 말은 냉정한 전략과 가족의 언어를 동시에 포용한다.
전략을 운용할 때는 지극히 차갑고 정확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사람을 향할 때는 ‘아이’가 뛰쳐나온다.
그는 전략을 위해 데이터를 읽지만, 사람도 안는다.
아홉 명이 서로의 포지션을 넘지 않는 것이 야구다.
데이터란 결국 사람의 상태가 아닌가.
사람데이터가 야구다.

그의 궁극은 결국 야구를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 그 가장 천진한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7.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2013년 출간한 그의 책 제목이다.
제자들이 쓴 본문 앞에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써 있다.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그는 고양 원더스를 떠나는 시점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말장난 같은 야릇한 경계를 그는 넘어선다.
야구 리더서로만 40여년을 살았다고 했다.
감독이라는 위치를 다른 요소에 의해 조정하거나 거래하지 않았다.

연줄 없는 한국이라는 체제 안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한국 나이 일흔 셋의 그가 다시 광야에 섰다.
구체제 안의 새로운 체제였던 그가 ‘영원한 현역’이기를 바란다.

유민영

[유민영의 위기전략] 홍명보 : 메시지와 전략, 태도의 지배자 – 작은 상처를 기화로 삼아 더 큰 팀을 만드는 위기관리 리더십

20130722홍명보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우리는 히딩크 이래 최고의 감독을 만났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는 것을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1차 입증했다.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호주와 첫 데뷔전을 치른 축구국가대표 감독 홍명보에 대해 언론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의 주문은 정확하고 명료했으며 선수들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라운드 안에서 실현했다.
사흘일 전에 소집됐고 이틀의 훈련을 진행했다.

전진 패스, 빠른 연결, 강한 중원 압박.
‘한국형 축구’는 그렇게 설명되었다.

선수 개인과 감독의 지휘, 실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행동과 말이 다르지 않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팀의 범주에서 말하고 움직였다.
그것이 팀이다

홍 감독의 메시지가 팀의 전략이 되었고, 전략은 선수들을 통해 구현되었으며, 하나의 팀은 그것은 온전히 그것을 신뢰했다.

예측가능한 팀과 선수, 감독이 온 것이다.
설명가능한 플레이와 메시지, 전략이 생긴 것이다.

한 달 사이에 홍명보 감독이 더 커졌다.
위기를 쳐내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 더 큰 목표를 위한 엔진으로 삼았다.

한 달여 만에 대한민국월드컵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로 복귀했다.

물론 시작에 불과하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팬들과 협회와 이해관계자들은 냉정하게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훌륭했다.
과정을 살펴보자.

1. 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하다.
기성용 선수로 인해 벌어진 두 개의 팀과 분열을 과거 타인의 것으로 돌리지 않았다. 전임 감독과 협회에 넘기지 않고 자신이 받았다.
주저하지 않고 상황에 개입해 들어갔다.
자신이 만들지 않은 위기도 현재는 자신의 위기임을 아는 것.

2. 주저 없이 신속했다.
빠르게 최강희 감독을 전주로 찾아갔다.
직접 행동했고 바로 실천했다.
시간 지체가 일의 해결을 훼손하기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3. 자신의 룰을 갖다.
대한축구협회와 감독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선수 선발은 대한축구협회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따라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프레임이 있다는 것, 선수는 자신이 선발한다는 것.

4. 기성용을 살려두다.
홍 감독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경고에는 무게를 실어줬고, 기성용에게는 문을 닫지는 않았다.
선수는 감독에 의해 선발되며 전권은 감독에게 있다는 것.

5. 위험 요소를 통해 지휘권의 영역을 넓히고 강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취재가 제한될 것임을 언론에 설명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 지 정확하게 제시하고 협조를 구했다.
홍 감독이 그어놓은 선 아래 선수들이 있다는 것, 언론도 협조해야 한다는 것.

6.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다.
합숙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복장을 정장으로 통일했다.
스포츠용품사의 광고판이 되는 선수들의 복장을 바꿔 자세와 태도를 바꿨다.
선수들은 소풍을 온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에 소집되었다는 것.

7. 전략과 전술, 포맷을 실천하다.
지난 6월 한국 축구는 전략과 전술을 잃고 ‘뻥 축구’로 복귀했다.
홍 감독은 자신의 전략과 전술, 포맷을 일관되게 설명했고 한국형 축구로 모아냈다.
축구는 전략과 전술, 포맷과 시스템으로 연습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

8. 정신력과 기대를 팔지 않다.
시합을 앞두고 ‘경쟁력 있는 팀’, ‘투혼 발휘’를 언급했지만 한국축구의 단골손님인 ‘정신력’과 무조건의 승리 약속은 없었고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잃은 신뢰를 되찾겠다.’를 목표로 삼았다.
준비되지 않은 약속은 더 큰 실망을 낳는다는 것.

9. 말과 실제를 일치시키다.
감독은 선수, 언론, 협회와 각각 다른 위치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
팬들은 경기를 통해 감독의 지휘를 경험하며 감독의 말을 확인한다.
말과 실제가 거의 같은 범주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10.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다.
선수들은 경기 하루 전 SNS 교육을 받았다.
사흘의 시간을 가진 감독이 선택하기 어려운 것을 강행했다.
당면 과제는 다음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

11. 시작과 끝을 다르지 않게 하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시합 전과 같은 말을 했다.
골을 넣지 못해 아쉽지만 이틀의 시간에 준비한 대로 했다는 밝혔다.
시점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말한다는 것.

우리는 예측가능하고, 설명가능한 새로운 축구를 홍명보 감독을 통해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놀랍다.

유민영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가는 사람을 먼저 보내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불러라

감독모음

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일부 이견이 있겠지만 월드컵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대체로 공감하는 인선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구 교체의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다. 
이란 전 패배 이후 최강희 감독은 언론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패장이라고 해도,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그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다. 

왜 축구협회는 행정을 바람잡이처럼 해낼까 궁금해졌다. 축구협회는 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뻥 축구만 하는 것일까. 

1. 축구협회,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다 
매몰찬 축구협회는 실패한 조광래 감독을 그냥 헌신짝처럼 버렸다. 기술위원회는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마다하는 최강희 감독을 들였다. 그리고 이제 최강희 감독을 버렸다. 두 감독 모두 재임 중 여러 이슈로 논란이 컸지만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최 감독은 그래도 어려울 때 팀을 맡아 빛바랜 성과이지만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다. 팬과 언론은 욕해도 축구협회는 최소한의 예를 갖춰 보내는 것이 맞았다. 전쟁이 아니라면 패장도 배려 받아야 했다. 
축구협회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매우 나쁜 인상을 각인시켰다. 지속적으로. 

2. 축구협회, 냉정한 평가를 피하다
축구는 한국사람 모두가 전문가다. 이란 전에 피한 날, 축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분노의 화살을 날렸다. 패배했다면 당연히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책임도 묻고 논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패배의 시간’이다. 그런데 이란 전 패배 다음 날부터 익명의 축구관계자들이 언론에 등장했다. 감독 선임의 정상 절차도 시작되기 전에 홍명보 감독이 ‘내정되었다, 고사했다, 확정되었다’로 널을 띠웠다. 물론 성급한 언론과의 합작품이다. 언론과 팬은 비판도 하지만 또 냉정한 복기도 할 것이다. 책임의 한 당사자인 축구협회는 그 시간을 피하기만 했다. 
그렇게 ‘패배의 시간’은 사라졌다. 위기를 피하는 방법 치고는 매우 나쁜 수다.

3. 축구협회, 새로운 감독에게 짐을 지우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시간에 붙여 두어야 한다. 새로운 감독도 그래야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폭력적으로 보내버리면, 그 시간은 고스란히 새로운 수장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게 된다. 새로운 설계는 차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특히 이번 상황은 그리 서두를 이유가 없었지 않았는가. 당장 내일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새로운 감독에게 지워진 짐은 한국 축구가 매번 먹는 욕, 뻥 축구와도 같은 것이다.

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