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8] 시간순 서술은 대체로 진부한 느낌을 준다. 구성에 변화를 주자.

 

영화 ‘박하사탕’은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배우 설경구가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선한 구성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주었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그린 외화 ‘메멘토’도 그렇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쓰기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서술한다.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이다.
역동적인 이야기일 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줄거리에 큰 기복이 없거나
흐름에 긴장감이 떨어질 경우엔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이야기가 생동감을 잃을 수도 있다.독자들이 지루해하면서 피로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
원고지 20매가 넘어가는 길이의 글이라면,
현실과 과거의 경계를 오가면서 서술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다음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눈물을 쏟으며 모여드는 낯익은 얼굴들. 그들이 나처럼 그 분의 떠남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엔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그리고 몰려드는 여야 정치인들. 취임 인사조차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도 왔다. 부둥켜안고 함께 울고 싶은 사람들과, 뒤섞인 의례적인 조문들.
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첫만남)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판사를 지망했다. 연수원 성적이 차석이어서, 수료식에서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많지 않던 때여서, 연수원을 마치면 희망자 전원이 판사나 검사로 임용됐다.
그래서 판사에 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시위주도 때문에 구속된 전력이 있긴 했다. 그것은 유신반대 시위였고, 시대가 바뀌어 이미 유신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였다. 유신반대 시위전력이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결격 사유가 돼, 임용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의 <운명>에서 인용)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7] 기승전결,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구성으로 커버하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수업시간에 많이 들었던 희곡 구성의 원칙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원칙도 있다.
결국은 비슷한 이야기이다.
꼭 희곡이나 소설이 아니더라도,
한 편의 글을 쓸 때 가급적 이런 원칙을 따르면 좋다.
재미가 배가되고 그만큼 설득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글이 이 원칙을 따를 수는 없다.
실용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창작이나 허구가 아니고 실제의 현실을 묘사할 때면
억지로 기승전결을 만들 필요가 없다.
현실에서는 발단과 전개는 있어도 위기와 절정이 없는 경우가 있다.
기(起)에서 바로 결(結)로 갈 수도 있다.
이런 때는 일화가 시작되고 끝맺음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억지로 ‘전개’와 ‘위기’를 만들고 ‘절정’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그래도 구성은 중요하다.
핵심 메시지, 또는 주요 장면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의 문제다.
짧은 글이라면 두괄식도 무방하다.
글이 긴 편이면 가급적 끄트머리에서 핵심을 강조하는 게 좋다.
결론을 미리 읽고 나서 긴 글을 읽어 내리는 독자는 많지 않다.

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