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말한다 1] 김성근 감독이 한국사회에 던진 한 마디

선수들에게 바꾸라고 요구하면 못 따라온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소중한 배움이었다.
–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SBS 인터뷰 중에서

그는 야구를 운명이라 했다.

2014년 9월11일,
우리 야구사의 새로운 행성이었던 고양 원더스 해체가 전격 발표되었다.

김 감독만큼 적과 팬이 극적으로 갈리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가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정신으로 야구 하나만의 인생을 살아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
삶이 곧 야구인 그의 말이 한국 사회 리더십을 상기하게 하는 묵직한 이유다.

2.
그의 말하기는 일본 말의 꼬투리가 묻어 있다.
일흔 두 해의 흔적으로 인해 집중해서 들어야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3.
화법은 거친 직구다.
관계와 정치를 위해 우회하지 않는다.
정확성은 거기서 발현된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드물게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야구 전략을 짠다.
그가 지난 해 스포츠 채널에 나와 각 구단의 상황을 신랄하게 설명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직구의 화법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4.
메시지는 송곳이다.
다변에도 불구하고 위험하지 않다.

데이터와 더불어 그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집중이다.
투호를 하는 제갈공명이 매번 화살을 항아리에 집어넣는 것은 순간집중의 결과다.
김 감독의 집중은 평생 하나만 생각하고 실천해 온 결과다.
숙소에서 홀로 밥을 먹을 때도 비디오를 틀어놓고 야구 하나만 생각한 결과다.

데이터에 기반한 그의 집중력은 그래서 다변(多辯)이라는 위험천만한 실체를 넘어선다.
정확한 다변, 그것을 우리는 쉽게 오를 수 없는 특별한 경지라 부른다.

5
그는 스스로 전략이 된다.
메신저와 전략이 한 몸인 것이다.
그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이 되지 않은 것은 그의 전략과 NC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1cm를 벗어나지 않는다.
야신(野神)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꼭 필요한 일을 한다.
야전사령관이며 전략가다.

데이터 분석가, 의사결정자, 위기관리자, 의사소통자라는 네 가지의 지휘를 그대로 이해한 전략 사령관이 그가 얻어야 할 호칭이다.

6.
그의 말은 냉정한 전략과 가족의 언어를 동시에 포용한다.
전략을 운용할 때는 지극히 차갑고 정확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사람을 향할 때는 ‘아이’가 뛰쳐나온다.
그는 전략을 위해 데이터를 읽지만, 사람도 안는다.
아홉 명이 서로의 포지션을 넘지 않는 것이 야구다.
데이터란 결국 사람의 상태가 아닌가.
사람데이터가 야구다.

그의 궁극은 결국 야구를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 그 가장 천진한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7.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2013년 출간한 그의 책 제목이다.
제자들이 쓴 본문 앞에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써 있다.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그는 고양 원더스를 떠나는 시점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변해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야 바뀌더라.”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말장난 같은 야릇한 경계를 그는 넘어선다.
야구 리더서로만 40여년을 살았다고 했다.
감독이라는 위치를 다른 요소에 의해 조정하거나 거래하지 않았다.

연줄 없는 한국이라는 체제 안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한국 나이 일흔 셋의 그가 다시 광야에 섰다.
구체제 안의 새로운 체제였던 그가 ‘영원한 현역’이기를 바란다.

유민영

[말과 글] 안태영, “프로에서 한 타석만 서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방망이가 보기조차 싫어질 정도로 휘두르고 또 휘둘렀어요.”

안태영

안태영이라는 넥센히어로즈의 선수가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으나 1군에 한 번도 올라가지 못했다.
군대에 다녀왔고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나 야구를 잊을 수 없었다. 선수 선발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고양원더스에 입단을 했다.
죽도록 야구했다.
결국 넥센에 입단을 했고, 2군에서 1군, 후보 선수에서 지난 주 출전을 했다.
방출당한 삼성을 향해 홈런과 안타를 뿜어냈다.
두 경기에서 홈런을 포함해 7타수 6안타를 쳤다.
어느 기자는 그가 ‘10년을 방황했고 6년을 공을 놓았다’고 썼다.
안 선수는 “김성근 감독님 말씀 중 가슴에 새긴게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간절함을 배웠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했다.

운이 좋아서 삼성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장면을 봤다.
염경엽 감독에게는 앞서다가 12회 말에 무너진 회한의 경기이지만 안태영 선수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었다. 소식을 들은 김성근 감독은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카메라에 잡힌 그의 순박한 얼굴을 보자, 왜 그랬는지 눈물이 났다.

수요일이다. 우리는 얼마가 간절하고 치열한가?
오늘 아침에는 그의 말을 그냥 한 번 읽어보자.

글은 그의 인생 시간대로 정렬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무덤덤하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말로 표현하지 못할 자괴감이 나를 덮쳤다. 정말 창피했고, 야구가 점점 싫어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단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군대에 다녀오자는 생각을 했다. 군복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야구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야구에 대한 걸 다 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갖고 있던 유니폼이든 도구든 다 사람들 주고이제 야구 그만 하고 군대 가야되겠다 싶어가지고 그때는 다 놔버렸어요.”

“정말 고민 많이 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한 번만 해보고 안되면 정말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트라이아웃에 응했다”

“그 동안 몸도 제대로 만들고 해서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공을 치면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기는 커녕 다 내야에서 머무르는 거예요. 외야로 안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아 이대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뽑힐거라고 기대도 못했어요.”

“정말 기대하지 못했는데 뽑혀서 깜짝 놀랐다. ‘하늘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 원더스에서) “훈련 강도가 센 편이었다. 운동하다가 온 선수들이었지만 체력적으로 따라하기 힘들었다. 나도 지치고 힘들어 ‘오늘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으로 몇 개월이 갔다. 그러다 나중에 감독님이 직접 지도를 해주시니 그만 두자는 마음이 악착같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르쳐 주신 대로 하다보니 실력이 늘었다. 기술적으로도 늘었지만 멘탈이 바뀐 시간이었다. 생각이 바뀌니 많은 게 따라서 바뀌었다.”

“그렇죠. 여기 오니까 그렇게 됐어요. (연습을) 안 하면 불안해요.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밥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어제 또 만졌어요. (손이 다친 상태) 방망이 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죽겠어요.
혼자 펜스 뒤에 들어가서 방망이 돌려보고 볼 줍고 오고 죽겠어요. 아주 그냥 하고 싶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김성근 감독님에게서 간절함을 배웠다. 공 한 개에 집중했고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열심히 그리고 절박한 마음으로 하다보니 자신의 타석을 아끼게 됐고 운도 많이 따라왔다.”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병식 코치님은 어깨도 안 좋은데 매일 공을 던져 주며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감독님과 함께 코치님이 ‘늘 할 수 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몸에 배었다. 1군에 올라가는 날 차를 타는 순간까지 ‘밸런스가 좋아졌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힘을 주셨다. 그리고 ‘이제 가면 내려오지 마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내가 복을 받았다”

“타고난 재능은 없다. 나는 스스로 단 한 번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재능이 없으니 그만큼 열심히 했다.”

“그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나같이 운동을 오래 쉰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하는걸 봤다면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신경쓰지 않는다. 야구는 확률게임이다. 타격은 잘 될 때와 안 될 때 사이클이 있다. 안 맞아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하루에 안타 1~2개씩이라도 꾸준히 치고 싶어요. 1군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고요.”

“제 뒤를 이어 계속해서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려면 먼저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내년 시즌 1군 진입을 목표를 이뤄 고양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엠엘비파크, 링크

[여름휴가 책 추천 2] Acase 가 추천하는 여름휴가를 위한 책 7선 – 가볍게 혹은 무리없이

여름휴가 성수기 시즌이 본격 시작입니다. 휴가동안 ‘책을 실컷 읽어보자’로 계획을 세웠거나 혹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분들을 위하여, Acase 가 책 7권을 골랐습니다. 첫 기획회의를 한 후 약 한달간의 고민 끝에, Acase 멤버 7명이 각자 한권씩 고른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7권의 순서는 글의 접수 순입니다. 책과 함께 행복한 여름휴가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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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홍신자 (2002년작) 

세계적인 춤꾼, 전위 예술가, 라즈니쉬의 첫 한국인 제자, 자유를 갈구하는 명상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무용가 홍신자(73)씨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직장인들에게는 ‘휴가’, 학생들에게는 ‘방학’이란 달콤한 자유가 주어지는 여름. 홍신자씨의 책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란 무슨 뜻입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무엇이든 해야 하고,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인생은 두 가지 자유를 찾아 헤매는 과정입니다.”

–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데, 대체 무엇이 자유로운 삶입니까?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곧 자유로운 삶입니다.우리가 태어난 그때를 생각해 보세요.자연을 닮아가는 인생, 자연스러운 자신,”내추럴 라이프’가 곧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춤을 추는 것과 명상을 하는 것이 자유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춤과 명상은 둘 다 텅 빈 상태를 목표로 합니다.텅 빈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지만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존의 공간이기도 합니다.그곳에 이르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춤이나 명상 둘 다 다른 옷을 입은 하나의 나,나의 영혼을 발견하는 도구가 되어 줍니다.”

추천자: 김재은

2. 월간 <우드플래닛 WOOD PLANET>

‘친환경 나무생활 매거진’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잡지. 나무로 만든 작은 장난감부터 가구, 건축물은 기본. 잡지 시작부터 끝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로 만든 것들과 그 재료인 나무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스윽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한없이 즐겁다. 다시 나무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들여다보면 다른 세상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 내가 사는 별이 우드플래닛이었군!” 읽고 나면 내 주변을 모두 나무로 채우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렵다. 그것이 산 것이든 죽은 것(가공된 제품)이든 참으로 우리에겐 나무는 나무다.

추천자: 서채홍

3. <충청도의 힘>, 남덕현 (2013년작) 

근래 나온 책 중에서 우리말을 가장 잘 살린 책이 아닐까 싶다. 충청도 입말을 훌륭하게 차곡차곡 모아놓으면서도 그 안에 인생과 삶을 담았다. 읽으면서 충청도 사투리 억양이 머리 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것은 물론이고 능청스러운 입담에 웃음이 난다. 슬렁슬렁 읽다보면 더위도 별 거 아니게 느껴진다.

“근디, 빠스는 뭔 지랄루다가 노상 스라는 디 안 스구 몇 바꾸 더 구르다가 스는 겨? 잉?”
“어, 시원허게 말 잘혔네. 그 지랄루다가 할 거믄 정류소는 뭔 초칠 맛으루다가 지은 겨?”
“그르니께… 그라구 빠스 바꾸가 우덜 끌구 댕기는 구루마 바꾸 보덤 월매나 더 커! 안 그려? 그 덩치루다가 몇 바꾸 더 구르믄 우덜 가랭이 찢어지라 뛰야 혀!”

추천자: 송혜원

4.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김성근 (2013년작) 

1) 누구나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이 혼자 낸 책이 아니다. 그의 제자들이 함께 쓴 책이다.  최동수, 양상문, 최정, 이진영, 류택현, 신윤호, 이한진, 김광현, 윤재국, 정대현.

2) 야구를 좋아하지만 관심 밖의 사람이었다. 그의 야구 스타일도 재미없어보였다. 그런데 근래 그의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온다. 웃을 지 모르지만 때가 되면 의미심장한 책이, 사람이 내 곁으로 왔다. 그를 만날 때구나.

3) 스스로 만들어진 리더가 부족한 시대다. 현대사의 1세대 거인들이 사라진 시대다. 시대를 아는 사람이 적은 시대다. 몇 번 TV에 나온 그를 봤다. 집요하고 정확했다. 담백한 직설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얘기였다.

4)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그의 주장은 가능한 것일까. 과연 그는 선수 입장에서 감독을 했을까. 그렇다고 하는데 알 수가 없어 책을 집어 들었다. 최근 책을 골랐다.

5) 김성근이라는 사람을 잘 표현해 주는 대목 같아 줄쳐 두었다.

저는 그날 유난히 경기가 안 풀렸었지요. 공을 제대로 못 던지고 내려오니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 마침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감독님이셨어요.
“너 별일 없으면 내 방으로 좀 와라.”
저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진 채 감독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공을 잘 못 던졌다고 섀도피칭(빈손으로 던지는 시늉을 하는 것) 훈련을 시키시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할 말이 있으신 걸까 제 딴에는 복잡했지요.
탁자 위에는 감독님 식사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밥, 국, 오징어포, 김치 정도의 단촐한 식단에 반주로 맥주 서너 병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잔뜩 얼어서 감독님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감독님 방에도 역시 TV가 켜져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TV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저한테 말씀하셨습니다.
“저게 뭐냐?”
“예?”
“저게 뭐냐고? 영화냐 드라마냐?”
“아! 감독님. 저거 진짜에요. 미국에 잇는 쌍둥이 빌딩이 테러를 당했답니다.”
…….
“그러면, 메이저리그는 하냐?”
– 전 SK 와이번스 선수, 신윤호

추천자: 유민영

5. <1984년>, 조지 오웰 (1949년작) 

<1984년>의 매력은 핵심을 짚는 적나라한 대사에 있다. 더 큰 매력은 그 핵심 메시지를 필사적으로 숨겨야 할 인물의 입에서 대사가 나온다는 점에 있다. 가령 ‘빅브러더’를 필두로 하는 당은 그가 가진 권력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뻔뻔스레 시인한다. ‘당이 권력을 가졌고, 권력의 목적은 권력 그 자체이기 때문에 빅브러더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것일 뿐, 국민을 위하려는 목적은 눈곱만큼도 없다.’

애초에 숨기지 않기 때문에 폭로도 없고, 빅브러더의 위기도 없다. 반전도 없다. 독자는 오히려 여기서 전율하게 된다. “반전이 없다니. 반전인걸.”

“권력의 목적은 권력 그 자체야. 고문의 목적은 고문이고 전쟁의 목적은 전쟁인 것과 같이 절대권력의 목적은 권력 그 자체야.”
“나는 ‘당’을 통해 살아. 그래서 불멸하지. 당이 존속하는 한 죽은 게 아니야.”
“나는 마침내 빅브러더를 사랑했다.”

추천자: 김정현

6.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2002년작) 

여름 그것도 여름 휴가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해변이다. 그런만큼 하루키의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는 여름 휴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소설의 매력은, 핵심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무라 기념 도서관’이다. 주인공 인물들보다는 이 도서관이 사실 주인공이 아닐까? 도서관을 묘사한 장면들만 골라서 수십번을 읽었다. 여름 휴가를 하루키가 창조한 고무라 도서관에서 보낼 수 있다면? 세상에서 그보다 더 근사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작가, 하루키의 책 중에서 뭘 읽을지 고민이신 분들께, 혹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다카마쓰 시 교외에, 전통있는 가문의 부자가 자기 집 서고를 개축해서 만든 사립 도서관이 있다. 진귀한 장서도 갖추고 있는데다 건축물과 정원도 한번 찾아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 도서관의 사진을 잡지 <태양>에서 본 적이 있다. 오래되고 커다란 일본 가옥인데, 응접실 같은 우아한 열람실이 있고 사람들은 큼직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끌렸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이 도서관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무라 기념 도서관’이 그 도서관의 이름이었다.”

“책이 보관된 서고에는 마음대로 들어가도 괜찮아. 읽고 싶은 책은 그냥 열람실로 가지고 가서 읽으면 돼. 다만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는 귀중본은 그때마다 열람창구 카드를 써야 해. 저기 오른쪽 자료실에 카드식 색인이랑 검색용 컴퓨터가 있으니까 필요하면 마음대로 써도 되는데, 밖으로 책을 가지고 나가는 대출은 할 수 없어. 잡지와 신문은 비치되어 있지 않아. 사진 촬영은 금지. 복사도 금지. 음식은 정원 벤치에서. 폐관은 다섯 시.”

“소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동안에 이 작은 방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장소임을 깨닫는다. 나는 바로 이런, 세계의 움푹 파인 데와 같은 은밀한 장소를 찾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건 가공의 비밀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장소가 정말 이곳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니, 바로 눈 앞에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자, 그것은 다정한 구름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멋진 감각이다.”

추천자: 박소령

7. <피로사회>, 한병철 (2010년작)

일단 짧다. 귀한 여름휴가에 엄청 두꺼운 책을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얇은 책을 골랐는데 얇다고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짧지만 글의 밀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몇줄 긴장을 놓쳐도 저자의 생각을 놓치지 않는 웬만한 책과는 차이가 크다. 매우 짧은 텍스트 안에서 큰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언어는 예리하고 구조는 완결적이어서 미학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기계발과 성공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강요되는 직장생활에 ‘균형추’가 필요하다면 [피로사회]의 정독을 권한다. 휴가는 일에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 일과 삶의 균형을 바로잡는 이벤트다.

“사회적 무의식 속에는 분명 생산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숨어 있다. 생산성이 일정한 지점에 이르면 규율의 기술이나 금지라는 부정적 도식은 곧 그 한계를 드러낸다.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 규율의 패러다임은 ‘성과의 패러다임’ 내지 ‘할 수 있음’이라는 긍정의 도식으로 대체된다. 생산성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금지의 부정성은 그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능력의 긍정성은 당위의 부정성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추천자: 김봉수

<추천도서 종합>

1.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홍신자 (2002년작) 
2. 월간 <우드플래닛 WOOD PLANET>
3. <충청도의 힘>, 남덕현 (2013년작)
4.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김성근 (2013년작)
5. <1984년>, 조지 오웰 (1949년작)
6.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2002년작)
7. <피로사회>, 한병철 (2010년작)

박소령

* [여름휴가 책 추천]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여름휴가 책 추천 1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전문기자 앤드류 로스 소킨의 경영/경제 추천도서 13선, 링크
* 사진출처: film misery, 링크 

[말과 글 사전] 김성근. 고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김성근감독

 

김성근의 야구가 계속 화제다.
그러나 여전히 ‘이기는 야구’를 위해 ‘재미없는 야구’가 되는 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싶기도 하다.
신문 인터뷰를 보다가 이 대목에서는 숙연해졌다.
자신이 하는 일을 위해, 제자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
최소한 작은 사람은 아니다.

‘1996년 김성근(71)이 쌍방울레이더스 감독 할 때, 롯데자이언츠 감독을 지낸 박영길이 운동장에 들렀다. 둘은 한때 OB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 감독으로 붙었던 사이다. 김성근이 불쑥 물었다. “4번 타자가 공 칠 때 자꾸 머리가 돌아가요. 어떻게 고쳐야죠?”
박영길이 “야구하면서 그런 일은 평생 처음이었다”고 했다. “감독이 다른 감독에게 모르는 거 묻기 쉽지 않아요. 그 양반은 묻더라고. ‘김성근 오래가겠다’ 했어요.”
박영길(72)은 타격 지도의 일인자로 꼽힌다. 그는 김성근의 롱런 비결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적장에게도 물어보는 열정, 제자를 키우려고 무슨 일이든 하는 자세. 고수는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자신 있거든.”’
–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7월19일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출처: 조선일보, 2013/07/19, 야구, 야구,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바보’… “동네 게임도 작전 짤 사람”, 김수혜 기자, 링크
사진출처: 오센

[말과 글 사전] 리더십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했다.

“리더십은 개인의 비전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 주고 성과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높여주며 일반적 제약조건을 넘어 인품을 형성시켜 주는 것이다.”
(Leadership is the lifting of a man’s vision to higher sights, the raising of a man’s performance to a higher standard, the building of a man’s personality beyond its normal limitations.)

1. 중앙일보 6월 12일자 25면에 김응룡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두 건의 기사에 실렸다. 우연히도 두 감독은 같은 지점에 대해 언급했는데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
“난 코치와 선수의 의견을 존중한다. 아픈 선수가 뛰고 싶다고 하면 뛰게 한다. 또 코치가 추천하는 선수에게 무조건 기회를 준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리더는 조직의 어떤 구성원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감독이 코치에게 의존하면 그 팀에 한계가 생긴다. 투수와 타격, 수비 모두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팀을 이끌 수 있다”

2002년 한국 시리즈에서 만난 김응룡과 김성근 (이미지 출처: 스포츠 조선)

2. 김응룡 감독의 존중(?) 리더십이 존중받으려면 한화의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한화의 현재 성적표는 김응룡 감독의 ‘존중 리더십’을 책임 전가 발언으로 만든다. 김성근 감독의 ‘초인 리더쉽’은 고양 원더스의 선수 11명을 프로리그로 배출했다는 내용이 먼저 언급된 이후에 소개된 말이다. 투수, 타격, 수비 모두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초인적 발상에 물음표가 생기긴 하나 ‘존중 리더십’보다는 -정황상-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3. 야구 얘기 말고 실생활로 돌아가 보자. ‘존중 리더십’은 실제로 구경하기 어려웠다. 대개 ‘초인 리더십’을 추구하는 많은 리더들을 만나게 되는데 ‘초인’을 추구하나 ‘범인’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건 ‘리더십론’이 아니라 ‘리더십’이고 ‘리더’다.

4. 3까지 쓰고나니 동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재미없는 SK 야구를 만들어낸 김성근 리더십을 너무 옹호했다’는 의견과 ‘김성근 야구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는 정반대의 의견, ‘김응룡의 리더십이 해태나 삼성 시절의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은 정당한 비교가 될 수 없다’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의견 절충은 불가능하다. 사실 판단이나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영역이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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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중앙일보, 2013/06/12, 칭찬 대신 결과물 줘라. 리더에게 믿음 생긴다, 하남직 기자, 링크
중앙일보, 2013/06/12, 사사구 10개 주고… 무너진 한화, 김식 기자,링크
The Daily Drucker, Harper Business

[말과 글 사전] 투수 배영수가 기억해낸 말

오늘 류현진이 메이져 리그에서 첫 완봉승을 이루어냈다. 오늘과 내일의 야구 얘기는 모두 류현진이 독식할 것 같은데 오늘자 신문에서 제일 좋았던 야구 기사는 삼성 라이온즈 배영수에 관한 것이었다.

1.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시속 128Km가 나왔다. 야구가 싫어서 이민 갈 생각도 했다”
강속구의 젊은 에이스가 큰 수술(2007년)을 받고 느린 볼 투수로 ‘추락’한 때를 회상한 말

2. “나빠지면서 좋아진다” “몸에는 한계가 있어도 머리에는 한계가 없다”
배영수가 입단 2년차였던 2001년에 김성근 감독이 들려준 말. 배영수는 한참 좋지 않았을 때 이 말을 기억해 내고 재기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3. “옛날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아직 30대 초반이다. 배울 게 많은 나이”
배영수는 현재 31세, 통산 109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7연승 중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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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2013/05/29, 배영수, 삼진 욕심 버리니 7연승 오더라, 하남직 기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