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19] 한 편의 글에서는 한 가지 메시지만을 전달하자. 욕심내지 말자.

 

페이스북 등 SNS에는 수없이 많은 글이 올라온다.
모든 글을 꼼꼼하게 읽기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많은 사람의 글을 보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만큼 SNS에 올리는 글은 짧은 게 좋다.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꼭 갖출 필요도 없다.
주장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두괄식의 논리전개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바쁜 사람들은 맨 앞의 주장만을 읽고 넘어가면 된다.

개인 블로그나 기고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긴 호흡을 각오하고 접속한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핵심 주장을 드러내기에 앞서
여러 가지 장치와 기법들을 동원할 수 있다.
예화도 소개할 수 있고,
고사성어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다.
반대되는 주장을 소개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할 수도 있다.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다만 글의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주장들을 뒤섞어 내세우면 곤란하다.
한 꼭지의 글, 한 편의 글이라면 한 가지 주장만 하자.
주장들이 많아지면 핵심 메시지의 전달력이 떨어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작은 욕심을 버리자.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16] 메시지를 강요하지 말자. 담담한 묘사로도 전달이 가능하다.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글을 가끔 접한다.
주장엔 공감하지만 글의 전개방식이 못마땅하다.
나중에는 주장에 공감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설득은 독자와 공감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
수필이나 서정적인 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일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핵심을 정형화된 문구로 만들어 드러내기보다는,
담담하게 인물, 장면, 대화를 묘사하다 보면
의도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은 노 대통령 재임 중에 쓴 국정일기,
‘파격과 변화로 혁신, 또 혁신’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대통령의 이야기를 열거하면서 그의 캐릭터와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은 오늘도 끊임없이 사고의 전환을 역설한다. 특히 수도권 중심 사고를 벗어나 지방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을 거듭거듭 이야기하고 있다. 낙후지역 개발 문제를 다룬 15일 국정과제회의에서도, 그 다음날 포항에서 열린 지역혁신협의회 회의에서도 대통령은 참여정부 균형발전 전략의 토대가 되고 있는 혁신의 철학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자원을 투입할 때에는 성공이 확신되는 쪽에 투자를 집중하겠다.”
“기존 사업도 성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는다. 불용액으로 남는 한이 있어도 성과 있는 것에만 지원하겠다.”
“이제는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체계로 간다.”
“옛날에는 대통령이 이렇게 내려오면 지시를 내리고 지역사회에 선물을 주었지만, 이제는 지역혁신협의회가 어떻게 토론하고 논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그 지역 스스로의 노력이다.”
“더 이상 수도권을 쳐다보지 말고, 지방발전의 창의적 전략을 제출해 달라.”
“창을 열고 크게 바라보자.”
이렇듯 대통령은 쉼 없이 파격 또는 새로운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며칠 전 한·일정상회담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의 일이다. 준비 팀이 보고하기를 이번 회담은 전 행사가 노타이로 진행된다고 했다. 대통령은 특유의 애드리브로 다시 한 번 좌중을 웃겼다.
“난 넥타이를 안 매면 인물이 죽는데….”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12]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자.

1990년 무렵에 현역의원이 9명에 불과한 정당에서 일했다.
3당합당 때문에 생겨난 미니정당이었다.
의원수가 적어 쉽게 단합을 할 듯싶었지만 오히려 정반대였다.
모두 내로라할 만큼 이름값을 하는 유명 정치인들이었다.
사안마다 입장이 갈리고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의원이 대변인을 맡게 되었다.
그는 당시 주류의 노선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의도적으로 편향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우려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대변인으로 임명된 그날부터 그는 언제나,
양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반대편 진영의 논리를 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쉽게 설명해주었다.
많은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진정한 대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강한 주장을 담은 글은 예외이다.
반면 인물이나 일화를 묘사하는 글이라면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치우친 느낌을 주지 않는 게 좋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묘사가 오히려 신뢰를 얻는다.
시종일관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관찰자는 주장이나 의견을 펼치는 사람이 아니다.
핵심 메시지는 인물의 말이나 일화를 통해 전달하면 된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27] 꼬리가 길면 밟힌다. 길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던 시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반 광고를 만드는 전문가를 만나 홍보물 제작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만나 저녁 내내 인터뷰를 한 끝에
메인 슬로건을 뽑아내었다.
‘정치세탁’이라는 네 글자의 카피였다.
좋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파괴력이 있다는 생각은 갖지 못했다.
며칠 후 그 전문가들은 가제본된 홍보물을 갖고 왔다.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무런 사진이나 그림도 없이 한가운데 작은 글자로
‘정치세탁’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나머지 공간은 전부 여백이었다.
네 글자가 주는 파괴력의 힘이 있었다.
글자가 크고 굵어야 카피가 힘을 갖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여백의 힘이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이야기가 많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어떤 사람이든 독자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독자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10개를 전달하려다 한 개도 전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된다.

글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중언부언이 많아진다.
했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초점이 산만해진다.
명확한 메시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모두 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라면
시기를 나누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SNS를 활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짧은 글로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충성도가 아니면 호흡이 긴 글을
끝까지 정독해줄 독자는 많지 않다.
마우스 휠을 천천히 한번 돌리는 사이에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하자.
시간이 없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자.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5] 글의 시작, 어떻게 할 것인가? 강렬하거나 친숙하거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작하는 대목에서 막힌다.
썼다, 지웠다 하기를 되풀이한다.
그러다가 절반의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이래저래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은 맞는 셈이다.

정말로 시작이 쉽지 않다면,
아무리 여러 가지 써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글의 나머지 절반을 쓴다는 생각으로 써보자.
시작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본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속내를 감추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다.
글의 중반부터 쓴다는 생각을 하자.
말하자면 핵심부터 쓰자는 것이다.
그 글의 키워드 또는 핵심메시지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풀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나는 이 나라가 싫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싫다.”
전체 글을 통해 표현하려던 핵심메시지를 서두에 쓰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오히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 밖에도 글의 시작은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시작일 필요가 있다.
물론 취향이다.
독자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공감이 되는 시작도 좋다.
물론 취향이다.
시작은 밋밋하되 점차 흥미와 긴장을 더해갈 수도 있다.
아무래도 노련하게 글을 쓰는 사람의 영역일 것이다.
시작의 몇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반문 또는 의문형)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민주주의를 아십니까?
예) 4월 2일 오전 10시.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 국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대통령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공감형) 나이 오십이 되니 몸이 구석구석이 쑤신다.
오늘도 나는 만원 지하철을 탄다.
(자극형) 그는 비참하게 죽었다.
이제 한반도는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
(대화형) “저기 좀 보세요. 저기요!”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니?”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예) “어, 저건 꿩이잖아? 꿩이 이곳에 다 오네.”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기라도 한 듯, 대통령은 자리에서 훌쩍 일어나 마당이 보이는 창문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결론형) 나는 이 나라가 싫다. 이유를 설명하겠다.
예) 참여정부 50일. 그것은 한마디로 ‘변화의 시작’이었다. 고정관념이 파괴되었고 기득권은 더 이상 기득권이 되지 못했다.

시작은 독자를 계속 읽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시작이 좋으면 50점은 벌고 들어가는 것이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4] 글의 세계에서는 백화점보다 전문매장이 경쟁력이다.

 

독자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고자 한다.
반대로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알거나 취재한 사실들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대정부질문을 하게 되면
출석한 장관들 모두를 상대로 질문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모든 관심사를 제한된 시간에 쏟아내려고 한다.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설명하려고 한다.
모든 계층을 상대로 최소한 한마디라도 전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연설이나 글이 백화점식이 되고 만다.
백화점식 연설의 가장 큰 단점은
연설 후에 뚜렷하게 기억나는 대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2007년 초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그랬다.
대통령이 욕심을 많이 냈다.
마지막 신년연설임을 의식하여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 것이
오히려 산만해지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고 말았다.
평소처럼 대중연설 스타일로 하면
특정한 주제에 대해 비교적 깊이 설명하고 다른 주제들은 건너뛰게 된다.
그러면 청중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후보수락연설, 취임사, 신년연설, 광복절 경축사 등은 주요계기의 연설이다.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통령도 내용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상대적으로 연설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계기의 연설에서 명연설이 나오기 힘든 이유이다.

좋은 글, 좋은 연설이 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A friend to everybody is a friend to nobody”란 말이 있다.
글의 세계에서는 백화점보다는 전문매장이다.

윤태영

[CEO를 위한 메모 16] 또 다른 43번, 가끔 예상치 못한 편지를 쓰세요. – 메시지가 미디어다.

지난 해 연말에 국제면 기사 하나를 잘라두었다.
‘조지 W 부시는 인간적이다’는 평판을 위한 증거물.

반전의 카드, 부시의 편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직접 펜을 들어 짧은 편지를 썼다.
상대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미식축구 대학 챔피언전 4강 전에서 천추의 실수를 한 키커 케이드 포스터다.
그의 킥 실수로 포스터의 앨라바마대학은 오번대에 34대28로 졌고 팬들은 저주와 야유를 퍼부었다.
그때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포스터는 트위터에 부시의 편지를 올렸다.
부시가 알린 것이 아니라 포스터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삽시간에 여론은 반전되었고 응원의 메시지가 몰려들었다.

“살아가다 보면 좌절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더욱 강한 사람이 돼 있을 것”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또 다른 43번이”
마지막 구절이 더 없이 멋지다.
포스터의 등번호는 43번이고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제43대 대통령이다.
동질감의 극대화.

포스터는 위기에서 탈출했고 부시는 인간적인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시의적절한 메시지는 스스로 미디어를 만들어간다.
부시는 현명했고 포스터는 영리했다.

미디어는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메시지는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다.
진정성, 그것을 명심하라.

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