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과 함께한 전략적 글쓰기 8] 대통령 연설문 준비과정에서 보는 글쓰기 순서

대통령 연설문 준비과정을 보면 글쓰기 순서가 보인다.
– 대통령 연설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통령 연설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글쓰기의 과정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절차는 참석하는 행사가 정해지는 것이다.
대통령 참석을 요청하는 행사는 셀 수 없이 많다.
누구나 대통령이 와 주기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이곳저곳 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광복절이나 3.1절 같이 응당 참석하는 행사가 있다.

이처럼 당연히 참석하는 행사 외에는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행사의전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행사의전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다.
예를 들어, 2003년 12월 소프트엑스포 및 디지털 콘텐츠 페어 개막 행사 참석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흥시키겠다는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행사 참석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된다.

글을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디에서 기고 요청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글을 쓰고자 하는 경우가 그렇다.
우선 쓸지 말지를 충분히 생각한 후 결정해야 한다.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이 되면 두 번째 단계로 그 행사의 개요에 대해 파악하게 된다.
– 행사 제목
– 행사 일자 및 장소
– 행사 식순 (대통령 앞에 연설을 하는 사람은 있는지)
– 대통령의 연설 시간
– 참석자 현황 및 성향 (특히 거명해야 할 주요 인사는 누구인지)
– 방송 및 통역 유무

글쓰기에 있어서도 자신의 글이 언제 어느 지면에 실리는지, 써야 할 분량은 얼마인지, 내 글을 읽는 독자는 주로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이 들어가는 지면이나 내가 말해야 하는 행사의 성격과 취지는 무엇인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봉창 두드리는’ 말이나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세 가지 내용의 말과 글이 필요하다.
첫째,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둘째, 청중이나 독자가 듣고 싶은 말
셋째, 상황에 맞춰 꼭 해야 하는 말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글, 좋은 연설이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연설문을 쓰기 위한 재료를 찾는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행사 참석을 요청한 해당 비서실에서 초안을 작성하여 보내준다.
물론, 그 초안 역시 해당 비서실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 해당 부처나 행사 주관기관에서 작성하여 보내온 것을 해당 비서실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검토만 한 후 연설비서실에 보내준다.

신년연설이나 광복절 경축사, 국회 시정연설 등은 해당 비서실이 없고, 또 중요한 연설이기 때문에 비서실장 주재로 별도의 TF팀을 구성하여 초안 작성 작업을 한다.
이 경우에도 작성된 초안은 연설비서실로 넘어온다.

연설비서실 자체적으로도 자료를 찾고 참석 행사에 대한 메시지 연구를 한다.
어차피 해당 비서실에 받은 초안은 참고만 할뿐, 그것을 근간으로 삼지는 않는다.
해당 비서실 초안에서 파악하는 것은 이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대통령께 듣고 싶은 소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에 있어 자료를 찾아보고 챙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재료가 부실하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기초가 부실한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단계는 연설비서실에서 초고를 쓰는 것이다.
해당 비서실에 받은 초안, 그리고 그동안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 메모 지시 등을 참고하여 초고를 작성한다.

먼저, 해당 계기의 연설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설득인지, 제안인지, 당부인지, 설명인지, 아니면 단순 축하인지 등 주된 목적을 생각해 본다.

대통령께서 지시한 메시지를 담고, 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에 했던 말씀 등을 토대로 행사 성격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행사 참석자에 매이지 말고, 대국민 메시지라는 관점에서 작성한다.
행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그 시점에서 중요한 이슈나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고려한다.
연설 한 계기에만 매몰되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준공식 축사라고 할 때, 해당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관한 것까지 언급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대통령님의 국정운영 철학과 핵심메시지는 유사한 행사 계기에 표현을 달리하여 반복해서 담는다.

신문에서는 어떤 제목을 뽑고, 방송에서는 대통령님 연설 중 어느 부분을 육성으로 인용할 것인지 고려한다.
따라서 연설문의 주제를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이나 정책, 예산 등 후속대책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이해당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연설의 결과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검토 단계이다.
글쓰기 과정에서는 퇴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검토 단계라고는 하지만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를 거치면 연설비서실에서 보고한 초고는 온 데 간 데 없고, 전혀 새로운 연설문이 탄생하기도 한다.

우선 초안을 보내온 해당 비서실의 검토를 거친다.
여기에서는 주로 사실관계 오류만 찾는다.

그리고 e지원이라는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된다.
대통령은 e지원 상에서 직접 수정하거나, 연설비서관을 불러 수정 지시를 한다.
때로는 이 과정이 5~6차례나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연설문이 확정되면 연설비서실은 마지막 점검을 한다.
이때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는 이렇다.
– 대통령님 지시사항 중 반영되지 않은 것은 없는가?
– 예정된 연설시간에 맞는 분량인가?
– 내용상 군더더기는 없는가?
– 통계 및 사실관계를 관계비서실과 꼼꼼히 점검했는가?
– 연설의 운율은 맞는가?
– 외래어 표기 등 맞춤법에 오류는 없는가?
– 앞서 연설하는 사람의 연설문과 중복되지는 않는가?
– 연설 서두에 거명해야 할 사람을 빠뜨리지는 않았는가?
– 연설문 작성이후 변동된 상황은 없는가?

이러한 점검 단계를 거치고 나면 행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읽을 낭독본을 만들어 의전비서실에 전달하는 것으로 연설문 작업이 종료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 과정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이후 연설문을 보고할 때에는 자료 제공, 핵심 메시지 구성 등에 관하여 협의한 과정을 함께 보고 바랍니다.”
<2004년 11월 제41회 무역의 날 연설문>

“최초 초안에서 수정과정을 거쳐 최종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문서로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의미입니다.”
<2006년 6월 제51회 현충일 추념사>

또한 두 대통령 모두 연설문 작성에 관한 한 연설비서실이라는 공적 조직을 활용했다.
조직과 시스템을 중시한 것이다.
연설문은 본인의 말이기 때문에 더 나은 연설문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고, 그럴 경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한 번씩 써보게 하는 유혹을 느낄 법도 한데, 두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유민영의 위기전략 27] 삼성의 미래가 궁금하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남이 먼저 변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변화는 없다.
나 자신부터 양보하고 나부터 변해야 한다.“
– 1993년 6월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며

1.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신의 이름으로 낸 유일한 책이다. 동아일보에 연재하던 에세이를 묶어냈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호오를 떠나 경영자들이 읽어볼 만한 대목들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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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안쪽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이건희
1942년 경남 의령에서 출생
일본 와세대 대학에서 경제학 전공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
1968년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로 취임
1978년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취임
1987년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
1996년 IOC 위원으로 선임

우리 나이로 올해 칠십 둘이다.

2.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라고 말한 것도 1993년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실제로 회사의 모든 것을 다 바꾸었다. 그는 메시지의 위력을 아는 오너였다. One Voice가 얼마나 큰 위력이 되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전략은 어떻게 관철되는 지 정확하게 아는 오너였다.

“만약 전략이 문서화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 조셉 나폴리탄, <정치컨설턴트의 충고>

“용어를 통일하고, 특유의 용어를 만들고, 용어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조직을 한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
– 이건희,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1997, 동아일보사

3. 그러나 이 회장의 설화도 만만치는 않았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1995년 4월, 장쩌민 주석 면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치권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본인은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다. 국민의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한다.”

2010년 2월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호암의 경영철학 중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이다. 비자금과 X파일로 홍역을 치른 사람이 할 말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부정, 긍정을 떠나 경제학 책에도 없는 내용”

2011년 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말했다. 해명했지만 고약한 대통령의 미움을 샀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위치가 되었다.

4. 8월 20일 한국경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설을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커뮤니케이션 팀 이인용 사장은 언론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전사적으로 대응한 덕에 와병 보도는 약화되었고 해명이 강조되었다. 와병설을 대하는 삼성의 커뮤니케이션과 태도는 일사불란하고 완강하다.

5. 그러나 궁금해졌다. 평소 지병이 있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으로 움직이며, 또 노인의 폐렴은 작은 병은 아니고, 1주일 입원까지 해야 하는 정도라면, 또 수십억을 들여 내부행사로 신경영 20주년 기념 전시회를 진행했던 것을 보면 신경영 20주년 만찬을 연기한 이유가 전력난 때문이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했고, 그렇다면 보도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것 아닐까. 혹시 업무에 일부 장애가 생길 정도로 이건희 회장이 많이 아프다면 삼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거론해 보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6. 삼성의 미래는 작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연착륙 할지? 경착륙 할지 알수 없는 일이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어른들의 말, 소니 등 경쟁사들의 조건, 애플과의 대립, 오너 체제와 시스템 경영의 관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검증되지 않은 3세 오너들의 능력, 3세들의 내부 경쟁,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아직 끝나지 않은 금융권 자산의 배분 문제, 포화상태에 이른 휴대폰과 포스트 반도체 등은 다음 기회에 추적해 봐야겠다.

7. 마치 위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버려서 더 나아가는 것은 접었다. 과하게 부정하고 언론이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아프다는데, 또 사람이 아프지 않다는데 더 나아가는 것이 꼭 적절한 것도 아닌 것 같아서다.

유민영

[글쓰기 10] 우리는 이미 빠삭한 주제만을 글로 써야 하는가? – 글을 쓸 때 새겨야 할 모토 3가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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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고 술술 써지는 것은 아니죠. 저도 종종 하얀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는데요, 이제 일단 세 문장을 쓰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글을 쓸 때 곱씹으면 좋은 모토 세 가지인데요. ‘글을 못 쓰지 않는 법’의 저자의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전문 번역했습니다.

1. Kill your darlings

글을 쓸 때 염두에 둬야 하는 세 가지 모토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이거다. “Kill your darlings-허구 헌 날 쓰던 그 표현을 버려라.” 이 모토는 William Faulkner이 쓰던 것인데, 그 근원은 아마 20세기 초 사람인 Sir Arthur Quiller-Couch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특출나게 좋은 글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싶다면 이 문장을 숭배하라: ‘Murder your darlings.’”이라고 했다. “글을 시작할 때 이 모토를 써뒀다가 글을 완성한 후 지워라”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Kill이든 Murder이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상투적 표현을 없애고, 문장 전체를 포괄하지 못 하고 문장의 일면만 표현하는 구절을 없애라는 것이다. 뭐, 경험상, 표현만 잘 한다면 그 표현이 문장 전체를 포괄하지 못 하더라도 이상해보이지는 않지만, 위 조언은 맞는 말이다.

2. Show, don’t tell

두 번째 모토는 이렇다. “Show, don’t tell.” 독자가 머릿속에 상황을 그릴 수 있도록 묘사하는 것이 좋고 단지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조언이다. 이 모토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1) 어떤 장면을 묘사할 때, 독자가 당신에게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첫 번째다. 2) 논쟁을 할 때 많은 팩트 중 적절한 것을 잘 골라 제시하고, 진행상황을 잘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두 번째다. 이는 당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수긍하게 만든다. 같은 맥락에서, 주어와 동사를 ‘잘’고르는 것이 좋은 글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

3. Write What you Know

세 번째 모토는 약간 복잡하다. “Write what you know-당신이 아는 것을 써라”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교사라면 교사로서 사는 법만 쓰라는 건가?”, “나는 브루클린에 사는데 브루클린에서 사는 법을 쓰라는 건가?” 아마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건 유아적인 해석이다.

어쨌든 이 모토는 ‘참’이다. 어떤 주제에 익숙한 사람이 쓴 글에는 좀 더 많은 정보가 담길 것이고 문장 하나하나는 자신감에 차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력한 결론을 내놓을 수 있는 글이 된다.
예를 들어 Joe가 비디오게임에 대한 깊고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글을 쓴다고 가정하자. 그가 쓸 에세이는 항상 성공적일 것이다. 설명이 명확할 것이고 핵심을 짚을 것이다. 반대되는 예로 Jane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쓰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지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써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의 글은 애매모호할 것이며,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뭔가 숨기는 듯한 문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미 빠삭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을 몇 소개하려 한다. 뉴욕타임즈의 저널리스트 Nate Silver는 확률에, Bill James는 야구에, David Thomson은 영화에, Emily Nussbaum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일가견이 있고 이에 대한 글을 쓴다. 이 저널리스트들은 글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사례는 굉장히 많다. 세 번째 모토 “당신이 빠삭하게 아는 주제를 글로 써라”는 기억해둘 만하다.

하지만 이 모토를 항상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이 모토에 따르면 글의 질은 필자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필자가 항상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주제만을 글로 쓰기는 힘들다. 동시에 필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 열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주제를 쓰지 않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만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 그 주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쌓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소위 ‘리포트’라거나 ‘조사자료’를 쓸 수 있게 된다. 정보를 많이 쌓고 그에 기반한 결과를 도출시킨 글을 써라.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쓴 글과 비슷한 질을 기대할 수 있다. 다방면에서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명예다. 주제를 모른다면, 최선을 다해 습득하고, 글을 씀으로써 최선을 다해 날려버려라.

사실, 아직 세 번째 모토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주제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고, 관심이 있고,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바로 좋은 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령 야구 전문가 Bill James에게 야구에 대한 글을 쓰게 한다고 치자. 그의 콘텐츠는 아마 야구를 보면서 들을 때에만 재미있을지 모른다. 더 나쁜 경우 그의 콘텐츠는 그에게만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3+. We throw a wink t’ you

이런 상황은 왜 생길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애초에 글을 명확하고 흥미롭게 쓸 수 있게 태어났거나 글을 잘 쓰는 기술을 선천적으로 잘 배울 수 있게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글쓰기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Robert Graces와 Alan Hodge는 글쓰기에 대해 조언할 때 “Reader Over Your Shoulder- 독자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당신이 글을 쓸 때 등 뒤에서 당신의 어깨 너머로 당신이 참고하는 모든 자료들을 훔쳐보고 있는 가상의 독자가 있다고 상상하라는 것이다. 나는 더 나아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서 피드백을 받는 것을 상상하는 편을 선호한다. 무능력한 작가나 무능력한 연사는 독자‧청자의 표정(혼란스럽거나 화가 났거나 지겨워하는)을 보지 않고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좋은 작가는 독자의 반응을 예상해야 하고 좋지 않은 반응이 예상될 때는 취약점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스토리텔러는 그가 이야기를 하면서 전달하려 한 느낌을 그대로 청자들이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스토리텔러는 표정을 풍부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표정 안에 아이러니와 깨달음, 날카로움 등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독자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듯 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글쓰기 모토에 반영하여 모토의 철자를 조금 바꾸면 좋겠다. 즉 ‘WRITE WHAT YOU KNOW-아는 것을 써라’를 ‘WE THROW A WINK T’ YOU-독자에게 눈빛을 던져라’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

번역 김정현

* [글쓰기]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글쓰기 1 유홍준이 밝힌 글쓰기 비결, 열다섯 가지, 링크
– 글쓰기 2 조지 오웰의 조언. 나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것들, 링크
– 글쓰기 3 윈스턴 처칠 총리가 쓴 메모 – 보고서는 간결하게, 링크
– 글쓰기 4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권하는 ‘보고서 작성을 위한 10가지 가이드라인’, 링크
– 글쓰기 5 트위터 본인소개 프로필, 어떻게 써야하나? – 트위터 프로필로 개인 브랜드를 쌓는 4가지 방법, 링크
– 글쓰기 6 파이낸셜 타임즈 –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링크
– 글쓰기 7 배수아 작가,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링크
– 글쓰기 8 월리엄 진서, 잘 쓴 글은 무엇인가, 링크
– 글쓰기 9 무라카미 하루키 –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링크

출처: 뉴욕타임스, 링크

[커뮤니케이션 단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언론에 대처하는 방법 – 취재와 사진은 보장하라, 메시지는 최소화하라.

오세오세오세

오늘 동아일보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근황 기사가 실렸다.
언론을 통해 등장은 하되 메시지는 최소화했다.
지면의 반을 차지하는 꽤 긴 기사였는데, 오 전 시장이 전달한 것은 간단했다.
동아도 그냥 받지는 않았다. 승자는 사진 캡션이다.

1. 메시지: 메시지는 없다

기사 내용 중 향후 정치적 행보라든지 오 전 시장이 취해야 할 전략이라든지 하는 내용은 모두 지인에게서 얻은 멘트이거나 정계의 전반적인 시각에 대해 기자가 풀어 쓴 것뿐이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언론에 흘려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기지는 않겠다는 듯, 오 전 시장은 두 가지만 말했다.

ㄱ. 2014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ㄴ. 완전한 야인으로 살고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그에 대한 생활 이야기

2. 이미지 :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긴 기사들이 대개 그렇듯 이 기사에도 적절히 큰 사진이 곁들여졌다.
그런데 캡션이 대박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8월 사퇴 이후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12일 본보 기자에게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식 인터뷰와 사진 취재를 극구 사양했다. 그 대신 그는 이날 오후 자택이 있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공원에서 사색하는 모습을 찍어 보내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제공>

오 전 시장은 기사에 사용될 이미지에서 혹시라도 풍길 수 있는 부정적 해석도 경계한 듯하다. 사진 취재를 극구 사양한 오 전 시장은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는 꼭지에 적합한 사진을 보내왔다. 넥타이 없는 흰 와이셔츠에서 ‘야인’의 이미지를,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미래’를 암시하려는 듯한.
그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