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26] 새로운 전략의 출발 : 정확하게 정의하라, 새롭게 정의하라 –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새로운 정의

“새로운 언어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
– 30세, 잉케보르크 바흐만

어떤 사건과 정책, 범주의 정의를 두고 다투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고도화되고 섬세해진 사회가 그에 준하는 이름과 정의를 수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중의 충돌은 전통의 권력과 새로운 힘의 대결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 산업의 지도를 바꾸기도 한다. 통신사들은 새로운 시장과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알다가도 모를 새로운 단어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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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나 : 미 국립암연구소의 제안, ‘암의 정의를 바꾸자’

1.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암의 정의를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암에 대한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기준이 모호해 과잉진단과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 과도한 의료 행위가 때때로 인간의 공포와 맞물릴 때 우리는 치료와 치유의 반대편에 서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암에 대한 정의의 확장이 두려움에 기초하고 있고 새로운 의학의 발전을 담보하고 있지 않을 때 생기는 ‘갭’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암’이라는 단어가 실체적 진실과 정확한 현실에 접근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3. 보고서는 지난 35년간 암 진단 건수가 크게 늘어난데 비해 암 사망률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암으로 보기 어려운,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상태인 초기단계들의 환자들에게 암 진단이 내려진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환자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생존율이 99 퍼센트가 넘는 갑상선암, 여성들이 걸리는 유방암, 남성들의 경우 전립선암에서 과잉진단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4. 암에 대한 엄격하고 새로운 정의는 환자를 과도한 공포와 부적절한 의료행위로 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이름을 부여하고 정의하는 것은 현재의 세계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충돌과 전통적 힘의 권위는 정확한 접근을 훼손하기도 한다.

에피소드 둘 : 몬산토(Monsanto) 보호 법안과 농민 보장 규정(Farmer Assurance Provision) 

1.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상원이 발의한 법안(HR933)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유전자재조합 종자(GMO)와 관련하여 어떠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연방법원이 논란이 된 유전자재조합 종자의 판매 또는 경작을 금지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GMO를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라 번역한다. ‘재조합’과 ‘변형’은 부정의 의미로 볼 때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유전공학과’는 ‘생명공학과’로 변신했다.

2. 법안의 논란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대표적 기업인 ‘몬산토(사)가 중심이 된 생명공학 업계가 법원이 불법으로 간주한 상황에서도 유전자재조합 작물을 계속해서 경작할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이 법안을 ‘몬산토 법안’이라고 부른 것이다. 미 상원은 생명공학업계를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의 활약 속에 이번에는 재빨리 법을 통과시켰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추인한 것이다.
대표적 GMO 기업 몬산토를 부각시켜 부정의 의미를 최대화하려는 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3. 반면 미국 정부와 업계는 농민 보장 규정(Farmer Assurance Provision)이라고 불러왔다.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질적인 주체가 되는 기업을 숨기고 농민을 방패삼아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해관계자 중 농민이라는 주체를 부각시켜 부정의 이슈를 극복하려는 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이른바 주체 전이 전법이다.

에피소드 셋 : ‘시간제 일자리’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1. 대통령이 이름과 정의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확한 개념으로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과 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해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2. 대통령은 ‘파트타임’이라는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는 상징을 바꾸고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용어를 고려해보라는 지시를 내렸고 공모라는 방식까지 지정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8월 국무회의에서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괜찮은 것 같죠? 생각이 달라지지 않느냐”고 발언해 자신의 제안과 실행 아이디어를 갈음했다.

3. ‘선택’은 선거의 용어다. 정부가 사용하는 정책용어가 아니라 ‘주어’를 상기시키는 언어다. 국민이 선택한다는 주체의 전환이 이 이름의 핵심이다. 좋은 이름이다.

4. 그러나 이 이름을 끌어내는 데 정책의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이름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이름을 정의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을 동반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현재까지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아직 비정규직 파트타임을 부르는 이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형식의 변화가 인식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종종 형식에만 신경을 쓴다는 반작용을 부르게 된다. 좋은 정책에 붙는 이름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5. 더불어 대통령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발표하는 방식의 위험성이다. 정부의 정책이란 기획과 실행, 결정과 발표의 행위가 층위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다 했다. 이것은 합의에 기초한 이름의 변화보다 명령에 기초한 이름을 연상시킨다.

좋은 시도, 좋은 이름이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전략의 변화란 전면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민영

이미지 출처: waverley church, 링크

[유민영의 위기전략 25] 개성공단 해결의 리더십 : 박근혜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 혹은 파워 클래식

박근혜경례

개성공단 조업과 운영이 재개될 수 있는 남북한 당국자 간의 합의가 지난 14일 이루어졌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조업 중단을 선언한 지 133일 만의 일이다.
북을 상대로 하는 리더십, 협상, 커뮤니케이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원칙과 패턴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형님론’과 ‘햇볕론’ 아닌 다른 전략과 방법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보여줬다.
정치와 외교, 타협과 협상에서 플랜A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을 입증했다.

결국 개성공단의 해결은 대통령의 신념과 원칙, 자세와 태도로부터 나온 것이라 평해도 과하지 않다.
현재의 대통령 체제에서 결정은 오직 한 사람이 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양측의 합의문 서명은 똑같이 ‘상부의 위임에 따라’로 시작된다.

북한은 결국 머리를 다시 들이밀었다. 대화를 다시 제안했다. 사과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자존심을 지켰지만 ‘성과’와 ‘보상’없이 새로운 원칙에 합의했다.

물론 북한이 앞으로 얼마나 합의의 진정성을 지킬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한국 이니셔티브’가 한 걸음 전진하게 되었다.

1. 전략을 지키다.
전략은 한 번 정하면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파국에 대한 북의 책임, 국제사회와 한 약속, 정부와의 대화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굴복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과 함께 전략을 지켰다.
원칙은 중간에 흔들리지 않았고 명확하고 힘있는 대국민 메시지는 일관되었다.

“개성공단은 앞으로 공단 정상화가 아니라 국제화를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국제사회와 한 약속, 계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안전장치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5월 14일 국무회의)

2.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다.
북한은 지난 15년간 한국의 전략에 익숙해져 있었다. 벼랑 끝에 서면 우리 정부가 나설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리더, 김정은은 이전의 체제와 조금 다른 점도 있었다.
매일 매일 강과 온, 전쟁과 대화, 협상과 쿠션을 천만변화로 구사했다.
젊고 어린 지도자가 자신의 원칙과 패턴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조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차갑게 ‘정치’와 ‘외교’를 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어제 조업을 잠정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위기를 조성한 뒤 타협과 지원(을 유도하는) 끝없는 여태까지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나.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국제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키면 앞으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4월 9일 국무회의)

3. 시간의 정치를 하지 않다.
항상 급해지는 것은 우리 정부였다.
민간과 야당은 재촉하고 여당은 흔들리는 악순환이었다.
그러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스스로 만든 ‘형님’의 위치에 섰다.
결국 미봉의 문이 열렸으나 북한의 필요에 따라 언제다 닫혔다.
대통령은 시간이 부족하고 협력이 더 필요한 쪽은 북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이) ‘빨리 북한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시작해라’ 이렇게 촉구해야 일이 풀린다.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5월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4. ‘당근’과 ‘채찍’, 둘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은 당근에 가까웠다.
그것도 전략이었다.
새로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여는 시점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효과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은 방관과 무책임에 가깝다.
무엇을 했는지 알기도 어렵다.
채찍도 아니고 전략이 없었다고 봐야 맞겠다.
박 대통령은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협박과 채찍을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수사는 놓지 않았다. ‘당근’은 꺼내지도 않았다.

” (북한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이다. 결핵치료약이 북한에 보내진 것처럼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4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 간담회)

5. 임박했을 때 움직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허용했다.
중간 협의 재개과정에서 파국을 부른 국장급이라는 의전의 문제도 수면 위로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파국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플레이도 했다.
결국 북한이 움직였다.

“지금은 기본적인 신뢰를 쌓는 것도 아주 힘든 상황이다. 기본적인 것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가동만 서두를 수는 없다.” (7월 10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 오찬)

6. 결정의 순간에 유연하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현재의 문제로 고집하지 않았다.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타결의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다.

‘1.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 1항)

7. 위기 이전의 상황보다 개선된 미래를 약속하다.
위기 이전 상황 이상의 결과를 남기다.
개성공단의 남북 당국자 공동운영, 공단 국제화,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등 새로운 진전이있었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상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약속과 새로운 미래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전진한 것이다.

‘2. 남과 북은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기업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며,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한다.’
‘3.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4. 남과 북은 상기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하여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산하에 필요한 분과위원회를 둔다.
이를 위하여 남과 북은 빠른 시일 안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해당 기구들의 활동을 개시한다.’
‘5. 남과 북은 안전한 출입 및 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개성공단 기업들이 설비정비를 하고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 2-5항)

새로 선임된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석에서 부쩍 ‘통일 대통령’, ‘통일 발판을 마련하는 대통령’을 강조한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행보를 네 가지 점에서 유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번 합의가 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이루어진 점을 매우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북한에 대한 네거티브액션이 포지티브플랜의 위치로 변경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3. 한국 이니셔티브에 기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4.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과 태도를 중심으로 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시대에 조응하는 리더’의 역할로 인식 전환을 할 수 있을까 이다.

기대한 8·15 경축사는 무난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의제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개성공단 타결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극적인 요소로 살리지도 않았고 통일은 언급했지만 새로운 대전략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물론 다른 전략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어 지금 속단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박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성과로 인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다른 모든 의제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새로운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전통의 신념과 원직에 기초한 박 대통령의 클래식 파워가 다른 의제에서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광복절 날, 물대포가 등장한 것은 그런 점에서 좋은 판단이 아니다.

현재의 박대통령의 리더십 형태인 ‘클래식파워’는 자신의 신념과 관습에 머무를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나아갈 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새로운 전략에 기초해 하나의 세계가 열렸다.
새로운 세계가 대통령의 경험과 소신에 기초한 작은 세계가 아니라 시대와 소명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이기를 기대해 본다.

유민영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유민영의 위기전략 23] 메시지가 불타고 있다 :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 세금의 왕-태양왕 루이14세를 불러내다

월급쟁이는

‘아래’의 글을 어제 밤에 써서 수정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발 빠르게 발표를 했다. 오늘 오전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원점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한 발 늦었다. 기록 차원에서 남겨둔다.

1. 빨랐다. 이번 지지율 하락은 심각한 것으로 봤을 것이다. 더 확산되기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봉쇄했다. 민생 이슈는 이런 대응이 필요하다. 훌륭했다. 정치 사안은 견디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민생 이슈는 박근혜정부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이슈다.
2. 의미가 있는 세제개편안이었다면 ‘과정’의 실수 와 ‘제도’의 확신을 구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미 잡을 수 없는 만큼으로 확대된 만큼 잘 판단했다.
3. 그럼에도 모순이 있다. 서민경제를 근거로 ‘서민·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하는 것이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세제 정상화와 고소득층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분리해서 말했지만 이 둘은 하나의 상황 안에 있다.
4. 다른 방법은 더 어려운 방법이거나 편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국세청이 기업을 때려잡는다면 최선도 아니고 차선도 아니고 차악의 방법이 될 것이다.
5. 결국 증세의 위험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대선 캠페인에 활용했고, 국민은 이를 불가침의 것으로 인식했으며, 정부는 그 피해를 받게 된 상황이 되었다.
6. 초기 정책 입안 단계부터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내용을 대등하게 이슈화하고, 부자들의 불법·탈법 요소에 대해 공격적 세금을 추진하는 과정과 함께 이번 세제개편안이 패키지로 구성되고 설득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7. 이로써 복지확대와 증세에 대한 정상적인 토론과 논의는 다시 중단되었다. 정부도 불행해지고 국민도 난감해졌다.

– 아래 –
지난 8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기사화된 다음 날 9일 오전 10시10분, 이례적으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조 수석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여론에 놀란 것이다. 그는 434만의 샐러리맨에게 세 부담 증가에 대해 사과했고 공약 재원 조달의 창의적 방법을 설명했으며 분명히 증세가 아니라고 극구 변명했다. 그러나 그의 수사와 메시지는 유리지갑을 가진 샐러리맨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보수 언론도 서둘러 정부에 대한 칼을 뽑았다. 조 수석의 메시지와 수사와 태도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먼저 현실을 먼저 이해해 보자.
1. 지난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인위적으로 높여 예상 세수를 높여놓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의 세수부족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크다.
2. 복지재원의 확대는 누구나 공유하는 공감대가 구축되어 있는 의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고 갈 짐이 아니다.
3. 저성장 시대는 새로운 세수의 확보와 다른 재원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이에 대한 인식이 진전된다면 세금은 늘려야 하고 복지는 증가해야 한다는 합의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관점의 문제도 크다.
1. ‘세금폭탄’이라는 정치 수사에 의한 대립은 상황을 호도한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악순환을 만들고 국민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킨다.
2. 또 대선 캠페인의 과정에서 과장된 논쟁과 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신성시해서는 안 된다. 공약은 부정될 수 있고 ‘정부의 운영’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인 캐릭터의 절대화는 현실과 본질을 흐린다.

복지의 확대는 시대정신이고 세수의 부족은 현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무엇보다 ‘공약’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니 정부는 ‘증세’와 ‘증세효과’를 구분하고자 했다.
‘현실’과 ‘관점’의 딜레마는 조원동 수석에게 과격하게 투사되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신념을 보호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1. 참모의 아픔. ‘증세’를 ‘증세’로 부르지 마라.
“증세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
이것이 조 수석 발언의 핵심이다. ‘세제 개편’은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비관세 감면 축소’를 방법으로 하겠다고 했고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누차 밝혔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증세’라는 유황불을 끄고 싶었다. 그래서 달려온 것이다.
대통령의 정책과 신념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개입과 메시지는 그의 의도와는 반대로 ‘증세’와 ‘세금폭탄’을 대통령의 의제로 만들었다.

2. 샐러리맨의 아픔. ‘고통’을 모르는 어리석은 ‘거위’가 되다.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
“명백한 세목 증가, 세율 인상은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걸로 보고 그런 게 아닌, 마치 거위에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
앞의 말은 루이14세의 재무상 콜베르의 말이고 뒤에 말은 조 수석의 말이다.
예산과 재정 관련해 전문가와 정책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할 때 사용하는 비유를 대통령의 참모가 현실 정책에 적용할 때 어떤 불상사사 일어나는지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 수석은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정과 관련해 통용되는 비유를 무심코 던진 것이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위치에서 브리핑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말과 메시지가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 지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잘못된 비유와 상징이 가져올 폭풍우를 맞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동아일보의 사설이 ‘월급쟁이는 몰래 털 뽑아도 되는 거위인가’이다.
정부와 조원동 수석과 새누리당은 세금 증가분이 소액이라는 논리를 폈지만 무시당한 샐러리맨은 이제 사람대접을 받는가 못 받는가의 문제로 이해한다. 방패로 사용한 한 마디의 비유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샐러리맨들에게 꽂히는 날카로운 창이 된 것이다.

3. 샐러리맨의 중상을 입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투명한 놈 놈 놈-한 놈만 맞는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나은 봉급생활자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주기를 읍소 드린다.”
조 수석은 ‘양해’라 하고 샐러리맨은 ‘철퇴’라 부른다.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조 수석은 이 대목에서 세계를 나누었다. 샐러리맨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계와 구분되는 철책을 세웠다.
샐러리맨은 그야말로 봉이 된 것이다. 세금도 더 내야하고 그저 순종해야 하는 직위, 샐러리맨.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변호사’, ‘의사’ 등 ‘상습적 세금 탈루 의혹을 갖고 있는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대책은 없다.
조 수석은 샐러리맨들은 세금을 더 낼 여건이 되고 세금을 걷기 쉽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있다. 샐러리맨들도 저성장시대에 너무 아프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건강한 배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당한 대우, 많은 이익을 낸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과 말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조 수석은 샐러리맨에게 정책을 전달하지 못했고 ‘잘못된 인식’을 전달했다.

4. 대통령의 아픔. ‘루이 14세’의 ‘절대 왕정’과 연결되다.
조원동 수석은 먼 나라의 아주 오래된 전쟁과 세금의 왕-‘태양왕’을 불러냈다.
‘거위’의 배경 연원을 몰랐거나 비유의 후과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루이14세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절대왕정과 루이14세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연결되었다.
정부 정책 발표에 대한 오해를 진화하러 나선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대통령과 루이14세, 그리고 절대왕정을 연결시킨 것이다.
루이 14세는 절대왕정을 이끈 전쟁과 세금의 왕이다.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 프랑스대혁명의 나쁜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비판자들과 호사가들은 호재를 만났다. 그렇다. 대통령 참모의 말과 글, 한 마디는 한 정부의 정책을 나락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이것이 국민의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조 수석의 비유는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쏜 것이 되어 버렸다. 참 나쁘게 연결되었다.

5. 정책의 슬픔. 시작도 하기 전에 퇴로에 서다.
“국민의 여러 의견이 담겨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9월 정기국회 통과까지 많은 수정·보완 과정이 있을 것 같다.”
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대통령 핵심 참모로부터 부정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세금과 관련된 정책. 특히 증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정책은 그 자체로 폭탄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나리오 플래닝과 시뮬레이션 리허설도 했을 것이다. 당정협의도 충분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정책을 방어하고 설명하러 나온 대통령의 참모가 수정을 얘기했다. 안일하다.
물론 국회에서 타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몫은 어쩌면 국회의 몫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몫이다. 먼저 정부가 후퇴의 카드를 써버리면 여당은 더 큰 후퇴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니면 통과하지 못하거나. 이러자 당·정·청 협의의 결과물이었으나 당도 바로 후퇴 발언을 내놓았다.
정책의 결정과 집행, 그리고 국회 통과를 위해 우회로만 파놓은 결과물이 그런 것인가.

※ 민주당의 기쁨. 드디어 민생과 국정원 사건을 연결하다.
원내-민생, 원외-국정원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이 정부로부터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민생과 거리집회를 연결하는 이슈가 등장한 때문이다.
정치란 상대방이 있고, 역관계가 규정하는 세계다. 그러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제에 민주당도 이번 기회를 너무 일희일비로 활용하지 말고 세금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 세팅, 이슈 오너쉽을 세우는 계기로 활용해 보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그렇지 않은 사안을 ‘세금폭탄’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받는 것을 돌려주겠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복지정책의 확대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정부 때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꺼냈다. 해당 언론사는 당연히 ‘세금폭탄‘을 제목으로 뽑았고 그날 이후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는 그저 ’세금폭탄’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합리적 토론은 사라졌다.

위기란 어쩌면 자신의 한 일, 한 말, 한 행동의 반격이다.
서로 그것을 알아야 나라가 나아지고 국민이 고생을 덜 하게 된다.

말년이 불행했다고 전해지는 루이 14세가 왕위계승을 할 후계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너는 이웃나라와 싸우지 말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힘써라. 이 점에서 짐이 밟은 길을 따르지 마라. 국민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정치를 하여라. 아쉽게도 짐은 행하지 못했었다.”

유민영

[유민영의 위기전략 22] CJ의 위기전략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 아주 오래된 고전의 재현

씨제이빨간불_중앙

CJ 수사 관련 내용이 연일 언론을 강타하고 있다. 접대와 비리의 적나라한 부분이 노출되고 있어 이재현 회장에게는 물론 CJ의 평판과 신뢰에 치명적 내용들이다.
CJ의 위기전략 콘트롤타워가 구분하고 직시해야 할 위기의 이슈는 ‘이재현 회장’과 ‘CJ’, 그리고 ‘위기’와 ‘위기관리’다. 다른 것이다.

CJ가 지금 당장 복기해야 할 케이스 스터디는 삼성과의 상속세 재판이다. 대중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전관이 빛나는 ‘화우’에 모든 것을 맡긴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이맹희 전 회장의 길을 CJ는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법정 내부의 관계에 집중하고 여론의 법정을 무시해 결국 무참하게 패배한 소송이다. 삼성은 완벽하게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우지 않았고 전문 변호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여론과 언론이 재판에서는 법리 다툼에 주력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관계와 파워를 작동시켰으되 보이지 않게 했다. 그것이 수면 위로 오르지 않도록 했다. 재판과 법리에만 주력할 환경을 만들고 삼성의 다른 이슈를 배제햇다. 그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CJ는 변화된 환경 아래서 자신을 지키는, 오너를 지키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검찰 수사와 CJ라는 기업을 완전히 분리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사업과 현재 사건을 일부 분리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CJ는 세무조사 무마·횡령·배임 등의 수사 이슈에 대해서는 완벽한 차단 전략을 사용하고, 대중의 눈치는 아랑곳없이 정부 정책과 관련되어서는 적극적 개입 및 호응정책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의도와 반대로 그들은 오히려 이슈와 영역을 병합시켰다. 상황을 엮으면 이슈와 반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들 위기전략의 최대 실패다.

근래 자신 회사 직원 면접을 본 한 대기업 임원의 얘기다. 1번은 CJ 출신, 2번은 STX 출신이 면접을 보러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엑소더스의 징후는 이미 시작되었다. CJ는 과연 최대의 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가치와 명성과 평판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분석해 보면, CJ의 위기전략은 단순 명쾌하다.
1. 믿을 수 있고 연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최고의 로펌을 쓴다.
2. 최고결정자인 대통령의 정책과 신념을 지지함으로써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3. 공중 혹은 국민을 향한 사과나 대중전략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수사와 연관된 기업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5. 전통 언론을 중시하고 소셜미디어는 대응하지 않는다.
6. 경영을 위한 협의체는 이재현 회장의 수사 사건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CJ에서 나온 여섯 가지 사례를 발견했다.
1. 변호인으로 경복고, 고려대 라인의 이너서클이 연결됐다는 지적을 받는 로펌, 김앤장과 광장을 선정했다.
2. CJ 계열사인 TVN 창조경제 캠페인 광고에 가수 은지원을 부각시키고 모든 광고에 ‘창조경제’를 어색하게 갖다 붙였다.
3. 대선을 달군 정치 풍자 텔레토비는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4.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위해 대통령의 정책에 걸맞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도적으로 만들었다.
5. 신문과 TV광고를 늘리고 대한통운 사건 때 밀려난, 과거 언론 대응팀을 복귀시켰다.
6. 현 정부의 신념에 부응하는 연평해전 영화에 투자했다. 말은 ‘화려한 휴가’에도 투자했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말이다.
국세청 차장은 CJ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자택도 압수수색 당했다. CJ의 전방위 로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거침이 없다. CJ가 주주로 있는 중앙일보를 포함해 전통 언론은 사회면 톱을 CJ 기사로 장식하고 있다.
뚜레주르 가맹점 점주들은 세금 폭탄을 맞고 본사에 항의했다.
CJ의 헛된 노력과 솔루션은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재 무용지물이다.

검찰의 수사에 적절하게 협조하고, 법리에 능한 변호사를 선정해 법리 다툼을 준비하고, 할 수 있는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을 이뤄내면서 차분하게 재판에 대응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 이슈에 대한 혁신과 자정 관리를 하기 싫었다면 차라리 폭풍우가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낮은 자세로 숙이고 폭풍우를 그대로 두드려 맞는 것이다. 그러고나면, 어쩔 수 없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재판에서 최대한 승부를 보는 것이겠다. 경제민주화 이슈는 그래도 사그라들고 있으니 말이다.
어설픈 개입 전략은 비용 지불 대비 효과를 낳지 못한다. ‘헛수고’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럼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빠졌을까?
1. 슈퍼 파워에 대한 잘못된 이해
대통령의 신념과 정책에 맞춘 타겟팅은 일견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일 권력자라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러나 아무리 만기친람의 대통령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수 있다. 스스로 사건의 문제를 치열하게 해결하지 않고, 스스로 대중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지 않고, 기업의 평판과 명성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강 건너 불구경 격이다. 아니 무관하다. 그렇다면 공염불이 아닌가. 더군다나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한다.

2. 로열티 집단의 충성에 대한 잘못된 접근
그럼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과 검찰이 CJ를 도울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도울 이유가 없다. CJ의 범죄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의 정책에 일부 협조적인 것과 CJ의 사건은 별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정부의 인맥과 엮이는 것은 지금 최악이다. 그러니 도울 일이 없다.

3. 검찰과의 관계에 대한 오해
이너서클과 대한민국 1등 로펌은 능력을 발휘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SK 사건을 비롯해 검찰 권력을 훼손시킨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가고 없다.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들여 상황을 개선하려고 할 테지만 ‘수사’를 온전히 ‘수사’의 영역에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너서클과 최고의 로펌은 여전히 의심받을 것이다. 전관예우를 포함해 관계가 중시되는 게임이라고 해도 은밀한 이너서클의 프레임은 과거 권력의 흐름이며 현재로 이어지지 않는다. 은밀한 관계는 오히려 반작용을 부를 소지가 크다. 로펌은 ‘석세스 피’는 못 받는다 해도 충분한 수익을 낼 것이다. 검찰은 전직 지검장을 CJ가 전관의 예우라는 형식으로 불러냈을 때 이미 불편해졌다.

4. 여론의 재판, 법정의 관계에 대한 인식 부재
이후 상황을 유추해 보자. 상황의 전개상, 선임되는 재판부는 이 상황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불가피하게 받아들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부담스러울 뿐이다. 이후 재판부가 재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수사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CJ는 과거의 전통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고전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이다. 여론과 관계의 방정식에서 재판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CJ는 현재의 권력을 선택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재판부는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구체제를 목도할 것이다. 나쁜 여론과 함께. 이런 경우 피의자 입장에서는 권력과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재판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론과 권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재판부를 CJ가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CJ를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5. 기업의 평판관리 및 명성관리에 대한 무지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소외된 국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CJ는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을 뿐이고 출두하면서 판에 박힌 ‘죄송하다’를 언급했을 뿐이다. CJ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문제를 도려내거나 새로운 조치를 취하거나 근본적 혁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국민은 CJ의 재판을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소원했던 전통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서 대중 여론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사건이 지속되는 한 언론-평시 관계가 좋지 않았던-도 우호적일 수 없다. ‘폭발성’, ‘휘발성‘, ’순간성‘을 갖는 여론은 사건의 전개 추이에 따라 한 번은 터질 것이다. CJ는 활화산을 가슴에 끼고 가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서초동에는 새로운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회자되고 있다. 그것이 기업을 향한 사회와 검찰의 강력한 촉수다. 경제민주화의 완화와 검찰수사 및 세무조사는 별개일 수 있다. CJ는 현재 무방비기업이다.
‘평관’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전략을 수사 다음 국면에서는 이해하길 바란다.

유민영

사진 출처: 중앙일보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대통령의 언어, 협상의 언어, 반박의 언어, 언론의 편집 – 한 국가의 역사와 전략으로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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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우리가 역사책을 읽는 것은 기록 속에 담긴 정서와 의미를 간접 체험하는 행위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역사학자 E.H 카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남겨야 하는 건 승자의 기록만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사라지고 난 다음 후손들은 우리가 남긴 기록에서 ’현재의 우리‘를 어렴풋이 짐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 2007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200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 발간사 중에서

1.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을 기록하고 문서로 남길 것을 지시했다. 대화록이 공개될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록을 남겼던 것은 후대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속 정권이 남북정상회담 혹은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데 있어 참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전략이 달라도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자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에 자신의 말이 리크(leak)가 되었을 경우, 자신이 한 말이 정확하다면 한 번도 유출된 것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았다. 잘못된 전달에 대해 질책했던 적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기록을 그대로 기록할 것을 지시했을 때 이미 공개될 것으로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외교의 전략과 국가정보로 활용하기를 바란, 전임 대통령의 의무라고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록은 정치가 아니라 정보다.

2.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은 국가의 정보를 지키는 곳이다. 국내외의 수많은 정보와 관계를 다루는 국가 최고 정보관리 기관인 국정원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기술을 담보해 일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2007남북정상회담 발췌문의 공개는 부적절했다. 결정적으로 핵심요소에 대한 가치관리를 간과했다. 대내적으로는 최고급 정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 관리되고 사용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실패라고 볼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국가 최고급 정보를 만천하에 노출시키는 실수를 국정원이 주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이 최대의 패착이다. 공개의 이유로 국가안위를 강조한 군인 출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과 ‘한국 이니셔티브’를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고급 정보는 함부로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외교 전쟁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이념의 이슈로 가려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위기는 그렇게 가려지지 않는다.

3.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 정부의 대표다. 국가를 대표해서 외교를 관장하는 최종책임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메시지 관리는 아쉽다. 정부의 연속선상에서 외교•국방•안보의 최고관리자라는 점을 놓쳤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표이며 국가의 위기관리자로서의 일관성과 안정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아마도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 외교 수장으로서의 스텐스를 잃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는 스스로 최고급 정보를 유출한 것에 대한 후속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정보를 다룰 때 정권의 신념으로 다루기보다는 정부의 원칙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

박 대통령의 외교는 정통파 우완 투수를 연상시킨다. 클래식 외교다. 그런데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이 그렇다고 해도 전임 대통령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외교가 밀고 당기기, 타협과 협박이 상존하는 ‘협상의 언어’가 통용되는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국정원은 국가 최고 기밀을 다루는 특수기관이다. 국정원이 발췌본을 공개한 이 상황을 청와대 관계자가 ‘몰랐다’고 설명하는 것은 국정 관리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야권

야권은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야권은 반대하고 저항하는 곳이라는 구체제의 명제는 수정되어야 한다. 사실 공개와 비공개의 논쟁은 부차적이었다. 이미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언급과 진의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내용에 먼저 접근했어야 한다. 대선 때는 아예 NLL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선원 전 국가안보전략 비서관이 경향신문에 정상회담 전과 후 준비와 평가의 복기를 통해 회담 내용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형식 논리만이 득세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 5.항에는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것이 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방어하는 프레임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5. 언론

`마지막으로 일부 보수 언론은 치사한 플레이를 했다. 몇 몇 언론의 동일한 제목은 차치하고, 위원장‘님’이라는 제목을 통해 마치 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모시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과장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형식의 측면에서, 대면해서 서로에게 존대하지 않은 회담이란 없다. ‘보고’라는 말의 주체도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 물론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초기 부분 대화에서의 노 전 대통령의 파격적 언사에 대해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사실 보다 논쟁에 집중한 결과다.

위기는 그저 소모되고 있다. 위기전략은 내부의 논쟁과 외부의 관계를 철저히 구분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파의 논쟁 앞에서 국익은 훼손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모두가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를 기대해 본다.

유민영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상대방의 언어를 정확히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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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 대통령은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우간다 속담을 이야기했고, 우간다 대통령은 ‘안녕하십니까’를 김일성 장군에게 배웠다고 했다.

2. 박근혜 대통령은 5월 30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통상ㆍ투자, 에너지ㆍ자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우간다가 새마을 운동을 통해 체계적 농촌개발을 이뤄낸다면 동아프리카의 곡창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간다 속담에 ‘카무카무 우에 우간다'(하나하나가 모여 다발을 이룬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새마을 운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3. 무세베니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하며 “심지어 저의 집무실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집필하신 서적들이 있고 한국을 오늘날과 같이 변화시킨 그 분의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두 마디를 과거 김일성 장군으로부터 배웠고 반식민주의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됐다”고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7년과 90년, 92년 세 차례 방북했다.

4. 지난 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이 오찬회담이 시작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버락’이란 이름이 스와힐리어로 ‘축복 받은’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제 이름 박근혜의 ‘혜’자도 ‘축복 받은'(blessed)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이 상당히 공유하는 것이 많다”고 친근감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 두 개로 브이(V) 사인을 그려 보이면서 공감을 나타냈다. 상대방의 언어에서 공감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현지 언어를 녹여내는 외교적 메시지와 오찬이라는 타이밍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훌륭하다.

5. 그에 비해 무세베니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일화를 준비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장군의 역학관계를 생각하지 못한 점은 외교적 결례이고 미스커뮤니케이션이었다.

by red

사진 포함 출처: 한국일보, 2013/05/31,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자원 외교 본격화, 장재용 기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