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스티브 잡스가 가장 혐오했던 두 단어 –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

前註)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Entrepreneur]의 짧은 글을 번역해 보았다.
마케팅과 브랜딩, 소비자 조사에 대한 잡스의 불신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혐오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혐오 속에서 실제로 마케팅팀을 어떻게 배치해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최측근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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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가장 혐오했던 두 단어] (The Two Words Steve Jobs Hated Most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32343)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어땠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새로운 설명을 들어볼 기회는 흔치 않다. 우리가 이런 새로운 경험담을 들을 때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대해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곤 했다.

예를 들자면 애플의 월드와이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Allison Johnson과의 새로운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에서 2011년까지 존슨은 스티브 잡스와 직접 소통하는 몇 안되는 애플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존슨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치하에서 가장 꺼려지고 미움을 받아왔던 단어 두 가지는 ‘브랜딩’과 ‘마케팅’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텔레비전 광고나 여타의 인위적인 것들과 연결시켜 떠올린다고 스티브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인데… 그래서 어떤 때에는 ‘브랜드는 더러운 말이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케팅을 주제로 언급하면서 존슨은 이렇게 말한다. “마케팅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팔아야만 하는 경우에 성립이 됩니다. 당신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제품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없다면, 제품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고객들이 취할 수 있게 돕지 못한다면, 당신은 팔기만 하는 겁니다. 그 상태로 그냥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잠깐. 마케팅은 애플이 최고로 잘 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떻게 애플의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장이 애플 안에서 마케팅이 더러운 단어였다고 주장할 수 있지?

그녀를 인터뷰한 Behance의 CEO인 Scott Belsky의 질문에 존슨은 이렇게 대답한다. “애플은 신제품의 론칭 캠페인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교육으로 간주했어요. 애플이 만들어낸 신제품을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서 얻게될 대단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애플에서 중요했던 점은 마케팅팀이 제품 개발팀과 엔지니어링팀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마케팅팀 사람들이 제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제품 개발과 엔지니어링의 모티베이션이 무엇인지, 제품을 통해 성취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신제품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기를 원했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거죠. 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이 모든 것들을 매우 명확하게 옮겨 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後註) 
1.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이 TV 화면을 채웠을 때( http://www.youtube.com/watch?v=-RegOs4NK58 ) 사람들은 ‘애플의 감성’에 대해서 말했고 애플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특별함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별로 동의가 되지 않았다. 당시 애플의 커뮤니케이션은 상품에 근거한 전형적인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형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판단했다. 부드러운 스와이프, 웹 브라우징, 카피 & 붙여넣기…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시연해 주는 광고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탁월함이 아니라 상품력의 현격한 차이에 기반한 것이었다.

2. 브랜딩과 마케팅은 여전히 중요한 비즈니스 역량이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상품력이나 사업모델에 있어서 경쟁사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경쟁이 전개될 때에만 이 두 가지가 중요해 진다. 현격한 우위 또는 현격한 열위에 서있는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몰두하는 일은 ‘낭비’가 되거나 ‘사기’가 된다. 아마도 잡스는 브랜딩과 마케팅이 핵심역량이 되지 않아도 잘 굴러갈 수 있는, 상품력이 탁월한 회사를 꿈꾸었을 것이다.

3. 잡스가 탁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혐오했으면서도 이를 현명하게 운용할 줄 알았다는 점이다. 우선 론칭 캠페인을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으로 간주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전대미문’의 놀라운 제품을 세상에 선보인다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알기 쉬운 교육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소비자들을 교육시키려 들지말라’는 마케팅계의 오래된 격언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마케팅팀을 기술자들 바로 옆에서 근무를 시켰다는 부분 역시 기억할 만한 부분이다. 조직이 세분화, 전문화되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정확히 꿰뚫고 있기는 어렵다. 특히나 완전히 새로운 혁신 카테고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4. 앞의 번역문에 “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이 모든 것들을 매우 명확하게 옮겨 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라는 부분에서 ‘옮겨 놓다’에 해당하는 원문의 동사는 ‘translate’였다. 기술주도 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의 역할은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가져 오는 변화를, 그리고 그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꿈과 열정을 translate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일까?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사회경력의 대부분을 채워온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고 섭섭한 변화일지도 모르겠으나 세상은 점점 그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김봉수

* 번역한 글은 Allison Johnson의 동영상 인터뷰를 소개하는 짧은 글입니다. 동영상 인터뷰를 보실 분은 http://vimeo.com/88907392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에이케이스, 풍경]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체험 – 디자이너의 Acase 로고 제작기

041디자이너로고

“점심을 먹고 우리는 우물가로 갔다. 거기서 나는 한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다른 한 손으로 헬렌의 손을 잡아 그 입구에 손을 갖다 대게 했다. 그리고 헬렌의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써주었다. 헬렌은 손바닥 위 물의 차가운 느낌과 water라는 단어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는지 불현듯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헬렌은 땅에 뿌리라도 박힌 듯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내 손바닥 위에 water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 썼다. 그러더니 갑자기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그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다음에는 펌프와 울타리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고는 나늘 만지더니 내 이름을 물었다. 나는 아이에게 내 이름을 써주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았다.” – 설리번 선생님의 글(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샘앤파커스, 2012. pp.302-303)

디자이너는 ACASE를 시각적으로 정리했지만, 당연히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체험은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걸겁니다. 아마도.

1. 의미와 상징
확정된 로고엔 두 개의 말풍선이 있습니다. 동그란 것은 따옴표를, 네모난 것은 미디어를 형상화시킨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과 그 말이 실리는 매체를 뜻합니다. 알파벳 대문자 ACASE는 언뜻 보기에 책장과 책이 연상되도록 네모나고 각진 글자체로 만들었습니다. 말풍선은 ‘커뮤니케이션’, 글자체는 ‘라이브러리’로 연결되니 ACASE 로고는 ‘의미’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색상과 형태 바꾸기
매체의 특성에 따라 혹은 계절에 맞추어 로고 색상은 다채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네모난 말풍선은 크기를 키워서 그 안에 이미지를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제안서에 고객의 이미지(해당 회사의 로고 등)가 들어가도 좋을 듯 합니다.

3. 대문자 A의 유혹
ACASE 혹은 acase라고 쓸 때(A CASE, a case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어떻게 읽을지가 조금 난감합니다. ‘어케이스’라고 읽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Acase라고 쓰는 것입니다. 채택되지 않은 다른 시안은 거의 Acase라고 썼습니다. 확정된 로고는 모두 대문자이지만, A자 어깨에 말풍선을 걸쳐서 첫글자 A를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글자들과 간격을 주어 ‘에이케이스’로 읽히도록 유도했습니다.
Acase에서 A는 ‘처음’, ‘최상’, ‘하나’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필연적으로 A를 강조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읽기에도 유리하고 의미도 강화할 수 있으니 당연합니다. 처음에 한 스케치는 대부분 이 대문자 A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4. 최종 경쟁작
디자이너가 없는 동안 회의에서 시안 가운데 후보작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이튿날 디자이너가 낙마한 시안 하나를 부활시키려 애썼고, 전날의 소수파들이 극적으로 이 시안을 최종후보작으로 등극시켰습니다. 이 시안의 장점은 ‘경쾌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딱히 의미 없음’에 있습니다. 최종 채택된 로고는 의미에 충실하고 예측 가능한 상징들로 디자인돼 소수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최종 경쟁작은 텍스트 부분을 아래 위로 바꾸어 두 가지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연두색 도형들은 ACASE글자를 단순화시킨 모양입니다. 이 도형들이 ‘라이브러리’라는 의미를 가지길 바랐습니다. 로고 모양이 아래 위로 길지만, 공간에 따라 좌우로 변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도형들은 배열과 크기가 바뀌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합니다.
이 로고를 반대한 분들의 의견 가운데 핵심은 ‘무얼 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민영 선배는 Communication Library, Acase 라는 텍스트만으로 충분하며, 무얼하는 회사인지는 일을 통한 성과로써 구체화될 것이라는 논지를 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형태로 가지고 놀기 좋다는 ‘유희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투표 결과는 4대 3. 다수의 결정에 따른다는 지침은 없었지만, 최종 결정은 투표 결과대로 되었습니다.
의미가 분명하고, 간결하고 단순해 보일 것! 이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입니다.

by purple(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