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2]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대충 쓰지 말자. 최대한 정확한 팩트를 찾자.

오래 전에 벌어졌던 일을
기억에 의존해서 써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원래 한계가 있다.
특별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조금씩 왜곡된다.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다.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건과 장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록된 메모가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억에 의존해서 써야 하는 경우에는
한 번 더 사실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당시 기사도 검색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날씨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최소한 기상청 자료라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자신의 부족한 기억력만 믿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사실인 것처럼 묘사하면 절대 안 된다.
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쓰는 게 옳다.

인터넷 세상이다.
검색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어
부족한 기억력을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과거의 특정한 어느 날,
무슨 일이 있었고, 세상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어느 정도는 재구성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 확인하자.
독자들은 대체로 까다롭다.
별걸 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을 의식해서라도 정확히 쓰자.
잘못된 사실 하나가 발견되면
글 전체의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글쓴이의 명예도 함께 무너진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0] 디테일은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한다. 자신만의 사실을 만들자.

“평화 시장 앞에서 줄지어 선 가로등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층의 창들 중에는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중략)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시 현재입니다.”(중략)
“을지로 3가에 있는 간판 없는 술집에는 미자라는 이름을 가진 색시가 다섯 명 있는데, 그 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큰미자, 둘째 미자, 셋째 미자, 넷째 미자, 막내 미자라고들 합니다.”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에서 ‘나’와 ‘안’의 대화 가운데, 중학생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대목이다.
구체적인 묘사는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특히 정확한 숫자는 신뢰의 원천이 된다.
“1월 1일, 일출은 7시 37분이었다. 나는 25분 전에 일어나 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이 정책으로 혜택을 받게 될 계층은 모두 전국에서 247만 5700명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자. 나(김형)와 안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겠군요. 그 술집에 들어가 본 사람은 꼭 김형 하나뿐이 아닐 테니까요.”
“아 참, 그렇군요. 난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데, 난 그 중에서 큰미자와 하루저녁 같이 잤는데 그 여자는 다음날 아침 일수로 물건을 파는 여자가 왔을 때 내게 빤쯔 하나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저금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 되들이 빈 술병에는 돈이 백십 원 들어있었습니다.”
“그건 얘기가 됩니다. 그 사실은 완전히 김형의 소유입니다.”
디테일은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한다. 자신만의 사실을 만들자.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34] 최대한 맞춤법을 지켜라. 글의 신뢰를 위한 노력이다.

맞춤법! 참으로 곤혹스런 문제다.
나는 이 부분에 자신이 없는 편이다.
한 때는 짧게나마 출판사 주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맞춤법에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최근 TV퀴즈프로그램에서 몇 가지 맞춤법 문제를 풀어보았는데,
10개에 서너 개도 채 못 맞추는 실력임을 확인했다.
한글 프로그램으로 원고를 쓰다 보면
빨간 줄이 그어지는 낱말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그때서야 ‘틀렸나 보다.’ 하는 생각으로
낱말과 문법을 검색하곤 한다.
띄어쓰기는 더욱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글을 쓰기도 쉽지 않은데 맞춤법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더욱 힘든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맞춤법이다.
최소한 한글프로그램에서
빨간 줄이 그어지는 낱말이나 문법만큼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들더라도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맞춤법을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은 이유는 국어사랑에 있다.
그것을 뛰어넘는 더 큰 이유도 있다.
자신이 쓴 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국민에게 쓴 편지에 맞춤법이 틀린 대목이 섞여있다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내용에 대한 신뢰가 일정 정도 깎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맞춤법!
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투자이다.

 

윤태영

[말과 글]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들 뒤에서 걸어라

Leadership

Leadership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들 뒤에서 걸어라
– 노자

1. 시절이 수상하다.

2. 2500년 전 중국의 현인 노자의 글이다.

3. 현대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의 전쟁에서 권력은 이양되었다. 청중이 스스로 권력의 주인이 되고 있다.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셜미디어는 권력을 구성한다. 청중은 더 이상 청중이 아니다.

4. 그러니 Trust Me, Follow Me는 현대 리더십의 핵심이 아니다. 오죽하면 하버드대의 어느 교수는 ‘팔로우 리더십(Follow Leadership)라는 모순 어법으로 현대의 리더십을 표현했겠는가.

5. 당신이 무대 위에 올라 뒤의 청중을 향해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 오른 청중이 뒤의 리더를 믿고 그대로 넘어질 수 있는 것이 리더십의 요체라는 말이다.

6. ‘신뢰’가 모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 신뢰자산이 한 사회를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이끌 것이다.

7. 아주 오래 전에 노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민영

[이슈공유] 웰컴 투 ‘공유경제’ –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Airbnb 를 통해 발견한 신뢰의 프레임워크(framework of trust)

에어비앤비

* 주: 공유경제를 설명하는 최고의 성공모델은 Airbnb이다. 미국의 20대 젊은이들이 고안해 낸 하나의 아이디어가 이제는 글로벌 호텔 체인을 위협하는 규모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통찰력을 한껏 발휘해서 Airbnb와 공유경제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이제는 ‘개인’이 가진 브랜드가 기존의 기업이 가졌던 전통적인 브랜드를 상대로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유경제의 초기단계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경제로 사업을 해 보겠다 말한다. 하지만 본질적 경쟁력인 ‘신뢰’를 조기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일순간 거품으로 그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을 옮긴다.

1. 시작은 에어 매트리스였다. 브라이언 체스키가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할 때 그의 부모가 바란 것은 딱 한가지였다.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직업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는 LA 의 디자인 회사에서 한동한 일하면서 노력을 해 봤지만 곧 싫증이 났고 짐을 싸서 혼다 시빅에 싣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그의 친구 조 게비아는 체스키와 방세를 절반으로 나누어서 함께 사는 것에 동의했다. “안타깝게도 방세는 한달에 1,150불이었는데 내 계좌에는 고작 1,000불 밖에 없었습니다. 난 실직상태였고요.” 그러나 그들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체스키가 도착했던 그 주 2007년 10월에 샌프란시스코에는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컨퍼런스 웹사이트에 소개된 호텔방들은 모두 동이 났다. 그래서 체스키와 게비아는 그들의 집을 컨퍼런스 참석자들을 위한 숙소(Bed and Breakfast)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2. 문제는 침대가 없었다는 것이었는데, 게비아는 3개의 에어 매트리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매트리스에 공기를 주입시키고 우리 집을 ‘에어베드와 아침식사(Airbed and Breakfast)’ 로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체스키(31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세명이 방문했고 우리는 1박에 80불을 청구했습니다. 아침식사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현지 가이드 역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방세를 낼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벌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수백만달러 가치의 기업과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탄생시킨 더 큰 아이디어를 낳았다는 점이다. 그 아이디어는 집에 있는 여분의 방을 빌려줘서 돈을 벌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그들은 회사 이름을 Airbnb 로 붙였다. 이 회사는 매우 빨리, 큰 회사로 성장했고 이제는 메이저 글로벌 호텔 체인들과 쌍벽을 이루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힐튼과 달리 이 회사는 단 하나의 침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공유경제’ 이다.

3. 2년 전에 처음 이 회사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소수의 여행객들끼리 제한된 교류만 있을 괴상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파리에 사는 사람들 중 과연 몇명이나 인터넷으로만 알게 된 난생 처음 본 외부인에게 복도 구석의 자녀방을 빌려줄 의지가 있겠는가? 그리고 몇명이나 복도 구석 방을 원하겠는가? 내가 틀렸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여관 주인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4. 7월 12일, 체스키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 Airbnb 를 통해 전세계에 묵고 있는 사람은 14만명이 있습니다. 힐튼은 60만개의 방을 가지고 있죠. 우리는 이번 여름 성수기 시즌동안 Airbnb 를 통해 하룻밤에 20만명까지 묵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Airbnb 는 뉴욕시 단독으로만 23,000개의 방을 가지고 있고 파리에는 24,000개의 방이 있다. 전세계로 따지면 “192개국에 34,000개 도시에 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큰 단기 렌탈 사이트입니다. 우리는 중국에 오피스가 없는데도요.” 라고 체스키는 말했다. 체스키는 아이패드를 꺼내서 Airbnb 웹사이트를 보여주며 렌트할 수 있는 방들을 보여줬다. “우리는 600개가 넘는 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요트, 동굴, 티비가 설치된 원뿔형 천막도 있습니다. 개인소유의 섬, 유리로 만들어진 집, 등대, 와이파이가 설치된 이글루, 짐 모리슨이 살던 집, 나무 위 오두막도 있습니다. 나무 위 오두막은 단위면적 당 가장 수익성이 높은 숙소인데, 버몬트 주의 한 오두막은 6개월이나 대기자 명단이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한스 아담 2세 왕자는 리히텐슈타인의 그의 소유지 전체를 Airbnb 에 렌트로 올려놨다. 일박당 7만불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집도 빌릴 수 있고, 베를린의 1제곱미터짜리 집도 일박에 13불을 내면 빌릴 수 있다.

5. 체스키가 하는 말은 규모가 큰 글로벌 렌탈 기업에 대한 소개인 것 같지만 여기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Airbnb 가 만들어낸 진정한 혁신은 온라인 렌탈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이다. 이 회사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외부인에게 맘 편히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신뢰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낸 것이다. 몽고의 유르트를 빌리기 위해서 당신은 Airbnb 웹사이트에 가서 신청을 하고 신용카드로 Airbnb 에게 비용을 결제하면 된다. Airbnb 는 손님으로부터 6-12%의 수수료를 받아가고 집 주인으로부터 3% 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첫번째 숙박일 이후에 집 주인에게 숙박료가 지급된다. Airbnb 를 통해서 집주인과 손님은 상대방의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고 페이스북 프로필로 연결된다. 누구도 익명일 수 없다. 그리고 열쇠를 주고받는 방법에 합의한다. 그 후에 집주인과 손님은 상대방을 온라인에서 서로 평가한다. 때문에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존재하게 된다. 나쁜 평가가 쌓이면 더 이상 Airbnb 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rbnb 는 거의 모든 집주인들을 위해서 기물파손 또는 절도에 대비한 백만불짜리 보험을 자동으로 제공하는데 거의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러한 신뢰의 프레임워크는 사용하지 않는 방들이 대단한 가치를 갖도록 열어주었다. “지난 12개월동안 파리에서 우리는 2억 4천만불의 경제적 활동을 만들어냈습니다” 라고 체스키는 말한다.

6. Airbnb 는 자신만의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보통 사람이라면 집을 청소하고, 열쇠 교환 방법을 조율하고, 손님들을 위한 저녁식사를 만들고, 임대할 방에 대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자동차 공유 사이트인 Lyft 를 통해서 자신의 차를 택시로 변신시켜서 손님들에게 차량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기업과 브랜드만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한 외부인이라고 할지라도 기업처럼 신뢰받을 수 있고 기업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런 생각을 일단 할수만 있다면, 집보다 더 큰 세상이 열립니다. 모든 것을 대량생산된 것으로 소비하기를 원치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특별하고 개인적인 것들을 원합니다.”

7. 그리고 더 있다. 내가 주장했듯이, “평균은 설 자리가 없는” 세상에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요구되는 스킬들은 계속 고급화되고 있다. 이런 스킬들을 얻기 어려운 다수의 사람들은 자녀들의 방, 자동차, 그리고 도구들을 빌려주면서 자신만의 브랜드 평판을 쌓는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미국에는 8천만개의 전기 드릴이 있는데 평균 13분만 사용된다고 합니다. 과연 모두가 자신만의 드릴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8. Airbnb 에 등록된 집주인 중 50% 이상이 숙박료로 자신들의 방세나 모기지를 값는다. 체스키는 “보통 사람들도 이제 1인 창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Vayable.com 의 창업자인 Jamie Wong 은 이렇게 말한다. (Vayable 은 전세계 누구나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고객 특화된 현지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저는 샌프란시스코 중심에 있는 제 아파트를 나와서 더 싼 곳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제 아파트를 Airbnb 에 올려서 하룻밤에 200불을 받았고 1년동안 2만불을 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제 스타트업 기업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Airbnb 는 제 첫번째 펀딩이었죠!”

9.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라. 새로운 할리데이 인, 또 다른 숙박시설을 계속 짓는 대신에 사람들이 여분의 방을 빌려준다면 말이다. 공유경제를 주목하라. 이것은 강력하다.

박소령

출처: 뉴욕타임스, http://www.nytimes.com/2013/07/21/opinion/sunday/friedman-welcome-to-the-sharing-economy.html?pagewanted=all
진 출처: evavser.com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너의 목소리를 들을게 – 듣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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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화제다. 극중 수하(이종석 분)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진실공방을 벌어지는 법정 장면에서 수하는 유일하게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타인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모티브는 예전에도 있었다. 2000년에 개봉한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의 주인공은 여성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예기치 않게 얻게 된 남성 광고기획자다. 주인공은 그 능력을 사용해 여성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광고를 기획한다. 결국 그는 원하던 광고를 따내는 데 성공한다.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1. 마음을 듣는 사람: 신뢰의 커뮤니케이션

드라마나 영화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현실에는 없지만 타인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있다. 정신과 의사다. 그들의 사회적 발언의 힘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권위는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에서 나온다.

“마음이 아픈 아이와 그 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정말 이런 동상이몽이 없어요. 부모는 ‘우리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데 정작 아이는 ‘엄마와는 말이 안 통해요’라며 답답해해요. 정말 엄청난 간극이죠.”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베스트베이비>, 링크)

서천석 의사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라디오프로그램과 네이버 매거진, 각종 패널 등으로 활동한다. 자신의 위치로 인해 많은 부모들과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그의 말을 신뢰한다.

“위로는 상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충분히 옆에 머물면서, 당신이 내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 위로입니다.” (서천석 의사, <경향신문>, 링크)

결국 전문성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의사이기 때문에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듣는 것의 전문성을 갈고 닦은 의사에게 마음을 연다.

2. 비밀을 듣는 사람: 익명의 커뮤니케이션

타인의 비밀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프랭크 워런은 지난 2004년 재미로 사람들의 비밀을 모으기 시작했다. 포스트카드 3000장을 준비해 워싱턴에 놓아둔 것이다. 남들에게 한 번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람들은 기꺼이 비밀을 보냈다.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익명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숲을 발견한 것이었고, 프랭크는 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받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프랭크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텍사스, 벤쿠버, 심지어 이라크에서까지 비밀엽서를 받았다. 그가 모은 비밀엽서는 50만 장에 달한다. 비밀엽서에는 황당하거나 슬프거나 인간애가 담긴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수많은 비밀엽서를 공개하는 사이트(http://postsecret.com/)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우연히 주운 필름을 현상한 사진을 보냈는데, 사이트에 게재된 그 사진을 보고 실제 주인이 찾아가기도 했다.

프랭크는 세상 곳곳에 잠들어 있는 스토리들을 끄집어내는 사람이 됐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밀로 구성한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그는 테드(TED)에서 감동적인 강연을 할 만큼 성장했다. (http://on.ted.com/PostSecret).

3. 불만을 듣는 사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한 사람이 차를 타고 던킨도너츠 드라이브 스로우에서 커피와 도넛을 주문했다. 점원이 실수로 커피를 쏟았다. 흰 셔츠와 새로 뽑은 차에 커피가 스며들었다. 그는 이 상황을 트위터에 올렸다. 15분 후 그는 던킨도너츠 측으로부터 그의 전화번호를 묻는 트윗을 받았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전화와 10달러 기프트카드를 받았다. 그는 블로그에 이렇게 포스팅했다. “진정 소셜미디어의 시대다. 소셜미디어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

던킨도너츠 측의 실수에 화가 나 있던 그를 던킨도너츠에 우호적인 고객으로 바꿀 수 있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소셜미디어를 분석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아이디어를 얻고 불만을 찾아내어 시정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 CLO(Chief Listening Officer)다. 위기관리 혹은 예방과는 별개로, ‘듣는 것’은 브랜드가 항상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 이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준다.

4. 타부서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사람: 소속감 커뮤니케이션

‘스티브잡스는 매주 각 부서 멤버들과 만났다. 매 월요일 아침마다 전 부서의 멤버들이 회의실에 모여 커피토크 시간을 30분간 가졌다. 주말 상황을 체크했고, 새로운 주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서 모든 직원들은 확신을 가졌다. 애플의 프로젝트에서 낙오되거나 뒤처지는 부서는 없다고. 직원들의 소속감은 애플에 있어 매우 중요했다. 직원들이 커피토크 시간에 얻었던 공짜 도넛의 가치만큼이나 중요했다. 매 월요일마다 이들이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바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임의 구심점에 잡스가 있었기에 모임은 원활하게 유지되었다. 이 모임을 통해 구성원들은 모든 부서가 온전하게 통합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애플의 소매 유통구조, 아이튠즈를 통한 전자상거래, 그리고 지니어스 바(애플스토어에서 모든 것을 상담하는 전문요원이 있는 곳) 등이 혁신적으로 이뤄진 데에는 이런 배경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출처: 더메이크굿닷컴, 링크)

5. 듣는 것을 넘어서: 공감의 커뮤니케이션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사례를 다시 보자.
<왓 위민 원트>에서 주인공은 여성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것이 곧 여성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 ‘공감’이 결여됐기 때문이었다. (참고: 조선일보, 링크)

‘미국 퍼듀 대학 조사에 따르면 89%의 고객은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해당 기업이 나의 불만을 경청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그 기업의 제품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 (LG 비즈니스 인사이트, 2013.02.06.)

누군가가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적인 불만처리가 아니라 충분한 공감과 진정한 사과, 그리고 선제적으로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김정현

사진출처: 패스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