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전략] 고전이 된 브랜드들 – 평판지옥에서 살아남기

*주: 위기는 불시에 찾아온다.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위기의 발생 자체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위기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오거나,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의 크기를 최소화한다거나 위기를 수습하고 평판을 회복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위기관리의 고전이라 할 만큼 널리 알려진 사례들이지만 다시 복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PR데일리)

위기는 생기게 마련이다.
또 어떻게든 위기는 수습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수습이 평판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판 회복의 속도는 다음에 달려 있다.

1) 위기 이전 평판이 어땠는지 – 좋은 이미지를 많이 쌓아왔었는지
2) 위기가 예방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는지
3) 위기를 통해 진 일 보 했음을 보여주고 있는지
‘평판지옥’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브랜드 5개를 소개한다.

1. 존슨앤존슨 타이레놀 리콜 (1982)

1982년, 존슨앤존슨은 위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시카고 인근에 사는 사람 7명이 갑자기 죽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죽기 몇 시간 전 타이레놀을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타이레놀병을 검사했다. 약에는 시안화 칼륨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각각 병들은 서로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서로 다른 상점에서 구매됐다.

존슨앤존슨은 유통업자와 의약 전문가에 경고문을 발송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타이레놀을 리콜했다. 3천100만 병이 리콜됐다. 1억2천500달러에 달하는 양이었다. 핫라인도 개설했다. 그리고서 존슨앤존슨의 공장에서 독성이 유입된 것인지 아닌지 검사했다.
조사관들은 어떤 사람이 상점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병에 칼륨알약을 넣었다고 결론 내렸다. 존슨앤존슨은 진범이 누군지 밝히기 위해 FBI, 시카고 경찰, 그리고 식약처(FDA)와 협조해 일했다. (그러나 범인은 붙잡히지 않았다.)

다시 타이레놀이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타이레놀은 소비자가 개봉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봉해져 있었다. 2.5달러짜리 쿠폰도 있었다.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타이레놀을 사는 데 찝찝함을 느꼈다. 1년 뒤인 1983년, 의회는 ‘악의적으로 제품을 변조하는’ 것을 연방범죄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존슨앤존슨은 위기에 잘 대처했다. 빨리 움직였고, 조사관들에 협조했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재빠르게 리콜했다.
2. 페리에 리콜 (1990)

1990년, 페리에는 “자연의 청정함”으로 명성을 쌓고 있었다. 독성물질인 벤젠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노스캐롤라이나 당국은 주 수원공급처의 청결도 검사에서 페리에가 완벽히 정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FDA는 페리에 정수검사가 다른 주에서 실시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FDA 대변인은 또한 샘플테스트에서 인체에 해를 줄 만큼 검출된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리에는 1억 6천만 병에 달하는 페리에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이슈가 터진 바로 그 주에 그렇게 결정했다. 오염된 페리에는 그 중 단 13병뿐이라는 계산이 나왔음에도 그렇게 했다.

원인은 인재(Human-Error)로 밝혀졌다. 두 가지 이야기가 돌아다녔다. 플라스틱병 공장에서 필터를 갈아 끼우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공장 직원이 생산라인을 청소했던 용액에 벤젠이 함유되어 있었다는 거였다.

며칠 후 페리에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거기서 진짜 원인을 밝혔다. 누군가 플라스틱 병 공장에서 필터 갈아 끼우는 것을 잊었고 그 때문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벤젠이 물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페리에가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점들은 본점에서 어떤 지침을 거의 받지 못 했다. 이 때문에 대중들은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페리에의 주식 거래는 며칠간 중단됐다가 141달러 하락한 가격에 다시 거래됐다.

1992년, 네슬레(Nestle)가 페리에를 인수했다. 현재 페리에는 140개국에서 매년 10억 병이 팔린다.
3. 제트블루 딜레이 JetBlue delays (2007)

제트블루 항공사는 고객중심적 가치들이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발렌타인데이에도 제트블루는 비행을 취소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결정 때문에 1천 명이 넘는 고객들이 이륙되지 않는 비행기에 방치되어야 했다. 어떤 비행기는 승객을 태운 채 활주로에서 무려 11시간을 서 있었다. 수천 명의 승객들이 공항까지 와서 얻은 것은 ‘당신의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정보였다.

제트블루 대표는 황금시간대 TV쇼 여러 개에 출연했다. 유튜브에도 사과영상을 올렸다. 이런 사태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제트블루가 ‘다른 회사’로 거듭날 것임을 약속했다. 제트블루는 ‘비행자의 헌장(flyer’s bill of right)‘을 썼다. 고객에 대한 제트블루의 책임을 공식화하는 내용이었다.

제트블루는 ‘위기에서 배운’ 기업이 됐다. 이제 제트블루는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비행을 미리 취소한다. (2014년 겨울 폭풍 건을 보자. 비행은 빠르게 취소됐으며 그 정보를 전달하고 보상했다.)
4. 도미노 스캔들 (2009)

2009년, 노스캐롤라이나의 도미노피자 직원 2명은 비위생적인 것을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피자에 넣는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버렸다. 전세계에서 대서특필됐다.

유튜브 영상 클릭 수가 1백만을 넘겼을 당시 어떤 블로거가 그 영상의 존재에 대해 도미노 측에 알렸었다는 것이 방송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도미노 대표는 강력한 어조의 선언문을 유튜브에 올렸다. 직후 도미노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말이다.

도미노는 이제 소셜미디어계 스타다. 당시 만들었던 트위터계정은 정보로 그득해서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도미노의 공식계정을 팔로우하도록 독려한다. 도미노가 가지고 있는 모든 트위터계정은 친근하고 고객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유튜브계정은 150만 뷰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 페이스북페이지는 970만 명이 ‘좋아요’하고 있다.

5. 쉘과 니거델타 Shell and the Niger Delta (1995)

브랜드로서의 쉘은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니거델타 위기로부터의 치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95년, 나이지리아 어느 지역의 부족 리더는 니거델타의 오염된 환경을 깨끗이 해달라고 쉘에 요청했다. 기름 때문에 지역의 우물은 썩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리더는 우물에 깨끗한 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쉘의 수익 일부를 지역사람들과 나눠달라고 말했다.

쉘은 1995년 6월 나이지리아를 떠났다. 평화적인 시위가 일어나고 결국 정부군의 학살로 이어졌을 때였다. 정부는 반정부 시위의 리더를 사형에 처했고 다른 몇몇 사람들도 죽였다. 쉘은 묵인했다. 쉘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쉘은 학교와 병원 그리고 환경에 공헌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상황에 맞는 요구에 응하기로 약속했다. 2년 만에 쉘의 평판은 바뀌었다. 정직하고 청렴하며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이라고 인식되었다. 지속가능하고 공존 가능한 기업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쉘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았다. 현재 쉘은 인권을 존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평판지옥으로 끌려가곤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암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최근 니거델타의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잘못 신고했다는 이유로 쉘을 고발했다. 사업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브랜드는 아직 평판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어떤 브랜드들이 위기에 잘 대처하고 비슷한 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잘 대처하는 데 반해 다른 브랜드들은 그들의 역할을 외면해버린다. 위기가 온다면 우리는 장기간의 평판과 단기간의 수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모든 브랜드는 ‘선행(goodwill)’을 저축해놓아야 한다. 위기는 곧 완벽한 기회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니.

출처: http://www.prdaily.com/Main/Articles/17175.aspx

[삶과 커뮤니케이션] “빵과 집이 부족한 이 상황에 심리치료를 누가 대체 원한단 말입니까?” 누군가가 물었다. – 재난 이후 심리치료 커뮤니케이션

butterflyhug

*주: 재난이 일어나고 시간이 흐르면 재난은 지나간다. 그러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남겨진다. 생존자, 유가족, 그리고 목격자들 모두 심리적 위기상황에 빠진다. 어떤 이는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 해 장기간 고생할 것이다. 어떤 이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난의 끔찍한 경험을 무작정 머릿속에서 들어내려 할 것이다. 심리 전문가의 도움 없이 방치되는 것이다. 대중을 위한 심리치료의 사례를 발췌 번역했다. 아이티 지진 후 포르투프랭스 마을 사람들의 심리치료과정을 소개한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리 제임스의 글이다.

1. 재난 후 남은 사람들

포르투프랭스 마을은 마을 전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경험과 감당 안 될 정도의 슬픔으로 휩싸여 있었다. 현재 거리는 상인들로 북적이지만 불과 몇 달 전 이 곳은 신원확인을 기다리는 시체가 줄지어 정렬되어 있었다.
지진이 일어났던 1월 12일, 마을주민 대부분은 울음소리를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땅의 조각들 아래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를 말이다. 사람들을 끄집어낼 기계가 그들에겐 없었다.
포르투프랭스 마을 땅이 갈라졌고 사람들은 그 틈으로 떨어졌다. 지구 핵으로 이어지는 그 어딘가로 떨어졌을 것이다. 벌어진 땅의 틈이 다시 들러붙었을 때, 사람들 일부는 발이 잘려나갔다.

트라우마는 지속됐다. 1300여 개의 IDP 캠프에는 여전히 몇 백만 명이 방치되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죽었고 또 아기들은 태어났다. 지진이 또 있을 것이 두려워서 건물 밖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또 다른 지진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밝히면서도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말은 거의 없었다.

눈에 보이는 ‘재건’ 프로세스가 없었다. 일자리가 거의 없었고 치료나 보조도 없었다. 국제원조가 있었다지만 그것들이 언제 오는지 또 언제 가는지 명시되지 않았다. 캠프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고 실제 결정할 수 있는 사항 또한 거의 없었다.
그 시점에 포르투프랭스에는 정신건강 서비스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 말은 역으로 도울 방법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주 조그만 방법만으로도 말이다.

2. 심리치료의 시작

나는 몇 달 전 이 곳에 도착해 미시건 대학교 리서치팀과 함께 캠프 거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사후 재난 평가’의 일환이었다. 인터뷰 결과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문제가 산재해 있음이 드러났다. 심각한 정신질환 몇 개가 개인들에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심한 각성상태가 지속된다든가, 조그만 자극에도 깜짝 놀란다든가, 수면문제, 공포, 불안함, 비탄의 감정 등에 대한 문제였다. 이 문제들이 상당수 사람들에게 퍼져 있었다. 큰 소리가 나면 사람들은 발아래 땅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Ann Arbor VA 병원의 PTSD 클리닉에서 트라우마를 공부했고 테라피스트로 일했다. 그 경력으로, 기초적인 심리교육 클래스를 열 수 있었다. 안정을 찾는 훈련 등 대처 전략에 대한 것이었다.

문화는 정말 중요한 측면을 차지했다. 우리는 가족, 커뮤니티, 그리고 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는 종교에서 지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조심스럽게 가르쳤다. 대개는 지구멸망의 날로 묘사되어 있었다. 동시에 지진에 대한 과학적 지식도 가르쳤다.

문화적인 조율을 마친 후 우리는 교실을 나간 후 캠프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건 이 사실에 착안한 거였다. 트라우마의 일반적인 반응에 대한 기초적 정보에 대해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트라우마의 강도가 줄어든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고 우리가 떠난 후에도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었다.

3. 숨고르기, 상상, 그리고 버터플라이 허그

기본적인 숨고르기와 안정한 상태를 상상하는 기술에 대한 프로그램은 심리적 트라우마 증상을 완화시켰다.

우리 팀에 솔론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트라우마에 관해 정통했고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후 재난 스트레스에 관한 클리닉을 매주 열었다.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캠프 사람들과 함께 클리닉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히도 매우 힘들었다. 때때로 심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우리는 지진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과학적인 것이라든가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요동치는 심박수 같은 심리적 반응이나 안전하게 몸을 피신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잔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죽은 사람들의 얼굴들과 굴러떨어지는 돌덩이들, 그리고 길거리에 널브러진 시체들 등에 대해. 공포와 슬픔의 감정, 죄책감과 분노, 무력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의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논의했다. 그리고 포옹과 대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복식호흡, 눈을 감고 상상하기, 버터플라이 허그를 동시에 했을 때 곳곳에서 깊은 한숨이 들렸다. 아무도 눈을 뜨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로저는 “익숙한 환경”을 상상하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해변, 연인, 편안한 환경 같은 것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4. 심리치료의 필요성

클래스가 끝나고 사람들은 질문했다. 좋은 질문이 많았다. 종종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떤 작은 여성이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대체 누가 심리치료를 원한단 말인가?’라고 말할 거예요. 우리가 필요한 건 먹을 것과 일자리, 그리고 제대로 된 쉴 곳이라고요. 그러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죠?” 많은 사람들은 동조하는 의미로 웅성거렸다.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굉장히 거대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사실 그 질문은 우리가 몇 번이나 던졌던 질문이었다. 우리는 입을 열었다.

“먼저, 당신은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얻을 수 있죠. 충격적인 경험과 정의롭지 않은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요. 이곳의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하는 모든 것들을 드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죠. 배고픔과 가난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그것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충족시켜드릴 수가 없어요. 우리가 가진 것은 단 하나입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바꿀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그렇고 사회와 조직, 다른 사람들, 날씨, 그리고 신은 바꿀 수 없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건 아마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게 할지도 몰라요. …. 이렇게 대답한 다음에도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불평한다면, 미국에서 심리학자를 만나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알려주세요!”

번역 김정현

출처: 허핑턴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com/leah-james/relief-for-the-spirit-a-l_b_613720.html

[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 위기전략] 위기관리는 제도와 문화, 세월과의 오래된 싸움이다.

 

‘난타’ 세계 공연의 사연을 기자가 묻자 송승환 피엠씨프러덕션 회장이 답한다.

“불이 문제였다. 프라이팬에 불이 확 붙어 타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가스를 이용한 진짜 불이다. 소방법이 엄격한 뉴욕에서는 공연을 할 때도 화제 전문가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주로 전직 소방수인 그들이 하는 일은 공연 후 가스부스터에서 가스통 4개를 꺼내 그걸 캐니빗에 넣고, 다음 날 아침 캐비닛에서 가스통을 꺼내 다시 부스터에 넣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주급이 1000달러가 넘었다. 예상치 못한 비용에 난감했지만 안전 규정은 무조건 따라야 했다. 이탈이라나 프랑스에서는 공연 전날 그 동에 소방대장을 불러 불 장면을 시연했다. 그가 오케이 해야만 막이 올라갔다. 공연 당일 무대 양쪽에 소방관을 한 명씩 배치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그 나라에는 세월호 사건 같은 게 없나 싶기도 하다.”
– 송승환, 조선일보 6월21일 WHY 인터뷰 중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위기관리의 훌륭한 경험이며 지적이고 성찰이다. 하나씩 분석을 해 보자.

1. 위기를 예방하려면 법과 제도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법이 엄격해야 하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달 16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에는 원래 발표된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재난현장에서 소방서장이 경찰과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전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세월호 현장과 재난 현장에서는 현장 지휘부가 전문성 중심으로 구성되지 않고 계급 중심으로 구성되며, 협력 보다는 개별 플레이가 우선하게 된다.

2. 위기를 예방하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지루한 작업이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을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안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전한 사회는 제도를 고지식하게 지키는 문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결과중심과 편의주의는 항상 거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3.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가진 위기관리들은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평소에 대우받아야 하고 권위가 존중받아야 위기 때 직업윤리를 갖고 행동하게 된다. 가치를 지향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지난 봄 미국 보스톤서 만난 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 “평소에 과도하게 소방관에게 권위가 부여되는 것 같다.” 세월호를 겪고 알았다. 위기관리자에 대한 평소의 존중이 위기 때 그들을 도망자로 몰지 않고 헌신하는 영웅으로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주급 1,000달러가 필요한 것이다.

4. 매뉴얼 보관이 아니라 전문가가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리허설이다.
실제 상황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자체 판단이 아니라 외부 위기관리 담당관이 그것을 보며 판단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난 현장에는 스스로 눈가리고 검증한 허술한 검증 과정이 낙인처럼 남아있다. 현장을 관할하는 공공의 위기관리자가 행사에 개입해 문제를 발견하고, 허점을 지적하고, 대응을 예비한다. 그리고 행사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갖고 행동한다. 그러니 위험이 미리 멈추어진다. 지면상의 훈련과 매뉴얼 보관은 재난 발생시 유명무실한 화석이라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에서 충분히 발견했다.

5. 현장에 전문 인력이 배치되거나 골든타임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란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위기만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난타 행사장에 위기관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위험을 미리 진단했다는 것이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타임은 현장 안의 전문가 혹은 현장에 즉각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송승환의 경험은 굉장히 많은 교훈을 준다. 철저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 만이 세월호를 다시 만들지 않는 길이다.

김호, 유민영

[위기전략] 컨설턴트의 시각에서 본 종교의 위기

consultant

*주: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한 후 연일(말 그대로 연일!) 카톨릭이 화제에 오른다. 나도 교황의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여러 가지 감탄할 만한 지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카톨릭의 재정을 개혁하겠다는 시도였다.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서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컨설턴트는 교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의 번역을 보면 감이 잡히지 않을까 한다. 맥킨지에서 오랫동안 탑시니어 파트너로 있었던 프레데릭 글럭이 미국 가톨릭의 개혁에 관한 글을 썼다. 지난 2003년 작성된 글이고 미국의 가톨릭을 대상으로 썼다. 한국의 교회와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가톨릭에 대한 전세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유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가톨릭은 역사상 유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개 위기는 리더가 대처하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가톨릭의 경우 위기가 리더만의 문제는 아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조직이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에 위기가 터지면 리더들은 맥킨지컴퍼니와 같은 컨설팅회사에 도움을 청한다. 상황을 진단받고 변화하기 위한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으려는 시도다. 경영 측면에서 위기를 파악하는 컨설턴트들은 위기의 원인을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분석한다. 내부적 문제로 인해 위기가 생겼을 경우 대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잘못된 인사조치, 경영부실, 자원분배 실패,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했다거나 부적절한 사내 문화를 바로잡지 못한 것에서 내부적인 위기가 발생한다. 외부적인 위기는 가령 이런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거나 회사의 평판이 나빠져서 경쟁에서 도태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오면 리더들은 전략을 개발하고 위기에 대응해 조직이 번영할 수 있도록 한다.

맥킨지에 있을 동안 나는 종종 리더들에게 위기관리에 대해 조언했다.
기업이 아닌 가톨릭이라면, 나는 어떤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최근(2003년에 작성된 글이다)의 성추문과 같은 위기를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장기적인 침체에서 오는 위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적어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수준 정도의 침체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이로 인해 가톨릭은 대중에 대한 발언능력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침체는 적어도 지난 30년 동안 진행됐고, 그로 인해 이제는 미국에서 가톨릭의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희망은 신도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가톨릭의 상태가 혼란스럽고 화가 날 지경이며 당황스러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과 가톨릭의 신념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매우 많다. 그들은 성직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라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도울 능력 역시 있다.

1. 현재 상황

경영 컨설턴트 입장에서 가톨릭의 현 상황을 진단해보겠다. 인적자원과 재정적인 요소, 그리고 전반적인 경영상태와 가톨릭의 포지션을 중심으로 보려고 한다.

1-1 인적 자원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인재의 능력이 불충분하며 절차가 부적절하다.

먼저 인재의 능력을 살펴보자. 인적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신규모집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지난 40년간 극적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고 능력자들’(the best and the brightest)에게 있어 교회는 더 이상 우선고려대상이 아니다. 교인들이 내부적인 다툼이나 공개적으로 드러난 스캔들로 인해 도덕성이 추락했다.

부적절한 절차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가톨릭의 정책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이 구조적 측면의 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불가능하지 않았다면, 이미 변화는 일어났었을 것이다.

가톨릭은 사제들과 간부들, 그리고 영원히 지속될 네트워크들로 뒤섞여 있다. 이들 한꺼번에 극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교인들이 지금껏 행정과 경영에 지대하게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교인들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교인들이 결코 통합에 앞장설 것 같지는 않다.

요컨대 교회는 인적자원의 사용과 시스템의 운영에 있어 아주 초보적인 수준도 확보하고 있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인적자원과 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1-2 재정적 측면

교회의 전통적 수입의 원천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교회가 소비하는 자금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급인력이 더 이상 교회를 쳐다보지 않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노동인력 역시 교회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스캔들에 따른 잠재적인 부채는 이미 큰데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재정경영 프로세스는 조각조각 나 있고 조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의 계발되어 있지 않다. 산재된 문제들을 다루기에 역부족이다.

1-3 경영에 관해

미국 교회는 전세계에 뻗어 나가 있는 교회 분파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각국의 교회들은 변화에 저항하고 현상유지에 사명을 걸어 왔다.

미국 가톨릭에는 변화를 주도할 구심점이 없다. 꼭 필요한 변화조차도 일어나기 힘들다. 리더십은 나이 들고 있으며 현재에 안주하고만 있다. 과거로 회귀하려고까지 한다. 수직적 위계서열의 전통이 리더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 경영에도 그와 같은 생각이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

1-4 신도

신도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위에 언급한 결점들에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더해져 가톨릭의 추락은 가속화됐다.

잠재적으로 교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은 가톨릭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도 가톨릭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믿음이 깊은 신도들 상당수는 더 이상 스스로가 교회의 생산 라인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 그리고 교회의 일들이 그들 생활의 일부가 아님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신도들이 더 이상 가톨릭의 리더를 예전만큼 신뢰하지 않는다. 교황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도 붕괴됐다. 가톨릭의 명성의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은 믿음 깊은 신도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여전히 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좋은 리더십과 합리적인 전달체계에 대한 갈증도 여전하다. 교회가 좋아질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2.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

가톨릭에 절망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국면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비즈니스계에서 성공적인 국면전환이란 다음의 특징을 가진다.

1) 먼저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2)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면, 성과를 측정하는 데 집중하고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3) 주요 문제점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빠르게 찾아내고 그를 없애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발전시킨다.
4)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을 줄인다. 많이 줄인다.
5) 수익이 나지 않는 활동은 줄이거나 중단한다.
6) 전략, 조직, 그리고 운영 모두를 전반적으로 개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톨릭의 전략은 살아남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었고 그로 인해 현재에 이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경험은 가톨릭의 체제가 무척이나 당연하며 동시에 생존에도 적합하다고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열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듯 전방위적 개혁을 단행하려는 시도는 일반 신도들에 의해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오직 교황의 강력한 리더십만이 가톨릭을 개혁할 수 있다. 더욱이, 교회의 경영과 방침이 치료되지 않고서는 구조적인 변화는 거의 일어날 수 없다. 인적자원 측면이나 재정적인 측면의 결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분명 교회의 자산이자 강점이었을 교회의 시스템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적합하지 않게 됐다.

수많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톨릭의 리더들은 빠른 시일 내에 재정적인 문제나 인적자원 문제에 성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 그러려면 그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외쳐야 할 것이다. 신도와 사도 모두에게 외쳐야 한다. “진짜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이다.

3. 변화의 의미

미국 가톨릭계에는 CEO가 없다. 주교회에서 한 명의 리더를 선발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주교회는 사실상 리더십이 부여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리더가 생기려면 엄청난 변화가 없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3-1 가톨릭 운영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변화하기 위해서 미국 가톨릭 운영의 결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미국 교회에 전염병처럼 퍼져 있는 논쟁적인 이슈들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사제들의 참여가 전제된다는 가정에 전제되어야 한다.

3-2 경영 어젠다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교구에서 재정의 투명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자산운영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며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자금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재정의 기록과 발표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71년과 1983년에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했으며 거의 무시돼왔다. 두 번 다시 언급되지 않았으며 강제성도 없었다.

각각 교구에서 진행되는 인적자원 활용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 교회 전체에서도 그렇다.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음의 사항들을 모두 포함하는 문제다.

– 모든 사제들을 하나의 정부에서 통합하여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책임이 사제들에게 부여될 것이다. 영원히.

– 성과 측정과 경영 발전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언어로써 명명될 것이며 그대로 이행될 것이다.

– 인사 정책이 구체화될 것이다. 교회 경영의 가이드가 여기에서 파생될 것이며 인재채용의 절차와 방식, 그리고 인적자원 능력계발을 위한 정책 역시 결정될 것이다.

– 가톨릭 안에서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구조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이다. 모든 사제들이 이런 절차에 포함될 것은 물론이다. 언급되지 않을 수 없는 이슈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의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역할이라든가, 사제들의 역할, 그리고 성직자의 동성애,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 낙태와 이혼 등은 반드시 이슈로서 논의될 것이다.

이런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교구회는 저명한 카톨릭 자문단을 모집하지 않을 수 없다. 자문단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자문단의 대표들은 미국 교구회의 시니어 회의장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교구회는 자체적으로도 조직을 만들어 꼭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교구회가 교황을 비롯한 바티칸 측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경영 방침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사제들을 동등한 파트너로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절박한 사안이라는 것 역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 꼭 필요한 변화들이 전통적인 가톨릭 멤버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급진적이며 실행가능성이 희박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환의 국면에서는 항상 급진적인 행동이 요구되는 법이다. 또 사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등의 극적인 행동이 없다면 이미 변화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현

출처: http://americamagazine.org/issue/462/article/crisis-management-church

[유민영의 위기전략 22] CJ의 위기전략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 아주 오래된 고전의 재현

씨제이빨간불_중앙

CJ 수사 관련 내용이 연일 언론을 강타하고 있다. 접대와 비리의 적나라한 부분이 노출되고 있어 이재현 회장에게는 물론 CJ의 평판과 신뢰에 치명적 내용들이다.
CJ의 위기전략 콘트롤타워가 구분하고 직시해야 할 위기의 이슈는 ‘이재현 회장’과 ‘CJ’, 그리고 ‘위기’와 ‘위기관리’다. 다른 것이다.

CJ가 지금 당장 복기해야 할 케이스 스터디는 삼성과의 상속세 재판이다. 대중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전관이 빛나는 ‘화우’에 모든 것을 맡긴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이맹희 전 회장의 길을 CJ는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법정 내부의 관계에 집중하고 여론의 법정을 무시해 결국 무참하게 패배한 소송이다. 삼성은 완벽하게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우지 않았고 전문 변호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여론과 언론이 재판에서는 법리 다툼에 주력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관계와 파워를 작동시켰으되 보이지 않게 했다. 그것이 수면 위로 오르지 않도록 했다. 재판과 법리에만 주력할 환경을 만들고 삼성의 다른 이슈를 배제햇다. 그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CJ는 변화된 환경 아래서 자신을 지키는, 오너를 지키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검찰 수사와 CJ라는 기업을 완전히 분리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사업과 현재 사건을 일부 분리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CJ는 세무조사 무마·횡령·배임 등의 수사 이슈에 대해서는 완벽한 차단 전략을 사용하고, 대중의 눈치는 아랑곳없이 정부 정책과 관련되어서는 적극적 개입 및 호응정책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의도와 반대로 그들은 오히려 이슈와 영역을 병합시켰다. 상황을 엮으면 이슈와 반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들 위기전략의 최대 실패다.

근래 자신 회사 직원 면접을 본 한 대기업 임원의 얘기다. 1번은 CJ 출신, 2번은 STX 출신이 면접을 보러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엑소더스의 징후는 이미 시작되었다. CJ는 과연 최대의 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가치와 명성과 평판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분석해 보면, CJ의 위기전략은 단순 명쾌하다.
1. 믿을 수 있고 연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최고의 로펌을 쓴다.
2. 최고결정자인 대통령의 정책과 신념을 지지함으로써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3. 공중 혹은 국민을 향한 사과나 대중전략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수사와 연관된 기업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5. 전통 언론을 중시하고 소셜미디어는 대응하지 않는다.
6. 경영을 위한 협의체는 이재현 회장의 수사 사건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CJ에서 나온 여섯 가지 사례를 발견했다.
1. 변호인으로 경복고, 고려대 라인의 이너서클이 연결됐다는 지적을 받는 로펌, 김앤장과 광장을 선정했다.
2. CJ 계열사인 TVN 창조경제 캠페인 광고에 가수 은지원을 부각시키고 모든 광고에 ‘창조경제’를 어색하게 갖다 붙였다.
3. 대선을 달군 정치 풍자 텔레토비는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4.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위해 대통령의 정책에 걸맞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도적으로 만들었다.
5. 신문과 TV광고를 늘리고 대한통운 사건 때 밀려난, 과거 언론 대응팀을 복귀시켰다.
6. 현 정부의 신념에 부응하는 연평해전 영화에 투자했다. 말은 ‘화려한 휴가’에도 투자했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말이다.
국세청 차장은 CJ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자택도 압수수색 당했다. CJ의 전방위 로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거침이 없다. CJ가 주주로 있는 중앙일보를 포함해 전통 언론은 사회면 톱을 CJ 기사로 장식하고 있다.
뚜레주르 가맹점 점주들은 세금 폭탄을 맞고 본사에 항의했다.
CJ의 헛된 노력과 솔루션은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재 무용지물이다.

검찰의 수사에 적절하게 협조하고, 법리에 능한 변호사를 선정해 법리 다툼을 준비하고, 할 수 있는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을 이뤄내면서 차분하게 재판에 대응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 이슈에 대한 혁신과 자정 관리를 하기 싫었다면 차라리 폭풍우가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낮은 자세로 숙이고 폭풍우를 그대로 두드려 맞는 것이다. 그러고나면, 어쩔 수 없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재판에서 최대한 승부를 보는 것이겠다. 경제민주화 이슈는 그래도 사그라들고 있으니 말이다.
어설픈 개입 전략은 비용 지불 대비 효과를 낳지 못한다. ‘헛수고’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럼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빠졌을까?
1. 슈퍼 파워에 대한 잘못된 이해
대통령의 신념과 정책에 맞춘 타겟팅은 일견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일 권력자라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러나 아무리 만기친람의 대통령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수 있다. 스스로 사건의 문제를 치열하게 해결하지 않고, 스스로 대중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지 않고, 기업의 평판과 명성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강 건너 불구경 격이다. 아니 무관하다. 그렇다면 공염불이 아닌가. 더군다나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한다.

2. 로열티 집단의 충성에 대한 잘못된 접근
그럼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과 검찰이 CJ를 도울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도울 이유가 없다. CJ의 범죄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의 정책에 일부 협조적인 것과 CJ의 사건은 별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정부의 인맥과 엮이는 것은 지금 최악이다. 그러니 도울 일이 없다.

3. 검찰과의 관계에 대한 오해
이너서클과 대한민국 1등 로펌은 능력을 발휘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SK 사건을 비롯해 검찰 권력을 훼손시킨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가고 없다.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들여 상황을 개선하려고 할 테지만 ‘수사’를 온전히 ‘수사’의 영역에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너서클과 최고의 로펌은 여전히 의심받을 것이다. 전관예우를 포함해 관계가 중시되는 게임이라고 해도 은밀한 이너서클의 프레임은 과거 권력의 흐름이며 현재로 이어지지 않는다. 은밀한 관계는 오히려 반작용을 부를 소지가 크다. 로펌은 ‘석세스 피’는 못 받는다 해도 충분한 수익을 낼 것이다. 검찰은 전직 지검장을 CJ가 전관의 예우라는 형식으로 불러냈을 때 이미 불편해졌다.

4. 여론의 재판, 법정의 관계에 대한 인식 부재
이후 상황을 유추해 보자. 상황의 전개상, 선임되는 재판부는 이 상황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불가피하게 받아들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부담스러울 뿐이다. 이후 재판부가 재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수사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CJ는 과거의 전통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고전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이다. 여론과 관계의 방정식에서 재판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CJ는 현재의 권력을 선택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재판부는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구체제를 목도할 것이다. 나쁜 여론과 함께. 이런 경우 피의자 입장에서는 권력과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재판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론과 권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재판부를 CJ가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CJ를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5. 기업의 평판관리 및 명성관리에 대한 무지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소외된 국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CJ는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을 뿐이고 출두하면서 판에 박힌 ‘죄송하다’를 언급했을 뿐이다. CJ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문제를 도려내거나 새로운 조치를 취하거나 근본적 혁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국민은 CJ의 재판을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소원했던 전통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서 대중 여론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사건이 지속되는 한 언론-평시 관계가 좋지 않았던-도 우호적일 수 없다. ‘폭발성’, ‘휘발성‘, ’순간성‘을 갖는 여론은 사건의 전개 추이에 따라 한 번은 터질 것이다. CJ는 활화산을 가슴에 끼고 가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서초동에는 새로운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회자되고 있다. 그것이 기업을 향한 사회와 검찰의 강력한 촉수다. 경제민주화의 완화와 검찰수사 및 세무조사는 별개일 수 있다. CJ는 현재 무방비기업이다.
‘평관’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전략을 수사 다음 국면에서는 이해하길 바란다.

유민영

사진 출처: 중앙일보

[유민영의 위기전략 19] 잘못된 메시지 구성과 전달 – 그러나 로이킴은 스물 한 살이다.

로이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살아가다 보면 잊혀질 거라 했지만
그 말을 하며 안될거란 걸 알고 있었소
– 로이킴, ‘봄봄봄’ 가사 중에서

로이킴은 스물 한 살이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표절시비, 슈스케 부정투표 논란, 미국행 등으로 논란이 커지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의 인터뷰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지 못했다.
결정해야 할 것을 결정하지 못하고 나온 때문이다.
그가 위기를 잘 극복해 앞으로 더 성장하길 바란다.

1. 직접 나서서 대응하다.
그런 그가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
잘한 일이다. 기획사를 거치고 않고 직접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위기’가 있고 ‘위기관리’가 있다. 잘못된 위기관리가 더 큰 위기를 부르기도 한다.

2. 한 언론사를 선택한 것은 잘못이다.
해당 언론사는 특종이 되지만 다른 언론사는 소위 물을 먹은 것이다.
단독 인터뷰 통해 언론사는 특종을 얻었지만 로이킴은 크게 얻는 것이 없다.
메시지와 결단을 통해 팬, 언론과 소셜미디어 전체를 상대하는 것이 맞았다.

3. 표절에 대한 입장이 없다.
그의 인터뷰 내용으로는 표절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분명하지가 않다.
‘몰랐다, 그런데 죄송하다’의 논법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터뷰 전에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표절에 대한 입장을 정했어야 한다.

“저는 분명 이전까지 그 곡을 들어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심려를 끼친 부분은 있기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신중하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4. 왜곡된 사실을 밝혔어야 한다.
사실과 거짓 사이의 차이다. 그의 말로는 사실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면 루머는 더 커진다.
다른 사람의 주장이 ‘왜곡’이나 ‘거짓’이라는 스텐스를 취한 것이라면 하나하나 정확히 지적하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매우 차갑게 갈 부분 이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다”
“‘슈스케’ 경합 중엔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어요. 저는 그 상황을 전혀 몰랐죠.”
“가슴이 아파요. 저희 어머니가 나서서 그런 건 절대 아니거든요. 전혀 연관된 내용이 아닌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나쁘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분명 사실이 왜곡됐는데, 안타까워요.”

5. 긴 안목으로 판단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학교 문제도 애매하다. 입학도 하지 않은 채 휴학을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것은 부모와 기획사가 함께 판단해줬어야 하는 문제였다.
위기가 왜 위기인가 하면 중요한 문제를 분명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원칙적으로 입학 전 휴학은 1년 밖에 안돼요. 그렇지만 휴학을 더 할 수 있으면 저에게도 좋기 때문에 일단 반 학기 휴학 신청은 해놓았어요. 입학을 안 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휴학을 하게 될 경우 입학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어요. 휴학 허가가 날 경우 한국에 있겠지만, 안되면 가야만 하는 상황인거죠.”
“음악과 공부,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학업을 하면서 음악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지금 시기에 학업과 음악 모두, 열심히 하는 게 제 인생에 큰 공부가 될 거라 생각해요.”

6. ‘기부’라는 카드를 꺼낼 때가 아니었다.
이것이 가장 안 좋았다. 위기가 닥치자 사회공헌을 붙이는 꼴이 되었다. 자신의 입으로 밝히는 “알리고 싶진 않지만, 평생 이렇게 살고 싶어요.”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전혀 아니다.
위기는 그 위기로 풀고 나서 출구전략이나 ‘리커버리 샷’을 써야 한다.

“과거의 선택만 후회한다면 지금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거예요. 지금 상황이 훗날 제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겨내려 하고 있어요. 마음이 닿는 곳에는 기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일부러 드러내놓고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알리고 싶진 않지만, 평생 이렇게 기부하면서 살고 싶어요.”

유민영

[미디어 리뷰]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위기의 진화. 그래서 무서운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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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마 오늘 일어나자마자 블랙미러를 보았을 것이다. 버스를 타서도, 일을 할 때도 블랙미러를 보았을 것이다. 이미 짐작하셨을 분도 있을 테지만, 블랙미러는 스크린이다. 스마트폰, 텔레비전, 노트북 등등 소통과 통신의 기구는 모두 블랙미러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영국드라마 <블랙미러>다. 현재 존재하는, 혹은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블랙미러’의 세상을 그린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비극을 표현한다. 너무나 있을 법해서 끔찍한 스토리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블랙미러로 새로 생산된 위기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에피소드 1, The National Anthem (국가, 國歌)이다.

(스포일러-투성이. 주의요망)

1. 상황 발생: 협박, 그리고 요구

영국의 어느 새벽, 수상은 수잔나 공주의 납치소식을 보고받는다. 그리고 수잔나 공주가 납치범의 성명서를 읽는 영상을 보게 된다.

“저는 수잔나입니다. 보몬트 공작부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졌기는 수잔나 공주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당신들이 찾을 수 없는 곳이고 추적할 수도 없는 사람에게 붙들려 있습니다.

마이클 캘로우 수상님, 제 목숨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들이 지시하는 대로 정확히… 오늘 4시까지 하지 않으면 저는 죽을 거예요.”

여기서 수상의 보좌관들은 영상을 잠시 멈춘다. 영상 속의 여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수잔나 공주이며 영상의 다음 부분에서 수잔나 공주가 수상에 요구할 내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시킨다.

수상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요구를 예측한다.

“원하는 게 뭔데? 돈? 지하디를 풀어주는 것? 제3세계의 빚을 없애는 것? 빌어먹을 도서관들을 살리는 것?”

예측가능하다시피, 전부 다 틀렸다.
영상은 다시 재생된다.

“요구는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간단한 것입니다. 오늘 오후 4시에 수상 마이클 캘로우는 생방송으로 영국 텔레비전과 모든 방송국, 지상 및 위성 방송에 나와서 어떠한 연출도 없이 돼지와 성관계를 하십시오.”

그리고 영상이 끝나기 전 수잔나 공주는 단말마적으로 외친다.
“이해가 안 돼요!”

2. 위기관리 매뉴얼 실행: 실패

이해가 안 되기는 수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발생했고, 남은 것은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이냐이다.

2-1 추정 – 실패

범인 추정은 대개 범인의 요구에서 추정할 수 있다.
‘특정 테러리스트를 석방하는 것’을 요구했다면 그 테러리스트 연관 집단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제3세계 빚을 탕감하라고 요구했다면 그 세계와 관련이 있는 범인의 소행일 것이다. 영국의 공주를 납치하는 위험과 맞먹을 돈을 요구했다면 지하 범죄조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수상의 예측 모두가 빗나갔다.
극에서 범인의 요구는 수상이 돼지와 성교하는 것이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수상에 원한을 가졌느냐이다. 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적어도 반나절 만에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는 그 고민을 하는 데에 15년을 소비했다.)

2-2 협상 – 실패

협상 경로가 없다. 메일 주소도, 암호도 없다.

2-3 봉쇄 – 실패

그렇다면 이제 수상이 해야 할 일은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전담팀을 만들어. 일이 퍼져나가면 안 돼. 이 방 사람들만 알고 있는 거야. 해커들이 설치고 다니는 거라면 봉쇄해. 긴급 D통고(언론의 보도를 막는 정부의 통고)를 내려.”

보좌관의 대답으로 모든 희망은 무너진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나온 겁니다.”
“올라온 지 9분 뒤에 내렸지만 그 사이에 이미 다운로드되고 복사되어 퍼졌습니다. 저희가 하나를 지우면 여섯 개의 복사본이 다른 데서 불쑥 나타납니다.”

블랙미러1-1

2-4 “오 젠장, 빌어먹을 인터넷!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따라야 할 지침은?”

답답해진 수상의 물음에 보좌관의 대답이 절망적이다.

“이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수상님.
지침 같은 건 없습니다.(There’s no play book)”

3. 비극의 요건

3-1 전문화된 대중

결국 수상 측은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보좌관은 특수효과를 써서 돼지와 성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 역시 실패했다.

“영상 마지막에 지시 목록이 있어. 구체적인 카메라 각도 같은 것들. 도그마 95처럼 말이야. 도그마95는 영화운동이야. 라스 폰 트리에가 주도했어. 감독들의 선언이지. 배경 음악도 없고 자연광만 사용해서 진정성을 나타내는 거야. (범인의) 지시들이랑 똑같아. 그래서 속임수를 못 써. 그냥 그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블랙미러> 중 시민 한 사람의 말이다.
전문가는 소수이지만, 그 전문성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대중에 퍼진다. 전문화된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속임수는 없다.

3-2 대중은 볼 것이다.

방송국 UKN는 대중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ㄱ. 차마 보질 못 하겠더군요. 저는 안 볼 거예요. 생각 만으로도 끔찍해요.
ㄴ. 역겨워요. 정말 역겨워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ㄷ. 혐오스럽긴 하겠지만 한다면 영웅이 될 거예요.
ㄹ. 사람들은 수상이 미친 사람인 양 쳐다볼 거예요.
ㅁ. 텔레비전에서 보게 된다면 정말로 웃길 거예요.
ㅂ. 수상한테는 별로 비정상적인 일도 아니죠. 의원들이랑 수상들은 전부 다 변태니까요.

결국 수상은 돼지와 성교를 했고 생중계됐다.
대중은 관음증을 이기지 못했다. 방송시간 모든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았고 거리는 텅텅 비었다. 적어도 극중에서 그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블랙미러페

4. The National Anthem

범인은 ‘예술가’였다. 예술가의 성명서가 불러온 현상, 텅 빈 거리,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들의 단상을 ‘빚은’ 것이었다.

감독은 이 에피소드의 부제가 The National Anthem(국가)인 이유를 후반부에 분명하게 설명한다.

“1주년을 맞이한 지금 한 문화 비평가가 이 사건을 21세기 제1의 위대한 예술이라 표현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화비평가들이 이 사건의 의의를 토론하고 있지만 13억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참여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에피소드는 새로운 위기의 형태인 동시에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그러나 아무도 웃을 수는 없다.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내게, 혹은 당신에게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 빠져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