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의 위기전략] 아시아나의 대응 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서야할 곳, 역경의 지점

아시아나입국

위기에 한 그룹의 CEO가 서야 할 곳은 ‘워룸*’의 정점이며, 위험의 핵심 지점이어야 한다. (* 워룸(War Room): 클린턴 대선 캠프의 콘트롤타워 이름. 위기관리시 최종 레벨의 의사결정단위로 이해)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이후 박삼구 회장은 세 번 이름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골프대회를 마치고 윤영두 아시아나 사장과 함께 동방항공 편으로 급히 귀국했다는 기사에서, 11일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귀국하는 공항 현장에서, 오늘 그룹사와 항공사의 사과광고의 이름을 통해서다.

1. 위기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지난 번 글에도 언급했지만 최고 수위의 위기에 처한 박 회장은 위기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룹의 최고 결정권자인 동시에 위기의 야전사령관인 것이다. 직접 나타나든, 언론을 통해 등장하든 여전히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위기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비춰진다. 위기에 쳐했다면 리더는 위기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2. 위험의 지점을 리드해야 한다.

박 회장이 유일하게 실제 등장한 장소는 아시아나가 가장 내세우고 싶어하는 승무원들의 귀국 현장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공감을 자아내지만 사건의 핵심을 관통할 수는 없다. 여론의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키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 좋은 것에만 숟가락을 얹는 사람은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 위기관리의 순간에는 이를 바라보는 청중에 대한 감성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 진정성의 접근이다. 박 회장의 자세와 태도는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

3. 위기의 전략을 지휘해야 한다.

무조건 현장에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조건 머리 숙이는 자리에 서라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위기전략을 지휘하고, 이슈에 대한 오너쉽을 갖고, 이슈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입구에 서 있어야 출구도 만들 수 있다. 조사 결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 교통안전위원회의 전략, 중국과의 관계, 언론에 대한 메시지, 내부 커뮤니케이션, 승무원과 피해자에 대한 정책 등에 대한 키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 안에 아시아나는 이번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기회를 만드는 근거가 된다.

4. 커뮤니케이션의 전략을 지휘해야 한다.

7월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전 신문에 사과광고를 냈다. 그런데 사고 첫날 내놓은 사과문과 차이를 크게 발견할 수가 없다. 사죄라는 표현으로 상승했을 뿐이다. 이 광고를 낸 이유가 기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언론과의 관계 수단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가 없는 내용이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고려해 어떤 구체적인 것도 명시하지 말라는 법무팀과 로펌의 의견이 담겨있을 뿐이라는 추측만 들 뿐이다. 이것은 위기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의레적인 광고 행위로 보지 누가 이것을 진심이 담긴 사과와 해결 의지로 볼 것인가. 아시아나는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그저 글자일 뿐이다. 위기극복의 과정에서도 가치가 창출되고 브랜드가 형성되며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이라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제 귀국한 승무원이 어떤 자세와 태도로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그것부터 따져볼 일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케네디는 13일의 전쟁을 막전막후에서 지휘했고, 군부 쿠테타가 일어나는 순간 러시아 대통령 옐친은 탱크를 막아섰으며,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회사가 위기에 처한 것을 인지하자 전격적으로 복귀해 새로운 전략을 지휘했으며, 월드컵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 트위터 사건이 나자 스스로가 최전면의 위기관리자와 대변인이 되어 이슈를 제어하고 새로운 그라운드를 만들어냈다.

CEO는 위기를 통해 재탄생한다. 기업의 권위와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유민영

*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유민영의 위기전략] 자사의 항공기 사고를 대하는 아시아나의 자세 1 – 사고 상황과 국내 대응을 중심으로, 링크
– [유민영의 위기전략] 아시아나의 대응 2 관리되지 않는 위험 – 예산, 조직, 인력의 측면에서, 링크

[위기관리시장이 뜬다] 홍보전문가서 컨설턴트로 변신한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효율적인 위기 관리가 불필요한 피해 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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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유민영(45)씨가 지난 3월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인 에이케이스를 차리고 대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유 대표는 정부·정치·언론·시민·기업 등 5대 영역을 두루 걸친 홍보전문가다.

유 대표는 5일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가치와 기술체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정치인 등 각 분야의 주체들에 위기관리는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재벌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사건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 모두가 위기관리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회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전략적인 대처에 실패하면서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폭발성’ ‘순간성’ ‘치명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위기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순간적으로 폭발해 치명상을 입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효율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일상적인 활동부터 꼼꼼히 챙겨 위기 징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과의 신뢰관계 구축은 위기관리의 필수 요소다. 유 대표는 “계약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낸다”고 말했다.

가치와 기술, 문화 등 새로운 변화를 읽어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재판을 예로 들면서 “대기업들이 여론의 재판에서 실패했다”면서 “경제민주화 등으로 요약되는 법정 밖의 여론이 판사를 압박했는데, 대기업들은 법정 내의 여론에만 몰두하면서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정부가 나서 위기관리 전담부서를 만드는 등 앞서가고 있고, 한국도 위기관리 시스템에 눈을 떠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이케이스의 현재 고객은 2∼3개 회사이며 외국 기업을 포함해 5∼6개 회사와 계약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유 대표는 귀띔했다. 그는 “특허가 있는 한 회사가 위기관리 컨설팅을 제안해 왔으나 그 기업의 사업이 사회적 이익과는 거리가 멀어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정치인들도 계약 문의를 해 온다”면서 “정치인의 모든 상황을 파악한 상태에서 그의 의사와는 달리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조언할 수 있는 것도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유 대표는 “아주 가끔 연락한다”고 전했다. ‘안 의원의 라이벌 정치인이 만약 컨설팅 제안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두 고객을 컨설팅하지는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 대표는 “위기관리 컨설팅 분야는 블루오션 시장”이라면서 “이해관계나 갈등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으로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기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국민일보, 2013/07/06, [위기관리시장이 뜬다] 홍보전문가서 컨설턴트로 변신한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하윤해 기자, 링크

[첫문장, 끝문장] 미생(未生)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윤태호 (2012-2013년작)

“회사원들을 만나보니 ‘내가 지금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못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회의감에 빠지고, 자괴감에 눌린다. 사람은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을 했을 때 충족감을 느낀다고들 하잖나. ‘미생’은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일이라도 개개인의 역할을 기반으로 회사가 굴러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원이라면 적어도 업무를 보는 순간에는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소박한 접근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 윤태호, 7월 3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중에서

1. 전문 만화, 인생 만화의 신기원을 연 미생이 마감된다고 한다. 그래서 골랐다. 끝문장은 아직 없다. 있다 해도 스포일러가 될 테니 당분간 못 쓸 것이다.

2. 박치문의 기보해설은 탁월하고 아름답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장수 곁에 선 시인같다. 만화와 함께 기보를 읽는 재미를 놓치지 마시길 권한다. 바둑을 둘 줄 몰라도 가능하다.

3. 7월3일이다. 한 해의 반이 갔고 새로운 반절이 시작되었다. 스스로의 일에 확신을 가져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4. 누구나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다. ‘어제 걸어온 길이 다르고, 오늘 걸어가는 길이 다르며, 내일 걸어갈 길이 다르다.’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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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문장: <착수>
텅 빈 바둑판은 요염하게 빛나고 그 위로 폭풍전야의 정적이 흐른다.
외나무다리에 선 승부사들은 묻곤 했다. 그곳 망망대해의 어디에
나의 삶이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칼을 품고 대해로 나가려 한다.
나는 과연 살아 돌아알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기보해설 : 박치문)

출처: 위즈덤하우스, 2013년 초판 7쇄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대통령의 언어, 협상의 언어, 반박의 언어, 언론의 편집 – 한 국가의 역사와 전략으로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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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우리가 역사책을 읽는 것은 기록 속에 담긴 정서와 의미를 간접 체험하는 행위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역사학자 E.H 카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남겨야 하는 건 승자의 기록만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사라지고 난 다음 후손들은 우리가 남긴 기록에서 ’현재의 우리‘를 어렴풋이 짐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 2007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200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 발간사 중에서

1.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을 기록하고 문서로 남길 것을 지시했다. 대화록이 공개될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록을 남겼던 것은 후대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속 정권이 남북정상회담 혹은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데 있어 참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전략이 달라도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자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에 자신의 말이 리크(leak)가 되었을 경우, 자신이 한 말이 정확하다면 한 번도 유출된 것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았다. 잘못된 전달에 대해 질책했던 적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기록을 그대로 기록할 것을 지시했을 때 이미 공개될 것으로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외교의 전략과 국가정보로 활용하기를 바란, 전임 대통령의 의무라고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록은 정치가 아니라 정보다.

2.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은 국가의 정보를 지키는 곳이다. 국내외의 수많은 정보와 관계를 다루는 국가 최고 정보관리 기관인 국정원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기술을 담보해 일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2007남북정상회담 발췌문의 공개는 부적절했다. 결정적으로 핵심요소에 대한 가치관리를 간과했다. 대내적으로는 최고급 정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위해 관리되고 사용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실패라고 볼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국가 최고급 정보를 만천하에 노출시키는 실수를 국정원이 주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이 최대의 패착이다. 공개의 이유로 국가안위를 강조한 군인 출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과 ‘한국 이니셔티브’를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고급 정보는 함부로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외교 전쟁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이념의 이슈로 가려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위기는 그렇게 가려지지 않는다.

3.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 정부의 대표다. 국가를 대표해서 외교를 관장하는 최종책임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메시지 관리는 아쉽다. 정부의 연속선상에서 외교•국방•안보의 최고관리자라는 점을 놓쳤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표이며 국가의 위기관리자로서의 일관성과 안정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아마도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 외교 수장으로서의 스텐스를 잃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는 스스로 최고급 정보를 유출한 것에 대한 후속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정보를 다룰 때 정권의 신념으로 다루기보다는 정부의 원칙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

박 대통령의 외교는 정통파 우완 투수를 연상시킨다. 클래식 외교다. 그런데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이 그렇다고 해도 전임 대통령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외교가 밀고 당기기, 타협과 협박이 상존하는 ‘협상의 언어’가 통용되는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국정원은 국가 최고 기밀을 다루는 특수기관이다. 국정원이 발췌본을 공개한 이 상황을 청와대 관계자가 ‘몰랐다’고 설명하는 것은 국정 관리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야권

야권은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야권은 반대하고 저항하는 곳이라는 구체제의 명제는 수정되어야 한다. 사실 공개와 비공개의 논쟁은 부차적이었다. 이미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언급과 진의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내용에 먼저 접근했어야 한다. 대선 때는 아예 NLL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선원 전 국가안보전략 비서관이 경향신문에 정상회담 전과 후 준비와 평가의 복기를 통해 회담 내용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형식 논리만이 득세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 5.항에는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것이 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방어하는 프레임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5. 언론

`마지막으로 일부 보수 언론은 치사한 플레이를 했다. 몇 몇 언론의 동일한 제목은 차치하고, 위원장‘님’이라는 제목을 통해 마치 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모시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과장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형식의 측면에서, 대면해서 서로에게 존대하지 않은 회담이란 없다. ‘보고’라는 말의 주체도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 물론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초기 부분 대화에서의 노 전 대통령의 파격적 언사에 대해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사실 보다 논쟁에 집중한 결과다.

위기는 그저 소모되고 있다. 위기전략은 내부의 논쟁과 외부의 관계를 철저히 구분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파의 논쟁 앞에서 국익은 훼손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모두가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를 기대해 본다.

유민영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에이케이스 칼럼] 나는 신문 폐인이다. – 한국일보 사태를 보며

김선주 칼럼 ‘한국일보는 ‘없다”를 읽었다.
공감되는 글이다.

‘언론인 김선주’
한겨레 칼럼 끝에 그렇게 실렸다.
그의 글을 오래 봤지만 오늘처럼 가슴이 서늘하지는 않았다.

나도 묵혀온 얘기를 쓰고 싶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석간의 시대였다.
오후가 되면 아버지와 함께 동아일보를 기다렸다.
뾰족이 쇠창살이 오른 대문 위로 ‘신문이요’ 소리와 함께 신문이 마당으로 날아오른다.
아버지께서 읽는 동안을 참지 못해 기웃거리다가 잽싸게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동아일보를 통해 글과 문장과 한자를 배웠다.
세상을 배웠다.

그러니 신문은 소년이 세상을 보는 창이었고, 세계를 향한 문이었다.
잠수함이었고 망원경이었다.

동아는 모를 것이다.
어느 날 동아일보가 변심했을 때 받은 큰 상처를.

언론인 김선주는 한국일보를 통해 그랬던가 보다.

신문에서 나왔으면서 신문의 문법과 예의를 존중하지 않는 종편을 보면 화가 치민다.

신문과 TV 폐인이라는 이유로 신문방송학과에 갔다.
친근한 과가 그 과밖에 없었다.

1987년에 학교에 들어간 나는 기자가 되지는 못했다.
2000년에 여러 명이 모여 웹진 비슷한 것을 시작한 이후, 작은 미디어를 운영하고 글을 쓰며 신문질 비슷한 것을 해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여전히 지금도 가능한 많은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학생들에게 올 봄에도 ‘대중매체의 이해’를 가르쳤다.
이 회사도 그렇고 내가 창업한 한 회사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신문 클리핑과 그에 대한 대화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나 신문은 이제 늙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직 대체할 것을 찾지 못했다.

트위터를 보고 페이스북을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미진하다.
아침 화장실에 신문을 들고 가서 봐야 제대로 하루가 시작된다.

신문은 여전히 동시대를 기록하고 설명하는, 살아 움직이는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며 생각의 창고다.

그렇지만 또 신문의 원형을 살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기자라는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비교하는 나라의 기자들과 일하는 환경과 조건이 먼저 다르지 않은가.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나는 언론선진화 방안이 나왔던 날도 기자들과 통음을 했다.
보고를 제대로 했던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렇다고 신문이 이대로 갈수는 없다.
근래 혁신을 준비하는 어느 신문사의 기자와 얘기를 했다.
나는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 혁신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지금은, 신문도 기자도, 혁신의 어젠다를 혁명적으로 실천할 때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BBC, 폴리티코가 하고 있는 일을 우리도 해야 한다.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이며 가디언의 ‘파이어스톰’이며 하는 생소한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해야 한다.
가디언처럼 오픈 플랫폼, 오픈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
일방의 전달만 하지 말고 허핑턴포스트 처럼 인터넷 유저들을 ‘슈퍼 유저, 모더레이터, 네트워커’로 모아 함께 신문을 만들고 소통하고 확산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콘텐츠와 스토리가 왕’이라는 명제를 새롭게 진화시켜주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신문이 모두 광고기사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른 모색을 한다.
우리 신문들도 새로운 모색을 하지만 여전히 전달하는 매체다. 낚시질하는 매체다. 선동당하고 선동하는 매체다.

신문은 기술의 진보를 수용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communicatiion, collaboration, community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신문은 전방위로 혁신하고, 새로운 행동주의를 내세워야 한다.

기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무기를 새로 갈아야 한다.

세상을 본다, 순회(마와리)를 돈다-사람을 만난다-가득 찬 이메일을 뒤진다-보도자료를 살핀다-브리핑을 듣는다, 아이템 세 개를 올린다, 기사를 쓴다-사직을 찍는다, 데스크와 싸운다, 홍보맨의 항의를 듣는다, 취재원과 술을 마신다, 기억한다, 그리고 진실을 기획한다.

그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기자로서 일을 하게 하자.

한 사회의 기록이며 유산,
내 삶의 친구인 신문.

그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치열하게 싸우게 좀 놔두면 안 되겠나.
그것만으로도 벅찬 시대에 참 너무들 한다.

지금은 많이 비슷해지고 퇴색되었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신문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이며 후배이고 선배인 기자들을 사랑한다.

지난 해 물고 물리며 그렇게 싸우고 또 동고동락했던 기자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아는 기자들, 모르는 기자들 모두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유민영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참고: 한겨레, 2013/06/19, 김선주 칼럼 한겨레는 ‘없다’, 링크

[차 한잔 나누며] ‘안철수의 입’서 위기관리자 변신 유민영씨

세계일보유민영수정

지금도 거리에서 얼굴을 알아본 시민들이 “힘내라”, “안철수 파이팅”하며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유민영(사진) 에이케이스(Acase) 대표 컨설턴트 이야기다. 그는 정치를 떠나 최근 위기전략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23일 서울 방배동 에이케이스 사무실에서 만난 유 대표는 “이제는 리스크 컨설턴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철수 사단’의 정치 세력화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정치 대신 창업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대선 끝나고 스스로 정치인이 돼 정치를 할지, 내 본래 일을 할지 고민했는데 결정은 간단했다. 안 캠프에 간 것도 사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간 것이었다. 내 영역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것도 많았고….” 대선 기간 안철수의 ‘입’으로 대중 앞에 섰던 그이지만 정치라는 험한 바다에 뛰어들기에는 필요한 ‘숫기’도, ‘욕망’도 없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생소한 시장에 주목한 이유로 그는 “위기가 폭발하고 일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춘추관장을 지낸 경력과 지난 대선 캠프 경험을 통해 쌓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 위기관리 역량이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이해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났을 일들이 요즘은 인터넷, 스마트폰 확산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공중의 영역에서 자주 다뤄지게 됐고 그 폭발력도 엄청나게 커졌다는 게 유 대표의 분석이다. 막대한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제품 불매운동,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진 포스코 임원 기내식 라면 사건, 남양유업 영업사원 욕설 통화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기업의 사건·사고가 올해 유난히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전이라면 기업과 당사자 간 논의될 문제가 이제는 자꾸 공중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상황 변화 때문에 발생 가능한 ‘리스크(risk)’와 이미 발생한 ‘크라이시스(crisis)’를 관리하는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종 위기는 대외협력·홍보부서 등에서 법조계·언론계·정계·관계 인사들을 상대하는 수준이었던 지금까지의 위기관리만으로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는 부실 사과로 일을 키운 본보기로 남양유업과 청와대를 지목했다. “위기 관리의 한 축인 사과는 누구를 메신저로 세우고 무슨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어느 미디어를 활용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전체를 설계해서 사과해야 하는데 남양유업이나 청와대는 그렇지 못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기업주 대신 경영자가 정작 피해자인 대리점주를 빼고 국민에게 사과한 데다 중요한 후속 조치는 사회자가 대독하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실에 관한 실체 조사 후 어떻게 사과할지 결정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이 없다보니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국민을 앉혀놓고 뒤돌아서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는 꼴이 벌어졌다는 게 유 대표의 평가다.

그는 위기관리의 성공적인 사례로 경기에선 지고 있지만 팬은 늘고 있는 한화 이글스, 논문 표절 논란을 깔끔하게 진솔한 사과로 마무리한 김혜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자마자 트위터 활동을 잠시 끊은 후 바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선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등을 꼽았다. “에이케이스 활동을 통해 기업이든 인물이든 대중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10개 남짓의 제대로 된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를 만들고 싶다.” 유 대표의 창업 희망이다.

출처: 세계일보, 2013/05/24, [차 한잔 나누며] ‘안철수의 입’서 위기관리자 변신 유민영씨, 박성준 기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