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스 풍경] 글라스데코 – 유행의 시작

글라스데코

우리 회사에는 글라스데코가 열풍이다.
맞다. 방금 떠올리신 그 글라스데코다.
글라스데코는 회사의 문화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 글라스데코는 어느 날 문득 홀린 듯이 내가 주문하면서 우리 사무실에 찾아왔는데, 말 그대로 ‘뜬금없이 굴러온 돌’이었다. 이 ‘돌’이 문화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재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 STEP 1: 시작 이전 – 무관심, 우려, 그리고 약간의 笑

글라스데코를 떠올린 건, 사무실의 벽을 꽉 채우고 있는 드넓은 창문을 보던 순간이었다. 창문에는 동료가 보드마카로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문득 색깔을 입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충동적으로 글라스데코를 주문했다.

난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들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동료와 선배들에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글라스데코를 주문했다”고.

내가 상상한 그 반응 (‘우와! 좋다!’)을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표님은 내가 글라스데코 한 번 짜보지 않았을 때부터 미리 우려했다. “그거 뗄 수는 있는 거죠?”라면서.
A는 글라스데코용 BGM이라면서 장기하의 <그때 그 노래>를 추천해줬다. ‘조금 칠하면 될 줄 알았지만 사실은 예배당 천장을 죄다 칠해야 할 운명의 페인트장이’가 나오는 노래다.
“그거 뜻대로 안 될 텐데… 정말 돈 주고 이거 산 거야?”라며 내가 실망할까 미리 걱정해준 분들도 여럿 있었다.

* STEP 2: 일단 한다. 회사 곳곳에 놔둔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변경했다. 회사 창문을 죄다 메꿔야 하는 글라스데코장이가 되기를 포기하고, 글라스데코 장인이 되어 내 노트북을 꾸미기로 했다. 습작 몇 개를 했고, 노트북 겉면에 무슨 그림을 그릴지 결정했다.

완성한 글라스데코 몇 개를 사무실 곳곳에 두었다.
다른 분의 노트북에 붙여 놓기도 했다. 물론 내 노트북에도 붙였다. 예뻤다.
글라스데코가 붙은 노트북 사진이 사내 커뮤니티를 물들였다. 다른 분들도 ‘생각보다’ 예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 STEP 3: 말한다, 글라스데코 예찬을.

회사식구들과 점심을 먹을 때 글라스데코의 효능(?)에 대해 예찬했다. 노트북이 매우 예뻐질 뿐만 아니라, 이건 과연 힐링의 수단이라고.

글라스데코가 완성되기까지는 최단시간을 따졌을 때 오롯이 9시간이 걸린다. 글라스데코 윤곽을 그린 뒤 1시간을 기다려야 색칠할 수 있고, 색칠한 뒤 8시간을 말려야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거나 속상할 때 글라스데코를 하면 안정감이 생긴다. 적어도 나는 그랬는데, 이 말은 아마 회사 식구들 몇몇을 유혹했을 것이다. 이미 글라스데코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 말은 좀 쉽게 먹혔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B소장님은 급기야는 글라스데코를 구입했다.

* STEP 4: 진입장벽을 없앤다.

글라스데코 완성품이 옆에 있더라도 스스로 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작이 반’인데, 그 시작을 선뜻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시작의 물꼬를 트면 된다. 우리 회사에서는 금요일 점심마다 별 일이 없으면 돌아가면서 타임을 갖는데, 내 순서에 ‘글라스데코 실습’ 시간을 갖기로 했다.

김정현

[김봉수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도미노,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 도미노의 수제 피자 이야기

dominos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중 성공 확률이 가장 낮은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아마도 소비자들의 고정관념과 상식에 도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ROI 관점과 효과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낮은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선택하기 힘들다. 도미노 피자가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1. 도미노 피자가 도전해야 할 고정관념
‘피자’와 관련한 고정관념으로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피자=정크푸드’라는 공식이다. 칼로리가 높고 위생상태가 우려되는 음식. 도미노를 포함한 대형 피자 프렌차이즈가 직면하게 되는 소비자 인식상의 넘기 힘든 장벽이다.
도미노는 한층 더 심각한 상태다. 도미노는 일부 직원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09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도미노 피자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녀 직원이 고객에게 배달할 피자를 만들면서 치즈를 코에 넣는 등의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동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무려 2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www.youtube.com/watch?v=OhBmWxQpedI)

2. Hand made?
도미노는 ‘수제’라는 컨셉을 선택했다. 피자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형 프렌차이즈의 결과물이다. 물량 베이스의 식자재 구매, 기계화된 식자재 손질, 공업화된 반(半)조리 가공, 비숙련자의 조리를 가능케 하는 매뉴얼, 파트 타이머 중심의 고용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빠른 음식’과 저렴한 가격을 얻었지만 그외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자 프렌차이즈인 도미노는 과감하게 ‘수제’라는 컨셉을 던졌다. 기계가 찍어내고 매장에서 데워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컨셉이다.

3.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접근하다
도미노의 수제피자 마이크로 사이트에 해당하는 ‘handmadebydominos.com’의 표현은 제한적이다.

“도미노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피자 장인(pizza makers)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저희가 아무 생각없이 피자를 대충 찍어낸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진짜 열망이 있습니다. 몇몇 재능있는 피자 장인을 소개하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

거대 프렌차이즈로서 ‘모든 제품을 수제로 만든다’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 않다. 경쟁우위를 송두리째 포기하지 않고서는 시도할 수도 없는 도박이기도 하거니와 소비자의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너무 큰 주장이다. 겸손하지만 단호하게,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한정했다. 상대적인 비교(당신의 생각보다는)를 하고 있고 ‘많은’ 또는 ‘모두’가 아닌 ‘몇몇’으로 한정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4. 선언이 아닌 ‘구체적 개인’으로 접근하다
3에서 언급했듯이 도미노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몇몇의 재능있는 피자 장인이 등장한다. 미술 교사를 꿈꾸면서 틈틈히 그래피티 아트를 하고 있는 디에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피자 가게를 열고 싶어하는 크리스탈, 피자를 굽는 시간 외에는 틈틈히 유리공예를 하고 있는 크리스다. 세 명의 공통점은 ‘예술’이다. 공업적 방식으로 매뉴얼에 의해 표준화되는 프렌차이즈 피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정한 공통분모는 ‘손으로 구현되는 예술’이다. 현 CEO, 패트릭 도일이 등장해 “우리는 수제로도 피자를 만듭니다”라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났을 메시지가 피자 장인 삼인방의 말과 그들의 예술작품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전달된다. 도미노의 피자 장인 삼인방은 ‘정크푸드’라는 피자의 보편적 포지셔닝을 부분적으로나마 ‘예술작품’으로 바꾸어 놓으려 하고 있다.

5. 보완과 치유의 커뮤니케이션
실제 도미노의 매출에 수제 피자가 기여할 부분은 매우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다. 대형 프렌차이즈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브랜드 인식/연상/이미지를 보완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로서는 유의미하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이번 커뮤니케이션은 2009년의 동영상으로 인해 끝없이 추락했을 직원들의 자존감이 치유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도미노 직원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매우 컷을 것이다. “알고 보면 도미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야” 도미노 직원들이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의 교집합,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통일성 관점에서 흔치 않은 귀중한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김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