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5] 캐릭터를 당당하게 드러내자. 단점도 강점으로 승화된다.

특정 인물을 묘사하는 글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그 특정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인 경우도 있다.
다른 누군가든 자기 자신이든,
인물을 묘사할 때면 캐릭터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물론 객관적인 묘사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강점을 과장되게 묘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서술하면 좋다.
관찰자나 기록자가 장단점을 가려 전달하지 말고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사실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단점이나 약점도 오히려 장점이나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
의도적으로 강점만 전달하려다 보면
거부감을 주거나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단점을 억지로 숨기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점이 함께 설명이 되어야
강점이 더 크게 부각되어 보이게 된다.
다음의 사례는 퇴임 이후 노대통령의 휴가 장면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묘사해낸 장면이다.

대통령은 사람들의 무리를 우회하는 일도 없고, 내미는 손길을 거절하는 법도 모릅니다. 그럴수록 경호팀의 긴장은 두 배 이상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비서들이 지나치다 싶어 만류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이 비서들을 설득합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작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구경 잘 했어?”(자생식물원에서 어린이 관람객에게)
“그래, 이리 와서 손 한번 잡아봐라.”(청령포에서 대통령앞에서 수줍어하는 어린이에게)
“나중에 이 사진 보면서 나보고 아빠라고 하지 마라. 하하.”(자생식물원 관람 도중 엄마와 두 어린이만 온 가족과 사진을 찍으며)(봉하일기, <대통령의 여름휴가(2008, 8.4)>에서 인용)

윤태영

[미디어 리뷰] 꽃보다 할배 3. 공감과 진정성를 무기로 한 ‘리얼 예능’의 놀라운 경지 – 소통의 단절, 두 세대를 넘다

꽃할배3

‘꽃보다 할배’가 성공적일 것이라 지난 글에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기대를 넘어섰다.
1%를 넘으면 대박으로 인식됐던 케이블 시청률이 아니다. 수도권 기준으로 평균 시청률 5.7%, 최고 시청률 8.4%다. 10대부터 50대 남녀까지 모든 연령대 남녀 시청률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 유일하게 JTBC의 드라마 ‘무자식상팔자’가 10%를 넘겼지만 투자 대비 이익률이 천양지차다.

CBS 93.9는 전 프로그램이 40대 타겟이다. 종편은 50대 타겟이다. 보도채널에 약간의 예능이 더해진 수준이다. TVN는 19금을 포함해 전 세대를 포괄한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돌던 채널이 대선기간을 거치면서 채널Y, 즉 25번까지 확장됐다. 채널 돌리기가 일상화됐다. TVN의 채널은 종편채널의 중간에 위치한다. 채널의 확장은 이를테면, 재주는 종편이 넘었지만 과실은 TVN이 따는 상황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꽃보다 남자 출연진은 세대변경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혁신을 이뤘다. 프로그램의 성공은 영리한 전략과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나영석PD의 내공이 한 데 버무려진 결과다.

1. 발상의 전환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모험

케이블로서의 한계와 제약은 분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꽃보다 할배’는 기존 공중파에서 주변부로 다뤄지거나 편성 시간대에서 밀리는 소외계층인 노년층(배우와 시청자 모두)을 공략하고 동시에 활용하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 한계와 불리한 조건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극복했다. 단순한 혁신이 아니다.

2. 나PD의 내공

2-1 답습하지 않다

<1박2일>, <무릎팍도사>, <힐링캠프>는 관성에 젖어 신선한 새 그림을 찾지 못 하고 있다.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그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땡큐>는 <힐링캠프>의 끝자락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맨발의친구>와 <우리동네예체능>은 출발드림팀의 변주곡쯤으로 파악된다. <라디오스타> 홀로 예능의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그 세계에서 눈을 돌려 ‘꽃보다 할배’라는 남은 대륙을 발견했다. 발견이 곧 창조가 됐다.

2-2 호기심과 동경의 세계를 그리다

낭만을 예능에 집어넣었다. 파리와 스위스에 대한 것이다. 여행과 향수에 대한 것이다.

나이에 따라 낭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에게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오히려 나이는 흥행의 매개가 됐다. 낭만의 동경은 나이를 넘어 공감을 낳았다. 바로 위, 혹은 아래 세대와도 대화하기 힘든 요즘, 두 세대를 넘어 네 세대가 <꽃보다 할배>에서는 함께 공감한다.

2-3 브랜드 캐릭터를 확실히 하다

나 PD는 확실히 영리하다.

두 번 만에 각각의 브랜드와 캐릭터를 잡아냈다. 버럭 일섭, 직진 순재, 천진 신구, 도도 근형, 허당에 막막 서진까지. 캐릭터로 나이는 희석됐다. 이서진은 40대의 나이를 비로소 잊었다.

개인 브랜드가 살아야 프로그램이 산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체성을 만들고 생존하기 위해 다툴 것이다. 협력의 브랜드는 개인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2-4 조각 편집과 자막 치기가 예술이다

<꽃보다 할배>에 롱테일은 없었다. 조각조각 편집을 했다. 말은 문자가 됐다. 자막으로 말했다. 편집과 자막이 우리가 본 세계다. 편집과 자막의 예술인 예능의 본질에 정성을 다했다. 시청자는 여기서 익숙함을 발견했다. 그들은 익숙하고 편한 것을 갈망한다. 전 세대는 여기서 만난다.

2-5 다른 시선

이서진은 할배들에 의해 ‘하인’으로 불린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1박2일에서 호기롭게 ‘땡’을 외치던 ‘천하무적’ 나PD도 할배들의 요구를 자르지는 못 했다. 더 이상 호기롭게 ‘땡’을 외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조직되었다.
카메라 앵글은 항상 두 사람을 다른 시선에 위치시킨다.
꽃미남과 땡PD를 다른 위치에 둠으로써 역동성을 살린다.

2-6 휴먼스토리 그리고 생활스토리

스토리가 백미다. 질질 짜게 하거나 헛웃음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70대 할배들은 거침이 없다. 질러보고, 눈치보고, 타협하고, 짜증내고, 투덜댄다. 그 가운데 인생의 스토리가 살아 숨쉰다. 시청자는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이서진만은 동경하지 않고 여행하지 않는다. 이서진만이 생활의 스토리를 말한다.

2-7 깨알 소품

진짜 소주를 먹는다. 서울에서 마누라가 싸준 장조림이 등장한다. 백일섭은 극적 연출을 안다. 무겁다고 패배기를 쳐버렸다가도 식당에 앉아 맨 먼저 장조림을 찾는다. 그리고 아내에게 사과한다. 멀리 가는 남편을 위해 서울 사는 아내가 싸준 멸치조림과 고추장볶음, 깻잎도 등장한다. 소품은 작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유민영

* 꽃보다 할배에 대한 이전 글을 읽으시려면
– [커뮤니케이터] 본능적으로, 현실적으로 – 꽃보다 할배 2 예능의 총아, 예능의 공식을 파괴하다, 링크
–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메신저-미디어-메시지, 나이와 타겟에 대한 고정된 생각을 버려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