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0] 인물의 생생한 워딩은 최대한 살리자. 현실감이 풍부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서민적 언어를 구사했다.
‘절구통에 새알 까기.’
‘날아가는 고니 잡고 흥정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생소한 이야기들이다.
또 어린 시절 익혔던 고향의 사투리도 수시로 사용했다.
언젠가 경남의 어느 횟집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매운탕을 먹으며 그는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매운탕은 어떻게 끓이는지 아십니까?
‘고춧가루’가 아니라 ‘꼬치가루’를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가 아니고 ‘무시’를 ‘삐데’ 썰어서 넣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동정을 묘사하는 글을 쓸 때면
가급적 그 언어를 그대로 살렸다.
그러면 글에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대통령이 좋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 셈이었다.
또 지인들도 글을 보면 묘사가 생생하다는 평을 해주었다.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특이한 언어습관이 있기 마련이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라는 낱말을 읽을 때
‘한’과 ‘반도’를 띄어서 읽곤 했다.
그 밖에도 특별한 언어습관이 몇 가지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이 ‘이상 더’라는 표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이라고 말하는데,
유독 대통령만은 ‘이상 더’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대중연설을 할 때에는 항상 그랬다.
대통령의 언어습관을 확인한 청와대 연설팀은
공식 연설문에서도 ‘이상 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물의 말투나 표현방식은 살리는 게 좋다.
독자에게 살아있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3] 비슷한 말, 반대말을 익히자. 글이 맛깔스러워진다.

풍부한 어휘는 역시 글쓰기의 핵심이다.
잘 쓰는 사람의 글을 보면 그 점을 더욱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토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들이 있다.
다양한 낱말과 표현들이 활용된 글은 읽는 맛도 있다.
적어도 그런 수준의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무엇보다 책을 많이 봐야 한다.
사상서, 철학서, 인문서, 칼럼,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두루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많은 어휘들이 자기 것이 된다.

수준급 작가를 지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어휘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흔히 사용하는 낱말들로도 의사전달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글에 약간의 감칠맛을 주고 싶다면,
사용하는 단어의 폭을 조금 더 넓히는 게 좋다.
같은 뜻을 지닌 비슷한 낱말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반대되는 낱말도 학습하고 기억해두도록 하자.
그러면 같은 단어의 반복 때문에 생기는 따분함을 줄일 수 있다.
또 반대말을 활용한 대구법으로 맛깔스런 글을 쓸 수 있다.
역시 글을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달리 왕도가 없다.

맛깔스런 글의 전형, 유홍준 교수의 글을 잠깐 살펴보자.
“마을에서 10분쯤 더 산길을 오르면, 산등성을 널찍하게 깎아 만든 제법 평평한 밭이 보이는데, 그 밭 한가운데 까무잡잡하고 아담하게 생긴 삼층석탑이 결코 외롭지 않게 오뚝하니 솟아 있다. 산길은 설악산 어드메로 길길이 뻗어올라 석탑이 기대고 있는 등의 두께는 헤아릴 길 없이 두껍고 든든하다. 석탑 앞에 서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계곡은 가파르게 흘러내리고 산자락 아랫도리가 끝나는 자리에서는 맑고 맑은 동해바다가 위로 치솟아 저 높은 곳에서 수평선을 그으며 밝은 빛을 반사하고 있다. 모든 수평선은 보는 사람보다 위쪽에 위치하고, 모든 수평선은 빛을 반사한다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까만 석탑은 거기에 세워진 지 1,000년이 남도록 그 동해바다를 비껴보고 있는 것이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