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프렌들리 베이스볼 – 야구 광고와 대부업 이야기

김마컴

1. 현대적인 야구 규칙이 정립된 시점은 1845년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1906년에 방송되었다고 하니 방송광고와 궁합을 잘 맞추어 프로 스포츠로서 꼭 확보해야 할 수익성에 일조하겠다는 전략적이고 원대한 계획 하에 야구 규칙이 성립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2. 그럼에도 야구는 정말 광고를 위해 태어난 스포츠란 생각이 든다. 하나의 경기를 9이닝으로 만들어 놓았다. 또 한 개의 이닝은 두 개로 나뉘어 진다. 공격과 수비가 전환될 때마다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여기에 투수교체 타이밍까지 감안하면 실제 경기에서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기회가 적게 잡아도 대략 20번 이상은 된다.

3. 기본적으로 야구는 대단히 정적인 스포츠다. 투수와 타자를 제외한 야수들은 긴장감 속에서 가만히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투수의 볼을 타자의 방망이가 맞추는 순간에 잠시 동적으로 전환되어 빠르게 전개되지만 곧 다시 정적인 긴장 모드로 전환되곤 한다. 결국 야구의 반복적인 패턴은 관람객의 눈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흐름이 포착되는 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광고가 붙어있다.

4. 2010년 1월에 가상광고의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과 방송법시행령이 통과되면서 야구 광고는 또 다른 전기를 맞는다.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플레이 직후 감독의 답답한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한 대 피우시고 싶으시죠?’라는 텍스트와 함께 금연 보조제 광고가 튀어나온다. 이외에도 갑자기 스마트폰이 등장하거나 타이어가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모습은 이제 TV 중계에서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다.

5. 어느 종목보다 촘촘하게 광고를 끌어들여 ‘산업화’한 프로야구가 광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광고를 통해 프로야구팬을 프로파일링 해보면 아마도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자동차를 사는 사람’ 정도가 될 것 같다. (대부업과 자동차, 자동차 관련 용품의 광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프로 스포츠가 특정 산업 또는 브랜드와 강하게 결합되는 것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으나 많고 많은 산업중에서 ‘대부업’과 결합되어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광고 판매에 까지 KBO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겠으나 현재처럼 중간 광고가 대부업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는 직간접적인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의 수익에 다소 차질이 생긴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6. 90년대까지는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라 불리우는 화장품이나 식음료 등의 소비재 품목 중심으로 광고가 전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향후 급격하게 IT(이통사, 핸드폰->스마트폰)와 금융 서비스로 광고의 중심부가 이동했다. 공중파를 통한 광고가 여의치 않은 ‘대부업’은 프로야구 중계를 포함한 캐이블 TV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동시대의 광고를 잘 살펴보면 어떤 산업이 규모있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해당산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규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2000년대 이후 IT의 세계에 살고있고 최근엔 모바일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우리 중 일부는 돈을 빌려야만 살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돈 빌려주기’가 우리 시대의 부를 ‘창출’하는 주요산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슬프다.

김봉수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준비 되어있지 않다면 말을 아껴라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보여서 진짜 치기 힘들다. 그래서 당한 경우가 많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이 롯데의 외국인 투수 유먼을 꼽으며 한 말이다. 이 말은 곧바로 인종 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스타 플레이어는 팀의 핵심 커뮤니케이터다. 한화는 6월 10일 현재 16승 1무 34패로 꼴찌다. 신생구단 NC에게도 4 게임차로 뒤지고 있는 참담한 성적이다. 구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핵심 커뮤니케이터의 발언은 보수적이고 진중해야 한다.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 선수이니 만큼 그의 메시지 하나하나는 현재 구단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팬들에게 전달되고 반향을 일으킨다. 그의 메시지는 안그래도 어려운 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 (이미지 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 선수다.  (이미지 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1. 200개가 넘는 별명을 지닌 사나이
2013년 6월 11일 현재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김태균의 별명은 무려 48개다. 2009년에는 200개가 넘는 그의 별명이 프린트된 티셔츠까지 판매가 되었다고 하니 가히 ‘별명왕’이다. 대체로 많은 별명은 좋게 해석될 수 있다. 야구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무명 선수에게 이런 많은 별명이 있을리가 없다. 팬들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지 않는 이상 이런 수많은 별명이 생산될 수도 없다. 아울러 일반적인 야구선수와 다른 어떤 독특한 개성이 김태균에게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2. 2011년 ‘김도망’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
2011년 김태균에게 매우 부정적인 별명이 하나 추가된다. ‘김도망’이 바로 그것이다. 2010년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은 2011년 시즌 중 일본 지바 마린스와의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귀국하게 된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태균은 중도귀국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내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운동을 너무 오래 쉬었다. 돌아가도 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서 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현 상황으로는 내년에도 팀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인터뷰는 여기서 담백하게 끝냈어야 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중도 퇴단에 대해 구단과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담백하게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덧붙는다.

“동일본 대지진 후 솔직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일본 2년째를 맞아 의욕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 이후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야구도 욕심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로서 많이 미안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그의 2011년 전반기 부진한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실제 충격과 고통도 컸으리라 짐작하지만 이 부분은 그가 어쩔 수 없이 삼켜야 했던 말이다. 그는 삼켰어야 할 말을 뱉음으로 인해 일본에 계속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 함께 했던 선수들에게 의도치 않은 폭력적 메시지를 던지게 되었다. 단지 현지의 일본인들에게만 상처가 되었을까? 전설적인 재일 야구인 장훈의 인터뷰를 보자.

(표정이 어두워지며) 일본 야구계의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아주 떨어졌어요. 이승엽(오릭스)이 부진하고, 금년엔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뛰던 김태균이 갑작스럽게 퇴단했습니다. (한숨을 길게 토해내며) 참, 부끄럽습니다. 확실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김태균이 ‘지진이 무섭다’든가 ‘가족이 일본에서 뛰는 걸 반대한다’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압니다. 물론 타당한 이유일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여기다 선수라면 가족도 가족이지만, 운명을 함께하고, 동고동락하는 팀과 팀원들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비장한 표정으로) 대한민국 남자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밖에 나가면 일본 사람들이 저한테 뭐라고 해요. 물론 전 변명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합니다.

담백하게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끝냈어야 좋았을 메시지에 필요없는 살이 붙음으로 인해 김태균은 많은 사람들(일본인, 재일한국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은 ‘김도망’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을 얻게 되었다.

3. 준비된 커뮤니케이터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라
유먼의 케이스에서도 같은 실패가 반복되었다.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유먼을 상대하기 어렵다’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을 답변에 김태균 특유의 입담은 살을 붙였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버렸다. ‘입담이 좋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와 공중 영역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입담’과 ‘재미있는 말’은 종종 세상에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 기준을 전복시키거나 비웃으면서 힘을 얻는다. 공중영역의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다르다. 보편적 가치 기준을 충실히 수용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차별화하고 부각시켜야 한다. 공중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익숙치 못하다면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 준비되지 못한 입담은 설화(舌禍)를 불러온다.

사족: 다문화 시대, 인종차별에 대한 불감증을 돌아보는 계기
우리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입장의 감수성) 사태는 유야무야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 구단을 통해 배포된 사과 메시지 역시 ‘농담이 와전되었다’는 식의 변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실제 문제가 된 방송에서도 진행자들은 웃으면서 즐겁게 문제의 발언을 전달했다. 김태균을 통해 불거졌으나 사실 이번 문제는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전반의 낮은 인식수준이 반영된 결과다.
KBO나 선수협 차원에서 다문화 시대에 걸맞는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 하나를 재빨리 가리고 덮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고질적 병폐를 야구계가 앞장 서서 치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 김태균이 자신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김태균에게 ‘김차별’이라는 새로운 별명 대신 ‘김평등’같은 별명이 생기길 기원한다.

by green

참고
일간스포츠, 2011/07/27, 김태균 “퇴단을 결정한 이유..日 대지진에 충격”, 김식 기자, 링크
박동희 컬럼, 2011/09/05, 장훈의 진심 “한국 남자로서 부끄러웠다.”, 박동희 기자, 링크
위키피디아, 김태균 (1982), 링크

[말과 글 사전] 투수 배영수가 기억해낸 말

오늘 류현진이 메이져 리그에서 첫 완봉승을 이루어냈다. 오늘과 내일의 야구 얘기는 모두 류현진이 독식할 것 같은데 오늘자 신문에서 제일 좋았던 야구 기사는 삼성 라이온즈 배영수에 관한 것이었다.

1.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시속 128Km가 나왔다. 야구가 싫어서 이민 갈 생각도 했다”
강속구의 젊은 에이스가 큰 수술(2007년)을 받고 느린 볼 투수로 ‘추락’한 때를 회상한 말

2. “나빠지면서 좋아진다” “몸에는 한계가 있어도 머리에는 한계가 없다”
배영수가 입단 2년차였던 2001년에 김성근 감독이 들려준 말. 배영수는 한참 좋지 않았을 때 이 말을 기억해 내고 재기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3. “옛날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아직 30대 초반이다. 배울 게 많은 나이”
배영수는 현재 31세, 통산 109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7연승 중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by green

출처: 중앙일보, 2013/05/29, 배영수, 삼진 욕심 버리니 7연승 오더라, 하남직 기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