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37]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만남에 던지는 열 가지 질문 –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성공을 바라며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만남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만남

※ 전통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한겨레신문과 새로운 미디어플랫폼으로 성장한 허핑턴포스트는 완전히 다르다. 이 둘은 왜 만났을까? 한국 서비스 전략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한겨레신문사는 허핑턴포스트의 콘텐츠를 수입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과 접목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내년에 ‘한국어판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의 전형이 조금이라도 진척되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질문해 본다. 현명한 답을 찾기를 바라면서.

※ 법인의 이름은 ‘허핑턴코스트코리아’다. ‘허핑턴-한겨레’이거나 ‘한겨레-허핑턴’이 아니다. 앞으로 이것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는 7일 오후(한국시각 8일 새벽) 뉴욕 맨해튼 허핑턴포스트 본사에서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과 기본의향서를 교환했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본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설립한 뒤 내년 초 한국어판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11일

“앞으로 세계가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자체 취재진이 직접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
– 아리아나 허핑턴,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12일

0. 한겨레가 허핑턴포스트와 한 계약을 발표했다. 중앙일보가 영어 버전의 ‘인터내셔널뉴욕타임즈(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를 내는 방식과도 다르고, 일반적으로 주요 신문사와 통신사가 현지에 특파원을 보내는 방식과도 다르다.

올해 초 어느 신문사의 전략 담당 기자가 언론사 혁신의 방법에 대해 물었다. 여기에 “파괴적 혁신만이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 언론사들의 새로운 시도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설계 방향이 아직은 명료하지 않고 실제 진행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11일과 12일에 걸쳐 한겨레가 ‘허핑턴포스트’특집을 했으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전략’ 또는 ‘한국 전략’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 구성되지 않은 것이 맞을 것이다.

1. 한겨레신문의 혁신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어떤 관계인가?

결국 성패는 한겨레신문의 혁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한겨레의 새로운 파생 상품의 출현인지? 한겨레의 혁신 프로젝트의 연결인지 애매하다. 전략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당연히 한겨레의 혁신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한겨레신문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어떤 관계인가?

허핑턴포스트는 한겨레신문의 구조와 완전히 다르게 출발했다. 그리고 아리아나 허핑턴은 한국에서 가장 신뢰높은 신문을 선택했다고 하고 또 허핑턴포스트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대체로 중도 좌파 매체들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허핑턴은 12일 자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치적 성향을 떠나 해당 나라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신뢰를 얻느냐고 선택의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겨레라는 이름이 아리아나의 기준과는 다른 ‘짐’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필자는 이 점이 가장 의아하다. 출발부터 완벽한 독립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한국의 특수한 이념지형에 휘말리지 않는 ‘미디어 &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다.

3. 한겨레신문은 허핑턴포스트라는 미디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겨레신문과 허핑턴포스트의 탄생, 전략, 운영, 실체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한겨레신문은 허핑턴포스트로부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허핑턴포스트재팬 CEO는 허핑턴포스트의 ‘오피니언포럼’ 등의 노하우를 배운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내부 구성원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실험하고 혁신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4.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한국의 적대적 이념 지향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사실과 진실’보다 ‘이념과 진영’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리버럴을 대표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보장받은 허핑턴포스트가 회수를 넘어왔다. 귤이 탱자가 되지 않고 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특수한 진영 게임에 허핑턴포스트는, 한겨레신문은 어떤 준비를 했을까?

5. 과연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광고, 콘텐츠 유료화, 컨퍼런스, 컨설팅? 답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콘텐츠가 무료라면 더욱 그렇다.
조선일보의 프리미엄뉴스는 매우 나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순항중이다. 디지털스토리텔링 등 뉴욕타임즈의 여러 시도를 차용한 것은 있으나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유료화 등 수익모델에 근접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능성이 다른 신문에 비해 조금 더 있다는 것뿐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성공 요인 분석을 하다보면 부유한 중년층의 유입이라는 타겟 요인도 크게 작동을 한다. 한국에서는 모순되어 보인다.
A.O.L에 팔린 허핑턴포스트는 지금도 블로거들에게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으며 블로그, 광고, 스폰서를 활용한 소셜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A.O.L은 현재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 산업에 뛰어든 이베이와 아마존의 창업자는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게 종자돈은 충분한 것일까? 아리아나가 언급한 ‘자체 취재진이 직접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라는 표현에 의하면 이것은 곧바로 재정과 예산의 영역이다.

6. 허핑턴포스트의 핵심은 아리아나 허핑턴이다. 한국의 아리아나는 누구인가?

아리아나 허핑턴이 허핑턴포스트의 핵심이다. 그녀가 엄청난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고 독자가 활성화된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도 필자다. ‘아리아나 파워’다. 지금은 5만 명의 필자가 있고 최초로 시작할 때는 엄선된 250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모습이 구현될 수 있을까?

7.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온전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을까?

텍스트가 아니라 모든 도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채널의 풀스펙트럼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자로서의 프로그래머’라는 개념을 실현해야 하는 정도까지 미디어의 미래는 우리 옆에 와 있다. 에디터 또는 기자는 물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결합은 필수일 것이다. 또 미디어를 이해하는 기술 책임자가 최고의사결정 구조에 당연히 초기부터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허핑턴포스트를 한국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8. 한국의 아리아나를 도울 슈퍼데스크와 인력은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슈퍼데스크가 중요하다. 기술 책임자(Tech Chief)를 지휘하고, 기술적 진보와 저널리즘 채널을 제대로 이해하는 책임자가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의 아리아나’과 슈퍼데스크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필자로 시작한 허핑턴포스트가 기자-필자-독자로 연결되어 큐레이션과 심층탐사보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힘은 자본과 인력에서 나온다.

9. 44개의 섹션은 한국 현지화가 가능할까?

허핑턴포스트의 훌륭하고 다양한 44개 섹션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국의 콘텐츠가 함께 살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번역 사이트에 그칠 뿐이다. 허밍턴포스트에 ‘코리아’가 붙어야 한다. 특별 기획에 해당하는 ‘기존의 국제협력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내년이면 허핑턴 글로벌 네트워크는 세계 11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서로 공유하고 침투할 것이다. 그러니 해외 언론의 직수입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의 국제면들이 걱정이다. 한겨레가 우선해서 국제면을 새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10. 필자와 독자의 참여는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허핑턴포스트의 핵심 성공요소 중 또 하나는 소셜미디어와 연결된 세계다. 결국 네트워크고 참여다. 기자와 1만 명에 가까운 필자 뿐 아니라 이들의 독자가 슈퍼유저, 모더레이터, 네트워커로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아리아나는 댓글을 통한 참여를 독려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이른바 ‘일베문화’가 판치는 한국의 문화에서 과연 새로운 필자와 독자 참여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한겨레신문의 ‘hook’와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어떻게 다를까?

아리아나 허핑턴이 밝혔다. “한국인들이 세계에 직접 의사 표현할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딛고, 서로의 대등한 협력과 교류 통해 온전하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겨레신문도 새로운 혁신을 이루고, 다른 언론도 새로운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유민영

[위기전략/RT] 김호의 궁지 – 다시 보는 ‘허드슨강 기적’

* 주: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가 오늘자 (7월 9일) 한겨레에 쓴 칼럼입니다. 아시아나 항공 사고 관련하여 위기전략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글입니다.

[김호의 궁지] 다시 보는 ‘허드슨강 기적’

2009년 1월15일. 미국 동부 시각 오후 3시26분. 유에스 에어웨이 소속 1549편 여객기가 뉴욕 라가디아 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지 1분 만에 두 차례에 걸쳐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났다. 연기에 휩싸인 상태로 뉴욕 상공을 1㎞ 이하로 날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관제소는 근처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조종사인 설런버거 기장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뉴욕의 허드슨강 수면 위로 비상착륙을 시도했고,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시켜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 처리 과정을 두고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위기관리의 모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키티 히긴스 위원은 “항공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불시착”이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유에스 에어웨이는 어떻게 위기관리를 잘 해낼 수 있었을까?

첫째, 설런버거 기장은 비행 경험만 1만9000시간 이상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이륙에서 사고 발생, 비상착륙까지 불과 몇 분 안 걸린 상황에서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든 비결을 ‘평소의 훈련’으로 돌리면서 동료 조종사들도 자신과 똑같은 판단과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에스 에어웨이는 조종사뿐 아니라 취항하는 공항마다 매년 3회 이상 직원들이 ‘모의 위기관리 훈련’을 전개한다.

둘째, 위기관리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실제 사건 관리 못지않게 궁금해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 사건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한 미국 워싱턴대 캐슬린 펀 뱅크스 교수에 의하면, 유에스 에어웨이는 사건 통보 30분 만에 고객과 언론사가 참고할 수 있는 전담 웹사이트를 열었고, 45분 만에 첫 보도자료, 90분 만에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 소통에 나섰다. 본사에 있던 시이오(CEO) 회의실은 즉시 컨트롤타워로 변경했다. 사고 발생 불과 석달 전 이 회사는 100쪽이 넘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선해 위기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15쪽으로 간소화하고, 사고 한달 전에는 항공기 추락과 같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피해자 및 언론, 정부 등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치밀한 모의연습을 했다.

셋째, 이 항공사는 위기 후 놀란 탑승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서도 모범을 보여주었다. <비즈니스위크> 기사를 보면, 최고재무책임자의 지휘 아래 탑승객들에게는 당장 잃어버린 소지품 대체 비용으로 5000달러씩이 먼저 지급되었고, 직원들에게는 고객들이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도록 특별 신용카드를 배포했다. 약품과 마른 옷을 지급하고, 잃어버린 운전면허증 없이 집까지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렌터카 업체와 연계하는 즉각 조처를 했다.

아시아나항공기의 착륙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이뿐 아니라 올해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놀랄 만한 사건들은 계속 있어왔다. 대기업 임원의 스튜어디스 폭행으로부터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 및 폭언,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횡령과 배임으로 인한 오너의 구속까지….

항공사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과 정부가 유에스 에어웨이의 사례로부터 위기관리에 대해 배워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조직은 최고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정기적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훈련 과정에서 임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유에스 에어웨이 최고경영자인 더그 파커는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표현을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는 ‘기적’이 아닌 ‘훈련’이 만들어낸 자부심이었기 때문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출처: 한겨레, 2013/07/09, 링크

[에이케이스 칼럼] 나는 신문 폐인이다. – 한국일보 사태를 보며

김선주 칼럼 ‘한국일보는 ‘없다”를 읽었다.
공감되는 글이다.

‘언론인 김선주’
한겨레 칼럼 끝에 그렇게 실렸다.
그의 글을 오래 봤지만 오늘처럼 가슴이 서늘하지는 않았다.

나도 묵혀온 얘기를 쓰고 싶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석간의 시대였다.
오후가 되면 아버지와 함께 동아일보를 기다렸다.
뾰족이 쇠창살이 오른 대문 위로 ‘신문이요’ 소리와 함께 신문이 마당으로 날아오른다.
아버지께서 읽는 동안을 참지 못해 기웃거리다가 잽싸게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동아일보를 통해 글과 문장과 한자를 배웠다.
세상을 배웠다.

그러니 신문은 소년이 세상을 보는 창이었고, 세계를 향한 문이었다.
잠수함이었고 망원경이었다.

동아는 모를 것이다.
어느 날 동아일보가 변심했을 때 받은 큰 상처를.

언론인 김선주는 한국일보를 통해 그랬던가 보다.

신문에서 나왔으면서 신문의 문법과 예의를 존중하지 않는 종편을 보면 화가 치민다.

신문과 TV 폐인이라는 이유로 신문방송학과에 갔다.
친근한 과가 그 과밖에 없었다.

1987년에 학교에 들어간 나는 기자가 되지는 못했다.
2000년에 여러 명이 모여 웹진 비슷한 것을 시작한 이후, 작은 미디어를 운영하고 글을 쓰며 신문질 비슷한 것을 해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여전히 지금도 가능한 많은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학생들에게 올 봄에도 ‘대중매체의 이해’를 가르쳤다.
이 회사도 그렇고 내가 창업한 한 회사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신문 클리핑과 그에 대한 대화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나 신문은 이제 늙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직 대체할 것을 찾지 못했다.

트위터를 보고 페이스북을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미진하다.
아침 화장실에 신문을 들고 가서 봐야 제대로 하루가 시작된다.

신문은 여전히 동시대를 기록하고 설명하는, 살아 움직이는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며 생각의 창고다.

그렇지만 또 신문의 원형을 살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기자라는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비교하는 나라의 기자들과 일하는 환경과 조건이 먼저 다르지 않은가.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나는 언론선진화 방안이 나왔던 날도 기자들과 통음을 했다.
보고를 제대로 했던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렇다고 신문이 이대로 갈수는 없다.
근래 혁신을 준비하는 어느 신문사의 기자와 얘기를 했다.
나는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 혁신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지금은, 신문도 기자도, 혁신의 어젠다를 혁명적으로 실천할 때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BBC, 폴리티코가 하고 있는 일을 우리도 해야 한다.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이며 가디언의 ‘파이어스톰’이며 하는 생소한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해야 한다.
가디언처럼 오픈 플랫폼, 오픈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
일방의 전달만 하지 말고 허핑턴포스트 처럼 인터넷 유저들을 ‘슈퍼 유저, 모더레이터, 네트워커’로 모아 함께 신문을 만들고 소통하고 확산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콘텐츠와 스토리가 왕’이라는 명제를 새롭게 진화시켜주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신문이 모두 광고기사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른 모색을 한다.
우리 신문들도 새로운 모색을 하지만 여전히 전달하는 매체다. 낚시질하는 매체다. 선동당하고 선동하는 매체다.

신문은 기술의 진보를 수용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communicatiion, collaboration, community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신문은 전방위로 혁신하고, 새로운 행동주의를 내세워야 한다.

기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무기를 새로 갈아야 한다.

세상을 본다, 순회(마와리)를 돈다-사람을 만난다-가득 찬 이메일을 뒤진다-보도자료를 살핀다-브리핑을 듣는다, 아이템 세 개를 올린다, 기사를 쓴다-사직을 찍는다, 데스크와 싸운다, 홍보맨의 항의를 듣는다, 취재원과 술을 마신다, 기억한다, 그리고 진실을 기획한다.

그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기자로서 일을 하게 하자.

한 사회의 기록이며 유산,
내 삶의 친구인 신문.

그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치열하게 싸우게 좀 놔두면 안 되겠나.
그것만으로도 벅찬 시대에 참 너무들 한다.

지금은 많이 비슷해지고 퇴색되었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신문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이며 후배이고 선배인 기자들을 사랑한다.

지난 해 물고 물리며 그렇게 싸우고 또 동고동락했던 기자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아는 기자들, 모르는 기자들 모두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유민영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참고: 한겨레, 2013/06/19, 김선주 칼럼 한겨레는 ‘없다’, 링크

[미디어 리뷰] 두 사람의 대화가 모여 칼럼이 되다 – 뉴욕타임즈의 스타 칼럼니스트, 데이빗 브룩스와 게일 콜린스의 대화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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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사람이 있다.
1961년생 (52세) 남성, 유태인, 민주당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적 보수주의자.
1945년생 (68세) 여성, 뉴욕타임즈 사상 최초의 여성 논설위원, 여성인권 옹호주의자.
이 둘이 함께 나누는 대화가 칼럼이 된다면?

1. 뉴욕타임즈의 스타 칼럼니스트들
뉴욕타임즈에는 12명의 고정 칼럼니스트가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로 유명한 토마스 프리드먼,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제 3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여성과 아동인권보호에 매진하는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등… 이들은 일주일에 1-2회씩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데, 새 칼럼이 올라올 때마다 가장 인기있는 기사 top 10 목록에 꼬박꼬박 올라온다. 뉴욕타임즈 브랜드가 이들의 글에 권위를 부여하고, 저자들의 개인 브랜드가 뉴욕타임즈의 품격을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다.

2. 뉴욕타임즈의 온라인 전용 칼럼, The Opinionator
온라인 뉴스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뉴욕타임즈가 시도한 것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칼럼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The Opinionator – Exclusive online commentary from The Times 라는 제목 하에, 여러 명의 필자들이 돌아가면서 ‘법’, ‘건강’, ‘글쓰기’, ‘교육’, ‘사회양극화’, ‘뇌과학’, ‘심리’ 등등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기고한다. 온라인 전용이기 때문에 글의 분량도, 형식도 모두 자유롭다.

3. 스타 칼럼니스트 두 명의 함께 만드는 대화형 칼럼의 등장, The Conversation
뉴욕타임즈 고정 칼럼니스트 두 명이 뭉쳤다. 데이빗 브룩스는 <보보스>, <소셜 애니멀> 두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게일 콜린스는 뉴욕타임즈 사상 최초의 여성 논설위원이었다. 이 둘은 2009년 1월 15일부터 함께 대화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한가지 주제로 두 명이 각각 길게 쓴 글을 이어붙인 느슨한 형태였지만, 지금은 아예 대화형식으로 바뀌었다. 서로 친근하게 인사도 하고 이름도 부르고 질문도 해가며 속도감있게 대화가 전개된다. 연재 주기도 매주 수요일로 고정되었고 대화의 주제도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비판부터 빅데이터와 국세청 사찰 이슈,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대한 평가, 저널리즘에 대한 전망까지 다채롭다.

4. 조선일보-경향신문의 대표 칼럼니스트가 함께 대화형 칼럼을 써본다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지향하는 가치관이 다르며 세대도 다른 두 남녀가 모여 나누는 대화를 읽는 것은 독자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같은 이슈를 두고 관점이 다를 때 두 사람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거나 혹은 개인 의견을 그대로 존중하는가? 성숙한 지식인들의 글쓰기 태도와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이 둘의 대화를 읽다보니, 얼마 전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나름 야심차게 시작했던 공동기획 “사설속으로”가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서서히 잊혀져가는 것이 아쉽다. 차라리 두 언론사의 스타 칼럼니스트 둘이 모여서 대화형 칼럼을 연재했더라면 어땠을까.

by 박소령

참고: 뉴욕타임즈 The Conversation, 링크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결정에 대한 조직 내부의 일관성, 그것이 힘이다

 086한겨레

1. 오늘자 한겨레 13면에 월간지 ‘이코노미인사이트’ 광고가 실렸다.
광고 카피는 ‘검은돈의 블랙홀, 조세피난처’, 잡지 커버스토리는 ‘조세피난처의 모든 것’이다.

2. 불과 일주일 전 보았던 한겨레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제목은 ‘조세피난처 아닌 ‘조세회피처’ 적절’이었고 내용은 짐작 가능하게도 조세피난처에 대한 부적절성을 비판하고 있었다. 한겨레는 ‘재난을 피해 재산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의 ‘피난’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3. 한겨레가 만드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인사이트는 스스로 이렇게 정의한다.

4. 같은 계열사인데 다른 말을 하는 원인은 뭘까? 아마도 이럴 것 같다.
1) 이코노미인사이트의 실수거나, 2) 한겨레의 조세회피처 명명이 사실은 큰 고민 없이 던진 화두였거나. 3)둘 다거나…….

5. 독자로서, 좀 슬프다.

by white

참고:
– 한겨레, 2013/05/31, 13면 광고
– 한겨레, 2013/05/24, ‘조세피난처’ 아닌 ‘조세회피처’가 적절, 권은중 기자, 링크
– 이코노미인사이트 홈페이지, 링크

[말과 글 사전] 한겨레, 조세피난처 대신 조세회피처를 선택하다

054조세회피처

1. 모든 신문이 ‘조세피난처’라 말할 때, 한겨레는 ‘조세회피처’라는 용어를 쓰기로 결정했다.2.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조세 조정에 관한 법’에 따라 법인의 부담 세액이 당해 실제 발생 소득의 100분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을 ‘조세피난처’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서는 조세피난처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한겨레는 ‘회피’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재난을 피해 재산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의 ‘피난’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3. 참여연대는 조세피난처 대신 ‘조세도피처’란 단어를 쓰겠다고 밝혔다. 공평 과세를 피해 의도적인 조세 회피를 꾀하는 수단이라는 뜻에서다.

4. 영미권 언론에서는 조세 천국(tax paradise)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세금을 내야 하는 역내(onshore)는 ‘지옥’이며 세금을 내지 않는 역외(offshore)는 ‘천국’이란 뜻이다.

5.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도구가 된다. 한겨레의 언어 선택이 어떻게 확장될 지 기대된다.

by red

출처: 한겨레, 2013/05/24, ‘조세피난처’ 아닌 ‘조세회피처’가 적절, 권은중 기자, 링크

[미디어 리뷰] 중앙일보와 한겨레 공동기획 ‘사설 속으로’ – 타겟:한겨레, 그래픽:중앙 승리, 그러나 기대했던 보수와 진보의 배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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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 20일,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건강한 토론 문화를 뿌리내리고, 청소년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주기 위한 뜻있는 일”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분석해 보여주는 지면 ‘사설 속으로’를 공동 제작해 21일부터 매주 화요일 두 신문에 싣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룬 두 언론사의 사설에 담긴 관점과 논거를 정리하고, 관련 지식의 탐구를 돕는 내용으로 채워집니다.”라고 공동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사설 속으로’는 중앙일보에서 추천한 김기태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 허병두 숭문고 교사와 한겨레에서 추천한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 교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가 맡아서 진행한다.

2. 5월 21일, 중앙일보 30~31면, 한겨레 26면에 ‘사설 속으로’가 실렸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에서 추천한 필자들이 상대방의 사설을 분석할 것으로 예상한 독자가 많았다. 예상과는 달리 허병두 숭문고 교사가 ’60세 정년연장 의무화’에 대한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을 분석한 내용을 양쪽 지면이 동일하게 실었다.

3. 내용이 같다면 편집과 카피에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학생 독자들에게 친절했고, 중앙일보는 인포그래픽으로 승리했다.

4. 한겨레의 지면은 광고 없이 꽉 채운 한 면에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사설을 실제 신문을 보여주듯 나란히 놓았다. ‘논리 대 논리’에서 1단계부터 3단계로 친절히 짚어주는 편집은 청소년들의 논술 교재와 유사했다. 한겨레는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비교 분석하였습니다.”라는 코너 설명을 지면 상단 우측에 배치했다.

5. 중앙일보는 두 면을 넓게 배치해 왼쪽에는 중앙일보, 오른쪽에는 한겨레의 사설을 놓고, 가운데에 ‘논리 vs 논리’ 내용을 넣었다. 코너 설명은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타겟팅의 범위를 넓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 현황’과 ‘주요 선진국의 정년 관련 정책 변화’에 대한 똑같은 데이터를 두고 한겨레보다 훨씬 더 직관적인 인포그래픽을 가운데에 배치했다. 그간 중앙일보의 데이터 시각화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6.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언론사의 사설을 서로 가감없이 공격하고 비평하는 ‘썰전’이 벌어지길 기대했던 일부 독자들은 꽤 실망했을 밋밋한 기획이었다.

7. 다음 주의 논점은 갑을문화로 중동고 안광복 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린다고 중앙일보에는 나와 있는데, 한겨레에는 ‘갑을 관계’에 대한 논제가 실린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공동기획이라 해도 보폭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by red

출처: 중앙일보, 2013/05/21, 정년 연장 필요성엔 공감… 임금피크제엔 다른 시각, 링크
한겨레, 2013/05/21,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60세정년 ‘사설’ 비교해보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