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4]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장 Lionel Barber 가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 – 우리는 왜 Digital First Strategy 를 추진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뉴스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크 비즈니스로 변신하고 있습니다…통합 뉴스데스크 체제에서, 우리는 지면 편집자(page editor)가 아니라 컨텐츠 편집자(contents editor)가 되어야 합니다.”

* 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FT) 는 올해 125주년을 맞이했다. 1월 21일, FT 편집장은 동료들에게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신문사’ 에서 탈피하여 디지털을 최우선으로 하는 ‘최상급 저널리즘 비즈니스’ 로 회사를 다시 만들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고급 컨텐츠의 유료화 전략을 선도해 온 FT 의 새로운 혁신 선언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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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여러분,

신년인사에서 저는 2013년의 의미로,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최상급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 더 멀리 더 빨리 움직이겠다는 우리의 결심을 시험하는 기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저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FT 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떤 것은 더 적게 필요하고 어떤 것은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더 재빠를 필요가 있고 우리 팀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NUJ (* 주: 영국/아일랜드 기자 조합)와 희망퇴직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목적은 종이신문 제작의 비용을 절감하고 온라인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의 공동목적은 대단히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에서 FT 의 미래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기존의 신문 매체들은 구글, 링크드인, 트위터와 같은 신규 진입자들의 위협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FT 의 브랜드인 정확하고 권위있는 저널리즘은 우리가 디지털과 인쇄 (아직까지는 광고의 주 수입원입니다) 모두에서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때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실리콘 밸리를 방문했을 때, 저는 변화의 속도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쟁자들은 집합 (aggregation), 개인화 (personalisation), 그리고 소셜미디어 등의 기술을 통해서, 뉴스 비즈니스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은 이제 FT 의 디지털 트래픽의 25% 를 차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물론, 우리는 우수한 저널리즘에 요구되는 과정은 지켜야 합니다. 여러가지 출처에 기반한 심층적이며 독창적인 보도와 특종을 위해 날카로운 시각을 갖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이 새로운 매출원 및 플랫폼으로서 더 널리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이제 우리는 뉴스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크 비즈니스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더 깊이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투자와 인적 자원을 더 현명하고, 균형있고,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자원 중 일부를 밤에서 낮으로, 인쇄에서 디지털로 이동할 것을 제안하는 바 입니다. 이것은 우리 기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을 필요로 하며,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요구합니다.

저는 세계 최고급 수준의, 재정적으로 안정된 뉴스 기관으로서 FT 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계획입니다. 종이신문 가격을 올리고, 유료 컨텐츠를 만들고,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우리의 초기 결정은 대담했고 현명했습니다. 많은 경쟁자들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서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고, 따라서 대규모 인원 삭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오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흔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변화는 고통스럽습니다. 따라서 저는 깊은 심사숙고와 자문을 받은 끝에 다음의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올바르며 공정하고 솔직한 대화를 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제 NSJ 및 스태프와 FT 의 미래와 아래 제안들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우선 몇가지 사항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저는 더 선별적이고, 더 적절한 고급 컨텐츠를 생산하도록 커미셔닝(commissioning)을 더 엄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는 종이신문을 더 단순하게 만드는 정책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일의 분량을 가볍게 하고 인쇄하는데 쓰이는 자원을 줄이게 할 것입니다.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판(Edition)에 관계없이 공통광고로 갑니다. – 판마다 불필요한 수정 및 교정을 줄일 것입니다.
2. 국제(International)판도 첫 페이지, 두번째 페이지를 포함해서 보다 공통적으로 갑니다.
3. 영국판과 국제판은 첫 페이지, 국제면을 포함해서 기사 배치 순서도 가능한한 공통적으로 갑니다.
4. 미국 2판을 위한 수정 횟수에 제한을 둡니다.
5. 영국 3판은 서서히 줄입니다.
6. 신문 배달시간을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7. 문어발식 커미셔닝을 종료하고, 커미셔닝 창구를 줄입니다. 마찬가지로 뉴스 편집자들은 기사 우선순위를 명료하게 파악해야만 합니다.
8. 페이지 구성을 더 철저히 통제할 것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최우선으로, 종이신문을 그 다음으로 합니다. 이것은 FT 의 커다란 문화적 변화(big cultural shift)이며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달성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야간 제작을 위한 자원을 더 줄이고 주간 제작을 위한 자원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웹을 위한 자원이 늘어나야 하며 종이신문을 위한 자원을 줄여야 합니다.

통합 뉴스 데스크(unified news desks)체제로서, 우리는 지면 편집자(page editor) 가 아니라 컨텐츠 편집자(contents editor)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컨텐츠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플랫폼에서 – 전통적인 신문, 블로그, 비디오, 소셜미디어 등 – 소개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만 합니다. 

영국와 전세계 뉴스 네트워크 차원에서, 우리는 FT 만의 멋진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적합한 장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리적으로, 혹은 특정 분야에 고립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FT 모회사인 Pearson 은 우리의 전략과 제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올해 1/4분기에 계획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회사 구조를 재편하고 올해 160만 파운드를 절감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미 광고가 나간 것도 있지만 디지털 업무를 위한 10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므로, 이 금액은 25명의 인건비를 순절감한 수준입니다. FT 를 떠나고 싶은 분들은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희망퇴직 프로그램에서 계획한 만큼의 목표 인원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어떤 단계를 더 밟아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NUJ 와 계속 협의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2013년에 “Fast FT” 와 새로운 주말판 FT 앱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상품/서비스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쇄판을 넘어서서 더 다이나믹하고 인터랙티브한 FT 저널리즘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들과 더 깊이 대화하고 구독자 수를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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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도록 팀장들과의 대화에 참여할 것입니다. 한편 James Lamont 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부편집장들과 팀장들은 위의 제안에 대한 브리핑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여러분을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FT 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산업을 바꾸는 위대한 진보를 만들어왔습니다. 여러분들은 FT 를 현대화하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을 해 왔고,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이것이 쉬운 변화는 아닙니다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뉴스 기관이 되기 위한 FT 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정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여러분의 지지 덕분에 FT 125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계속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최상급 저널리즘 비즈니스’ 입니다. 

박소령

*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저널리즘의 미래 1 뉴미디어 시대에 대처하는 뉴욕타임스의 전략,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 2 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 미국 CBS 방송국 앵커/기자 Sean McLaughlin 과의 인터뷰, 링크
– 저널리즘의 미래 3 유투브, 무명 주 상원의원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다. – “우리는 더 이상 뉴스 채널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유투브가 있으니까!”, 링크

출처: Guardian, 링크

[글쓰기 6] 파이낸셜 타임즈 –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 주: 얼마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글쓰기 대학교육 비교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에서도 최근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비즈니스계로 나아갈 MBA 학생들을 필두로, 더 이상 긴 글 쓰기는 필요하지 않으며 소셜 미디어로 대체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글쓰기 능력이 왜 중요하며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하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칼럼니스트, Michael Skapinker 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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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미국 교수 한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자신이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소속 대학 학장이 질책을 했다는 것이다. 50년동안 미국의 한 명문 대학에서 비즈니스와 법을 가르쳐 온 이 교수는 MBA 학생들에게 명확한 글쓰기가 커리어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필수적임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에서 학생들이 매주 1장짜리 메모를 제출하면 교수는 읽고 채점을 한다. 이 메모는 교재에서 발췌한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저는 이 과제를 통해서 분석력을 기르는 것보다는, 분석한 결과를 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학생들은 이 숙제를 감사하게 생각했을까?
“학생들이 학장에게 하도 격렬하게 항의를 해서 학장이 저를 그만두게 만들었지요.” 학생들은 요즘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주장은 이메일과 트위터가 커뮤니케이션의 대세가 되었다는 거죠. 불명확한 생각과 글쓰기로 인해 발생한 오해도 이메일과 트위터로 의견을 주고받다보면 수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학장은 이 교수에게 글쓰기를 자발적인 과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기가 끝날 무렵,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 단 한명만이 과제를 제출했다.

글쓰기에 대한 이 교수의 걱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200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1학년 학생 중 46% 가 글쓰기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학부생들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2009년 Current Issues in Education 저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석사 및 박사과정 학생 97명이 고등학교 3학년보다 진단적 글쓰기에서 더 나을 바가 없었다.

영국 최고 대학들의 교수조차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캠브리지 대학 역사학 교수인 David Abulafia 는 올해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모릅니다. 문법, 구두법, 철자 모두 형편없는 수준이지요.” Abulafia 교수에 따르면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대학 1학년들까지도 잃어버린 글쓰기의 예술 (스킬이 아닙니다) 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긴 산문, 명료하고 우아하며 간결한 논점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다시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글쓰기가 실제로 나빠진 것일까, 혹은 교수들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글쓰기 전성시대’를 상상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글쓰기에 대해 계속 불평해 왔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대학을 다닌다면 그들이 졸업할 때 평범하고 명료한 보통의 글쓰기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뉴스위크 잡지의 “왜 조니는 글을 못 쓰는가” 라는 유명한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이 글은 1975년에 나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TV 때문이다. TV 는 가장 단순하게 말하는 스타일만 보여준다.” 라고 비판했다. Abulafia 교수는 오늘날 형편없는 글쓰기의 이유로 “젊은이들이 더 적게 읽고 있으며, 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대부분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현실 때문” 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학교의 암기식 교육 방식과 학생들이 더 많이 읽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걱정을 표했다.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이 말인 즉슨 교사들과 시험감독자들이 개별 지원자들에게 시간을 덜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형편없는 글쓰기가 최근에 일어난 현상인지 오래된 현상인지 관계없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가능한한 최대한 모든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춰주기 위해 안달복걸 애쓰는 시대이다. 얼마전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듯이, 부모들은 네살짜리 자녀에게 폴 클레의 작품을 보여주기고,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동요를 중국어로 가르치기도 한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이토록 부족하다면 자녀들이 우아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야심찬 부모들은 왜 없을까? 왜 MBA 학생들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매진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글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수요가 사실 별로 없고 글 잘 쓰는 이에 대한 프리미엄도 없다는 점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문자 메시지만 있으면 된다는 MBA 학생들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이 빛을 발하는, 중요한 직업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올바른 글쓰기에 기반한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법률가는 재판에 나갈 수 없다. 그리고 문법 부호를 쓰는 방법을 잘 모르는 은행직원은 내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부주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에서는 글쓰기 능력에 대한 격차의 대우가 존재한다. 똑똑한 부모와 학생들은 이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중국어를 익히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박소령

* [글쓰기]에 대한 이전 글들을 읽으시려면
– 글쓰기 1 유홍준이 밝힌 글쓰기 비결, 열다섯 가지, 링크
– 글쓰기 2 조지 오웰의 조언. 나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것들, 링크
– 글쓰기 3 윈스턴 처칠 총리가 쓴 메모 – 보고서는 간결하게, 링크
– 글쓰기 4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권하는 ‘보고서 작성을 위한 10가지 가이드라인’, 링크
– 글쓰기 5 트위터 본인소개 프로필, 어떻게 써야하나? – 트위터 프로필로 개인 브랜드를 쌓는 4가지 방법, 링크

출처: FT, 링크

[全文번역] 세속적 설교로 변해가는 미국 대학의 졸업식 연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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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을 고른 이유: 5월은 미국 대학 졸업시즌입니다. 졸업식 연설자로 유명 인사를 모시기 위해 대학마다 경쟁을 벌이고 언론들도 열심히 보도합니다.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트렌드에 대해 비판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이 여기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FT) 2013년 5월 31일자,
세속적 설교로 변해가는 미국 대학의 졸업식 연설들 (Commencement speeches at US universities have become secular sermons) By Gillian Tett

60년전 미국 국무부 장관 조지 마샬은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 1947년 당시 그는 젊은 청중들의 호기심을 일으킬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있었던 일화나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하는 대신에 그는 미국인들에게 전쟁의 상흔을 입은 유럽 대륙을 구하자는 원대하고 고매한 연설을 했다. “중요한 것은, 유럽이 향후 30-40년간 필요로 하는 외부 물자와 필수품들(주로 미국에서 생산될) 이 유럽이 현재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추가적인 도움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마샬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가 고안안 “마샬 플랜” 을 최초로 설명했다. “치료법은 악순환 고리를 깨고 유럽인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변했다. 올해 미국의 수백개 대학과 각종 교육기관들이 졸업식 행사를 치르는 중이다. 마샬의 시대와 같이 졸업식은 근엄하며 가장 관심을 끄는 행사다. 놀랍진 않지만 오늘날 미국의 졸업식 행사들은 ‘성인식’과 거의 유사하다. 인류학자라면, 졸업식은 사회적 위치에 변곡점을 찍는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졸업식은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게 강조하고 싶은 가치를 생각하게 보게끔 만든다.

그러나 만약 마샬이 올해의 졸업연설 – 또는 세속적인 설교 – 을 들었다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요즘 시대의 에티켓이 겨우 12-15분짜리 짧은 졸업연설을 요구한다는 점은 잊도록 하자. 졸업연설이 사회 전체가 아니라 학생들만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한다는 것도 무시하자. 놀라운 것은 이런 설교를 하는 사회 인사들이 더 이상 노련한 정치인이나 판사, 종교계 리더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작가, 비즈니스 리더, 스포츠맨, TV 스타, 연예인, 과학자들이 대세다. 따라서 올해 졸업한 학생들은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 호스트), 짐 용 김 (세계은행 총장), 줄리 앤드류스 (배우), 애니 레녹스 (가수), 닐 디그래스 타이슨 (천체물리학자), 달라이 라마 (불교계 리더), 아리아나 허핑턴 (언론인), 셰리 맥코이 (에이본 CEO) 등의 연설을 들었다. 정치인과 고위 정부관료들이 있긴 했다. 버락 오바마, 코리 부커, 커스텐 길리브랜드, 마이클 블룸버그도 연설을 했다. 그러나 숫자를 따져보면 문화계 인사들이 정치인의 숫자를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밝히자면 내가 이 목록을 만드는 데 있어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왜냐하면 나도 언론인 중 한명으로서 뉴욕의 Baruch 대학에서 졸업식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흐름도 존재한다. “나(me)”라는 요소다. 50-60년전에는 정치인들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매한 정치적 이상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했다. 오늘날 몇몇 정치인들은 여전히 정치에 대해 논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대신 졸업식 연설자들 사이에서 휩쓰는 유행은 그들 내면안의 갈등과 자아성찰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은 이 점에서 특히 탁월했다. 그는 연설에서 암, 커리어, 그리고 결혼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형성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여러분의 인생은 짧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러나 수많은 배우, 작가, 다른 연설자들도 똑같이 했다. 올해 미시간 대학의 졸업식 연설에서 트위터 CEO 딕 코스톨로는 커리어에서의 실패가 어떻게 그를 더 창조적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인생의 대본을 짤 수는 없으며, 그저 지금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유럽을 구하는 고차원 정책 아이디어 대신에, 말하자면 사적인 자기계발 철학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독자들 중 일부는 내 이야기에 기겁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설의 기조가 바뀐 것은 결국 우리가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엔터테인먼트에 집착하며 소비자 지향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에 직접 떠먹여주는 조언이 필요로하는 시대 말이다. 그러나 보다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이런 변화가 보다 폭넓고 평등주의적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60년 전, 마샬 같은 정치인은 일반 대중의 삶과 한참 거리가 먼 세계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정치인, 사회 지식인, 연예인, 비즈니스 리더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은 자신의 ‘개인적 삶’ 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배우, 가수, 토크쇼 호스트 역시 ‘공적인 이슈와 시민으로서 던져야 할 질문’ 들에 대해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졸업식 연설이든, 그 밖에 어디서든지든.

물론 이런 연설들을 실제로 잘 경청한 학생이 과연 있었는지는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들이 나중에 기억할런지는 더 알 수 없다. 졸업식장에 도착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우 피곤한 눈으로 졸업에 안도할 따름이다. 그들의 부모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졸업식 겸 설교’ 의 진정한 가치는 아마도 함께 모았을 때 특별한 문헌이 된다는 점일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은 20-21세기 미국의 리더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연구할 때 이 문헌을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졸업식 연설은 유별하게 감탄스러운 전통이다. 특히, 13분짜리 연설조차 많은 졸업생들에게 ‘길다’ 고 느껴지는 시대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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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 타임즈

사진출처: 구글 검색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