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6] 연재를 마치며…나의 글쓰기, 구상에서 완성까지

 

작은 집은 작은 집대로 큰 집은 큰 집대로 짓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역시 하나일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은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같다.
먼저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다.
다음에는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마지막으로 내장공사를 하고 조경을 한다.
글짓기의 과정도 집짓기의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집을 짓는 목수는 무작정 땅부터 파지 않는다.
전체의 그림을 그리고 설계를 마친 후에 그에 맞추어 땅을 파고 기초를 놓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백지나 빈 화면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완성된 문장을 써나가려 애쓸 필요는 없다.
여기에 나의 글쓰기, 구상에서 완성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1) 준비과정 –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다.

– 글쓰기 과제가 주어지면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 몇 개의 키워드, 주장할 문구, 또는 대강의 얼개가 잡히면 파일을 만든다.
– 생각날 때마다 주제에 대한 생각, 관련하여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파일에 입력한다.
– 재료가 부족하다 싶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완한다.
– 이야기를 풀어나갈 순서를 잡고 내용을 그에 맞추어 배열한다.
– 일종의 가선을 그린다. 각 꼭지 또는 항목을 가상으로 정한다.
– 각 항목의 분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맞춘다. 항목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지는 않은지 점검한다.

2) 집필과정 –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 활용할 인용구나 예화를 찾아서 입력한다.
– 핵심 메시지를 어디에 배치할지 정한다. 시작 또는 끝 부분에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수시로 반복할 것인가?
– 어떤 방식으로 서두를 쓸지 정한다. 긴장 또는 호기심을 유발할 것인가? 대화체나 익숙한 이야기로 친숙하게 접근할 것인가?
– 문장의 세밀한 완성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완성하는 데 주력한다.
– 단문과 장문을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전체의 글을 일단 완성한다.
– 긴 글의 경우 잠시 글과 떨어지는 시간을 갖는다.

3) 수정과 최종완성과정 – 내장공사를 하고 조경을 한다.

–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으며 완성한다.
– 최대한 압축한다. 빼도 좋은 낱말은 빼고 자주 반복되는 낱말은 생략한다.
– 글의 흐름에 따라 리듬감을 준다.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활용한다.
– 접속사를 최대한 최소화한다.
– 핵심메시지가 분명한지, 잘못된 인용은 없는지 확인한다.
– 맞춤법을 확인하고 제목을 짓는다. 마땅하지 않으면 본문 속에서 제목을 찾는다.
– 가급적 가까운 사람 또는 동료에게 회람하여 의견을 구한다.
*
‘나는 이렇게 쓴다-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의 연재를 마칩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글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아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쓰기에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새로운 글쓰기노트, 또는 또다른 주제를 놓고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0] 글에게 생명을 주자. 생명의 리듬을 주자.

사람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증명은 호흡과 심장 박동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이 살아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단순히 나열되기만 한 글에 어떻게 하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숨을 불어넣고 심장의 박동을 주어야 한다.
결론은 리듬을 주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하자.

‘그 글은 밋밋하게 쓰였는데, 읽는 사람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지 몇 줄 읽다가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문장을 읽는 데도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든다.
글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리듬감을 한번 넣어보자.

‘글은 밋밋했다. 재미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줄 읽다가 말았다.’

말하자면 3.3.7 박자 같은 것이다.
문장을 두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가는 것이다.
리듬을 가지면서 문장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꼭 3.3.7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리듬이면 된다. 그 리듬을 타보자.
1.2.3.4도 있을 수 있다.

‘밋밋했다. 재미없는 글이었다. 몇 줄 읽어보다가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작은 가급적 짧은 글로 하자.
시작부터 긴 호흡으로 가면 숨이 가쁘다.
2.3.4.2도 가능할 것이다.

‘글은 밋밋했다.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몇 줄 읽다가 말았다. 대부분 그랬다.’
각자가 좋아하는 리듬에 맞춰 문장을 재구성해보자.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9] 글과 그림은 통한다. 글에도 가선을 그어보자.

인물 스케치를 할 때 여러 가지 가선을 활용하게 된다.
사람 얼굴을 묘사하는 경우,
머리 한가운데에서 코를 통과하는 중심선을 세로로 그린다.
이 중심선 위에 눈, , 입이 위치할 곳에 각각 가로로 보조선을 그린다.
일종의 기준이 되는 선이다.
이 가선에 따라 눈, , , 머리카락 등을 그려 넣으면 한결 수월하다.
스케치가 완성되면 중심선이나 보조선을 지우개로 지운다.
글을 쓰는 것도 스케치와 마찬가지다.
전체 글을 관통하는 큰 흐름을 먼저 생각한다.
일종의 중심선이다.
여기에 각각의 내용을 담을 항목을 미리 정한다.
말하자면 머리카락, , , 입이 들어갈 위치를 정해두는 것이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연설문을 쓴다고 가정하자.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출마의 이유일 것이다.
선거 후반이 되면 공약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이 얼굴로 치면 세로 중심선에 해당될 것이다.
이제 각 내용을 담을 항목을 구분해 놓는다.
1) 인사, 2) 자기소개, 3) 출마 이유, 4) 자신의 강점, 5) 지역공약, 6) 지지호소
대체로 위와 같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분해놓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섞일 염려가 없다.
한 항목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담기고,
다른 항목엔 내용이 부족해질 염려도 없다.
눈과 입의 크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지는 것이다.
연설문이 다 완성되면
보조선을 지워 그림을 완성하듯이 항목 표시를 지워버리면 된다.
때로는 연설자의 시간 배분을 위해서 남겨둘 수도 있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7] 워드프로세서 실력도 글쓰기 능력이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던 시절엔 컴퓨터가 없었다.
글을 쓰려면 200자 원고지부터 찾았다.
수정을 여러 번 하면 원고지가 너저분해졌다.
거듭된 수정으로 쓸 공간이 없어지기도 했다.
긴 문단을 추가하려면 원고지를 풀로 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수정액이 나와 교정부호를 대신하기도 했다.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의 등장이 그 모든 번거로움을 일거에 해결했다.
이제는 교정부호도 수정액도 필요 없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글쓰기의 천국이다.

물론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
손으로 쓰든 워드프로세서로 치든 글만 잘 쓰면 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워드프로세서에 익숙하면 그만큼 효율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시험 삼아 글을 써볼 수도 있고
무한대로 수정이 가능하다.
지웠던 글도 살려낼 수도 있고,
같은 주제의 글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저 이백 쪽 뒤의 글을 맨 앞으로 끌고 와 갖다 붙일 수도 있다.
단어의 찾기는 물론, 일괄해서 한꺼번에 바꾸는 작업도 가능하다.
기능을 알면 알수록 글쓰기에 백번 유리하다.
시간과 공력을 들여서라도 워드프로세서를 능숙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꼭 워드프로세서만이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포스트잇부터 시작해서 모바일 장비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개의 모니터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원고지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카드가 된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5] ‘이름 모를 소녀’, 신비함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산과 들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잔뜩 피어 있었다.
하늘에는 낯익은 철새들이 날고 있었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구름이 둥실 떠있었다.”

전문 작가들의 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문장이다.
좋지 않은 글의 전형으로 지적받기 쉽다.

글 쓰는 사람은 독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물의 모습과 이름을 최대한 정확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
추상적이고 애매한 문장은 좋지 않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머리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렇게 바꿔보자.

“산과 들에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꽃이 일제히 피었다.
강남에서 날아온 제비들이 하늘을 날았고,
하얀 구름들은 서에서 동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보자.
자신의 게으름을 그럴듯한 애매함으로 감춘 대목이 혹시 없는지…
‘이름 모를 소녀’, 이제 그 신비함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 마감은 데드라인. 어기면 죽음이다.

 

기자들은 짧은 시간에 빨리 글을 쓴다.
마감이라는 무서운 채찍이 그들을 압박한다.
엄청난 중압감과 날마다 싸운다.
그 스트레스를 이겨야 진정한 기자로 거듭난다.
마감은 글 쓰는 훈련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마감 내에 글을 완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단 글에 최소한의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혼자서 생각의 정리를 위해 쓰는 글이라도
스스로 마감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고삐를 조여야 한다.
높은 완성도도 중요한 명제이지만
낮은 단계의 완성은 더욱 중요하다.
일단 완성했다는 자신감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일기 말의 노무현 대통령이 어느 날,
어떤 정치인에게 보낼 사신을 쓰라고 나에게 지시했다.
며칠간 심혈을 기울여 편지를 완성했다.
고심을 하느라 예정했던 시간보다 4-5일 늦어졌다.
그러던 중에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자 대통령은 서신을 보낼 마음이 없어졌다.
심혈을 기울인 글이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글쓰기의 세계도 결국은 일종의 경쟁이다.
최소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감은 데드라인이다.
어기면 지는 것이다. 아니, 죽는 것이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2]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짧게 쓰자.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연설문 작성을 간간이 도왔다.
중반 무렵 후보수락연설을 써달라는 부탁이 왔다.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던 중,
후보 측으로부터 다음 내용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라는 국정운영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내용은 좋았지만 힘은 없었다. 임팩트가 부족했다.
많은 청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인데 늘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심 끝에 문장을 이렇게 바꾸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공평’과 ‘정의’가 국정운영의 근본이 될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강한 느낌이 살아났다.
단문이 가진 힘을 살릴 수 있었다.

글은 단문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문장이 잘못될 위험도 작다.
대중연설이라면 특히 그렇다.

단문 위주로 쓰다가 조금씩 긴 문장을 섞는 습관을 들이자.
늘어지지 말고 긴장을 유지하자.

연애편지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청순한 외모, 높은 콧날, 앵두 같은 입술을 가졌습니다.”

짧게 바꿔보자.
“당신의 외모는 청순합니다. 콧날은 높고 입술은 앵두 같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 문장은 짧게 쓰자.

윤태영